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어두워서 사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천도진은 며칠 전 이수용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사내에게서 진한 살기가 느껴졌다.그제야 그는 이수용이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이해가 되었다.온몸에 소름이 돋던 찰나, 그 사내는 그의 앞으로 달려와서 그의 머리를 겨냥하고 발을 뻗었다.정말 죽일 생각이었어?천도준은 순식간에 동공이 확장되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었다.힘으로 싸우면 저 사내는 그와 같은 레벨이 아니었다.위기의 찰나, 천도준의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더니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는 어깨로 사내의 공격을 막아냈다.“당장 꺼져!”존이 사내의 오른 발목을 잡더니 힘껏 땅에 패대기쳤다.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하는 법, 사내는 착지한 후에 땅을 몇 바퀴 구르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존!”천도준은 자신의 앞을 든든히 지키고 선 존의 이름을 불렀다.존은 철옹성처럼 든든하게 그의 앞을 지키고 서서 맹수처럼 적을 응시하며 말했다.“천태영, 감히 이분이 누구라고 이딴 짓을 하는 거야? 죽고 싶어?”“존? 재밌네. 영감님이 저 자식을 애지중지한다는 소문이 가짜는 아니었어. 저 자식 하나 지킨다고 존을 다 보내고 말이야.”바닥에서 일어선 천태영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존에게 한방 먹었지만 그의 상태는 아주 멀쩡해 보였다.그 모습에 당황한 건 오히려 천도준 쪽이었다.천태형은 체형이 그와 비슷했다.만약 존이 땅으로 패대기친 상대가 천도준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천태양의 뒤로 가로등 불빛이 비추고 있어서 그제야 천도준은 상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피부는 창백하지만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는 거만한 눈을 하고 천도준을 노려보고 있었다.건설 업계와 부동산 업계에서 많은 사람을 접촉했기에 천도준은 사내가 거칠고 야만적인 성격의 인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천태영은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가소롭다는 듯이 존에게 말했다.“네 주제에 날 죽일 수는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야?”천태영이 이를 갈며 물었다.가문의 젊은이들 중에 수장이 되고 싶지 않은 인물은 없었다.그러나 늙은 수장은 갑자기 지방으로 내려가더니 근본도 없는 미혼모 자식을 가문의 후계자로 내세우려 했다.태어날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그들이 천도준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천도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존을 돌아보았다.“존, 집에 가요.”천태영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존이 옆에 있는 이상, 천도준을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늙은 수장이 자신이 아끼는 경호원을 천도준의 옆에 보냈다는 건, 그만큼 눈앞의 이 자식이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엘리트와 근본 없는 미혼모 자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 건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천태영이 이를 갈며 싸늘하게 말했다.집으로 돌아온 천도준은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아까는 도와줘서 감사했어요.”그 말에 존이 고개를 저었다.“제 일입니다.”천도준은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조금 전 존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천태영의 손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이수용이 말한 것처럼 악마 같은 존재였다.“존, 아까 그 자식의 격투 기술을 직접 가르쳤다고 했죠?” “네.”천도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가르쳐줘요.”천태영의 등장은 그에게 위기감을 심어주었다.그들은 뼛속 깊이 일반인의 목숨은 개 목숨처럼 여기고 있었다.조금이라도 정상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위기감이었다.천도준은 아직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그렇게 이어지는 며칠 동안 천도준은 아침 운동 시간에 존과 함께 공원으로 나가 운동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린 뒤에 집으로 와서 씻고 회사로 출근하는 나날을 반복했다.모든 게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이난희도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천태영은 그날 이후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마치 폭풍우처럼 잠깐 나타나서 충격을 주고 사라졌다가 다시 평화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그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곧 큰 비가 내릴 것 같았다.고청하는 약간 서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좀 있으면 비도 오겠는데….”그녀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천도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리고 그에게서 답장이 올 때까지 공항에서 기다렸다.3년 만에 귀국하고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천도준이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이곳에서 그와 새로운 관계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그런데 이 일중독자가 일하다가 약속까지 까먹을 줄은 몰랐다.잠깐의 서운함을 뒤로 하고 고청하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하긴, 그런 모습에 반한 거긴 하지만.”천도준이 급하게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40분이 지나간 뒤였다.먹구름이 끼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그가 흠뻑 젖어서 공항에 도착했을 때, 구석에서 외롭게 앉아 있는 여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3년 만에 처음 만나는 거지만 고청하는 예전이랑 외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예뻤고 조금 더 성숙한 분위기가 풍겼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천도준은 미안한 얼굴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며 사과했다.