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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마침 이때 지유도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온 비서님.”

지유가 나타나자 직원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온 비서님, 머리를 다쳤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 거죠?”

지유는 그들이 너무 걱정하는 게 싫어 이렇게 말했다.

“큰일 아니에요. 어제 휴식했더니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도 더 휴식해야 하는데. 대표님께 휴가 내면 되지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나오시다니, 정말 업무에 너무 진심인 거 아니에요?”

그들은 그런 지유를 늘 존경했다. 생활보다 업무가 우선인 이런 비서를 어디서 또 찾겠는가.

지유는 이현과 몰래 결혼한 상태였기에 회사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사이인지 잘 몰랐다. 하여 지유도 뭐라 더 말하기 그랬다.

“먼저 대표님 찾으러 올라가 볼게요.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일 보세요.”

문 앞까지 온 지유는 안에서 이현이 차갑게 지시하는 소리를 들었다.

“공사장에서 안전사고 낸 사람들 전부 나가라고 하세요.”

지유가 멈칫했다. 사실 지유는 이현이 자신을 탓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사무실에서 한 무리의 사람이 빠져나왔다.

하나같이 머리를 푹 숙이고 죽상을 하고 있었다. 지유는 별다른 표정 없이 평소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이현이 지유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이마에 난 상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안색이 별로 좋지 않는 걸로 봐서는 조금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

“대표님.”

지유가 그를 불렀다.

이현은 시선을 거뒀다. 공사장 얘기는 일절 하지 않고 서류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건 뭐야?”

그 서류가 아마도 지희가 작성한 이혼신고서겠거니 생각한 지유가 덤덤하게 말했다.

“대표님이라면 그 서류가 이혼신고서라는 걸 알아채셨겠죠. 오늘 회사에 나온 건 업무 뿐만 아니라 이혼에 관해 토론하고 싶어서입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온지유!”

이현은 언성이 높아졌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줄 몰랐네?”

지유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

이현이 서류를 던져주며 말했다.

“네가 직접 확인해.”

서류를 확인하고 나서야 서유는 이혼 사유에 이렇게 적혀 있는 걸 확인했다.

[여자 측은 아이를 좋아하나 남자 측은 생육 능력이 없어 감정이 깨짐.]

순간 지유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지희는 이혼신고서에 몰래 지유에게 유리한 조항 몇 가지를 더 집어넣은 것이다.

아까 왜 지희가 그렇게 신났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이혼신고서대로만 간다면 정말 단번에 돈방석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다.

지유는 고개를 들어 이현을 바라봤다. 아마도 지유가 단순하지 못하니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해 화난 것 같았다.

“대표님, 이 서류는 제가 잘못 보낸 거예요.”

지유가 서류를 닫더니 말을 이어갔다.

“많이 급하시면 제가 한시라도 빨리 다시 가져다드릴게요.”

“내가 생육 능력이 없다고?”

이현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표정으로 이 말을 검증해 보여주겠다는 기세로 지유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지유는 자기도 모르게 두 걸음 물러섰다.

“대표님, 이거 저는 잘 몰라도 승아 씨는 잘 알 거예요,”

하지만 이현이 이내 지유의 손을 잡더니 그녀를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지유는 반항할 힘이 없어 그렇게 안긴 채 그의 힘에 이끌려 테이블로 향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짚었지만 척추뼈를 부딪쳐 조금 아팠다.

“아이가 그렇게 갖고 싶었으면서 왜 말을 안 했어?”

이현이 물었다.

지유가 입을 뻐끔거리며 뭐라 말하기도 전에 이현이 코웃음 쳤다.

“아니면 아이를 빌미로 나를 꽁꽁 묶어두려는 건가? 이혼은 내 마음을 약하게 할 수단이고 목적은 나와 아이를 가지는 거다?”

이현의 말에 지유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지유는 이현의 손을 뿌리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이현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점점 더 거리감이 느껴졌다.

“지유야, 결혼하고 지금까지 잘 챙겨줬잖아. 그런 허황한 꿈은 버리라니까.”

이현은 그런 지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와 결혼하면 호의호식하고 ‘사모님’이라는 타이틀까지 달 수 있는데 이 얼마나 행운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그녀는 행복한 줄을 모르고 있다.

지유는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와 더는 입씨름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잊지 마요. 3년의 계약은 대표님이 정한 거예요. 저는 그냥 앞당기고 싶을 뿐이에요.”

“내가 정한 거니까 내 마음이야. 내 허락 없이 이혼은 안 돼.”

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면 그도 승아와 빨리 이어지고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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