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거리 가운데 통유리로 된 5층 건물이 우뚝 서 있다.오늘은 정예나가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다시 여는 날이었다.3년 동안 하지 못했던 졸업 작품을 이제 다시 시작했다.위치는 3년 전보다 더 좋고 넓어졌다.내부는 독특하게 꾸며진 화려한 조명과 엄선된 명품 브랜드 의류와 악세서리로 가득 찼다. 통유리로 된 심플한 외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당시 두 사람의 독특한 디자인과 독창적인 코디는 B시 귀족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다.공식적으로 가게를 오픈하기 전부터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섰는데, 모두 대기표를 뽑은 후 기다리는 명문가 출신 여성들이었다.회사에 있던 최하연도 예나의 부름에 달려 나와 손님들을 맞이했다.오전은 쉴 틈이 없었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줄어들었다.하연과 예나는 지친 내색이 가득했다.예나는 하연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하연아, 이러고 있으니까 꼭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지 않아?”“그러게, 3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야.”하연은 예나의 얼굴을 만지며 미소 지었다.“하연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나도.”예나는 하연이 쉴 수 있도록 혼자서 위층으로 올라가 상황을 살폈다.홀로 소파에 앉아 있던 하연은 우연히 지나가던 한서영과 민혜경의 모습을 봤다.고급스러운 이번 시즌 드레스를 입고 있던 서영은 카메라를 들고 매장에서 연신 셀카를 찍고 있었고 그 중 잘 나온 사진 9장을 편집한 후 글을 올렸다.[참으려 했는데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이 보이길래 또 질러버렸다…….]SNS에 글을 올린 그녀는 흥분된 마음에 혜경을 끌고 돌아다녔다.서영은 3억원 상당의 고급스러운 이번 시즌 제품을 꺼내 들고 간절한 눈빛으로 혜경을 바라봤다.“새언니, 이거 나한테 잘 어울리지?”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투명했다. ‘당신은 내 새언니이고 돈도 많으니 나를 위해 이걸 사달라’는 뜻이었다.혜경도 당연히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지만 요즘은 돈에 쪼들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며칠 전 5
“암표상으로부터 구매한 초대권은 그 자리에서 무효화됩니다.”최하연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조롱 섞인 표정을 지었다.“그런 사람은 사장도 손님 대접 못해드려요.”“물론 오늘 두 사람이 여기서 100억을 쓴다면 말이 달라지지만요.”그녀는 눈을 깜빡였다.ST그룹의 딸인 민혜경이 가진 돈은 얼마 없었다. 하물며 지난 번에 57억을 썼기에 하연은 현재 혜경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고 확신했다.하지만 혜경이 과감히 나서는 건 정예나의 매출에도 도움이 됐다.한마디로 일타쌍피였다.하지만 눈치 없는 한서영은 혜경을 재촉했다.“새언니가 여기에 있는 걸 다 사서 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줘!”혜경은 서영이 무슨 말을 해도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마 돈이 없으세요?”“돈도 없고 암표를 사서 구경하시는 거면 경비원을 불러야 할 것 같네요.”하연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매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명문가 사모님들 사이에서도 이 일은 큰 이슈거리가 되었다. 곧 몇몇 사람들이 이 일을 단체 메시지 방에 올렸고 이윽고 많은 사람들의 글들이 올라왔다.순식간에 혜경과 서영은 비웃음거리가 되었다.둘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최하연 씨! 사람이 그러면 안 돼요!”혜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화가 난 얼굴이 새하얘진 것도 오래였다.그녀는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하연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고, 눈빛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빛났다.“그래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게 난데.”그러자 검은 안경을 쓴 경비원이 나타나 혜경과 서영에게 정중하게 손짓했다.“따라오시죠.”수많은 야유 속에 두 사람은 황급히 도망쳤다.가게에서 나가자마자 혜경은 큰 굴욕감에 쇼핑할 기분이 아니었고 서영에게 말한 뒤 홀로 운전사의 차에 올라탔다. 홀로 남은 서영은 화를 내며 발을 쿵쾅거리며 떠났다.그녀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 휴대폰을 꺼내 한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준은 술집에서 안태현 등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가 서영의