천도준을 보자마자 고청하의 예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비에 흠뻑 젖은 천도준을 그대로 끌어안았다.“일중독자, 오랜만이야!”“야, 이거 놔. 너까지 젖겠어!”천도준이 다급히 말하며 그녀를 밀어냈다.고청하는 천도준을 놓아주고 짐짓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오랜만에 만나서 좀 안아보자는데 튕기기는.”천도준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를 흘겨보고는 그녀의 캐리어를 잡고 말했다.“가자. 내가 식당 예약했어. 많이 배고프지?”고청하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누구 때문에 뱃가죽이 등에 붙는 줄 알았잖아.”천도준도 미소를 지으며 고청하와 함께 공항을 나왔다.“비가 이렇게 오는데 왜 우산도 안 가져왔어?”고청하가 물었다.“너무 급하게 오느라 깜빡했어.”천도준의 말에 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렸다.“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위너스 레스토랑.천도준이 처음 스테이크를 맛본 집이었다. 그때는 고청하가 밥을 산다고 그를 불러냈었다.대학교 때 그와 오남미, 그리고 고청하는 항상 붙어 다니는 가족 같은 친구 사이였고 종종 이곳에서 같이 외식을 즐기기도 했다.3년 전 고청하가 해외로 떠날 때도 이곳에서 셋이 작별 파티를 했었다.그래서 이 레스토랑은 그들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그래도 기억하고 있었네?”고청하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아련한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잊겠어.”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자 고청하가 코를 살짝 찡그렸다.“그런데 너 너무 쪼잔한 거 아니야? 너 건설회사 부장까지 달았다며? 오랜만에 해외에서 귀국하는 친구에게 밥 사는데 고작 여기라고?”3년 간 그녀는 해외에 있었지만 천도준과 오남미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전해 들었다.그래서 그와 오남미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그녀는 대학을 금방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쭉 승진하다가 부장의 자리까지 오른 천도준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아마 평민 출신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럼 어디 가고 싶어? 얘기만 해.”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그냥 여기서 먹자.”고청하가 입을 삐죽이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사실 천도준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비록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는 했지만 윗분들 눈치 보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고 번 돈을 모두 어머니의 치료비에 썼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그들은 둘 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둘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오히려 손님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저런 초라한 몰골을 하고 스테이크를 썰러 오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자리에 착석해서 메뉴를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가 올라왔다.천도준과 고청하는 스테이크를 썰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하지만 아무도 오남미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좋아.”고청하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가 계산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친구들을 통해 천도준의 사정을 전해들었다. 그래서 그가 번 돈을 전부 오남미에게 주거나 어머니 치료비에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월셋방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동정하며 그의 자존심을 꺾고 싶지도 않았다.남자의 자존심은 가끔 그의 목숨보다 더 소중했다.차가 출발하고 고청하는 전방을 주시하며 그에게 물었다.“참, 아줌마는 좀 어때?”“괜찮아. 그럭저럭 회복하고 있어.”천도준이 말했다.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상황에 대해서는 친구들 통해서 들었어. 내가 도와줄게. 아니, 널 돕겠다는 게 아니라 아줌마가 안타까워서 그래.”“내가 해결했어. 엄마는 수술 받고 회복 중이야. 곧 퇴원하실 거야.”천도준이 말했다.“진짜? 너무 잘됐다!”고청하는 진심으로 환하게 웃었다.“천도준, 너 정말 대단해. 그거 알아? 사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너 언젠가는 크게 될 놈이라는 걸 알았어. 넌 학교 때 내 우상이었거든.”“아부하지 마. 학교 다닐 때처럼 너 대신 논문 써줄 수도 없어.”천도준이 딱 잘라 말했다.고청하가 해사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그럼 내일 아줌마 보러 가도 돼?”천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지. 내일 저녁에 나 퇴근하고 나랑 같이 가자.”차는 어느새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다.천도준은 짐을 들고 카운터로 가서 방을 등록했다.그리고 고청하를 방까지 데려다 준 후에 회사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온 고청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 알고 있어. 남미가 너희 엄마 치료비까지 다 빼돌려서 이혼한 거. 누구라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용서할 수 없었을 거야.”오남미가 천도준과 이혼한 후, 그의 부모님들은 이 일을 방방곳곳에 알리고 다녔다.그들이 결혼한 뒤로 오남미의 가족들은 천도준에게 묘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청하는 줄곧 이 결혼에서
