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차우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낯선 천장과 전등이 시야에 들어오더니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녀는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침대머리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온이샘은 침대머리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긴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눈 밑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차우미는 천천히 기억을 되짚었다.그런데 어쩌다가 병원에 오게 된 거지?분명 잠들었을 때는 호텔이었다.주변을 둘러보니 단독 화장실이 딸린 일인용 병실이었다.온이샘은 피곤한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어떻게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가 옮겨줬을 것이다.차우미는 얇은 셔츠만 걸치고 잠들어 있는 그를 보고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다친 손이 짓눌리며 손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아!”그녀의 외마디 비명에 잠들어 있던 온이샘이 번쩍 눈을 떴다.그는 피곤한 기색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차우미를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깼어?”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다.열이 내린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심한 표정으로 차우미를 보며 물었다.“몸은 좀 어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차우미는 그의 단잠을 깨웠다는 생각에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미안해, 선배. 나 때문에 고생했겠네.”“난 괜찮아. 넌 어때?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얘기해.”“괜찮아. 많이 좋아졌어.”온이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일어나려고 했던 거야?”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자, 부축해 줄게.”그녀는 손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온이샘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간병인 불러서 목욕이라도 시켜주려고 했는데 돌아와 봤더니 네가 자고 있는 거야. 게다가 이마가 불덩이 같아서 병원에 데려왔어. 의사는 며칠 경과를 지켜봐야 한대.”온이샘은 그녀의 등 뒤에 쿠션을 받쳐주며 상황을 설명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았다.부모님은 오늘 돌아가는 줄 알고
나상준.최근 통화목록 첫 번째에 그의 번호가 있었다.무시하려고 했지만 자꾸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차우미가 계속해서 말했다.“맨 밑으로 보면 있을 거야.”부모님과 직장 동료를 제외하면 차우미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친구도 여가현을 제외하면 몇 없었다.여가현과는 화상 통화나 문자를 주로 해서 통화기록에는 보이지 않았다.온이샘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아빠라고 적힌 연락처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고 차우미의 귀가에 가져다 댔다.잠시 후, 차동수가 전화를 받았다.“아빠.”“그래. 오는 중이지? 어디까지 왔어? 엄마가 저녁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어.”차우미는 외출하기 전이면 몇 시까지 온다고 미리 얘기하고 외출하는 버릇이 있었다.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였다.아빠의 자상한 목소리를 듣고 있던 차우미는 대답을 망설였다.온이샘은 학교로 돌아가야 하니 지금 상황을 부모님에게 설명하고 도움을 받는 게 맞았다.하지만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자꾸 망설여졌다.한참 머뭇거리던 차우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아빠, 선배랑 진달래 산 사찰에 갔다가 사고가 좀 있었는데 그 여자애를 구하다가 도중에 좀 다쳤어. 지금 병원에 있는데 엄마랑 와줘야 할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차동수가 곧바로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다쳤어? 어딜 다쳤는데? 지금 병원이야? 어디 병원이야?”“엄마랑 아빠 지금 바로 출발할게!”말을 마친 차동수는 곧바로 주방으로 달려갔다.“우미 엄마, 큰일 났어.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한창 나물을 다듬던 하선주가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병원? 누가 다쳤어?”“우미가 다쳤대.”“우미가 갑자기 왜!”하선주는 다급히 거실로 나가서 외출 준비를 했다.차동수가 전화기에 대고 다급히 물었다.“우미야, 어딜 다쳤는지 말해줘야 알지. 병원에서는 뭐래? 너 괜찮아?”“엄마는 지금 옷 갈아입으러 갔어. 곧 그쪽으로 갈게.”
두 분이 걱정하시는 걸 알기에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차우미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부탁할게.”온이샘은 핸드폰을 건네 받고 예의 바르게 인사부터 건넸다. “네, 아저씨.”그는 자리를 뜨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온이샘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질문에 대답했다.상황 설명이 끝나고 온이샘이 말했다.“네. 우미 바꿔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다시 차우미의 귓가에 가져갔다.차동수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우미야.”“응, 아빠.”“우리 지금 출발할 거니까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엄마랑 같이 갈게.”차동수는 아까보다는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딸을 위로했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아빠, 나 괜찮으니까 엄마랑 천천히 와. 급하게 서두를 것 없어.”“알았어. 이따 봐.”드디어 통화가 끝나자 온이샘이 말했다.“미안해. 나 도와준다고 나왔는데 다치게 만들어 버렸네.”차우미 부모님의 걱정을 알기에 그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차우미 역시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차우미가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선배, 나 아니었으면 그 여자애 구해줬을 거야?”갑작스러운 질문에 온이샘은 멈칫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구했을 거야.”차우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할 거 없어.”부상과 고열로 인해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미소 만큼은 따스하고 찬란했다.온이샘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병원에 도착한 차동수와 하선주 부부는 급급히 의사에게 차우미의 상황을 물었다. 손에 화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부부는 안심하고 병실을 찾았다.하선주가 병실에 나와 딸을 보살피는 사이, 차동수와 온이샘은 밖으로 나와서 복도로 걸어갔다.병실과 멀어진 뒤에야 온이샘은 입을 열었다.“아저씨, 정말 죄송해요. 제가 우미를 지켜주지 못했어요.
