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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레스토랑 데이트

진위를 확인한 후, 신연지는 그림을 조심스럽게 박스에 넣고 챙겨온 계약서를 전예은에게 건넸다.

싸인을 마친 전예은이 말했다.

“과거 미술학원에서 천재로 불리던 사람이 지금 다른 사람 조수로 일하고 있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전예은의 예상과는 다르게 신연지는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그림을 챙겨 돌아갔다.

택시에 탄 뒤에야 신연지는 긴장을 풀고 스르륵 등받이에 허리를 기댔다.

그림의 파손 정도를 생각하면 시간이 촉박했다. 그녀는 그림을 가지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방 두 개 중 하나를 작업실로 만들었다.

작업실로 들어간 신연지는 그림을 내려놓고 반쪽이 날아간 그림에 따뜻한 물을 뿌렸다.

아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대충 첫 작업을 마치자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갑자기 들려온 핸드폰 진동음이 그녀의 집중력을 깨뜨렸다.

박태준의 전화였다.

그녀는 시선을 그림에 고정한 채,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갑자기 블랙 카드를 가지고 있다며 자랑하던 전예은의 얄미운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인상을 쓰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또 뭐야?”

박태준도 인상을 찌푸렸다.

“왜 받자마자 짜증인데?!“

“용건만 짧게 말해. 용건 없으면 그만 끊고.”

전화를 끊으려던 그녀는 이어진 남자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려와.”

“뭐라고 했어?”

신연지는 크게 당황하며 창가로 다가가서 커튼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 주차장에 익숙한 벤틀리 한 대가 보였다.

결국엔 여기까지 찾아냈구나.

“나 바빠. 급한 거 아니면 전화로 얘기해.”

그녀는 지금 이 기분으로 박태준을 만나면 귀뺨을 후려칠 것 같았다.

아내에게는 변호사를 보내 빚을 물어내라고 협박하고 애인에게는 무제한 블랙 카드를 선물하다니! 이런 쓰레기가 어디 있을까?

“밥 먹으러 가자.”

잠시 침묵이 흐르자 박태준의 얄미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굳이 올라가서 끌고 내려와야겠어?”

신연지는 단박에 거절했다.

“속 안 좋아. 안 먹을래.”

“어머니가 레스토랑 예약하셨어. 안 갈 거면 당신이 어머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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