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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늦은 밤, 아람은 뜨거운 욕조에 편안하게 몸을 담그고 복숭아 색의 비단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수건으로 검은 머리카락을 감싼 후 김이 모락모락 났다. 얼굴이 붉은 아람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최근에 일어난 모든 일이 짜증 났다. 행복한 일이 없었지만 행운에는 불운이 따르며 사람들이 항상 불행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아람은 구씨 가문 아가씨이다. 아가씨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도 방법을 찾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만이 예외이다.

아람은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이제 경주가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다. 아람은 심지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미 저도 모르게 경주에게 다가가고 받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람에게 뺨을 날렸다.

‘남자는 나쁜 놈들이야, 신경주는 더더욱 제 버릇 남 못 주는 나쁜 놈이야!’

아람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입꼬리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아가씨, 마음을 진정할 수 있는 국을 끓였어요. 조금만 마셔요. 살 안 쪄요.”

임수해는 양복 우에 앞치마를 두르고 거실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바라보았다.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바쁜 모습을 본 아람은 왜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했다.

“수해야, 넌 내 비서야. 가정부가 아니야. 앞으로 이런 일을 하지 마. 해문에서 가정부를 보내서 요리를 해달라고 민지 이모한테 부탁할게. 너도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잖아. 마음만 받을게.”

“아가씨, 구 사장님은 일을 도와라고 하셨을 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챙겨달라고 했어요. 이 모든 게 제 몫이에요. 항상 이렇게 했었잖아요.”

임수해는 마음이 급했다. 나중에 아람은 자신을 비서로 원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아람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넌 마땅한 사람에게 마음을 써야 해. 아린 같은 사람 말이야.”

임수해는 주먹을 움켜쥐며 가슴 끝이 찡해졌다.

“이미 내 밑에서 일하느라 충분히 바쁘잖아.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아린에게만 잘해. 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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