문 앞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은 차를 보자마자 다가가서 뒷좌석 문을 열었다.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훤칠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이어서 주혜민도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나상준이 앞장서서 병원으로 들어가고 그녀 역시 남자의 뒤를 따랐다.“한 시간 전에 의식을 회복했는데 바로 잠들었습니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요. 그 뒤로는 계속 잠만 자고 있습니다.”나상준의 마중을 나온 남자가 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의사는 뭐래?”“고비는 넘겼지만 의식을 회복한 후에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그래, 알았어.”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임상희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향했다.병실에는 간호사와 간병인이 환자를 지키고 있었다.나상준이 안으로 들어서자 간호사와 간병인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환자 가족분 오셨습니다.”나상준을 병실로 안내한 남자가 간호사와 간병인에게 그들을 소개했다.간호사와 간병인이 자리를 비키자 나상준은 침대에 누운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머리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초췌한 얼굴로 누워서 잠자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주혜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어쩌다가 이렇게 됐대….”간호사와 간병인,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담당자가 밖으로 나가고 병실에는 나상준과 주혜민만 남았다.남자는 말없이 환자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의사 좀 만나고 올게.”주혜민은 그의 마음을 알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가봐. 내가 여기 있을게.”“그래.”말을 마친 나상준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간병인은 나상준을 보자 그에게 다가갔다.나상준이 말했다.“안에 들어가서 지키고 있어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의사 호출하고요.”“네.”간병인이 안으로 들어가고 마중을 나왔던 남자는 조용히 서서 나상준의 지시를 기다렸다.그는 NS안평 지사 사장 주진수였다. 청주의 급한 연락을 받은 뒤로 병원에 달려와 상황을 알아보고 나상준이 올 때까지 한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나상준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주치의한테 안내 좀 부탁해.”
차우미는 움찔하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이렇듯 절제 되고 리듬감 있는 노크소리는 나상준을 떠올리게 했다.그 사람이 여기 나타날 리는 없겠지만.차우미는 속으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차동수가 말했다.“내가 나가볼게.”하선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간호사가 약 가져왔나 봐.”말을 마친 그녀는 한숨을 쉬며 차우미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우리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차우미는 어릴 때부터 꽤 건강한 편이었다. 잔 감기 한번 걸린 적 없던 아이인데 갑자기 입원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위로했다.“나 괜찮아. 곧 나을 거야. 걱정 마.”하선주는 그런 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차우미는 하늘이 무너져도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너도 참….”모녀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문을 연 차동수는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자네….”차동수는 문밖에 선 훤칠한 남자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나상준은 담담한 시선으로 병실 안을 둘러보았다.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다.금방 잠에서 깬 건지, 긴 머리가 살짝 흐트러져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부상 때문인지 약간 창백했다.하지만 원래 차분한 성격 탓인지 그렇게 아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은 다시 시선을 거두고 차동수에게 인사를 건넸다.“장인어른.”낮고 허스키한 음성이 문밖에서 전해지자 차우미가 움찔하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검은색 셔츠에 같은 색상의 정장 바지를 입은 그가 담담한 표정을 하고 문밖에 서 있었다.차우미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저 사람이 왜 여기에….하선주도 나상준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차동수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차우미가 이혼한 뒤로 이혜정 여사가 중간에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로 NS일가의 아무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이혼하기 전에도 별로 연락이 없던 사위가 갑자
날이 어두워지자 병실 안에는 밝은 불빛이 밝혀졌다.뭔가 생소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그는 긴다리를 움직여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평소처럼 절제되고 차분한 걸음걸이였다.마치 평소처럼 출장을 다녀온 것 같은 모습.차우미는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우수에 젖은 눈동자와 조화로운 이목구비, 그는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아마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저 잘생긴 얼굴 때문이었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나상준은 천천히 다가와서 의자에 앉았다.그리고 조용히 침대 위의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차우미는 당황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 여자애가 당신 조카일 줄은 몰랐어. 걔는 좀 어때? 괜찮아?”차우미가 상처를 소독하고 병원을 떠날 때에도 임상희는 여전히 응급 수술 중에 있었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실이었다.