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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커튼이 열려 있는 방 안에는 햇살이 비쳐들어 소파에서 자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밝게 비추었다.

길게 늘어진 검은 생머리가 소파에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고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길게 드리워진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눈밑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온이샘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고 있는 차우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많이 피곤한 탓인지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그녀는 계속 자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침대에서 이불을 챙겨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녀의 하얀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홍조가 드리운 게 보였다.

호흡도 평소보다 거칠었다.

온이샘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불덩이 같았다.

“우미야.”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듯, 그녀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온이샘은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고 호텔을 나왔다.

그 시각 청주시.

어젯밤 밤새 내린 비로 공기 중에는 짙은 안개가 드리웠다.

아침해가 뜨면서 안개는 조금 걷혔지만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나상준은 평소처럼 일어나서 트레이닝을 갈아입고 조깅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고 출근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던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거실의 소파에 어머니 문하은이 앉아 있었다.

옅은 자색 원피스에 하얀색 외투를 걸치고 목에는 같은 브랜드의 스카프를 걸친 그녀는 우아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그녀는 천천히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지금 출근하는 거니?”

나상준은 조용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소파로 다가가서 앉은 그는 미리 준비된 커피잔을 들었다.

아직은 가정부가 출근할 시간이 아니었다. 차우미가 이 집에 있을 때 삼시 세끼는 전부 그녀가 담당했지만 그녀가 떠난 뒤로는 아무도 그의 아침을 챙겨주지 않았다.

그 뒤로 나상준은 따로 가정부를 고용했지만 청소만 하고 밑반찬과 저녁을 챙기는 게 전부였다.

문하은은 부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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