3일 후, 가정법원. 양측의 변호사가 미리 약속을 정해둔 시간에 하연과 서준이 각각 나타났다.이혼서류를 가져갔을 때 하연은 자기 부분을 기입하는 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반면 서준은 시간을 질질 끌면서 좀처럼 빈칸을 잘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하연은 서준의 이런 모습을 곁눈질로 흘겨보고,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한대표님, 제가 시간이 빠듯해서요.”하연의 재촉에 서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곧장 서류의 빈 칸을 채워 가기 시작했다.양식을 작성한 후 두 사람은 창구의 직원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잠깐만요.”서준은 이혼서류가 곧 접수될 것을 보고 갑자기 한마디 내뱉었다.서류를 다루던 법원 직원이 즉시 손을 멈추었다. 오늘 아침 첫 번째 고객이 뜻밖에도 HT그룹의 대표와 그의 비서일 줄은 몰랐다!‘한서준과 그 아내가 사실혼 관계에서 발전해 혼인신고를 하러 온 줄 알았는데 이혼이라니, 상상초월이군!’서준은 하연을 바라보면서 지난 날 두 사람이 부부 사이였을 때의 고압적이고 거들먹거리는 차갑고 딱딱한 말투로 물었다.“정말 잘 생각한 거 맞지?” ‘만약 이 여자가 지금처럼 입단속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이혼을 제기하고 가버리면, D국에서 혜경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더 쓰게 하고 곤란하게 만든다면…….’그는 이런 일들을 모두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하연이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은데.’“나 지금 어느 때보다 정신이 멀쩡하고 이미 충분히 고려했어.”하연은 눈썹 끝을 구부리며 붉은 입술은 제멋대로인 산만함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왜? 내가 아직도 당신이랑 장난치고 있는 거 같아?”하연의 태도가 이렇게 단호한 것을 보고 서준은 가슴이 답답할 뿐이었다. 딱히 뭐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끝없이 추락하는 감정의 끝에 하연이 있었다.하연이 떠난 이후 최근 며칠 사이, 서준은 두 사람 사이에 허심탄회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서준의 말투가 분명히 좀 더 부드러워졌다.“너에게 좀 더 차분하
혜경은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눈앞의 서준이 자신에게 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만약 서준 씨가 지금 나에게 청혼해 준다면 바로 받아들일 텐데.’ 하지만, 화제의 중심에 있는 서준은 상황을 질질 끌려는 듯, 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지 않았다. 서준의 얼굴색은 대단히 어두웠으며 눈썹 사이의 억압적인 빛 또한 아주 뚜렷했다. 서준은 입을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준의 머릿속에서는 미련 없이 떠나버린 하연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되감기 되어 오랫동안 흩어지지 않는 듯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알아차린 서영이 나서서 말했다. “오빠, 뭐라고 말 좀 해 봐! 오빠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분위기가 너무 어색하잖아!” “그래, 서준아. 우리 집에 액운을 가져오던 사람이 떠났으니, 가장 기뻐해야 할 사람은 바로 너란다. 그런데 어쩐지 너는 영 흥이 나지 않아 보이는구나.”이수애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혜경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이제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그저, 서준이 네가 빨리 혜경이를 받아들이면 좋겠구나. 엄마는 손주를 만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단다!”혜경의 작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어머니, 서준 씨도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서준이 앞의 세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의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저와 최하연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할머니께 알려서는 안됩니다.”지환의 말을 들은 혜경은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이게 무슨 소리야?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 그럼…… 내 뱃속의 아이는?’ 혜경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서준 씨, 그럼 나랑 이 뱃속에 아기는 어쩌겠다는 거야?” 손을 뻗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던 혜경이 끝내 눈물을 흘렸다.혜경이 입고 있던 옷이 눈물로 젖어들었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서준이 솟아오르는 심란함을 겨우 누른 채 혜경을 향해 말했다. “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올라가 보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수화기 너머 여은의 어투는 세련되고 깔끔했다.