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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이서는 지환의 팔을 가볍게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또 어떤 관계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H선생님이 제게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만큼은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왜 제 곁을 지켜주시는 건지, 또 우리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는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H선생님의 마음속에 있다던 그 분의 대역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지환의 눈동자에 옅은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해명하지 않았고, 이서가 두드린 자신의 팔을 바라볼 뿐이었다.

‘기억을 잃은 이서가 처음으로 날 건드렸어.’

지환이 고개를 들어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

그는 그제야 마이클 천이 한 말을 믿기 시작한 듯했다.

‘언젠가 이서는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릴 거야.’

‘이서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그 기억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거야. 그렇다면 작은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겠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언제까지든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어.’

“이서야, 내가 말했잖아. 넌 절대 그 사람의 대역이 아니야. 그리고, 그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는 없어.”

이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H선생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전히 H선생님의 말을 믿는 걸 보면... 내 병이 가볍지는 않은 것 같아.’

지환의 가면을 쳐다보던 이서의 심장이 또 한 번 꿈틀거렸다.

‘가면 아래에 있는 H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모든 일이 더 수월해지겠지?’

‘하지만...’

‘저 가면을 벗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할까?’

지환은 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을 곱씹는 것이라 생각한 그가 또 한 번 위로를 건넸다.

“생각하지 마. 너무 깊이 생각해서 좋을 건 없어.”

깜짝 놀란 이서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지환을 바라보았다.

‘설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계시는 건가?’

“혹시...”

“이제 그만 돌아가자, 여기 이렇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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