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 시 중심 프린세스 노래방, 디럭스 룸. 이곳에서 밤을 지낸 엄혜우는 안색이 창백하고 머리가 헝클어졌다. 어렵게 엄진우와 연락이 닿았는데 몇 초도 되지 않아 피어싱을 한 노란 머리 남자한테 빼앗기고 말았다. “민용이 생파에는 아무도 휴대폰 못 사용해. 반급 친구라며 그것도 몰라?” 남자는 엄혜우의 뺨을 호되게 후려쳤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여학생은 순간 겁에 질려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엄혜우는 사색이 되어 온몸을 벌벌 떨었다. “이미... 여기서 밤을 샜어. 나... 가족들한테 안부 전해야 해.” “안부는 개뿔! 설마 신고라도 하려는 거야?”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여희야, 뭐라고 말 좀 해 봐!” 엄혜우는 겁에 질려서 말했다. 그녀들을 초대한 사람은 반급에서 꽤 권세가 강한 조민용이라는 동창이었다. 조민용은 성안에서 꽤 유명한 명문가 조씨 가문의 아들로 지도원과 담임조차 그를 꺼린다고 한다. 그는 워낙 손이 커서 반 친구들을 여러 번 초대해 밥을 사주었기에 그의 초대에는 모두가 흔쾌히 응했다. 이번 생일에는 심지어 전반 친구들을 성안에서 가장 비싸다는 프린세스 노래방으로 초대했다. 엄혜우는 워낙 관심이 없었는데 베프인 백여희가 조르기도 했고 또 조민용에 대한 인상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하지만 오고 봤더니 조민용은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의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심지어는 몸매가 드러난 여자들도 가득했다.“여희야, 내 말 안 들려?” 엄혜우는 재차 백여희를 불렀다. 하지만 백여희는 이미 창백한 안색으로 구석에 앉아 온몸을 떨며 감히 그녀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방금 전 조민용의 몇몇 친구들은 조민용 반급의 여학생들이 마음에 들어 어떻게 해보려고 하다가 심지어는 그녀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기까지 건넸다. 그녀들이 거부하자 그들은 그녀들을 구석으로 끌고가 모욕을 주었다. “야, 고진성
“널 여기로 데려오면 내가 2천만 원 주겠다고 하니까 바로 널 여기로 데려왔어. 쟤 얼마나 천박한 년인지 알아? 나랑 한 번 자면 고작 10만 원만 줬어. 그래도 아주 좋다고 달려드는 년이야.” 조민용은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엄혜우는 사색이 되어 물었다. “여희야, 저 말 전부 사실이야?” 그러자 백여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ㅁ날했다. “조민용, 이 개새끼야! 그건 네가 나한테 약 먹이고 영상 찍어서 협박해서 한 거잖아!” 그러자 조민용은 시큰둥하게 웃었다. “왜, 발 빼고 싶어? 그럼 왜 매번 내가 문자만 하면 예쁘고 차려입고 나왔던 거지? 내가 준 명품백과 향수들, 너 아주 환장하는 거 아니였어? 그런데 지금 와서 고상한 척하고 싶어?” “조민용! 넌 그냥 죽어 마땅할 개새끼야!” 백여희는 창백한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확실히 협박으로부터 시작했다가 상대의 달콤한 말에 빠져버렸다. 그녀는 심지어 조민용의 여자 친구가 되고 나중에는 명문가 사모님이 될 거라는 환상을 품었었다. “혜우야, 제발 나 믿어줘. 나 너 해치려고 그런 거 아니야. 조민용이 나한테 생파에 반급 여학생들 전부 초대하고 싶다고 했었어.” 백여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했고 생활비도 전부 알바로 해결했었어. 그래서 그 2천만 원에 눈이 돌아간 거야... 근데 나 진짜 조민용이 저런 놈인 줄 몰랐어.”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진성은 백여희를 꽉 누르더니 미친 듯이 그녀의 상의와 스타킹을 찢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이렇게 야하게 입은 것도 민용이 유혹하려던 거 아니었어? 감히 민용이의 여친이 되고 싶었어? 넌 노리개일 뿐이야. 고작 애완견 정도라고. 자, 이젠 내가 네 주인이야. 아니다! 우리 친구들이 좀 많잖아. 한 명씩 돌아가며 놀면 되겠네.” 고진성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백여희를 구석으로 끌고 갔고 옆에 있던 남자들도 실실 웃으며 따라갔다. “진성이가 먹다 남은 거 우리가 주워
