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괜찮아...” 예우림은 입굴을 살짝 깨물고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러자 엄진우의 손은 조금씩 그녀의 몸을 휘젓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아랫배를 타고 내려갔다. “하-” 예우림은 저도 몰래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소름이 돋았다. “대표님, 정말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구급차라도 불러드릴까요?” 유 부장은 잔뜩 걱정되어 물었다. “괜찮다고 했잖아!” 예우림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뒤로 돌려 엄진우를 노려봤다. “절대 용서 안 해!” 엄진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탐욕스럽게 그녀의 온몸에 입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날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끝까지 이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더는 신사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의 몸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고 호흡마저 가빠지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예우림을 안아 올려 소파에 기대게 했고 예우림은 가느다란 손으로 엄진우의 팔을 꽉 잡고 말했다. “방으로 가. 여기서 하는 건 불편해.” 그러자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애원해 봐.” 그러자 예우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꿈 깨!” “정말이지?” 엄진우는 예우림의 두 가슴을 움켜쥔 채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했고 예우림의 신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하,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그제야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방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이 미친 듯이 서로를 탐닉했고 하마터면 침대가 무너질 뻔했다. 한 시간 뒤, 피곤한 듯 엄진우의 어깨에 기대있던 예우림이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나쁜 자식, 넌 너무 나빠.” 그녀는 화풀이라도 하는 듯 자그마한 주먹으로 엄진우의 가슴을 두드렸다. “왜 그렇게 늦게 왔어? 그동안 내가 어떤 날을 보냈는지 알기나 해? 하마터면, 정말 하마터면 다른 남자들에게 짓밟힐 뻔했다고!” 엄진우는 눈물을 흘리는 예우림을 품에 꼭
“쯧쯧! 질투야? 여자들이란, 가지지 못하면 꼭 망가뜨리려고 하지. 그러면 안 돼!” 엄진우가 일부러 그녀를 놀리자 예우림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너 같은 왕자병이랑은 말 안 해! 나 오늘 창해로 돌아갈 건데, 당신도 같이 갈래? 일등석 하나 더 남긴 했더라고.” 엄진우가 말했다. “난 며칠 있다가 갈 거야. 맞다. 예정아가 이번에 이런 짓을 벌인 건, 예씨 가문의 사주를 받은 걸지도 몰라.” 예우림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알고 있었어. 예정아 때문에 취한 그날, 예정아는 분명 할아버지가 시킨 일이라고 자백했어. 이번에 창해로 돌아가면 피바람이 불게 될 거야.” 예우림도 결코 만만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의 수단으로도 예씨 가문은 충분히 화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복수도 도를 지켜야 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거 잊지 마.” 엄진우는 노파심에 그녀에게 귀띔해 주었다. 예흥찬 그 늙어빠진 똥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영감이다. “걱정하지 마. 나한테 생각이 다 있어.” 문을 나서려던 예우림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다시 돌아와 물었다. “맞다. 성안에 남으려는 거, 혹시 9대 수진 가문을 상대하려고 그러는 거야?” 엄진우는 멈칫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내가 미친 척만 했겠어? 당신 옆에서 중요한 정보도 많이 들었어.” 예우림은 뜨거운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성안은 우리가 사는 작은 창해와는 달라. 여러 세력이 얽히고설켜 있어. 불장난하다가 불에 탈 수도 있다고. 어쩌면 당신은 그날 드래곤 크루 사람들의 말대로 빨리 성안을 떠나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 “다 알고 있었네.” 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만약 나 혼자서도 9대 수진 가문에 버금가는 거대한 세력을 가졌다면 믿을래?” 엄진우는 일부러 ‘버금간다’는 겸손한 표현을 사용했다. 사실 북강에서 9대 수진 가문은 그의 신발 끈을 묶어줄 자격도 없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예우림은 고개를 돌려 콧
