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용주가 역으로 살해당하면 모든 사람이 우리가 고객 정보를 노출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신뢰만 잃는 게 아닐 텐데...”여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용주에게 조심하라고 알리고, 임무를 계속 완수하기 위해 실력이 더 강한 암살자를 파견하겠다고 해. 그리고 용국의 다른 아지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염무현의 정체를 알아내라고 전해. 상대방의 실력조차 모르고 어떻게 복수하겠어?”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나 한목소리로 말했다.“명 받았습니다. 수령님!”한편, 멀리 떨어진 무림 연맹 허원 지부.회원들은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으며 지부장 심주환의 지휘에 따라 폐허를 정리하고 있었다.누군가 절뚝거리며 다가와 심주환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정말?”심주환은 깜짝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4대 장로가 황급히 다가와서 물었다.“지부장님, 무슨 일이에요?”심주환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어갔다.“염무현이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탑승한 차량이 저격수의 습격을 받았다고 하네요.”“그래요?”“너무 다행이네요. 역시 정의는 살아 있군요.”“그 자식 죽었어요? 어떻게 죽었대요? 아주 참혹하게 죽어야 할 텐데.”장로와 사람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심주환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을뿐더러 저격수 두 명마저 손쉽게 처리했죠.”“너무 아쉽군요.”한 장로가 실망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킬러는 개뿔! 믿을 수가 있어야지, 원.”심주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더 중요한 건 염무현이 아리따운 미녀를 데리고 교외로 향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곧이어 흑일파의 비밀 아지트가 초토화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이럴 수가?!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말씀인즉슨 킬러들의 아지트가 교외에 있었단 뜻입니까?”“세상에, 지부랑 이렇게 가까운데 꿈에도 몰랐다니! 흑일파는 워낙 악명이 높아서 무림 연맹의 가장 큰 우환거
서해시 메리어트 호텔.로얄 스위트룸 안에 김준휘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작전 실패했다고? 흑일 조직 자식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세계 최강의 암살 조직이라면서 염무현 하나도 제대로 상대를 못해? 내가 200억 원이라는 큰돈을 줬는데도 결국 일이 이렇게 된 게 부끄럽지도 않아?”어제 우두머리 집회에서 김준휘는 하마터면 염무현의 손에 죽을 뻔했다.겨우 목숨을 건진 그는 너무 놀라서 염무현이 혹시 복수 할 까봐 원래 있던 곳에 사는 게 두려워서 밤새 호텔로 몸을 옮겼다.옆에 있던 그의 군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흑일 쪽에서는 이미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의 거점이 전부 처리됐다고 하니 아마 손실이 엄청난 것 같아요. 하지만 그쪽 책임자가 말하기를 염무현이 죽을 때까지 미완성된 임무를 계속하겠다고 했어요. 또 보상으로 전에 받았던 계약금 전액을 우리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잔금도 받지 않겠다고 해요.”돈을 더 이상 쓸 필요가 없다는 말에 김준휘는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내가 어디 돈이 없는 사람이야?”하지만 김준휘는 여전히 화가 났다.“우리가 그들을 200억 원이나 준 사람인데, 그까짓 계약금에 신경 쓸 것 같아?”군사는 바로 맞장구를 쳤다.“저도 그렇게 그들과 말했더니 그들은 계속 사과만 했어요. 성의는 꽤 있어 보였어요. 참, 그들이 도련님에게 조심하시라고 전해주셨어요. 염무현이 배후의 사람이 도련님이신 걸 가능하면 알 수 있다고 했어요.”김준휘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알면 뭐 어때?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바로 내가 염무현을 죽이고 싶어 했지. 숨길 필요가 없다고!”그러자 군사가 입을 열었다.“상대방도 호의로 말한 거죠. 염무현이 복수할까 봐 그랬을 거예요.”“내가 그를 무서워할 것 같아?”김준휘는 경멸의 웃음을 보였고 두 눈에는 음흉한 눈빛이 가득했다.“흑일 조직의 킬러가 없다고 해도 염무현은 반드시 죽을 거야. 모레는 마 마스터님께서 염무현과 겨루기로 약속한 날이니 그는 기껏해야 이틀 정도
