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위면이 정원의 대문 앞에 도착하여 문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정원 안 화초들의 광풍에 휩쓸린 듯 꽃잎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순간 위면은 그 대문에서 손을 뗐고 정원의 인기척은 곧바로 사라졌다. 하지만 위면이 다시 대문에 손을 대자 정원 안의 화초들도 다시 휘날리기 시작했다. 이때 위면은 깊은 고민에 빠졌는데 눈 앞의 대문을 열어야 할지 말지 어려운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정원의 화초들은 마치 위면에게 이곳을 벗어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위면은 깊은 숨을 들이쉬더니 결국 검을 들고 이 정원을 나섰다. 위면은 전에 제갈 홍루가 세상을 떴을 때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이 정원을 나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신령의 묘지가 세상에 드러난 지금 위면은 마치 무언가를 감지한 듯 정원을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위면이 정원을 나선 지 얼마되지 않아 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발 밑의 대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온 천지가 무너져 내리려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일년 사계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던 정원 안의 화초들도 눈에 보이는 속도로 급격하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위면은 눈살을 찌푸렸고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려왔다. “삼도, 넌 이곳을 떠나면 안 돼. 이건 네 운명이야.” “이곳을 벗어나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 홍루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는데 바로 이미 세상을 뜬 제갈 홍루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매우 엄숙하고 단호했다. “돌아가.” 명령과 비슷한 이 고함에 위면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홍루 쪽을 바라보았는데 원래 흐릿했던 두 눈도 점차 맑아지기 시작했다. “허허허, 제갈 홍루 이 자식이 죽어서도 나를 지켜보고 있었어.” 결국 위면은 제갈 홍루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자신의 정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위면이 정원으로 돌아오는 순간, 요동치던 대지는 움직임을 멈췄고 화초들도 다시 생기를 되찾은 듯했다. 이어 자신의 검을 다시 벽에 걸어 두었는데 먼 곳의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설마 이 세상에 아직 살아있는 신령이 있다는 말이야?” “그건 불가능합니다.” 조경운이 말했다. “단지 죽었지만 신령의 힘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거죠. 형님, 전 방금 천기판으로 매우 무서운 장면을 봤습니다.” “그게 뭔데?” 하천이 물었다. “얼음으로 뒤덮인 한 협곡이었는데 마치 하늘에서 무언가 내려와 무수한 반신을 멸망시키는 그런 장면이었습니다.” 이 말에 하천은 심장이 철렁했다. “무슨 물건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거야? 어떤 반신들이 멸망한 거고?” 그러나 조경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천기판은 세상 만사를 내다볼 수 있지만 아직 제 힘이 약한 탓에 그것까지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게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니까 형님, 제 느낌상 그 장면들은 신령의 묘지는 아주 위험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묘지로 가는 사람들은 모조리 죽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형님은 그 묘지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겠다.” 하천은 조경운이 말하는 엄숙한 태도에서 그 신령의 묘지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하천은 전까지 확실히 신령의 묘지에 대해 흥미를 가지긴 했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기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지켜야 할 것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형님, 저는 곧 홍루로 돌아가야 합니다.” “왜?” 하천이 물었다. 그러자 조경운이 말했다. “신령의 묘지가 세상에 알려졌으니 전 세계는 시끄러워졌을 겁니다. 저희 H국 고대 무림계 반신들도 포함해서 말이죠. 그러니 전 용조 그리고 홍루 주인의 신분으로 통고를 낼 겁니다.” “어떤 통고를 말하는 거지?” 조경운이 대답했다. “신령의 묘지는 아주 위험한 곳이니 H국의 반신은 그 안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요. 만약 기어코 그 신령의 묘지로 갈 시 뒤따르는 결과는 알아서 책임지라고 통고할 겁니다.” 조경운은 현재 홍루의 주인이자 용조의 대신으로서 어깨에 짊어진 짐도 전보다 훨씬
이는 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한 여인이었는데 긴 머리에 몸매 또한 일품이었다. 그러나 이 여인은 짙은 화장으로 자신의 늙고 주름진 얼굴을 가리려 했는데 그 모습은 너무나 징그러웠다. 이 여인은 폭풍 가문 풍풍의 여왕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는데 50년 전 반신의 경지에 들어섰으며 바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잠시 후 뒤에서는 또 7,8대의 차량이 잇달아 들어왔다. 차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는 키가 매우 큰 노인이 내렸고 뒤에는 20여 명의 부하들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이 노인의 이름은 제크엘이었고 M국에서 누구나 알만한 은행을 운영하는 제크 가문의 반신이었다. 그 외에도 온몸에 괴상한 문신을 가득 새긴 반신 샘크스와 키가 2미터 넘은 만왕, 그리고 저주술에 능한 흑무왕 등 해외 제2 세계의 반신 10명이 연이어 이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반시간 후 테이블은 이미 꽉 찼고 사신은 먼저 이들에게 술을 한 잔씩 권했다. “여러분들, 아주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사신의 말에 사람들은 분분히 술잔을 들었다. “먼저 우리의 이번 만남을 위해 한 잔씩 하자고요.” “좋습니다!” 