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술을 마셔서 그런지 평소보다 반응이 둔해져서 나유성이 '태준아'라고 소리칠 때야 그녀는 가득 비웃는 표정을 한 장본인의 얼굴을 마주했다.그녀는 왜 박태준이 갑자기 돌아왔는지 모른다.하지만 그녀는 박태준이 앞으로 할 말을 알고 있었다... 나유성이 듣지 말았으면 한다.신은지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태준을 향해 걸어갔으나 일어나는 동작이 너무 급했는지 술기운에 비틀거려 남자의 품에 안겼다.박태준은 그녀가 품에 부딪혀도 내버려두었다.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냉담했다. 다리가 풀린 신은지는 어쩔 수 없이 남자의 팔을 잡고 억지로 서서 자리를 잡았다.그녀는 술을 많이 마신 것이 후회됐다.고개를 들어 박태준을 바라보며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말하지 마."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애교스러움과 억울함이 배어 있었다.박태준의 팽팽한 턱선 윤곽은 매섭고 음험해 보였다."왜, 저 사람한테 약을 넣었다는 걸 알게 될까 봐? 저 사람 마음속에 있는 너의 아름답고 순수한 여성 이미지가 망가질가봐?"신은지는 눈썹을 찌푸리고 얼굴에는 불쾌감이 가득 찼다. 이 표정은 박태준이 보기에는 인정하는 거로 해석된다. 순간 그의 정서가 갑자기 격해진다.하지만 술에 취한 그녀는 그런 그의 심기를 눈치채지도 못했다. 오히려 짜증이 나서,"너 가지 않았어? 왜 다시 왔어! "라고 불평했다.박태준은 웃는 듯 마는 듯했다."내가 너를 방해해서 싫어?"신은지는 그의 이상한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네 마음대로 생각해."그녀는 일어나서 그 사람을 잡던 손을 놓더니 몸을 돌려 나유성과 작별 인사를 했다."나 먼저 갈게. 방금 한 말 마음에 두지 마...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다시 밥 사줄게."마지막 이 말은 분명히 인사치레였지만 마음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귀담아들어 버렸다.나유성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길에서 조심해. ""안녕."신은지는 뒤돌아 떠나려 할 때 박태준을 아예 무시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불편한지
박태준은 순간 진지해지면서 이마에 핏줄을 띄었다. 그는 거의 사나운 말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신은지!"신은지는 멍하니 남자의 무서운 눈빛을 마주치더니 가슴이 살짝 떨렸다."농담이야, 화내긴?"그는 이를 악물었다. "너 죽고 싶어? "그 후로는 한동안 다들 입을 다물고 차 안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강태산은 액셀을 감히 세게 밟지도 못했다.신은지는 다시 차 문에 몸을 붙이고 창밖의 야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차는 결국 신당동의 화원에 세워졌고 신은지는 앞에는 익숙한 베이지색의 별장이 보였다. 별장문이 스르륵 열리자 그녀는 나른하게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이곳은 그녀와 박태준의 신혼집이자 그녀를 3년 동안 감금한 감옥이다. 금실이 좋은 부부가 되려고 노력 안 한 건 아니다. 그만큼 실망이 쌓아져 지금은 이혼만 하고 싶을 뿐이다.이런 부자 동네에서는 택시를 잡을 수 없고 또 술을 마셨기 때문에 운전도 못 한다. 그렇다고 강태산이 그녀의 부탁을 듣고 집에 데려다주지도 않을 것 같다.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다행히 박태준은 전예은을 찾아갈 테고 그러면 그녀는 호텔에 묵고 있는 것처럼 눈 감고 지내면 된다.신은지는 정신이 흐리멍텅해서 방 안으로 들어갔고 뒤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그녀는 방에 들어가 허리를 굽혀 신발을 갈아 신었다.박태준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허리를 굽힌 그녀의 뒷모습은 치마가 몸에 붙어있어 색다른 섹시함이 드러났다.그녀의 피부는 매우 하얗다. 특히 오늘 입은 미니스커트는 라인을 슬림하게 드러냈고 가느다란 긴 다리는 매우 눈에 띄었다.박태준의 가슴 한구석에서 갑자기 불덩이가 올랐다. 이 불덩이는 차에서 그녀가 1대2라도 가능하다고 돌발할 때부터 생겼다.몇 년 동안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이 적지는 않았다. 스타일도 여러 가지였고 신은지 보다 예쁘고 섹시한 사람도 많았다. 심지어 담이 큰 여자는 벌거벗은 상태로 그의 앞에 서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너 덜 혼났구나, 입이 무겁네?"이게 혼내는 거라고?신은지는 화가 치밀어서 황급히 소파에서 일어났다."그래, 나 입이 무거워. 누구처럼 아랫도리가 가볍지는 않지 !"3년 동안 박태준에 대한 이해로는 박태준은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과부로 3년을 지낼 필요가 없다.