하지만 그래도 그는 원래 계획에 따라 수술칼을 들고 병변을 제거하고 다시 봉합하기 시작했다.조수들은 부러운 기색을 보이며 강재진의 뛰어난 의술을 칭찬하려 했다.그때 갑자기 한쪽의 의료 기구에서 귀를 찌르는 경보음이 울렸다.“어떡하죠. 환자의 혈압과 심장 박동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어요...”강재진이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당황하지 마. 아드레날린을 주사해!”밖에서 그 말을 들은 한진영도 갑자기 긴장해지기 시작했다.“강 신의님, 소용없어요. 환자의 심장 박동수는 여전히 떨어지고 있어요. 빨리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이대로 가다간 환자가 죽어요.”한진영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초조해졌고 다급하게 문을 밀고 들어왔다.“여보, 괜찮아요?”“사모님, 먼저 나가주세요. 우리가 지금 처리하고 있으니 아무 문제도 없을 거예요.”강재진은 이마에 땀이 흠뻑 젖어 있었고 아까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사라졌다.한진영은 얼굴에 전혀 핏기가 없고 호흡도 가빠진 구천명을 보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사람이 이렇게 됐는데 아무 문제 없다니요!”강재진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환자의 상황이 좀 특수해요. 아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갑자기 상황이 변했어요.”“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한진영이 소리치며 물었다.그 말에 강재진도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우리도 지금 원인을 찾고 있어요...”사실 강재진도 왜 그런지 전혀 몰랐다.환자의 상태가 너무 이상했기에 원인 찾을 때면 아마 죽었을 것이다.“강재진, 내 남편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당신을 죽여버릴 거예요!”한진영은 큰 소리로 말했다.강재진은 원래 자신이 없었는데 이 말을 듣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한진영의 집안은 깡패 출신이었다.평소에는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이지만 일을 처리할 때는 매우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사악했다.겉으로는 구천명이 집안의 가장이었지만 사업상의 큰일을 관할하는 것 외에 모든 권력은 한진영의 손에 있었다.“그리고 너희들, 하나씩 모두 죽이겠어. 아무도
“정말 효과가 있었어!”비서는 몹시 흥분했다.사촌 형부를 살릴 수 있다면 큰 공로였다.그녀는 마음속으로 한없이 기뻤다. 다행히 그녀는 젊은 청년의 말을 기억했기에 그 알약을 버리지 않고 남겨두고 있었다.구천명이라면 바로 바다에 버리면 버렸지 절대 집까지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다.창백했던 구천명의 얼굴이 점차 혈색을 되찾고 있었다.심장 박동도 멈췄는데 이제는 안정적이고 원상태로 돌아왔다.“심장 박동은 정상입니다.”“혈압은 좀 낮습니다. 수술을 금방 마쳤으니 혈압이 좀 낮은 게 정상입니다.”젊은 보조 의사는 그의 스승인 강재진보다 훨씬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흥분한 어조로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강재진은 그 말을 듣더니 바로 정신을 차린 것처럼 바닥에서 일어났다.“제가 한번 볼게요. 분명히 방금 제가 했던 응급 치료가 정확했기 때문에 깨어날 수 있었네요!”그러자 비서는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이놈이 정말 뻔뻔스럽네! 분명히 내가 준 알약이 효과를 일으켰는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비서가 화를 내려고 하자 한진영은 그녀를 붙잡고 고개를 내저었다.“급해하지 마. 먼저 상황을 지켜보자.”강재진은 몇 개의 의료기구의 스크린을 훑어보다가 즉시 흥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변이 없으면 구 회장님께서는 금방 깨어나실 겁니다. 하하. 제가 말했잖아요.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제 수술과 대처가 모두 정확했으니 구 회장님께서도 곧 나을 겁니다.”비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럼 아까 상황은 어떻게 된 거죠?”“의외일 뿐이지 중요하지 않아요.”강재진은 비서의 말을 피해 가며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방금 전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거침없이 높은 자태로 몇 명의 보조 의사들한테 명령을 내렸다.한바탕 소동이 있고 난 뒤 상황은 점차 안정되었다.사람들은 방금 전의 위험이 정말 발생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구천명이 드디어 깨어났다.“여보, 좀 어때요?”한진영은 즉시 달려와서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구천명은 느낌이