그렇게 모두들 잔 안의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리고 사신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여러분들을 이 한 자리에 부른 이유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얼마 전 GPE가 다크웹에 신령의 묘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어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내 요청을 받고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건 자연히 그 신령의 묘지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신령의 묘지에 대해 말하자 사람들의 눈빛은 유난히 밝아졌다. 이때 폭풍의 여왕이 입을 열었다. “여기 모두는 이미 반신이 된 지 오래된 사람들이고 줄곧 어떻게 하면 반신의 경지를 돌파하고 신령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지 연구해왔을 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그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거고요.” “그러니 이번 신령의 묘지가 출현한 건 우리 모두에게 있어 절호의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신령이 자취를 감춘 지금 이 시대에는 반신이 바로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존재였다. 그러니 11명의 반신이 연합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놓고 보아도 엄청난 힘이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상식대로라면 상신의 말처럼 이 강대한 연맹이 GPE의 음모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맞습니다. 우리가 함께 모인 이상 고작 GPE같은 정보 조직이 음모를 꾸민다고 한들 두려울 건 또 뭡니까?” “맞아요. 만일 GPE가 정말 무슨 음모를 꾸미더라도 우리가 부숴버리면 그만이죠.” 사신은 패기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는 3일 후에 다시 여기에 모여 함께 R국 신령의 묘지로 출발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이렇게 강대한 제2 세계의 연맹이 완성되었는데 이 연맹은 곧 R국으로 향하는 조직들 중 가장 강한 조직이기도 했다. 그리고 해외 제 2세계에는 이들 외에도 숨어 지내던 많은 반신들이 신령의 묘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분분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도처에 피비린내가 가득한 한 고성이었는데 음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고성 뒤에는 온통 무덤들이 수두룩했고 매 한개의 무덤 앞마다 모두 십자가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묘비는 전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로 이때 한 무리의 남자들이 가지런히 무덤 앞으로 몰려오더니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순간 이곳에는 광풍이 불기 시작했고 하늘에 떠있던 달조차 점차 검은색으로 변했다. 곧이어 쾅- 하는 폭음이 들렸고 그 중 한 무덤이 갑자기 터져버렸다. 그 무덤 속에는 40대 남짓해 보이는 한 남자가 잠들어 있었는데 이 남자가 눈을 뜨는 순간 두 눈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쾅- 또 한번의 폭음과 함께 이 남자는 바로 그 관 안에서 날아오르더니 이 사람들 앞에 도착했다. “혈조를 뵙겠습니다.” “혈조를 뵙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잇달아 절을 했고 혈조는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의 달을 보며 포효
천궐도는 줄곧 하천과 10여 미터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하천이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잡을 수 없었다. 한참이나 천궐도를 쫓던 하천이 멈춰 섰을 때, 그는 자신이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곳에 와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긴 어디인 거지?” “그리고 나 왜 하늘을 날고 있는 거지?” 비록 반신으로서 하천은 지금까지 진기를 이용하여 저공을 날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너무나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천궐도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틀림없이 꿈인 거야.” 하천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전방에 매우 높은 설산이 나타났는데 이 설산의 상공에는 관이 하나가 떠있었다.곧이어 이 관은 터져버렸고 그 안에서는 흰 옷을 입는 남자가 나타났다. 이 남자의 옷차림새나 분위기 등은 모두 전설 속의 그 신령처럼 보였다. 이때 이 사람은 하천의 천궐도를 덥석 잡았고 순간 천궐도를 흰 빛을 뿜어냈다. “누구지?” 하천이 아직 멍하니 서있을 때 저쪽에서 흰색의 빛줄기가 날아왔는데 그것은 뜻밖에도 검이었다. “경흥검?” 하천은 한눈에 그것이 경흥검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왜 이곳에 천궐도와 경흥검이 동시에 나타난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궐도와 마찬가지로 경흥검 역시도 그 흰 옷을 입은 남자의 손에 날아들었다. 곧이어 이 남자는 왼손에는 천궐도, 오른손에는 경흥검을 들고 공중에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천군일소, 이화접목, 단검격세, 역비화산, 판음양, 절세간, 윤회풍자.” “인검, 지검, 천검.”이 남자는 칠식도의와 삼검경을 동시에 시전했는데 지금 그가 뿜어내는 위력은 하천과 백리를 훨씬 뛰어넘은 실력이었다. 특히 이 남자가 마지막으로 윤회풍자를 시전할 때는 천지까지 진동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 남자는 두 가지 공법을 동시에 발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공에는 두 갈래의 균열이 생기더니 하늘은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건
