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희가 당황하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이기진의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남녀 간에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바로 이 설레는 썸 타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때일 것이다.이진기는 일찍이 김나희를 자신만의 독점물로 점 찍어 놓았고, 김나희도 거절할 의사가 없었다. 이 감정은 전생에서처럼 싹트자마자 죽임 당하지 않을 운명이다.저녁을 먹을 때가 되어서야 김나희는 이진기 앞에 다시 나타났는데, 다만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연꽃이 시원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 부끄러움이야말로 김나희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식탁에서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손님이 왔다는 말을 들려왔다.말이 떨어지자마자 별장의 대문이 열리고, 남녀 두 사람은 건들거리며 별장 거실로 들어왔다.“나희 왔니?”고급스러운 옷차림에 온몸에는 반짝이는 진주를 착용한 여자가 식당에서 나오는 김나희를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김나희는 예의 있게 대답했다.“오늘 막 돌아왔어요, 작은 아빠 작은 엄마께서는 저희 아빠 만나러 오셨어요?”이 말을 듣고는 하난영과 김조성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결국에는 하난영이 입을 열었다.“저기 나희야, 아버지 집에 계시니?”김나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빠께서 일 때문에 잠깐 나가셨어요.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하난영은 호호 웃으며 말했다.“별일은 아닌데, 사람들이 그러는데 지금 그룹에 자금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걱정돼서 찾아봐 본 거지.”김나희는 다소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작은 아빠, 작은 엄마 걱정 마세요. 이렇게 큰 그룹에서 어떻게 자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어요.”이 말을 듣자 하난영은 약간 표정이 변하며 거침없이 말했다.“그것 모르는 일이지. 사업이라는 게 오늘 좋지만 내일 되면 나빠질 수도 있는 일이야. 우리가 오늘 온 건 바로 너희 아버지한테 우리의 대금 먼저 달라고 온 거야.”“많지도 않고, 겨우 몇 억 정도밖에 안돼. 원래는 다음 달이 결산일이지만 지금 우리의 식품 공장 이익도 안 좋은
“형...... 형님, 돌아오셨네요.”하난영과 김조성은 김동성을 보자 슬며시 두려움이 몰려왔다.결국 김동성 아니었다면 두 부부에게 오늘 같이 좋은 날은 없었을 것이다.“둘이 나 찾으러 왔다면서? 그래서 왔지.”김동성은 분로를 머금고 말했다.지금 그룹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들게 하는 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그런데 김조성과 하난영은 자신의 가족인데 이렇게 첫 번째로 달려와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이런 행동을 보고 어떻게 화가 안 나고 차가워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난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주버님, 저희도 부양할 가족이 있잖아요, 우선 먼저 대금을 주실 수 있으신지......”하난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동성은 수표 한 장에 얼굴에 던졌다.“대금 2억이니까, 둘 다 어서 들고 꺼져!”하난영은 떨어진 수표를 주웠다. 이제 돈도 손에 들어왔으니 그녀도 더는 참지 않아도 되기에 화를 내며 소리쳤다.“아주버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그래도 아주버님의 친동생인데, 먹고 떨어지라는식으로 하시는 건 심하신 거 아니세요?”“제품을 받았으면 돈 주는 건 당연한 거죠!”“제품 품질이 어떤지는 스스로 알고 있지 않나?”김동성은 벌컥 화를 냈다.“동종 제품에서 너희 제품이 품질 문제에서 가장 많은 신고를 받고 있었어! 친동생만 아니었으면 당장 정리했을 거라고!”하난영은 안색이 한바탕 변하였고, 김동성 부녀 둘을 원망하 듯 한 번 노려보았다.“겨우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나하고! 우리도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어요!”“어차피 S그룹도 곧 망할 텐데, 그러면 지위도 돈도 다 변하겠죠, 그때 가서 한번 두고 보자고요!”“그룹 자금에 문제가 생기자마자 둘이서 찾아와 돈을 요구한 걸 보니 이미 소식을 알고 있는 것 같네. 둘은 우리 그룹이 망하길 간절히 바라는 거였어? 하지성 집안에서 도대체 뭘 해줬길래 이러는 거야?”김동성은 하난영을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하난영은 안색이 크게 변
