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 너무 많이 했어. 재경 그룹 요즘 큰 프로젝트가 있어. 상대방 회사의 책임자는 가정 화목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야. 이때 이혼하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합작을 따내야 해. 너무 번거롭거든."일부러 자극하려는 말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대답에 신은지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 둘이는 비밀결혼이야. 관계를 아는 사람 거의 없어." "모르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너무나 무의미 해져."말하는 사이에 박태준은 이미 그녀를 안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각도에서는 남자의 턱 선만 볼 수 있었다. 그날 밤의 호텔 침대에 있을 때와 같이 비인간적이고 거만하고 저항할 수 없었다.방 안에 들어가니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익숙한 물건이다. 이곳은 타인에게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호화로운 별장이지만 신은지에게는 거의 3년의 청춘을 소모한 감옥이었다. 모든 곳에는 그녀가 홀로 있었던 모습이 있었다.그녀는 생각할수록 억울했고 결국 모두 불쾌과 분노로 변했다. 신은지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이 방을 쳐다보기 싫어서 무의식중에 얼굴을 남자의 품에 묻었다.갑작스러운 친근함은 그동안 박태준의 마음속에 맴돌던 조급함을 많이 해소시켰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분명히 그에게 복종하고 있는 것 같다.덥고 습한 호흡은 옷을 통해 그의 피부를 닿았다. 박태준의 몸은 긴장되고 목소리에는 약간 허스키함이 배어 있었다. "장난치지 마. 내일 바로 이사해…"그러나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박태준은 한바탕 소리를 냈다. 목구멍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신은지 너 개띠야? 사람을 물어!"신은지는 이를 벌리고 그의 목에 물린 자국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박태준을 쳐다보면서 눈은 억울함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발버둥 쳐 나왔다. 이번에 남자는 그녀를 막지 않고 땅에 내려놓았다. 다만 그는 얼굴이 차갑고 못마땅했다. 그녀를 보는 눈은 마치 좋고 나쁨을 모르
신은지는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책상 위에 아직도 대부분 복원되지 않은 그림이 있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일 없으면 전화 끊어." 박태준은 '잘못 쳤다' 라는 말이 혀끝에 맴돌더니 여자의 짜증 나는 말투에 화가 나서 마음을 바꿔서 말했다. "엔조이 클럽 데리러 와."신은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제정신이야? 데리러 가라고?"그녀가 그를 데려가지 않았던것이 아니다. 처음 그의 생활 보조를 맡았을 때 한 번은 그도 술에 취했다. 마침 그때 그녀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었다.진영웅이 전화를 대신 받았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박 대표님이 술에 취해서 데리러 오라고 얘기했다.그때 박태준은 그녀에게 매우 싫증이 났다. 술에 취한 눈을 뜨더니 온 사람이 그녀라는 것을 보고 바로 화를 냈다. 진영웅도 같이 호되게 훈계를 받았고 그해 연말 보너스까지 잃었다.그 후 박태준이 아무리 취해도 진영웅은 그녀에게 맡겨주지 않았다. 박태준은 이미 이 일을 잊어버린 듯 그녀가 내키지 않는 것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우리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 나를 데리러 오는 것은 부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야."신은지는 오히려 화가 나서 웃었다. "의무? 그럼 당신은 남편의 의무를 다한 적이 있어?"둘 사이에 소리 없는 침묵이 흘렀다…그녀가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나지막하고 자석 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스피커로 얘기하고 있어. 옆에 다른 사람도 있으니까. 부인 이렇게 굶주리지 마."한마디로 신은지는 순간 이를 갈았다. "차라리 취해서 죽어.""데리러 오면 650억의 이자는 계산하지 않을 게."신은지는 잠깐의 몸부림 끝에 결국 응했다.어쩔 수 없이 그녀도 기를 세우고 싶지만 그가 준 것은 너무 많았다. 650억이면 1년에 이자만 해도 천만이 넘는다. 돈이 많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이런 유혹적인 조건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박태준은 끊어진 전화를 보며 자