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위험한 곳일 수록 수확은 더 크다는 거야. 이번 신령의 묘지 또한 마찬가지일 거야.”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겠습니다.” 이때의 조경운은 겉으로는 매우 담담해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하천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강 밑 진법도 거의 다 풀렸으니 형님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다시 함께 들어갑시다.” “좋아!!!” 잠시 후 날은 완전히 밝았고 하천이 몸을 돌려 조경운의 처소를 떠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줄기의 그림자가 날아왔다. “나와 함께 가자.” 하천은 저공에 떠 있는 이화 노조를 보면서 말다. 이화 노조는 하천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꼭두각시였다. 때문에 이화 노조는 아무런 대답이 없긴 했으나 자연히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 GPE 가 다크웹에 신령의 묘지가 나타났다는 기사를 낸 지도 일주일이 되었다. 이 일주일 동안 세계 각 지의 반신들은 모두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잇달아 R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는 R국의 공식부문인 클로크에게 있어서는 거대한 압력이었다. 이곳은 R국 경내의 한 설곡이었는데 일년 내내 폭설이 내리고 있어 지금까지 빙설이 녹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 설곡 위에는 30미터 높이의 건물이 우뚝 서있었는데 그 건물 안의 한 회의실이었다. 회의실 안에는 난로불이 피어 있어 그나마 안의 온도는 적당히 따뜻한 편이었다. 그리고 이 회의실의 창문 앞에는 손에 시가를 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 사람의 이름은 록워프였는데 R국 공식부문인 클로크의 수령이었다. 이때의 록워프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바깥의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령님, 소식에 따르면 이미 반신들이 육속 우리 국경에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 부하가 록워프 뒤로 다가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수는?” “구체적인 인원수를 집계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20명은 넘습니다.” 이 말은 들은 록워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빙원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어두워졌고 두 사람은 한 설산의 산기슭에 도착했다. 이 산기슭 아래에는 한 작은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때의 마을은 이미 텅텅 비어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R국은 역시 생존능력이 참 대단해. 이렇게 추운 곳에서 어떻게 사는 지 몰라.” 두 사람이 수다를 떨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 안에 불빛이 보이는 집이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은 이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신기한 것은 마을은 결코 허름하지 않았고 많은 새로운 시설들도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신령의 묘지가 이 일대에 있다는 것 때문에 R국 쪽에서 일부러 마을 사람들을 전부 대피시킨 것 같아.” 백리가 말했다. “그러게요.” 하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가리켰다. “저쪽에 불빛이 있는 거로 보아 누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날도 어두워졌으니 일단 저곳에서 오늘 하루 휴하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고요.” “좋아.”그렇게 두 사람은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이곳은 뜻밖에도 음식점이었는데 안은 매우 떠들썩했다. 두 사람이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코트를 입은 R국 사람이 나와 매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미 따뜻한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이 R국인의 인솔하에 하천과 백리는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바깥이 미친 듯이 추웠던 것에 비해 이 음식점 안은 아주 따뜻했는데 이때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모두 반신들이었는데 비록 자신의 기운을 숨기려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숨길 수 없었다. 하천 일행은 구석진 자리를 골랐는데 곧바로 직원이 술과 음식을 가지고 왔다. “얼른 드세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고요.” 이 직원은 친절하게 하천과 백리에게 술을 따르며 말을 이어갔는데 둘러보면 이 안의 모든 직원들이
하천이 말하며 젓가락 하나를 휘둘렀는데 곧바로 총알처럼 그 청년을 향해 발사되었다. 순간 이 청년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한 줌의 피를 뿜어내더니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대로 땅에 꼿꼿이 쓰러져 버렸다. “고작 화경 따위가 함부로 나대다니.” 하천이 젓가락 하나로 이 청년을 죽이는 모습에 맞은편에 있던 일행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바로 이때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감히 내 부하에게 손을 댔다는 말이야?” 이는 등에 검갑을 멘 한 노인이었는데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검조님을 뵙습니다.” “검조님을 뵙습니다.” “검조님을 뵙습니다.” 일행은 곧바로 이 노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고 하천과 백리도 그쪽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하천과 눈이 마주친 이 노인은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했고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천님을 뵙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당신이었어?”이 사람은 바로 다른 이가 아니라 하천이 고려에서 만났던 검조였던 것이다.“하, 하천님, 제 부하들이 두 분에 폐를 끼쳤다면 당장 사과를 드리고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고려 검조와 말을 더 섞고 싶지 않았던 하천은 다시 몸을 돌리고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조는 한참동안이나 하천 곁에서 전전긍긍하며 어색하게 서있었는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때 육속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하천은 또 낯 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그는 바로 동영의 대신관이었는데 막 들어오자마자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하천과 백리를 발견했다. “하천!!!” 순간 대신관은 포악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대신관은 이미 수차례 하천과 충돌해왔고 번마다 그로 인해 큰 손해를 입었기에 두 사람은 거의 철천지원수가 따로 없었다. “또 저 녀석이야.” 대신관을 본 하천은 피식 웃더니 잔 안의 술을 단숨에 마신 후 백리에게 말했다. “형님,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리요. 전에 제가 기서를 찾으러 해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