한진영은 갑자기 화를 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똑똑히 보고 있는데 감히 내 앞에서 변명하고 있다니! 정말 죽고 싶어요? 당장 이 자식의 두 다리를 부러뜨려!”한진영이 그렇게 말하자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다가와서 강재진의 두 팔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다른 한 남자는 방망이를 들고 강재진의 오른쪽 다리를 겨냥하고 있었다.그러자 강재진은 겁에 질려 몸을 떨며 다급하게 소리쳤다.“말할게요. 다 말할게요. 때리지 말아 주세요! 구 회장님의 담낭에는 뚜렷한 병변이 없었어요. 아마 예전에 했던 검사가 틀렸을 거예요...”한진영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그러면서 왜 수술은 한 거예요? 도대체 무엇을 잘랐어요? 똑바로 말해요.”“아무렇지도 않은 선체였어요. 잘라내도 전혀 아무런 질병도 유발하지 않아요. 오히려 잘라내면 나중에 질병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기에 제가 잘한 거죠...”강재준은 뻔뻔스럽게 해명했다.“헛소리 치지 마세요. 제 남편이 당신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고 감히 여기서 뻔뻔스럽게 말해요?”한진영은 정말 화가 났다.구천명도 그제야 일의 자초지종을 알았고 자신의 건강 상황도 더 잘 알게 되었다.목숨을 구한 그 알약이 구천명을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냈지만 약효는 한계가 있었다.일단 약기운이 가버리면 자신은 반드시 죽을 것 같았다.“빨리 서해시 대수집가인 연홍도에게 전화해. 그 사람만이 염무현과 연락할 수 있어.”구천명은 초조해졌고 혼신의 힘을 다해 힘없이 말했다.“염무현 님이 날 구할 수 있어, 오직 염무현 님만이 날 구할 수 있다고...”“... 꼭 그를 찾아야 해...”남편의 기운이 점점 허약해지는 것을 본 한진영도 당황해하며 소리쳤다.“빨리, 당장 전화해!”그러자 비서는 바로 그녀의 말을 따랐다.한진연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 강재준을 바라보며 이를 갈며 말했다.“내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 가족 모두를 죽여버릴 거예요.”강재준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놀라서 정신을 잃을
“네?”염무현이 그렇게 말하자 한진영는 금세 기분이 나빠졌다.‘이렇게 젊고 의술이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에도 난 널 믿고 있었는데. 내 남편만 치료할 수 있다면 너 같은 젊은 의사는 우리 구씨 집안을 통해 크게 이름을 날릴 것이야. 더군다나, 우리 구씨 가문이 돈이 모자라서 설마 네 진료비도 못 낼 것 같아?’한진영은 화를 참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나중에 또 말썽을 일으키지 말자고요. 진료비는 마음대로 정하세요. 제 남편만 잘 치료한다면 염무현 씨께서 얼마를 원하든 우리 구씨 가문은 줄 수 있어요.”“염무현 씨, 지난번에 구 회장님께 현염초라는 물건을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비서가 묻자 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무슨 초라고?”한진영이 묻자 비서다 대답했다.“언니, 현염초에요. 형부가 소장하고 있는 물건 중 하나인데 형부는 알고 있을 거예요.”“제 남편을 치료해 줄 수 있다면 열 개 백 개라고 문제없어요.”한진영은 직접 나서서 말했다.정말 통이 큰 여자였다.한진영은 역시 큰 가족 출신답게 일을 잘 처리했다.자기 남편의 목숨에 비하면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사람이 죽었는데 돈을 다 쓰지 못하면 그게 가장 슬픈 일이다.“염무현 씨, 당신도 우리 구씨 가문의 실력을 보셨잖아요.”한진영은 뒤에 있는 저택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료비는 톡톡히 챙겨드릴게요. 이제 빨리 제 남편을 구해주세요.”말을 마치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염무현에게 빨리 들어가라는 눈빛을 주었다.그리고 급한 마음에 한진영은 기다리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한진영이 서너 걸음쯤 걸어 나갔지만 염무현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왜 그러세요?”한진영은 불쾌했다.염무현은 고개를 내저었다.“현염초는 지난번의 가격이었죠. 그것도 유씨 가문의 유람선 위에서 말이죠. 전 분명히 말씀드렸어요.”“그게 무슨 뜻이에요?”한진영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자 염무현이 대답했다.“오늘 진료 비용은 또 다른 가격