엄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보았다. 연예인답게 예쁘긴 했다. 그런데 스크린에서 본 연예인들과 다 똑같게 생긴 것이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최담비는 미소를 지은 채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반가워요, 엄진우 씨. 전 강남 출신 여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최담비라고 해요. 3년 전 미스아시아 선발대회 강남성 선으로도 당선되었었어요.”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지? 대체 무슨 선물을 들고 왔으며 왜 직접 온 거지?” 엄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선물은.... 당연히 저죠.” 코트 단추를 홱 풀자 안에는 크롭탑만 입고 있었는데 완벽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앞쪽의 희고 말랑한 큰 가슴은 혈액 순환이 더 빨라지게 만들었다. 그 어떤 성숙한 남자에게도 이건 저항하기 어려운 무기이다. 최담비는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간드러진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전... 9대 수진 가문의 여러 어르신의 명령을 받고 찾아왔어요. 그리고 이건 그들이 엄진우 씨에게 드리는 선물이죠.” 그제야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린 엄진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하! 홍의회 일로 찾아온 거네.” “오해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복수 때문에 온 건 아니에요. 엄진우 씨의 여자를 납치했으니 죽어도 마땅하죠. 9대 수진 가문은 의논 끝에 화해를 선택했고 절 선물로 보냈어요.” 최담비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엄진우 씨, 저한테 오전 시간만 주세요. 반드시 즐겁게 해드릴게요. 천국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드리죠.” 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몸을 낮추고 엄진우의 벨트를 풀려고 했는데 가늘고 긴 손가락은 남자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최담비는 그 어떤 남자도 매료시킬 자신이 있었다. 오랜 시간 연예계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보았을 때, 그 어떤 고상한 남자라도 바지만 벗으면 결국 다 똑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엄진우는 무덤덤하게 한 마디를 날렸다. “근데 당신은 너무 늙었어. 곧 서른이지? 몸 다 처진
최담비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지금 뭐 하자는 거죠?” 그녀를 가질 생각이 없으면 왜 옷을 벗으라고 한 거지? 옷도 다 벗었는데 이대로 나가라고? 엄진우는 그녀를 서커스단의 광대로 생각하고 놀려먹은 건가? “가슴이 처졌잖아!” 엄진우는 그녀의 몸을 훑어보며 진심으로 말했다. “우림이와 지안 씨와 비하면 너무 질 떨어져. 아예 비교가 안 돼. 그런데 내 손길을 바란다고? 쯧쯧, 난 도무지 안 되겠어.” “지금 저 갖고 놀았어요?” 최담비는 화가 나서 몸을 떨며 물었다. “지금 누굴 거절했는지 알기나 해요? 당신은 방까지 찾아온 연예인을 지금 거절했어요! 주제도 모르는 촌놈 주제에! 기회도 몰라보고!” 그러자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내가 하반신으로 생각하는 당신의 스폰서들과 같은 줄 알아?” 그러더니 이내 여자의 외투에서 소형 카메라를 하나 꺼냈다. 순간 최담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당신 몸에 적어도 7~8개는 있다는 거 나 알고 있어.”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아서 고백할래, 아니면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 널 맡길까?”이보향은 이미 검은 옷의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굳건히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누군가의 입을 열게 하는 건, 쟤들이 전문이야. 쟤들한테 이런 싼 티 나는 미인계는 통하지 않아.” 엄진우는 시계를 가리키며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 10초 줄게. 10, 9, 8...” “9대 수진 가문이 돈을 주고 시켰어요.” 최담비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했다. “뭘 하려는 수작이지?” 이보향이 싸늘하게 묻자 최담비는 잠시 말문이 막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말하면 난 죽어요. 9대 수진 가문은 이미 주변에 사람을 심어 날 감시하고 있어요.”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사람을 심었다고? 설마 아침에 치운 그 쥐새끼들을 그러는 건가?” 최담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엄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보향은 바로 사람을 시켜 시체 몇 구를 들어왔