박형주의 날카로운 눈매와 턱 선을 따라 술이 주룩주룩 내려갔다. 언제나 고상하고 우아하던 부잣집 도련님이 언제 이런 낭패 한 모습이 있었던가?그 예쁜 입술은 날카로운 곡선을 그리더니 온몸에 화를 내지 않아도 스스로 위엄이 있었다.신은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턱을 쳐들고 경멸하듯이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가버렸다. 고연우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하였다. 박형주에게 술을 뿌릴 수 있는 사람은 신은지가 유일무이하다."나는 은지가 빨리 뛰기를 기도해…"박태준이 그를 흘겨보더니 고연우는 온몸이 상쾌하여 조금도 화를 당하지 않았다.그는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 "나는 네가 벙어리가 되길 기도해.""…"박태준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바로 신은지가 떠난 곳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키가 크고 다리가 길지만 걸음은 그리 서두르지 않아 사람들에게 한가로이 정원을 걷는 듯한 착각을 주지만 지나는 사람마다 그의 카리스마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숙이고 죽음을 당할까 봐 두려워했다.신은지는 엘레베터 입구에 서서 엘레베터를 기다렸다. 그녀가 정말 재수가 없는지 심리 작용인지 엘레베터는 꾸물거리며 올라오지 않았다. 그녀는 옆의 안전통로로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뒤에서 멀리서 가깝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그 사람이 어떻게 그녀 앞에 왔는지 아직 똑똑히 보지도 못하고 온 사람이 어깨에 짊어졌다. 실제로 메고 상반신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위가 남자의 어깨에 받쳐져 있어서 그녀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띵’ 하고 마침 엘레베터가 왔다. 신은지는 금속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소리를 듣고 몸을 비틀면서 불편함을 참았다. "박태준 내려줘!"이 자세는 정말 괴로워서 뇌가 충혈되고 어지럽고 위도 한바탕 뒤집혔다.박태준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메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신은지는 1초만 더 지나면 뇌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바로 기절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박태준의 등을 힘껏 두드렸다. "내려줘. 토하고 싶어!""참는 게
신은지는 고개를 번쩍 들자 동작이 크지 않지만 박태준의 손은 아직도 그녀의 허리를 차고 있다. 그녀의 경직성도 느낄 수 있었다.나유성은 차 밖 멀지 않게 서 있었다. 절반 열어있는 차창을 넘어 눈빛은 그녀의 몸에 닿았다.그는 캐주얼한 셔츠에 양복바지를 입고 어두운 그림자에서도 존재감이 넘치는 사람이다.신은지는 머리가 하얘져 무의식적으로 예전처럼 그를 불렀다. "유성아…"남자는 허리에 두른 손에 힘을 주자 그녀는 아파서 소리를 낼뻔했다. 하지만 곁에 다른 사람도 있어 겨우 참아냈다.나유성이 차 안에 있는 박태준을 봤는지 모르지만 주차장 어두운 광선에서 이 정도 거리와 각도로는 못 본 것 같다나유성은 미소를 띠면서 그녀의 방향으로 다가가는데,"조금 전엔 눈치 못 챘지만 뒷모습이 참 익숙하다고 했는데 정말 정말 너구나. "그가 점점 다가오니 신은지의 몸은 더욱 뻣뻣했다. 그녀는 박태준의 가슴에 댄 손을 주먹을 쥐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너 오지 마!"왜냐면,박태준이 그녀한테 키스하고 있기 때문이다!그의 입술은 팔목에 닿아 힘을 주니 하얀 피부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나유성은 멍해서 이해가 안 되지만 여전히 신사답게 걸음을 멈추고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았다.거리가 짧을수록 그는 신은지의 붉은 눈빛이 선명해지는데 억울함이 가득 찬 걸 볼 수 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저번 레스토랑에서 그녀가 농담으로 3억을 빌렸던 장면이 떠올랐다. 혹시 이것 때문에 골치 아파한 건가?나유성은 입술을 오므리면서 부드럽게 말한다."저번에 돈 빌린 것 때문에 골치 아픈 거야? 3억은 좀 많긴 많지. 하지만 너 급하다면 나도 빌릴 수…"신은지는 놀랬다. 그가 말을 끝내기 도전에 그녀는 무엇을 얘기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내심 따뜻함이 느껴졌다.그의 따뜻함을 느낀 지 얼마 안 되어 어디선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성아, 넌 언제부터 돈 퍼주기 취미가 생겼냐??"남자의 비꼬는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유성은 확실치 않다는 듯이 한 글자씩