“내 생일에 날 불쾌하게 하는 것들은 나도 불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조민용은 안색이 일그러졌다. 엄혜우는 반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으로 성격도 아주 도도했다. 조민용은 그런 그녀를 꼬시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민용은 점점 더 이 여자를 가져야겠다는 승부욕이 타올랐고 오늘은 강제로라도 이 여자를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많은 친구가 보고 있는데 여자 하나도 정복하지 못하면 그는 체면을 크게 잃고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흑흑!” 엄혜우는 조민용의 손에 눌려 반항할 힘을 잃어버린 채 쓴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평소 함께 웃고 떠들었던 반급 친구들은 그녀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뿐 아무도 감히 나서서 그녀를 돕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권력 앞에서 존엄은 아무런 값어치가 없는 것이다. “오빠, 어디야. 나 오빠 보고 싶어. 오빠 말 안 들어서 미안해. 오빠...” 엄혜우는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엄마와 오빠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바깥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녀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분주하게 들려왔다. 검은 옷을 입은 프린세스 노래방의 경호원들이 대거 들어와 기세등등하게 소리를 질렀다. “당장 멈춰!” 이때 젠틀한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두 손을 짊어진 채 성큼성큼 들어왔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여기가 클럽인 줄 알아? 시끄러워 죽겠네!” 조민용을 포함한 명문가 도련님들은 순간 행동을 멈췄다. 이때 고진성이 불쾌하다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젠장, 저건 또 뭐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프린세스 사장이 와도 우리한테 굽신거려야 해. 당신 이름 뭐야?” “사장... 바로 나야.” 상대는 선글라스를 벗고 또박또박 말했다. “내 이름이 궁금해? 그래 잘 들어. 나 모용준, 프린세스는 우리 모씨 가문 산
“지금 무슨 뜻이지? 뇌물인가? 내가 그깟 돈에 환장하는 놈으로 보여?” 모용준의 표정이 순간 사납게 변해버렸지만 곧 온화하게 누그러졌다. 그렇다. 모용준은 차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슈퍼카를 제일 좋아한다. 모씨 저택의 차고에는 슈퍼카만 수십 대가 세워져 있었다. 눈치 빠른 조민용은 희망이 보이자 바로 세차게 밀어붙였다. “이건 저 한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형님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저 두년은 나한테서 돈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일부러 청순한 척 가식 떠는 겁니다.” 모용준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말했다. “그래? 근데 왜 우는 거지?”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무서운데요. 형님은 순정남이시라 잘 모르실 테지만, 요즘 여대생들은 하나같이 몸을 팔아 허영심을 채우길 즐깁니다.” 조민용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 생일이라니 한 번만 봐준다. 하지만 시끄럽게 굴지 말고 조용히 놀아. 이건 내 구역이야.” 모용준이 손짓하자 그제야 경호원들은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조민용은 해시시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세요. 우리도 알 건 다 압니다.” 그러자 백여희는 잔뜩 겁에 질려서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 다 거짓말이에요! 모용준 님, 우릴 이대로 두고 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자 모용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파티까지 참석했으면 피해자 코스프레는 하지 마. 걱정하지 마. 절대 죽어서는 안 가갈 거야. 그것만 제외하면 나와는 상관없어.” 그 말인즉, 목숨만 붙어있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의롭게 들어오던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백여희는 절망한 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엄혜우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희야. 돈 많은 사람들은 다 똑같아. 그러니 우릴 위해 나설 거란 기대는 하지 마.” 기껏해야 가식이나 떨다가 만족스러운 뇌물만 받으면 바로 본색을 드러내는 더러운 사람들... 조민용은 웃으며 엄혜우에게 다가갔다. “이젠 아무도 우릴 방해할 수
