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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그렇다. 휴대폰 화면에 뜬 발신자는 다름 아닌 나상준이다.

주변은 고요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가느다란 빗소리마저 사라져 버린 듯했다.

차우미는 휴대폰 화면에 표시된 발신자를 보고 잠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억 속의 나상준은 한 번도 그녀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허영우가 그녀를 알리면 알렸지 나상준이 직접 알린 적은 없었다.

마치 그녀가 그에게 전화를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그런데 지금 나상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차우미에게 있어 이런 일은 마치 하늘에 핀 꽃을 보는 것처럼 몽환적이라 믿어지지 않았다.

휴대폰은 아직도 윙윙거리며 손바닥에서 진동하고 있다.

그 진동은 그녀에게 이것은 진실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끝을 움직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녀의 가랑비를 머금은 것 같은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비 오는 그날 밤, 이혼을 제기하던 그때처럼 말이다.

바 앞에 서서 컵을 들고 물을 마시던 나상준은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에 동작을 멈추었다.

“물 안 나와.”

찬물이 나상준의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흘러 내려갔고, 나상준은 개운함을 느꼈다.

그럴 줄 알았다. 나상준은 급한 일이 있기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그는 워낙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중요한 말만 했었다.

휴대폰 저편에서 들려오는 무거운 목소리에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수도 요금 안 낸 거 아니야?”

“몰라.”

나상준은 정말 모른다.

나상준은 매일 회사 일로 바쁘다 보니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집안일은 하나도 몰랐다.

그녀는 의미 없는 질문을 했다.

“샤워하다가 단수된 거야?”

그녀는 아마도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응.”

“기다려 봐. 내가 낼게.”

말을 끝낸 차우미는 휴대폰 앱으로 수도 요금 10만 원을 냈다.

별장에서는 수도 요금보다 전기 요금이 더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면적이 크다 보니 전기가 많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별장에서 나오기 전, 그녀는 이미 모든 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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