“하지만 이번 상황이 특수하기에 진료 비용을 정산할 시간을 일주일 드릴게요.”“시간이 지났는데도 진료 비용을 정산하지 않으신다면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세요.”7일이면 구씨 집안의 자산을 계산하기에 충분했다.한진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놈아, 내가 오랫동안 참았어. 네가 이렇게 젊은 것도 난 널 의심하지 않고 네가 내 남편을 치료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어. 하지만 넌 계속 핑계를 대며 치료하지 않으려고 했고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제기하는 거야? 우리 구씨 가문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그건 정말 틀린 생각이야. 똑바로 말하는데 내 집안은 깡패 출신이야. 날 건드리면 너에게 좋은 일은 없을 거야.”염무현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그러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네요. 안녕히 계셔요.”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돌아서서 차에 타려고 했다.“염무현 씨, 잠시만요.”비서가 염무현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다가가서 한진영을 타일렀다.“언니, 돈이 중요해요? 아니면 형부 목숨이 더 중요해요? 언니와 형부는 그렇게 금실이 좋은 부부인데. 형부의 병만 치료할 수 있다면 절반 자산은 고사하고 구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내놓는다 해도 언니는 눈 한번 깜짝이지 않을 거잖아요. 아니에요?”한진영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물론이지.”하지만 한진영은 말머리를 돌려 염무현은 나무라기 시작했다.“난 그저 저 자식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러는 거야. 너무 건방져. 어디 저런 의사가 있어? 의사는 우리의 부모처럼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야 하는 게 의사의 본분인데. 저 자식을 좀 봐. 그야말로 돈에 환장하고 있잖아.”비서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오히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너무 과분한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형부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죠. 아닌가요?”그러자 한진영은 마침내 마음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녀도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래 알았어.”비서는 다급하게
“뭐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염무현이 말한 내용은 한진영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강재진 같은 전문 의사도 염무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강재진은 외과 의사였고 서양 의학을 전공했기에 당연히 못 알아들었다.“환자는 영혼에 문제가 생겨서 혼력이 빠져나갔기에 오른쪽 갈비뼈가 아픈 증상이 있었죠.”염무현은 천천히 말했다.그러자 강재진이 즉시 반박했다.“하지만 환자는 얼굴이 노랗고 메스꺼움과 구토 및 정신 부진 증상이 있었어요. 이건 모두 담낭 질환의 징후에요.”“그건 단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에요. 이미 수술도 했으면서 환자의 담낭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알고 있잖아요?”염무현이 그렇게 말하자 강재진은 즉시 조용해졌다.한진영은 강재진을 노려보며 말은 하지 않았다. 강재진은 그녀의 눈빛에서 대략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돌팔이 의사였어!’강재진은 부끄러워서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염무현이 강재진보다 나은 의사라는 증거였지만 한진영은 그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기 힘들었다.‘영혼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걸까?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무슨 약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상황이 급박해서 다른 전문가와 신의를 찾을 시간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진영은 절대로 염무상이 남편의 병을 고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비록 그가 주었던 알약이 죽어가는 남편을 구했는데도 말이다.염무현은 자기 약침이 담긴 침 케이스를 꺼냈다. 365개의 금침이 밝게 빛났다.사실 백희연은 염무현에게 있어서 중요했다. 그녀는 작은 창고와 같았다. 염무현은 어떤 물건이든 그녀에게 보관시킬 수 있었다.옥반지 안의 공간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요괴인 백희연만이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보아하니 앞으로 자주 짐을 들어주는 이 어린 여동생을 곁에 둘 필요가 있었다.염무현은 백희연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혼문 손상, 혼력 유출.”염무현은 한쪽으로 침을 놓고 한쪽으로 말했다.“못 알아듣는 건 알지만 병의 원인을 밝히는 건 의사의 직책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