전에는 혼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도발이든 유혹이든 무엇이든지 해봤지만, 마지막에 얻은 것은 남자의 비웃음뿐이었다.방금은 박태준이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일 거야. 지금은 또 냉정해진 걸 보니 정신이 들었나 보다."가려면 빨리 가, 잘 가. "말이 끝나자 신은지는 몸을 돌려 2층 객실로 올라갔다. 한바탕 말싸움하는 바람에 술기운이 거의 사라졌다. 억지로 욕실로 가서 샤워하고 나오는데, 아래층에 차가 떠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박태준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방금 그가 그녀를 억압하고 있을 때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진동이 여러 번 울렸었다.신은지는 커튼을 걷어 올리고 유리 창문에서 구불구불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몽롱한 비안개에 휩싸였다.진짜 사랑인가보다. 이렇게 큰비가 오는데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까...전예은이 묵은 호텔은 댄서팀에서 정한 것이다. 박태준이 도착했을 때 김청하가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박 사장님…"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어떻게 된 거야?"김청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저었다."요즘 전예은 씨가 쉬고 있어서 제가 인계받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니 예은님한테서 말씀을 들으세요."1709 방문밖에 도착하자 박태준은 문을 두드렸는데 문틈이 살짝 열렸다...전예은은 조심스럽게 살펴보더니 박태준인 것을 보고 입술을 오므리며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그녀는 호텔의 목욕가운을 입고 머리카락은 흩어져 있으며 화장기가 없는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이고 눈시울을 보면 조금 전 운 게 분명하다.여자의 몸에는 지저분한 향수
박태준의 눈빛이 짙어졌다.바람을 피운 증거? 참, 감히 생각하네."전 그냥 전예은 씨 쪽에서 숨어서 기다리는 것밖에 안 했어요. 예은 씨를 다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그럼 사진 찍었어?""아니요. 사모님이 원하는 것은 노출 사진이에요. 사모님은 사장님이 빈털터리로 쫓겨나는 걸 원하세요. 그리고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전예은 씨가 모든 걸 잃게 만들겠다고 했어요.."박태준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악기가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조금 전 소란에 호텔 경비원들이 올라왔을 땐 박태준은 이미 손을 풀었다."이 사람 경찰서로 보내세요. "경비원이 바로 사람을 데리고 갔다.박태준은 진영웅에게 전화하여 간단하게 일의 경과를 말하고 그에게 가서 처리하라고 했다.그는 전예은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를 미행한 사람을 잡았으니 이제 안심해."전예은은 턱을 올려 쳐들고 그냥 그만두지 않으려 했다."그럼 신은지를 어떻게 할 거야? 걔가 사람을 보내 나를 미행하고 나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는데 이건 불법이야."박태준의 기색은 변하지 않았고 어투는 여전히 소탈했다."이건 그 사람의 일방적인 말일 뿐이고 구체적인 상황은 더 조사해 봐야 해. 늦었으니 쉬어. "그는 말을 끝내고 가버렸다. 전예은은 홀로 그 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 후로 신은지는 낮에는 작업실에 출근하고 저녁에는 전예은의 그림을 복원하는데 바삐 돌아쳤다. 그는 하루 6시간씩 잠을 자고 밥을 먹는데도 시간을 쪼개야 했다.그날 밤 그녀는 진유라의 전화를 받고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에서 분노의 욕설이 들려왔다."그놈 새끼가 한편으로 너를 질질 끌어 이혼하지도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불륜녀랑 다정다감하게 지내고 있어. 업보가 두렵지 않은가?"신은지는 하루 종일 작업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머리를 위로 향하니 천장이 도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뭐?""너 몰라? 박태준이 전예은을 데리고 호텔 들어가는 모습