"야, 저리 비켜. "신은지는 떨고 있는 목소리로 기력이 없이 말한다."자꾸 귀찮게 하면 우리 결혼증 인터넷에 공개한다? 전 세계에 알릴 거야, 너 전예은이 남의 가정을 파토 낸 장본인이라고."박태준은 그녀의 협박에 차가운 웃음을 짓는다."먼저 이혼 얘기 꺼낸 건 너 아니야?""그래도 그 여자가 먼저 끼어든 거잖아. "남자는 표정 없이 담담하게 말한다.그럼 이혼증은 가질 생각 마. "협박을 하려 했는데 반대로 억압당했다. 신은지는 이 남자가 너무 싫다. 천성에 원수인지 이 남자랑 같이 있고 난 뒤부터 나쁜 일만 생긴다.박태준은 여자의 섬세한 손가락 관절을 눌러주며 한참 만지다가 결론을 말해준다."안 부러졌네. ""내가 부러지길 바래? ""그건 아니고, 다만 나유성이 준 3억을 받기만 해봐. 부러질 정도는 부족하지, 내가 직접 끊어준다."신은지, "미친!"그녀는 남자를 밀어냈다. 이번에는 그녀가 차에 내려 성큼 떠나기 전까지 박태준은 말리지 않았다.이날 밤 안 좋게 헤어진 후 신은지는 단 한 번도 박태준을 연락한 적 없다.현실에서 그 사람을 못 만났지만 오히려 뉴스에서 그 남자의 기사를 보았다.Z 성에 간걸 그녀는 알고 있다. 보름이나 넘었다.10월 초, 전예은은 그림 복구 작업을 끝냈다. 그녀는 상대방에게 알려주려고 전화를 한다."예은아, 그림 복구 작업이 끝났는데, 어떻게 시간을 정해서 만날까?""나 지금 Z 성에 있는데, 언제 돌아갈지 몰라. 돌아가면 답 줄게. "전화에서의 전예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티가 안 나지만 멸시가 들어있다. 고의로 신은지를 이렇게 상대하는것은 아니라 전예은은 현재 신분이 예전과 달라 어디를 가든 대접을 받기 때문에 자연스레 오만한 성격이 나온 것이다.신은지, "그래.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사색에 잠겼다. 박태준도 Z 성에 있는 데 전예은도 Z 성에 있는걸 보면 이건 우연일까?다른 도시에서 만나 알콩달콩 데이트? 그럴 필요 없이 빨리 이혼해서 떳떳하게 혼인을 치를 것이지!
생일 파티 그날이 마침 주말이다. 신은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전예은의 주문을 끝내고 난 뒤 이틀 쉬다가 주문을 또 받았다.어쩔 수 없다. 죽도록 일을 하지 않으면 평생 그 3억을 갚을 기회가 없다! 박씨네 집안은 늘 소박하게 생일 파티를 치르는 편이어서 강씨 집안과 박씨 집안 친척들만 초대한다. 매년 신은지는 항상 아침 일찍이 박씨 댁으로 가서 앞뒤가 바쁘도록 손님을 접대한다.하지만 올해는... 늘 하던 것처럼 일찍이 가고 싶지 않아진다.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박태준이랑 이혼할 건데 지금부터 점차 예전의 생활 패턴을 떨치고 변화를 불러와야 한다. 시어머님께 이해할 시간도 드려야 하니까.평생 박태준이랑 부부 연기 할 수 없지 않은가? 어차피 시어머님은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신은지는 시간을 보면서 부랴부랴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번에 받은 주문은 명나라의 그릇인여데 손상 정도는 그다지 엄중하지 않다.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을 가리지 않은 편이라 전화벨이 울릴 때야 비로소 오후 2 시라는 걸 깨달았다. 오랫동안 허기가 져서 그런지 위산이 오를 것 같았다.박태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신은지는 뻣뻣한 목을 움직이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반응하기 도전에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려와."두 사람이 연락을 안 한 지가 한 달이나 넘었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신은지를 데리러 온 것이다.마침 시간도 그럭저럭 다 된 것 같아서 신은지는,"잠시 기다려 줘, 나 화장 좀 하고. "가족 모임이라 드레스 입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추해 보이면 안 돼서 다행히 신당동에서 나올 때 몇 벌 고급 드래스는 챙겨 나왔다.전화 건너편에서 불쾌한 듯 말을 잇는다. "안 해도 돼. 그냥 내려와, 5 분만 준다! "박태준은 기분이 썩 안 좋아 보인다.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드러나 있다.하긴, 평소에 늘 변덕이 심하고 사람을 부려 먹었던 박 사장이 언제 남을 기다려 봤던가?신은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더니 대충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고 쌩얼인