“5천만 원?”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5천만 원이라도 엄진우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다. 만약 5억이라면 더 충성을 다 할 것이고 50억이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 “500억.” 엄진우가 말했다. 최담비는 흠칫하더니 바로 엄진우의 발밑에 납작 엎드려 감격에 겨워 말했다. “엄진우 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최담비 목숨을 바쳐서라도 엄진우 님에게 충성하겠습니다.” 연예계에 있으며 그녀가 가장 잘 배운 것이 바로 줄을 제대로 서는 것이다. 눈앞의 이 남자는 성안을 뒤흔들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배포도 상당하다. 엄진우는 그녀의 턱을 부여잡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 시작하지.” “네!” 최담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일으켜 미션을 수행하러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엄진우는 그녀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 “어딜 가?” “엄진우 님이 일 시작하라고 하셔서요...” 최담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한 일은 다른 일이야.” 엄진우는 최담비의 벗은 몸을 천천히 훑어보며 말했다. “좀 늙긴 했지만 외모는 나쁘지 않네.” 최담비는 바로 눈치챘다. 그녀는 난감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까는 저 싫다고 하셨잖아요.” “아까는 당신이 악의적으로 찾아왔기 때문에 싫었던 거야. 하지만 이젠 내 사람이 됐으니 나한테 대한 충성은 점검해 봐야지 않겠어?” 엄진우는 두 다리를 벌리고 명령했다. “꿇어.” 그러자 최담비는 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개처럼 엉덩이를 흔들며 엄진우에게 다가갔다. 팬들의 눈에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신, 일반인들의 눈에는 순수한 여자, 부모님 눈에는 착한 딸이겠지만 이 순간 그녀는 고작 남자의 노리개일 뿐이다. 이게 바로 가장 리얼한 연예계이고 연예인이다. 거사를 끝낸 후, 엄진우는 바지를 입으며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부 전하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네. 미쳐서 놀고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성안 시 중심 프린세스 노래방, 디럭스 룸. 이곳에서 밤을 지낸 엄혜우는 안색이 창백하고 머리가 헝클어졌다. 어렵게 엄진우와 연락이 닿았는데 몇 초도 되지 않아 피어싱을 한 노란 머리 남자한테 빼앗기고 말았다. “민용이 생파에는 아무도 휴대폰 못 사용해. 반급 친구라며 그것도 몰라?” 남자는 엄혜우의 뺨을 호되게 후려쳤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여학생은 순간 겁에 질려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엄혜우는 사색이 되어 온몸을 벌벌 떨었다. “이미... 여기서 밤을 샜어. 나... 가족들한테 안부 전해야 해.” “안부는 개뿔! 설마 신고라도 하려는 거야?”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여희야, 뭐라고 말 좀 해 봐!” 엄혜우는 겁에 질려서 말했다. 그녀들을 초대한 사람은 반급에서 꽤 권세가 강한 조민용이라는 동창이었다. 조민용은 성안에서 꽤 유명한 명문가 조씨 가문의 아들로 지도원과 담임조차 그를 꺼린다고 한다. 그는 워낙 손이 커서 반 친구들을 여러 번 초대해 밥을 사주었기에 그의 초대에는 모두가 흔쾌히 응했다. 이번 생일에는 심지어 전반 친구들을 성안에서 가장 비싸다는 프린세스 노래방으로 초대했다. 엄혜우는 워낙 관심이 없었는데 베프인 백여희가 조르기도 했고 또 조민용에 대한 인상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하지만 오고 봤더니 조민용은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의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심지어는 몸매가 드러난 여자들도 가득했다.“여희야, 내 말 안 들려?” 엄혜우는 재차 백여희를 불렀다. 하지만 백여희는 이미 창백한 안색으로 구석에 앉아 온몸을 떨며 감히 그녀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방금 전 조민용의 몇몇 친구들은 조민용 반급의 여학생들이 마음에 들어 어떻게 해보려고 하다가 심지어는 그녀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기까지 건넸다. 그녀들이 거부하자 그들은 그녀들을 구석으로 끌고가 모욕을 주었다. “야, 고진성