여기까지 생각한 모용준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오빠 이름이 엄진우야?” “그걸 어떻게 알죠?” 엄혜우는 잠시 멈칫했다. 순간 모용준은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꼬꾸라질 뻔했다. 망했다. 우연이 정말 일어났다. 엄진우의 동생이 이곳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 엄진우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모용준은 물론 가문까지 멸망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눈앞의 이 여학생은 홍의회를 멸망시킨 엄진우의 친동생이다! “형님! 내 말 안 들리십니까? 가문에 백이 있다고 지금 나한테 함부로 대하나 본데, 우리 조씨 가문 그리 만만한 가문이 아닙니다!” 모용준이 그를 무시하자 조민용은 창피한 마음에 화가 더 솟구쳐 올라왔다. 그런데 이때, 모용준은 순간 그의 목을 조르며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나까지 곤란하게 생겼어! 그런데 감히 나한테 소리를 질러? 조씨 가문? 조씨 가문 열이 와도 내 발아래에 있다는 거 정말 몰라?” 모용준은 술병 하나를 들어 바로 조민용의 머리를 향해 가격했다. 순간 조민용은 얼굴이 피로 물든 채 바닥에 넘어져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이때 모용준이 소리를 질렀다.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처리해!” 다다다! 밖에 있던 프린세스 노래방 경호원들이 다급히 달려 들어왔다. “사장님, 숨은 남겨 둘까요? 아니면 바로 죽일까요?” 모용준의 불타는 노여움에 경호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당장 사지를 잘라서 던져버려! 이 새끼 제대로 처리 못 하는 놈은 같이 죽을 줄 알아!” 모용준은 도무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잠깐만, 일단 숨통은 남겨놔. 직접 처리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 모용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옷의 경호원들은 일제히 단도를 들고 들어와 잡히는 대로 찌르기 시작했다. 엄혜우의 반급 친구들은 겁에 질린 채 머리를 싸매고 다급히 몸을 피했다. “이 두 여학생은 제외하고 다 처리해.” 모용준은 두 눈에
“내 동생 건드린 새끼가 모용준 당신이었어?” 엄진우의 얼굴에는 살기가 차올랐고 한마디의 말은 룸의 온도를 뚝 떨어뜨렸다. 모용준은 온몸의 피가 굳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다리를 떨며 말했다. “아니요... 내가 아니라...” “오빠, 그 사람 아니고 조민용 저 자식들의 짓이야. 다행히 모용준 씨가 제때 우릴 도와줬어.” 엄혜우가 다급히 설명했다. “혜우야!” 엄혜우를 발견한 엄진우는 다급히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더니 그녀의 맥도 잡아보고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너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엄혜우는 얼굴이 붉어져서 말했다. “오빠, 나 괜찮아. 오바하지 마. 내가 뭐 어린애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성인이 된 그녀를 안고 이리저리 살피다니.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달콤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빠 눈에 넌 영원히 어린애야. 영원히 내가 지켜줘야 할 어린애.” 모용준은 놀랍기도 웃기기도 했다. 눈 깜짝하지 않고 그 많은 사람을 죽이던 엄진우가 동생 바보였다니. 동생을 하늘보다 더 중하게 생각하다니. 다행히 일찍 나타나서 이 비극을 막았으니 말이지 하마터면 모용준도 큰 화를 당할뻔했다. 엄혜우가 혹시라도 이 짐승들에게 짓밟혔다면 엄진우의 성격상 그는 반드시 사방 몇 킬로미터의 사람은 전부 죽여버릴 것이다. “널 이렇게 만든 자식들은 어딨어?” 엄진우가 물었다. 그러자 모용준이 먼저 허리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엄진우 씨, 내가 이미 혼냈으니 당장 끌어오라고 할게요.” 모용준이 손짓하자 경호원들은 즉시 조민용 등 사람들을 끌어왔다. 그들은 이미 손발의 힘줄이 끊어지고 피로 물든 채 겨우 숨만 쉬고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것이 거의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엄진우는 멈칫하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다. “모용준 너 누굴 건드리기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모용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나 모용준의 처세 원칙은 어느 쪽도 적으로 돌리지 않는 거지만 내 생명의
