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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퍼졌다.

킬러로 일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나름대로 배짱도 용기도 있다고 자부했다.

나중에 관리직에 오른 다음 생과 사는 너무나도 익숙했고, 수중에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을 쥐고 있었다.

따라서 일찍이 죽음 따위 전혀 두렵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크나큰 착각 말이다.

이 세상에 과연 죽음을 직면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을까?

무기력한 느낌은 절망에 빠지기 충분했다.

그제야 암살 대상이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할 때 어떤 느낌인지 체감하게 되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목숨을 구걸하는 사람을 무시했었다.

죽으면 죽었지, 뭐가 그리 대수라고! 남자답게 묵묵히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정작 자기 차례가 오자 훨씬 더 비굴하게 행동했다.

특히 백희연의 잔인한 공격과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형성된 피바다를 보고 더욱 기겁했다.

백 명이 넘는 정상급 킬러들이 마치 도마 위의 생선처럼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꼴이라니!

심지어 업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전갈마저 그녀의 공격 한 방에 몸통과 목이 분리되는 참담한 비극을 맞이했다.

전갈의 머리는 마침 천태경의 발 옆에 굴러 떨어졌다.

죽어서도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천태경은 절망에 빠졌다.

“그래! 다 얘기할 테니까 제발 살려만 줘.”

그리고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고래고래 외치기 바빴다.

“목숨만 살려준다면 뭐든지 얘기할게.”

“말해!”

염무현이 싸늘한 말투로 말하자 천태경이 서둘러 대답했다.

“난 단지 일개 아지트의 책임자라서 고용주는 본부에서만 알고 있어. 개인 정보 보호는 흑일파의 원칙이야.”

염무현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할 말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냥 죽어.”

“잠시만! 다른 내용도 있어.”

천태경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비록 고용주를 만난 적이 없지만 상대방의 대변인과 접촉했었어. 왜냐하면 현상금이 무려 200억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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