“널 여기로 데려오면 내가 2천만 원 주겠다고 하니까 바로 널 여기로 데려왔어. 쟤 얼마나 천박한 년인지 알아? 나랑 한 번 자면 고작 10만 원만 줬어. 그래도 아주 좋다고 달려드는 년이야.” 조민용은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엄혜우는 사색이 되어 물었다. “여희야, 저 말 전부 사실이야?” 그러자 백여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ㅁ날했다. “조민용, 이 개새끼야! 그건 네가 나한테 약 먹이고 영상 찍어서 협박해서 한 거잖아!” 그러자 조민용은 시큰둥하게 웃었다. “왜, 발 빼고 싶어? 그럼 왜 매번 내가 문자만 하면 예쁘고 차려입고 나왔던 거지? 내가 준 명품백과 향수들, 너 아주 환장하는 거 아니였어? 그런데 지금 와서 고상한 척하고 싶어?” “조민용! 넌 그냥 죽어 마땅할 개새끼야!” 백여희는 창백한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확실히 협박으로부터 시작했다가 상대의 달콤한 말에 빠져버렸다. 그녀는 심지어 조민용의 여자 친구가 되고 나중에는 명문가 사모님이 될 거라는 환상을 품었었다. “혜우야, 제발 나 믿어줘. 나 너 해치려고 그런 거 아니야. 조민용이 나한테 생파에 반급 여학생들 전부 초대하고 싶다고 했었어.” 백여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했고 생활비도 전부 알바로 해결했었어. 그래서 그 2천만 원에 눈이 돌아간 거야... 근데 나 진짜 조민용이 저런 놈인 줄 몰랐어.”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진성은 백여희를 꽉 누르더니 미친 듯이 그녀의 상의와 스타킹을 찢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이렇게 야하게 입은 것도 민용이 유혹하려던 거 아니었어? 감히 민용이의 여친이 되고 싶었어? 넌 노리개일 뿐이야. 고작 애완견 정도라고. 자, 이젠 내가 네 주인이야. 아니다! 우리 친구들이 좀 많잖아. 한 명씩 돌아가며 놀면 되겠네.” 고진성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백여희를 구석으로 끌고 갔고 옆에 있던 남자들도 실실 웃으며 따라갔다. “진성이가 먹다 남은 거 우리가 주워
“내 생일에 날 불쾌하게 하는 것들은 나도 불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조민용은 안색이 일그러졌다. 엄혜우는 반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으로 성격도 아주 도도했다. 조민용은 그런 그녀를 꼬시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민용은 점점 더 이 여자를 가져야겠다는 승부욕이 타올랐고 오늘은 강제로라도 이 여자를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많은 친구가 보고 있는데 여자 하나도 정복하지 못하면 그는 체면을 크게 잃고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흑흑!” 엄혜우는 조민용의 손에 눌려 반항할 힘을 잃어버린 채 쓴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평소 함께 웃고 떠들었던 반급 친구들은 그녀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뿐 아무도 감히 나서서 그녀를 돕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권력 앞에서 존엄은 아무런 값어치가 없는 것이다. “오빠, 어디야. 나 오빠 보고 싶어. 오빠 말 안 들어서 미안해. 오빠...” 엄혜우는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엄마와 오빠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바깥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녀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분주하게 들려왔다. 검은 옷을 입은 프린세스 노래방의 경호원들이 대거 들어와 기세등등하게 소리를 질렀다. “당장 멈춰!” 이때 젠틀한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두 손을 짊어진 채 성큼성큼 들어왔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여기가 클럽인 줄 알아? 시끄러워 죽겠네!” 조민용을 포함한 명문가 도련님들은 순간 행동을 멈췄다. 이때 고진성이 불쾌하다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젠장, 저건 또 뭐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프린세스 사장이 와도 우리한테 굽신거려야 해. 당신 이름 뭐야?” “사장... 바로 나야.” 상대는 선글라스를 벗고 또박또박 말했다. “내 이름이 궁금해? 그래 잘 들어. 나 모용준, 프린세스는 우리 모씨 가문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