[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난 항상 네 편이니까.] “고마워.”하연이 여은과의 전화를 끊자, 예나가 다가와 물었다. “자기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여우도 정말 짜증 나 죽겠어!” “내일 저녁에 큰오빠랑 같이 B시 경제인 협회가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야. 그 연회에 B시의 모든 명문가가 참석할 테니, 거기서 그 여우가 숨을 곳이 없게 만들어 줘야겠어!” 예나가 하연을 위해 소리를 높여 말했다.“자기야, 바로 그거야!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와!” …… 연회 당일 밤.홀의 내부는 아름다운 장식들로 가득했으며, 불빛도 눈부시게 현란했다. 귀빈들과 술잔이 한데 뒤섞여 매우 떠들썩했다.하연이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홀로 들어섰다. 하연이 입은 고가의 수공예 다이아몬드 드레스는 하연의 영롱하고 우아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하연의 고급스러움과 존귀함에 매료되어 눈을 뗄 수 없는 듯했다. 하연의 매무새는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표정은 칼날과 같이 날카로워서 모든 사람들의 기세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하연을 본 명문가 아가씨들이 하연의 가십 기사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손에 샴페인을 든 한서영의 주위로 아가씨들이 모여들었다. 그 아가씨들의 얼굴은 호기심과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서영아, 실시간 검색어 봤어, 정말 최하연이 네 새언니였어?”“그러게, 내가 본 기사 사진이랑 똑같은데? 정말 아름다우시다!” “흥! 저 여자가 네 새언니가 될 자격이나 있었어?” 한서영이 참지 못하고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우리 오빠랑 저 여자는 이미 끝났거든?” 이때, 이 모습을 본 하영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띤 채, 한서영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저 여자, 디자이너 브랜드숍의 사장일 뿐이었어. 그런 주제에 감히 우리 오빠와 혜경 언니 사이에 끼어들어, 기어코 오빠의 세컨드가 되겠다며 뻔뻔스럽게 우리 집에 시집까지 왔던 거야. 아무리 애써도 쫓
서준은 하연의 대답에 목이 메는 듯했다. 그동안 서준은 철저히 이수애와 한서영의 편에 서서 하연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었다. ‘이것도 이 여자가 이혼을 고집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까?’ 이렇게 생각하자, 서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책감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최하연 씨에게 사과해.”서준이 어두운 얼굴로 서영에게 말했다.서영은 얼굴을 찌푸린 채 입을 열지 않았다.“결혼 기간 3년 내내 온갖 수모를 당하고도 참았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해결하려는 겁니까?” 하연의 곁으로 다가온 하민이 말했다. 하민은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하민의 얼굴빛이 아주 냉엄하여 사람을 압박해오는 듯했다. 하민은 자신의 여동생인 하연이 한씨 가문에서 이토록 모진 대우를 받아왔다고 생각하니, 한씨 가문의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하민이 차가운 눈빛으로 민혜경을 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서 우리 그룹의 고위층 임원을 음해하는 발언을 한 장본인이 누군지 다 알아봤습니다.”하민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본 혜경이 자신도 모르게 치마를 움켜쥐었다. ‘아니야, 난 줄 모를 거야.’ 그 사진들은 모두 익명으로 보낸 것으로, 기사의 작성자는 혜경의 신분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 기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DS그룹의 고위층 임원을 음해하여 인터넷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경찰 측에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니, 민혜경 씨가 조사에 협조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하민의 말을 들은 혜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혜경은 숨이 막혀오는 듯하여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서준의 시선에 끊임없이 고개를 내저었다.혜경이 눈물이 맺힌 간곡한 눈빛으로 말했다. “서준 씨, 믿어줘. 난 아니야.”뒤에서 혜경을 감싼 서준의 눈빛이 무섭도록 차가웠다. “최 대표님,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오해하신 게 틀림없어요! 이