모용준은 심장이 철렁해 혀가 꼬일 지경이었다. “가문까지 전부 밀어버리라고요? 엄진우 씨, 죽이는 건 쉽지만 가문까지 밀어버리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쨌든 그들은 성안의 명문가로 관계망이 얽히고설켜 있고 만만치 않은 배경과 오랜 세월을 쌓아온 저력이 있다. 비록 모용준은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지만 그래도 상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다가 자기마저 화를 당할까 봐 내심 두려웠다. “못하면 말아. 내가 직접 할게.” 엄진우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감히 엄진우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그들은 엄진우의 한계를 제대로 건드렸다. 엄진우는 조민용을 포함한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까지 모두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휴대폰을 꺼내 이보향에게 명령을 내리려는 그때, 모용준이 불쑥 그를 제지했다. “잠깐만요. 이런 사소한 일로 엄진우 씨가 직접 나설 필요 없어요. 내가 할 게요.” 모용준은 의연하게 말했다.엄진우라는 큰 인물을 잡으려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 그래, 조씨 가문과 같은 이류 가문의 생명으로 엄진우 씨의 믿음을 얻는 거야! 엄진우가 말했다. “난 인내심이 별로 없으니까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그래요! 한 시간만 주면 확실하게 처리할게요.” 모용준은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명령을 내렸다. “모씨 가문 모든 무도종사와 프로 킬러, 타수와 경호원 그리고 부속 세력들을 소집해! 첫 번째 타깃은 성안의 조씨 가문이다!” 엄진우는 룸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수정 컵을 돌리며 조용히 소식을 기다렸다. 약 40분 뒤, 피투성이가 된 모용준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엄진우 씨, 임무 완성했으니 확인하세요.” 모용준은 옷을 여미며 똑바로 앉았다. 그의 이마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여길 뛰어온 것이 분명했다. 엄진우는 무덤덤하게 물었다.“뭘 확인해?” “밖에 도축장에서 출발한 대형 화물차 열 대가 세워져 있는데 그 속에는 만 개가 넘는 머리가 담겨 있어요. 조씨 가문과 고씨 가문을 포함했어요...”
룸에서는 한 가족이 단란하게 놀고 있었다. 모용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엄진우를 소개했다. “금 회장님! 전에 만나고 싶어 하셨던 엄진우 씨를 모셔 왔습니다.” 그중 불패와 옥반지를 낀 짧은 머리의 남자가 즉시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내려놓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모용준,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게 역시 내 아우답군!” 남자는 이내 시선을 엄진우에게 돌리며 말했다. “엄진우 씨, 매일 같이 당신을 만나길 기다렸어요.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남자는 잔뜩 흥분해서 엄진우의 손을 잡았다. “내가 우리 집사람을 쫓아다닐 때도 이렇게 애탄 적이 없었어요.” 엄진우는 놀라움에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의 남자는 마치 시골에서 온 졸부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소탈함 덕분에 두 사람의 거리는 확연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엄진우도 예상외로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엄진우 씨, 난 금복생이라고 해요. 이쪽은 우리 집사람 원정화, 저쪽은 우리 집 집사인 마광석이죠.” 금복생은 아주 열정적으로 엄진우에게 소개했고 모용준도 기회를 엿봐서 끼어들었다. “금 회장님은 강남성의 큰 부자인데 강남성 절반의 상가가 금 회장님의 명의로 되어있고 막대한 해외 자산과 투자 기금을 보유하고 있어요. 늘 겸손하게 지내셔서 그렇지 매년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신 분이죠.” 그러자 엄진우는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기껏해야 막 서른을 넘기신 것 같은데 정말 젊고 유능하시네요.” 그러자 옆에 배가 볼록한 예쁜 여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 남편이 워낙 착하다 보니 온갖 잡다한 사람들이 우리 남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죠. 하지만 듣기 좋은 말로 우리와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자 금복생은 헛기침하며 말했다. “당신 말조심해! 엄진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그러고는 엄진우에게 돌아서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우리 집사람은 다 좋은데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