“아버지의 사랑은 산과 같다고 하잖아!”이진기는 김나희를 위로하였다.“지금 이 고비를 넘기면 다 좋아질 거야.”“내일이...... 결전인 거야?”김나희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진기를 바라보았다.이진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승부도 생사도 결정되겠지.”“우리가 반드시 이길 거야, 그렇지?”김나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이진기가 웃으며 답했다.“응.”이진기의 대답을 듣자 김나희는 확실히 많이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얼굴을 펴고 웃으며 말했다.“가자, 내가 네 방 안내해 줄게.”이튿날 아침, 아침을 먹고 김동성은 모든 스케줄을 미루고 김나희와 함께 이진기 뒤에 앉았다.“자산 이전 건은 일찍 발견되어서 수속 절차는 막아놨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전쟁이죠. 여기서 지면 그룹도 끝이고, 여기서 이길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거예요.”김동성은 이진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어찌 됐든 너무 심적으로 부담 갖지 마.”10분 뒤면 개장하는 주식시장을 보면서 이진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빛은 매우 평온했다.같은 시각 한 호화주택에서 하지성은 눈앞의 세 명의 펀드 매니저를 보면서 약간 긴장하며 말했다.“다들 정신을 차려! 곧 개장할 거야, 자금은 내가 구좌에 이체했으니까 다들 내 말대로 진행하면 돼.”30분 전, 그는 가문에서 보내준 현금 1,800억을 받았다. 이 1,800억이 있으면 하지성은 전방위적으로 주식시장의 그놈을 깔아뭉개고 설욕할 자신이 있다.10분이 흐리고 장세는 즉각 변하기 시작했다.이날의 시세가 시작되었다.천용부동산의 주식이 개장하자마자 치솟는 것을 보고 이진기는 눈을 가늘게 뜰뿐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마치 정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치타처럼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하지성은 지금 미친 듯이 자신의 펀드 매니저에게 지시하고 있었다.“매입해! 이 가격대의 모든 주식은 다 쓸어 담아!”타닥타닥 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주가는 상승세를 탔지만 어제처럼 자신과 앞다투어
“물고기가 이미 미끼를 물었어! 이제 그물을 걷어도 되겠어! 이제 하지성이 손해 좀 보겠어!”이진기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옆에서 김나희는 멍하니 이진기의 옆모습을 보고 있었다.남자는 열심히 일할 때가 가장 멋있다고 하던데, 지금 김나희의 눈에 이진기는 온몸에서 빛을 발산하고 있다....이틀 동안 이진기 본인의 계좌와 김동성,김나희의 두 계좌를 더해서 사들여 보유한 주식은 이미 매우 무서울 만큼의 수량에 도달했다.그리고 방금 그가 하지성과 전투하는 과정에서 주가는 다시 한번 상한가에 임박했었다.이때 이기진의 전체 설계는 완성되었다.그는 바로 하지성에게 자신이 그와 끝까지 싸워 천용부동산의 주식을 모두 먹어치워야 한다는 착각을 주려고 했다.일단 이렇게 되면 그가 천용부동산이라는 이 주식의 큰손 될 것이고, 하지성은 모든 발언권을 힘을 잃게 된다.그러니 하지성은 포기할 리가 없다.사실은 모든 것이 이진기가 예상한 것과 같다는 것을 증명했다.하지성은 모든 것을 다 모아 이진기와 시중에 아직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빼앗으려 했다.가장 격렬하게 싸울 때 설계를 마친 이진기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정글의 치타는 적을 일격에 죽일 기회를 끝까지 기다렸다.순식간에 클로즈 포지션을 취하자 하지성은 완전히 당황했다.마치 1초 전까지만 해도 두 고수가 여전히 서로 힘을 겨루고 있는 것 같았는데, 다음 1초 사이 그중 한 명이 철수한 것만 같았다.하지성은 넋을 잃고 멍해있다가 천용부동산의 주가를 보았는데...... 다이빙하고 있었다.진정한 다이빙이었다, 플랫폼 고층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전장 전체가 폭파되었다.하지성은 이진기가 자신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진기가 의자를 집어넣고 도망갈 거라는 생각은 못 전혀 못했다.“상대 쪽에서 클로즈 포지션을 하고 있습니다!”“도련님, 저희 쪽 자금이 모두 자동 거래로 진행되고 있습니다.”“큰일입니다, 도련님, 자금이 부족해요!”펀드 매니저의 다급한 목소리는 귀신처럼