경찰서에서.네 사람은 두 조로 나뉘어 각각 긴 테이블 양편에 앉았다. 첫 번째 의자에 앉은 경찰은 진술 조사하고 있다."누가 먼저 손댔어?"현장 CCTV는 이미 확인되었고 지금은 단지 관례대로 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다.몇 사람은 얼굴에 어느 정도 피멍이 들어있었고 특히 전예은의 두 볼에는 흉한 따귀 자리가 있어 상처 깊이가 붉고 부기가 올랐으며 머리도 엉클어져 있다.신분증을 보지 않았더라면 면전에 이 사람을 국제급 댄서라고는 누가 상상하겠는가?김청하는 아직도 쌈닭처럼 씩씩대는 진시영을 가리키며,"저 여자가 먼저 들이박았어요. 경관님, 이런 극단주의자들은 한 십 년 이십 년 감옥에 처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대로 사회에 풀어두면 언제 또 광기를 부릴지 몰라요!"진시영은 턱을 쳐들고 그를 향해 차가운 웃음을 짓는다."나 지금 사회 쓰레기를 처리한 거야, 옛날 같았으면 이런 염치가 없는 상간녀들은 돼지우리에 가둬 강가에 잠겨야 해!""염치가 없다고?" 전예은은 맞은 편에 별로 다치지 않은 신은지를 바라본다. 치파오 매장에 있을 때 진시영이 이 여자를 뒤에 서게 하여 1 대2로 상대했었다."너의 착한 친구한테 물어보지! 그랬냐, 나랑 걔 대체 누가 상간녀인지? 그때 그 여자가 무슨 꼼수를 써서 박태준에게 시집갔는지?"는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거만하게 그녀와 눈을 마주치면서 똑바로 얘기했다."나랑 그 사람 결혼했을 때 너희 둘 이미 헤어졌잖아. 왜, 너 개냐?? 오줌 싸서 표기를 하면 다 너의 것이게?"말이 끝나자마자 문밖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박태준이 앞장을 섰고 그 뒤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곽동건이 따라 들어왔다.두 사람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카리스마가 매우 강해서 들어서자마자 경찰서는 삽 시에 숨이 막힐 정도로 분위기가 고요해졌다.가 방금 한 말들 박태준이 아마 다 들었을 것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박태준의 눈빛은 얼마나 차가운지!곽동건은 전예은 앞에 나타나"예은 씨, 수속은 다 밟았어요. 이제 매니저랑 함께 떠나
밤이 되자 신은지는 택시를 타고 신당동으로 갔다. 원래는 전화로 박태준과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벨 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아니면 고의적인지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태준은 몇 년 동안 거의 돌아오지 않아서 지금 이곳에 돌아올지 확실하지 않았다. 결혼 3년 동안 그녀는 지금까지 박태준의 생활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를 찾으려면 이곳에 와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후 신은지는 칠흑 속에 있는 별장을 보고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들어갔다. 그녀는 지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을 뻗어 스위치를 만졌다. 밝은 불빛은 거실의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었고 소파에서 고개를 들어 쉬는 박태준도 포함되었다.남자는 눈썹을 찌푸리고 손으로 눈을 가리며 매우 좋지 않은 말투로 얘기를 했다. "불 꺼!" 신은지는 그가 이 자리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전예은은 오늘 그렇게 큰 억울함을 당했기에 그녀가 있는 곳에 남아 위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밤새도록 기다릴 준비까지 했다.근데 집에 있는데 왜 불을 안 켜고 있어? 어이없다!그녀는 거실의 불을 끄고 현관에 있는 조명만 남겨 놓고 박태준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했다. "박태준 사건을 취소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상관없는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고." 그녀는 일을 빨리 해결하고 진유라를 빼내고 싶을 뿐이다. 그녀가 이곳에 온 목적은 박태준도 마음속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박태준은 손을 내렸다. 위통으로 말을 할 기력도 없었다.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성질이 더 거칠어졌다. "지금 태도는 사정이야, 아니면 도발이야?"신은지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사정도 도발도 아니고 그와 진지하게 협상하고 싶은 것이다.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남자가 또 말했다. "지난번에는 상관없는 남자와 커플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이번에는 상관없는 사람을 위해 주동적으로 나를 찾아왔어. 신은지, 너를 성모님 이리고 해야 할지 위선적이라고 말해야 할지.