“서준아, 이 재수 없는 물건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니!”이수애가 앞으로 나아가 서준의 팔을 붙잡았다. 이수애는 자신의 아들인 서준이 최하연에게 이토록 부드러운 말투로 굽신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여태까지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던 얘가, 왜 이렇게 상황이 이렇게 변해버린 거지?’ 이수애가 얼굴을 찌푸리며 하연의 앞으로 다가와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너한테 더러운 물 좀 끼얹는 게 뭐 어때서? 네까짓 게 무슨 명예가 있니? 예전의 넌, 우리 가문 사람들이 삿대질을 하며 널 욕해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어!” 이수애는 최선을 다하여 발악을 하고 있었으나, 온 신경은 서준의 표정으로 향해 있었다. 서준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수애는 그제야 자신이 스스로 지난 3년간, 하연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폭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민이 참다못해 하연을 흘겨보며 말했다. “이 사람들이 네가 3년간 성심성의껏 모셨다던 시어머니와 시누이야? 네가 꼬박 3년을 바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네 눈으로 똑똑히 봐!” 하민은 궁지에 몰린 자신의 여동생이 다시 한번 잘못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침울해지는 듯했다. “선택권은 다 너에게 있는 거야. 하지만, 최씨 가문의 체면을 구긴 것에 대해서는 오직 너에게만 책임을 물을 거야!”하연이 말했다. “큰오빠, 걱정 마.”하연이 이수애를 향해 차디찬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분명히 하죠. 따님이 제 일을 그르친 것이 맞다면, 배상하셔야 할 겁니다.”이수애가 조금도 꺼리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배상을 하라고? 네 가게 따위가 가치가 있어 봤자지. 우리 한씨 가문이 그 정도 돈도 배상 못할 것 같아?”“600억, 배상할 수 있으시겠어요?” 하연이 천천히,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600억……?’하연이 제시한 어마어마한 배상 금액에 큰 충격을 받은 이수애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뭐?! 네 작디작은 브랜드숍이 그 정도의 값어치라는 게 말이나 되니? 내가 바보인 줄 알
바로 이때, 홀에 나타난 경찰들이 체포할 용의자의 위치를 확인한 후,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서영 씨, 민혜경 씨, 맞으시죠? 저희랑 같이 임의 동행해 주셔여야 겠습니다.” 서영과 혜경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달려오던 이수애가 실수로 자신의 치맛자락을 밟고 넘어져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끝내, 경찰은 서영과 혜경을 연행하여 자리를 떠났고, 이어 서준 역시 쓰러진 이수애를 부축하여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한바탕의 해프닝이 막을 내렸다. 한차례의 폭풍이 휩쓸고 간 홀에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회가 시작되었다. 하민이 하연을 데리고 홀 중앙의 단상으로 걸어 올라가 사람들을 향해 하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쪽은 HT그룹 대표실 비서의 직무를 사직하고 현재는 우리 DS그룹 B시 지사의 CEO를 맡고 있는 최하연 씨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많은 협력을 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하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상 아래의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대기 시작했다.“최하연 씨, 승진이 정말 빠르네요. HT 그룹을 사직하고 바로 DS그룹의 지사로 가다니요. 도대체 최하민 대표님과 무슨 사이입니까?” “같은 성씨이긴 하지만, 가족관계는 아닐 거에요. 멀쩡한 최씨 가문의 따님이 B시로 시집을 가서는 3년간 다른 사람의 비서 생활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 “뭐가 어찌 됐든, 저는 최하연 씨가 한씨 가문에서 너무도 억울한 나날들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최하연 씨가 바람을 피운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그럴만했던 것 같아요.“…….”하민이 든든하게 하연의 뒤를 받쳐준 덕에, 한씨 가문은 많은 B시의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연회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치부를 폭로했다. 그에 따라, 실시간 검색어가 하연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 또한 완전히 상쇄된 듯했다.현장에 있던 유명 인사들이 하연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러브콜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자, 하연은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