하지성의 모든 자금은 이미 이진기 때문에 소진되었고, 이진기가 손을 떼자 천용부동산의 주가는...... 터져버렸다.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개인투자자들은 고사하고 기관들마저도 어리둥절해 했다.천용부동산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큰손에 의해 이렇게 폭파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얼른 얼마나 벌었는지 보자!”김나희가 다가오면서 찰랑거리는 머리끝이 이기진의 코끝을 가볍게 스치자 여인의 그윽한 향기가 풍겨왔다.그녀는 그런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고 지금은 이진기의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수수료 떼면, 잔고... 818,411,052,140원.”“들어갈 때 내 자금은 5천6백억 이었는데 지금은 8천2백억 원이니까, 하지성을 거의 탈탈 털었다고 볼 수 있지.”이진기는 김동성의 구좌에 바로 1,000억을 남기고 남은 돈은 전부 자신의 구좌로 이체했다.계산해 보면 김동성의 1,000억을 빼면 그는 또 거의 1,600억을 벌었다.“대박!”이진기가 돈을 버는 걸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겨우 이틀 만에 이렇게 쉽게 또 1,600억이 입금된 걸 보고 김나희는 여전히 믿기 힘들었다.“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효율은 사람을 매혹시키지만, 이런 기회는 정말 많지 않아. 운, 인맥, 노력 어느 것 하나도 없어서는 안 돼.”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대단해!”김나희는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돌려 김동성에게 자랑했다.“아빠, 진기가 그 돈을 모두 되찾았어요!”김동성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그래그래, 네 남자친구 정말 대단해.”김나희는 멍하니 있다가 곧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냥 친구라고요.”김동성은 하하 웃으며 부끄러워하는 딸을 더 이상 놀리지 않고 고개를 돌려 이기진에게 말했다. “요즘 젊은이는 무서워. 모두 이렇게 잘 벌면 기업에 취직할 필요도 없이 다 주식투자하러 가는게 낫겠어.”이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주식시장이 아무리 흥성해도 실물경제에 의거하여 운행되는 거죠. 자본시장은 비록 하루아침에 벼
하세현의 포효에 허지성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아빠, 이런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일반인은 아닐 거예요. 제가 알아낼게요.”하지성이 서둘러 말했다.하세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이번에 가문 자산을 1,800억이나 손해 보게 만들었으니 네가 아니더라도 가문에서도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동안 너는 좀 조용히 하고 있고, 더 이상 C시에 머물지 말고 다른 곳에 가서 마음 정리나 하고 와.”“김동성은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니야. 이제 우리 집안에서 전면적으로 보복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해. 내 말 알아 들었어?”하세현의 말을 듣고 하지성은 믿을 수 없었다.“설마 김동성이 감히 저한테 손을 된다고요?”“김동성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C시 갑부의 자리를 이렇게 오래 굳건히 지킬 수 있었는데, 넌 정말 김동성이 아무 수단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본 김동성은 그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준 거야.”하세현은 더 이상 하지성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하지성의 안색은 음침하고 사나워졌다.원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조금만 더 있으면 전체 S그룹은 자신의 것이 될 것이었다.그러나 지금은 S그룹은커녕 자신이 가문 자신 1,800억을 잃어 상속인을 다툴 자격조차 없어졌다.“이런 젠장!”하지성은 포효하며 미친 듯이 방안의 모든 것을 내동댕이쳤다.“네가 누구든 알아내기만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동성 별장.김동성은 전화를 몇 통 받은 후에 계획을 마쳤다.“다음 일은 내가 처리하마, 이번 일은 다 진기 네가 도와준 덕분이야.”김동성은 감개무량해 하며 말했다.이진기은 웃으며 말했다.“삼촌, 그런 말씀 마세요. 삼촌 일이면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김동성은 웃으며 이진기의 어깨를 두드렸다.“이제 한동안 나하고 하 씨 집안 하고는 싸울 거야. 