나상준은 자신을 친구 대하듯이 자연스럽게 대하는 여자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위기는 넘겼는데 아직 의식은 회복하지 못했어.”그 말에 차우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심각해?”NS일가는 방대한 가족이었다. 친척도 많고 방계도 많았지만 차우미는 그렇게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원래 떠들썩한 걸 싫어하는 그녀의 성격 탓도 있지만 시어머니 문하은이 그녀를 별로 내키지 않아했기 때문에 평소에 어딜 가든 그녀를 데리고 다니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문하은은 며느리를 거의 없는 사람 취급했다.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운 친척 몇몇을 제외하고 다른 친척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이번에 다친 조카라는 사람도 그러했다.좋은 마음에 선의를 베풀었는데 상대가 공교롭게도 나상준의 조카일 줄은 몰랐다.“그렇게 심각하진 않아.”차우미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이 물었다.”손은 좀 어때?”차우미는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걱정해서 물어본다는
하얀 셔츠에 캐주얼한 정장 바지를 입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훤칠한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살짝 걷어 올린 옷소매 사이로 그의 건장한 팔뚝 근육이 보였다.그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저녁과 과일, 그리고 각종 일용품을 잔뜩 쇼핑하고 돌아온 온이샘이었다.그는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었는데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온이샘은 쇼핑백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강서흔의 전화였다.아마 이쪽 상황이 궁금해서 전화했을 것이다.마침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는 한 손에 짐을 들고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든 채, 엘리베이터를 나섰다.손에 든 짐에만 신경 쓰다 보니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와 마주쳤다.“여보세요.”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남자를 힐끗 바라보았다.수화기 너머로 강서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미 씨는 어때? 깼어?”그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대답했다.“깼어.”“괜찮은 거지?”온이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많이 좋아졌어.”“괜찮다니 다행이네. 그래도 이번 사고로 둘이 조금 가까워졌으니 너한텐 좋은 건가?”장난 섞인 목소리에 온이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그게 왜 나한테 좋은 거야?”“넌 우미 씨 좋아하는데 우미 씨는 너한테 관심 없었잖아. 한번 만나려고 해도 이 핑계 저 핑계 생각해야 하는데 마침 다쳤으니까 병문안을 이유로 대놓고 병실 드나들 수 있잖아?”“이번 기회를 잘 잡아야 해. 이런 기회 흔치 않아. 하늘이 널 도와주고 있는 거라고!”온이샘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그럴 싸하긴 하네. 하지만 이런 기회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아.”그는 차라리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쥐어짜더라도 그녀가 다치지 않는 게 좋았다.“순정남 납셨네. 야, 닭살 돋아. 이만 끊어. 사랑에 미친 놈!”말을 마친 강서흔은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온이샘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핸드폰을 도로 넣었다.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던 그는 갑자기
주혜민은 임상희의 병실을 지키며 나상준을 기다렸다.하지만 나간지 한참 지났는데도 그는 돌아오지 않자 병상에 있는 임상희를 돌아보았다.임상희는 아직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간병인에게 임상희를 부탁하고 병실을 나섰다.복도를 둘러보았지만 나상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휴게실 쪽에서 주진수가 누구랑 통화를 하고 있었다.주혜민은 주변을 둘러보고 그에게 다가갔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나 대표님께 전달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주진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차우미를 보러 간 나상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같이 가려고 했는데 나상준이 위층에서 기다리라고 지시했기에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30분이 지났다.“상준 씨는요?”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주진수가 고개를 돌렸다.“나 대표님은 아래층에 가셨습니다.”“아래층에는 왜요? 의사가 아래층에 있어요?”주혜민이 예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주진수는 주혜민의 신분을 잘 모르기에 자세한 사정을 말해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상준과 같이 달려온 것으로 봐서 평범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임상희 씨는 지나가던 행인에게 구해졌어요. 그분이 상희 씨를 구하다가 다쳐서 지금 6층 외과 병동에 입원해 있거든요.”주혜민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임상희의 부모님은 해외에서 바로 올 수 없었기에 나상준이 모든 일을 맡아서 해결했다.솔직히 그녀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지만 나상준의 사촌누나와 그녀는 해외에서 시간 내서 만날 정도로 사이가 꽤 좋은 편이었다.임상희와도 몇 번 봐서 서먹한 사이는 아니었다.마지막으로 본 게 두 달 전이었나?물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나상준이었다.그녀는 그의 옆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오는 길에 들은 바로 임상희는 죽을 뻔한 상황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구조되었다고 들었다.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병실로 달려왔기에 위기의 순간에 임상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람을 깜빡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