다음 날 아침, 고청하는 호텔을 나와 아버지 회사 계열사 중 하나인 자재 회사로 가서 입사 절차를 밟았다.아버지가 직접 운영하는 본사에 비하면 정말 작은 회사였지만 과거 아버지가 창업한 첫 회사이기도 했다. 천도준이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기에 그녀는 그와 관련된 업체를 관리하며 그를 도와줄 생각이었다.천도준은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꼐 문안 인사를 드리고 회사로 출근했다.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마 대리가 서류를 들고 찾아왔다.“대표님, 좀 곤란한 문제가 생겼는데 대표님께서 결정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서류를 그에게 내민 마 대리가 계속해서 말했다.“서천 재개발 공사 규모가 커서 이번에 우리 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재 업체를 섭외하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아서요.”천도준은 덤덤한 얼굴로 서류를 확인했다.정태건설은 주건희 회장이 관리하는 회사 중에서도 가장 하위권에 속하는 작은 기업이었고 규모도 다른 건설 업체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솔직히 이대광이 대표로 부임했을 적에 술에 취해서 통 크게 60억을 질러버리지 않았으면 사실 정태건설은 이번 프로젝트의 입찰 대상자도 아니었다.여차여차해서 천도준이 역전을 이루어내긴 했지만 워낙 규모가 큰 공사라 예전에 협업하던 업체에서 모든 자재를 공급받는 건 난항이 있었다.그쪽에서는 그만한 물량을 소화해 낼 수도 없었다.그래서 규모가 큰 자재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영일자재?”서류를 확인한 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었다.“이거 우리 시에서 규모가 큰 건설 현장에만 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잖아. 지금 우리가 넘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맞아요. 우리 회사가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서천 재개발 사업을 맡았다고 해도 저쪽에서 질질 끌며 확답을 주지 않는 것 같아요.”마 대리가 기 죽은 얼굴로 말했다.“그래서 계속 그쪽과 교섭을 시도해야 할지 다른 자재 회사로 갈아탈지 대표님이 결정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예전 공급업체는 그 많은 물량을
장학명은 서류를 그녀의 책상에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가씨, 첫날이라 피곤하실 텐데 쉬어가면서 하세요.”“저 괜찮아요.”고청하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장학명에게 물었다.“부사장님, 이 서류들은 뭐예요?”장학명은 고청하의 천사 같이 순수한 얼굴을 보고 가슴이 벌렁거렸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다급히 말했다.“정태건설이 저희 회사랑 협업하고 싶다고 보내온 자료들입니다. 현재 저희 측에서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사업이기도 하고요.”“정태건설이요?”천도준이 부장으로 있는 회사 얘기가 나오자 고청하는 다급히 서류를 펼쳤다. 장학명이 옆에서 설명했다.“지난 달에 정태건설은 서천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입찰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그들이 그 프로젝트를 입찰한 뒤로 곧이어 의성그룹에서 우리 시의 재개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요. 게다가 서천을 꼭 집어서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도 말했고요. 그렇게 돼서 지금 서천구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습니다.”“잘된 일 아닌가요?”고청하가 말했다.“그쪽과 협업하면 우리한테 돌아오는 것도 많을 텐데요.”“그렇긴 하지만 정태건설은 성숙한 기업의 자질을 갖춘 회사가 아닙니다.”장학명이 변명하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청하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그거 핑계인 거 알아요. 나 이래 봬도 아버지 옆에서 경영을 배운 사람이에요. 단가를 올리고 싶으면 그렇다고 솔직히 말씀하세요.”“예. 역시 아가씨는 눈치가 빠르시네요.”장학명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저희가 계속 확답을 안 주는 것도 일부러 정태건설을 조급하게 만들어서 우리한테 유리한 쪽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함입니다.”“아가씨 말씀처럼 회사 자질 문제는 아주 중요한 고려대상이지요. 정태건설은 서천구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었으니 우리 쪽에서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영일자재의 대표로 부임한 뒤로 어떻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그의 가장 큰 고려대상이었다
그날 점심, 천도준은 영일자재와 협업 관련 사항을 의논하려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때, 마 대리가 급급히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부사장님, 큰일 났어요!”천도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인데?”“영일 자재 사장이 우리 회사로 온대요.”마 대리가 말했다.푸흡!천도준은 마시던 물을 그대로 뿜었다.영일자재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큰 자재 업체로 그들과 장기 협력을 체결한 회사들은 전부 다 괴물급 회사들이었다.그러니 영일 직원들 눈에 정태건설은 하찮은 소기업에 불과했을 것이다.물론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지만 협업에 관련해 의논한다고 해도 정태에서 영일로 사람을 보내는 게 맞았다.“일단 가서 만나는 보자.”자리에서 일어선 천도준은 마 대리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접대실에 도착한 장학명은 손에 든 단가표를 보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고청하는 서로 상부상조해야 같이 돈을 번다는 말로 이번 계약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그의 모든 계획을 뒤집어 버렸다.서천구의 대역전극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회사들도 많았다.하지만 이 사업이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관점에는 장학명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그리고 영일처럼 탄탄한 자재 업체만이 그 방대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그래서 질질 끌면서 정태건설과 밀당을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나타난 황태녀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려버렸으니 어이가 없었다.마침 접대실에 도착한 천도준과 마 대리는 울상을 짓고 있는 장학명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천도준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귀하신 분이 오셨는데 접대가 소홀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반가워요.”장학명이 쓴웃음을 지으며 천도준과 악수했다.“정태건설이 이번에 큰 도약을 했더군요.”서천구 재개발 사업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둘 다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모든 건설 업계가 그들의 도약을 시기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천도준은 겸손한 미소로 응대했다.탁!장학명이 계약서를 테이블에 내려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