이런 일들이 다 일단락되면 네가 전에 말한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그래서 C시의 벤틀리 매장은 손님이 거의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이진기와 김나희가 도착하자 몇몇 딜러의 관심을 끌었지만, 두 사람은 젊은 사람인 걸 발견한 후 대부분 안내하러 오기를 귀찮아했다.소나타 한 대도 일반인이 소비하기 어려운 수준인데 하물며 수억 원대의 벤틀리라니?이진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이 오랫동안 좋아했던 벤틀리 뮬산이 눈에 들어왔다.벤틀리나 롤스로이스와 같은 고급차의 장점은 바로 디자인이 영원히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지금의 벤틀리는 20년 후의 벤틀리도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변하지 않는 클래식한 원통 전조등 조형, 패기가 넘치는 흡기 그릴, 그리고 존귀와 부를 대표하는 두 날개로 된 벤틀리 로고.이런 상징적인 대표 디자인 언어는 모든 남자들로 하여금 잊지 못하게 할 것이다.“안녕하세요, 두 분 혹시 이 뮬산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쭈뼛쭈뼛하는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이진기는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딜러 복장을 한 여성이었다. 딱 보기에도 앳돼보였고 손에는 대걸레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몇 명의 다른 딜러들을 보고서 이진기는 바로 이 어린 직원은 새로 왔는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네, 한 번 보려고요.” 이진기가 대답했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직원이 비꼬며 말했다.“전수영, 딜러가 되려면 눈썰미도 좀 있어야 하는 거 몰라? 너랑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벤틀리를 살 수 있겠어?”전수영이라는 직원은 얼굴을 붉어졌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구매하는 거랑 상관없이 손님에게 안내해 드려야죠.”“멍청이.”또 여직원이 비웃으며 무례하게 말했다.“촌년은 어쩔 수 없다니까, 우리 같이 도시에서만 산 사람과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겠어, 하여든 멍청해.”그 직원의 말이 웃긴다는 듯 다른 직원들도 같이 웃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비웃는 소리를 들으며 전수영은
직원의 태도와 말은 옆에 있던 김나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서비스 태도가 너무 나쁘네요, 이런 태도로 판매를 할 수는 있겠어?”“뭐라고?” 여직원은 김나희를 째려보곤 비웃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당신들 알고나 있어? 여기 벤틀리 매장이야! 여기 있는 차들은 다 수억 원이 넘는다고!”“보는 눈은 있네, 들어오자마자 가장 비싼 뮬산을 만지려고 하다니. 당신들은 어딜 봐도 살 수 없어 보이는데 내가 좋은 서비스 태도가 나오겠냐고?”“우리가 못 살 거라고 생각해?”김나희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직원은 무슨 큰 농담이라도 들은 듯 허리를 펴지 못하고 웃었다.“당신들이 살 수 있다면 내가 이 수건을 먹는 거 어때?”말이 끝나자 직원은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며 사람을 내쫓으려고 했다.“됐어, 다 봤으니까 얼른 나가, 여기 서서 거슬리게 좀 하지 말고 정말 저런 궁상맞은 꼴로 어떻게 들어온 거야?”그 직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진기는 카드를 꺼내 전수영에게 건네주었다.“계약서 쓰고, 카드를 긁어 주세요, 일시불로요.”이진기는 옆에 있는 벤틀리 뮬산을 가리켰다.“바로 이 뮬산으로 할게요.”말을 마치고 이진기는 얼이 빠져 있는 그 직원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수건은 언제 삼킬 거죠?”이진기의 말투는 무겁지도 않고 소리도 크지 않았지만, 그 직원의 귀에는 우레가 치는 것 같았다.굳은 얼굴의 그 직원은 전수영 손에 든 은행 카드를 보더니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침착한 척하며 냉소를 지었다.“아무 카드나 꺼내서 사람을 속여? 이 차 11억이야! 할인 같은 거 없어! 당신 카드에 그 정도 돈 있어?”“끝까지 가보자는 거군.”이진기는 이제 상대하는 것도 귀찮았다.“계약서 작성해 주세요.”이진기는 전수영에게 말했다.“예!?”“정, 정말로 구매하시는 건가요!?”“네, 정말이에요.”이진기는 그녀에게 격려의 웃음을 지어주었다.전수영은 서둘러 은행 카드를 들고 발이 보이지 않게 뛰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수영은 계약서와 수속 준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