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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마을은 겉보기에 시골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흑일파의 본부는 바로 마을의 동남쪽 구석진 농장에 있었다.

지하 100m가 되는 곳에 핵 방어 건물을 지음으로써 설령 핵무기에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본부만큼은 끄떡 없을 것이다.

어두컴컴한 공간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거대한 모니터에 HD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화면 속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나타났고,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 대부분 두 눈을 부릅뜬 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참혹하기 그지없는 장면을 이루었다.

몇 초 뒤, 아지트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화면이 시커멓게 변했다.

이때, 조명이 번쩍 빛났다.

널찍한 홀 안에 무수히 많은 형광등이 내부를 훤히 밝혔다.

정중앙에 놓인 기다란 테이블 상석에 가면을 쓴 검은색 옷차림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몸매는 완벽에 가까웠고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

양쪽에 똑같이 가면을 쓴 남자 4명은 제각각 다른 모습이었다.

오른쪽 맨 끝자리 금발 남자가 리모컨을 들고 빔프로젝터를 가리키더니 입을 열었다.

“이게 바로 저희 조직이 용국에 설립한 비밀 아지트 중 한 곳인데 총책임자 천태경을 포함하여 수백 명의 정상급 킬러가 모조리 살해당했죠. 아지트가 전멸하기 전 천태경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범인과 통화를 했어요. 바로 한 고용주가 현상금 200억을 내걸었던 목표물인 염무현이에요.”

화면에 염무현의 상반신 사진이 나타났고, 여전히 입사할 때 찍은 것이었다.

외모는 여느 보통 사람처럼 흔해 빠졌다.

상석에 앉은 여자가 물었다.

“영상이 왜 이렇게 짧지? 그리고 범인의 모습은 안 찍혔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는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음색으로 미루어 봤을 때 나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발 남자가 설명을 보탰다.

“연락을 받자마자 즉시 원격 CCTV를 작동했는데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신호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카메라가 켜졌을 때 현장은 이미 이 지경이 되었죠. 범인은 직전에 자리를 떠났는지라 화면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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