거실에 있던 전예은은 박태준과 함께 들어온 여인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오늘 밤 강혜정의 생일이니 신은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박태준이 어차피 신은지의 부인 신분을 밝히지 않을 텐데 그녀를 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여겼다.그런데 의외로...신은지가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박태준이 그녀를 데리고 나와 팔짱을 끼고 친분을 과시했다.주위에는 이미 많은 사람의 시선이 두 여자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신은지가 나타나기 전에 모두 얼마 전에 전해진 소문만을 알고 있었다. 또한 전예은이 오늘 여기에 나타난 것을 보고, 모두 그녀와 박태준 사장의 좋은 일이 가깝다고 확신하며 이미 양가 부모님을 만나 혼담을 나눌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박 사장 옆에 있는 사람은 다른 여자이다.주변의 시선을 눈치챈 전예은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사람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를 칭찬하면서 박태준 정혼녀로 여기고 담소를 나눴다.이때 누군가가 박태준에게 다가가 술을 권하며 옆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박 사장님, 이분은?"이라고 물었다.박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늘 밤 주인공 강혜정이 다가왔다. 그녀는 신은지의 다른 손을 잡고 꽤 정중하게 내빈에게 소개하였다."여러분, 이분은 제 며느리 신은지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모두가 놀랐다!"박 사장님이 결혼하셨어요?!""언제 일이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는데, 유독 전예은만이 얼굴을 붉혀 오늘 밤 사람을 부탁해 참석하게 한 것을 후회했다.강혜정은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젊은이들은 조용한 것을 좋아해요. 우리 연령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싫어하죠. 그래서 혼례식은 양가 집안사람만 초대해서 소박하게 치렀어요. 마침 오늘 저의 생신날에 여러분이 함께 와주셨으니 이 기회를 빌어 저희 며느리를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강 여사의 소개가 끝내 자 오늘 밤 생일 잔치의 진정한 목적이 드러났다.
전예은은 가까운 곳에 서서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니 이 자리를 당장 떠나고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박태준을 올려다보았지만, 그의 시선은 항상 신은지에게 있었고, 마음속의 쓰라림은 끝없이 퍼져나갔다.그러나 그녀는 곧 감정을 억누르고 웃으며 끼어들어 강혜정이 자신을 주목하도록 노력했다."어머님, 생일 축하드려요. 작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이에요, 별거 아니어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강혜정은 전예은을 한 번 쳐다보고는 예의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래, 고맙구나."강혜정은 받아오는 김에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는,"식당이 저쪽에 있어.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알아서 잘 챙겨 먹고, 절대 사양하지 마."라고 전혀 선물을 열 기색도 없이 말했다.전예은을 보고 한쪽으로 물러가서 눈에 띄지 말라는 뜻이다.전예은은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 어쨌든 그녀가 그렇게 공을 들여 준비한 선물을 이렇게 무모하게 끝낼 수 없다.강혜정에게 지금 열어달라고 조르지 않으면 파티가 끝나면 이 물건은 어디로 던져질지 모른다!"어머님, 먼저 열어보시겠어요? 저는 잘 모르는데, 만에 하나라도 맘에 안 들면 제때에 사람을 찾아 수정할 수 있잖아요."이 정도로 말했으니, 주변에 또 많은 사람이 보고 있어 강혜정은 계속 건성으로 대접하면 주위 사람의 비웃음을 당할 것 같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전예은을 싫어하면서도 예의 바른 웃음을 유지하며 선물상자를 뜯었다. 선물상자 안에 나무상자가 있었다. 그녀는 약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숨을 들이쉬었다. 만약 이 나무상자 안에 또 상자가 있다면, 그녀는 전예은을 쫓아내겠다고 생각했다.나무 상자를 열어보니 한 폭의 그림이 들어 있다.강혜정은 건성으로 두루마리를 펴면서 워낙 그림을 싫어했지만, 그림 내용을 보자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태준 아버지까지 눈썹을 치켜올리며 궁금해서 물었다."이건 전에 그 명화 아닌가?"전예은은, "네,태준 아버님."이라고 정중하게 대답했다.태준 아버님은 만족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