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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작가: 노끼

제1화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아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

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

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

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

“네. 학교 다녀왔어요.”

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

“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

“그래.”

‘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

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하…… 그렇다면 좋겠네요!”

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

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

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

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

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구에 도착했을 때, 방안에서 격렬하게 언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성연이를 데려가면 아연이 엄마한테 어떻게 설명하고? 그리고 아연이…… 그 아이도 제 언니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데!”

송종철의 말투는 표현할 수 없는 냉정함과 몰인정, 심지어 혐오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성연의 엄마 진미선이 아주 차가운 말투로 그의 말을 되받아 쳤다.

“그건 당신 일이지. 요 몇 년간 우리 엄마가 내 대신 성연일 키우면서 할 도리는 이미 다 했어! 아버지라는 사람이 여태까지 안부 한 번 묻지 않다니! 내가 송종철 당신한테 말하는데, 성연일 데려가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성연일 부양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내가 당신 고소할 거야!”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해? 당신도 엄마로서 책임을 다 못 했잖아! 정말 성연일 아낀다면, 어떻게 애를 두고 재혼해?”

송종철이 벼락 같은 소리로 반박했다.

그에 진미선이 참지 못하고 따졌다.

“정말 어렵게 좋은 인연을 만났는데, 나한테 다 큰 딸을 데리고 가란 말이야? 나더러 그 집에서 어떻게 발을 붙이고 살라고…….”

이 말을 듣고도 성연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자신이 물건처럼 취급되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그녀였다.

누구와 살든 상관없었다!

도시로 돌아가지 않아도 상관없고.

‘나 혼자 사는 게 훨씬 더 자유롭고 좋아!’

성연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몸을 틀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시간이 되면 돌아올 생각이었다.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성연이 전화를 받자 조수 서한기의 흥분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보스, 방금 막 들어온 정보입니다. 혈귀가 나타났답니다. 최근 북성 일대에 출몰하고 있답니다. 조직을 배신한 그 개자식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고요!”

성연의 눈동자가 침잠하며 차가운 음성으로 명령했다.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서 애들 보내 잡아와. 동료들 팔아먹은 값은 제대로 계산해야지!”

서한기가 물었다.

“제가 직접 나서야 할까요?”

성연이 막 대답하려 할 때, 언뜻 골목 끄트머리에서 꽤 키가 큰 남자 하나가 비틀거리며 그녀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시야 끝에 잡혔다.

남자는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은 듯 오는 내내 길을 따라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나중에 말하자.”

성연은 침착하게 전화를 끊고 못 본 척 지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획’하고 잡아당겼다. 그녀의 손을 부러뜨릴 것처럼 강한 힘이었다.

“살…… 살려줘…….”

막 세 마디를 말한 남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그리고 성연의 몸을 덮치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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