박태준은 신은지의 냉담한 얼굴을 보고 화가 나서 미간이 떨렸다. 대담하게도 감히 그를 위협하였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여자는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셀프 계산대에서 신은지는 허리를 굽혀 바구니 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주워 계산대에 놓았다. 박태준은 귀공자의 모습으로 옆에 서서 조금도 도와주려는 기색이 없었다. 신은지는 그를 상대하기 싫었다. QR코드 스캔하는 것은 별로 힘든 일도 아니였기에 결산할 때 박태준을 한번 훑어보았다. 마침 그의 눈길이 선반 위의 콘돔에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두 글자를 뱉었다. "변태" 박태준은 그런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없었다. 그의 시선이 스쳐 지나갈 뿐이다."변태?"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웃는 듯 마는 듯 얘기했다. "이 물건에 관심이 있어서 변태라고 하면 우리 둘 중 누가 변태야? 나는 한 번 봤을 뿐인데 어떤 사람은 여러 갑 사서 놓고 있더라."한 마디에 돈 내고 있는 주위 사람들의 고개를 돌리기에 충분했다. 신은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움을 넘어 더 많은 것은 화난 것이다. 그것은 신은지가 차마 돌이킬 수 없는 흑역사였다. 시시각각 그녀가 그때 침대까지 갔는데도 자중하라고 할 때 얼마나 싸구려였는지 일깨워 주었다. 이 일로 신은지는 돌아갈 때 뒷자리에 앉았고 차가 멈추자 물건들을 들고 주방으로 갔다.기분만 나쁠 뿐 요리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맛은 보장할 수 없었다.박태준은 테이블에 그릇과 한 쌍의 젓가락만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눈썹을 세우고 물었다. "같이 안 먹어?"신은지는 괴이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봐도 배가 부른데 뭘 먹어." 예상했던 화가 나지 않은 박태준은 앉으며 명령했다. "수저 하나 더 챙겨오라."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배 안 고파. 빨리 먹고 얘기를 해자.""네가 먹지 않으면 독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너…"독을 넣는 일은 너무 번거로워서 지금 당장 맨손으로 머리를
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 너무 많이 했어. 재경 그룹 요즘 큰 프로젝트가 있어. 상대방 회사의 책임자는 가정 화목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야. 이때 이혼하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합작을 따내야 해. 너무 번거롭거든."일부러 자극하려는 말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대답에 신은지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 둘이는 비밀결혼이야. 관계를 아는 사람 거의 없어." "모르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너무나 무의미 해져."말하는 사이에 박태준은 이미 그녀를 안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각도에서는 남자의 턱 선만 볼 수 있었다. 그날 밤의 호텔 침대에 있을 때와 같이 비인간적이고 거만하고 저항할 수 없었다.방 안에 들어가니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익숙한 물건이다. 이곳은 타인에게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호화로운 별장이지만 신은지에게는 거의 3년의 청춘을 소모한 감옥이었다. 모든 곳에는 그녀가 홀로 있었던 모습이 있었다.그녀는 생각할수록 억울했고 결국 모두 불쾌과 분노로 변했다. 신은지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이 방을 쳐다보기 싫어서 무의식중에 얼굴을 남자의 품에 묻었다.갑작스러운 친근함은 그동안 박태준의 마음속에 맴돌던 조급함을 많이 해소시켰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분명히 그에게 복종하고 있는 것 같다.덥고 습한 호흡은 옷을 통해 그의 피부를 닿았다. 박태준의 몸은 긴장되고 목소리에는 약간 허스키함이 배어 있었다. "장난치지 마. 내일 바로 이사해…"그러나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박태준은 한바탕 소리를 냈다. 목구멍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신은지 너 개띠야? 사람을 물어!"신은지는 이를 벌리고 그의 목에 물린 자국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박태준을 쳐다보면서 눈은 억울함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발버둥 쳐 나왔다. 이번에 남자는 그녀를 막지 않고 땅에 내려놓았다. 다만 그는 얼굴이 차갑고 못마땅했다. 그녀를 보는 눈은 마치 좋고 나쁨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