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은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나서 언성을 높였다.“통화를 몰래 들은 건가요!?”‘청력에 문제 있나. 몰래 들었다 한들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난 그저 지나는 길이었어.”연신은 손에 든 물 잔을 내보이며 차갑게 말했다.연신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안이 뭇남성과 통화하는 걸 듣고 화가 나긴 했지만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무언가 엿듣는 습관도 없었다.침실로 돌아와 물 한잔 들고나가서는 길에 이런 일을 겪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지안은 해명을 제대로 못하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연신 앞에서 직접 진현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눈 똑바로 뜨고 잘 봐요. 내가 도대체 언제 희희덕거렸다는 건지!”연신은 무표정하게 비웃었다.“그만해. 아니어도 어색해지는 건도 당신이야.”지안이 화가 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때 수화기 너머로 진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반갑지만 놀라는 눈치였다.“지안, 어쩐 일로 또 전화했어요?”어째서 이 밤에 잠도 안 자고 전화를 한 거지?지안은 순식간에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아무 일 없어요. 오븐에 넣어둬야 한다고 말하는 걸 잊었지 뭐예요. 인터넷에 올라온 대로 온도나 시간 정확히 안 지켜도 돼요. 보다가 적당할 때 끄면 돼요.”“... 네, 알겠어요.”진현수는 다소 실망한 눈치였다.“네. 그럼 끊을게요.”지안은 전화를 끊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연신을 당당하게 쳐다봤다.“이런 평범한 대화를 ‘희희덕거린다'고 말한 거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옹졸한 거예요?”“그럼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연신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기껏해야 천 쪼가리 몇 장 걸치고 ‘보통' 친구랑 영상통화를 한다고?“이건!”“내가!”“그쪽을!”“꼬셔보려고 입은 거예요!”지안은 한숨에 마음의 소리를 내뱉었다. 연신에게 몇 발자국 다가가더니 고개를 쳐들고 반짝이는 눈망으로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이 대답은 만족스럽나요?”연신은 당황하며 자신에게 바짝
지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모든 일을 심연아가 꾸몄을 거라고 생각하며 주먹을 쥐었다.지안이 경찰과 동행하면 회사에서 악의적인 소문이 퍼질 거다.하지만 지안은 가야 한다.지안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래요, 가요. 그런데 만약 조사해서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랑 관련 없는 일이라고 밝혀지면 강우석은 사과해야 할 거예요.”경찰은 개의치 않았다.“결과가 나오면 알아서 하세요.”경찰서.지안 앞에 마주 보고 앉은 심연아는 두 사람 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러게 왜 그랬어. 대기업 가려다가 결국 원래 있던 데로 돌아왔네.”심연아는 어떤 대기업이 옥살이하는 직원을 계속 쓰려고 할까 지켜볼 참이었다.지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난 내 능력으로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넌? 남을 모함하는 것 말고 무슨 능력이 있니.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갈걸.”심연아는 고등학교 시절 연애해서 학업을 중단하고 아버지의 부탁으로 삼류대학을 겨우 나왔다.안 그랬으면 대학 때 강우석 그 찌질이와 엮였을 거다.심연아는 정곡을 찔렸지만 차분하게 비웃었다.“어떻게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좋을 걸. 아무래도 내가 너보다 낫지. 다음 생엔 옥살이 할 필요 없어.”심연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우석이 경찰과 들어왔다.심연아는 갑자기 털썩 바닥에 주저앉더니 상처받은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말했다.“지안아 왜 날 밀치고 그러니.”겨우 화를 억누르던 지안은 이 모습을 보니 울분이 터져 나왔다.“누가 밀었다고 그래! 불쌍한 척하지 마. 체면 좀 차리지 그래?”강우석은 안쓰러워하며 심연아를 일으켜 세웠다.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지안을 보며 말했다.“너야말로 불쌍한 척하지 마. 전에 내가 팔찌 달라고 말했지. 옛정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넌 여전히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너 빼고 다 바보 같지? 법적 책임을 꼭 물어야겠어.”“미쳤구나.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떳떳해. 뭐가 두렵겠어?”“조용히 하세요!”경찰이 소리쳤다.팔찌를 지안
지안은 치를 떨었다.“꿈 깨!”그래도 세상엔 항상 공정함이 살아 있다. 경찰이 진상을 알아내면 지안은 집으로 돌아갈 거다.강우석은 고집을 꺾지 않는 지안을 보고 크게 실망감을 느꼈고, 심연아와 빠르게 경찰서를 빠져나갔다.사실은 밝혀질 거다. 지안은 여전히 순진하게 생각했다. 경찰서에서 몇 시간을 보내니 지안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다. 남은 거라곤 오기뿐이었다. 사력을 다해 자신의 결백을 토로했지만 충분한 증거 앞에서 그녀의 주장은 소용이 없었다.심연아가 강우석과 조사실을 나간 후에도 강우석은 여전히 지안을 헐뜯었다.“걔가 진짜 돈이 없었다고 하면 내가 빌려줬지. 안 빌려줬겠어? 이렇게 저급하게 사기를 치다니.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인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팔아버릴 수가 있지? 그땐 내 눈이 멀었던 거야!”심연아는 나긋하게 말을 던졌다.“혹시 지안이 진짜 어려운 거 아닐까. 우석 씨, 어찌 됐든 난 당신이 지안이랑 의논하지 않고 내 체면을 세워줬으면 좋겠어. 팔찌는 내가 반드시 돌려놓을게.”강우석은 심연아를 안았다.“연아야, 넌 너무 착해. 지안은 무슨 복이 있어서 이런 배려를 받나 몰라.”“지안은 우리 가족이잖아. 내 동생이니까 당연해.”심연아가 집으로 돌아가자 경찰서에서 증인으로 나섰던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심연아에게 애걸복걸하며 말했다.“시키신 대로 일 끝냈으니까 돈 좀 주세요. 제 아이가 지금 병원에서 수술비만 기다리고 있어요.”아이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자 여자는 가게 임대료도 내지 못했다. 하물며 거짓 증언까지 할 정도였다.여자는 지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심연아는 여자를 흘겨보더니 카드 한 장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총 2,000만 원이에요. 갖고 빨리 사라져요.”오후 3시.오정연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경찰서 안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니다 갑자기 무언가를 바라봤다. 짧은 두 다리는 급히 멈추더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안을 바라봤다.“언니, 언니가 왜 여기 있어...”‘아빠 말로는
오지석은 연신에게 간단하게 사건 경위를 설명한 후 취조실로 향했다.얼마 전 성가네 만찬에서 만났을 때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항렬로 따지면 지안이 오지석을 이모부라고 불러야 한다는 건 알았다.지안은 지금 장욱을 직접 마주할 때가 아니란 걸 알았다.“한 달 전 팔찌를 강우석한테 돌려줬어요. 장소는 푸룽제에 있는 카페였고 CCTV 구할 수 있을 거예요.”“오래전 일인데 강우석 말이 사실이라면 왜 이제 와서야 신고했을까요?”“분명 속셈이 있을 거예요. 위치뎬 주인이라고 하는 그 여자도 문제가 있어요. 전 오늘 처음 봤다고요! 거기서부터 수사해 보시면 알 거예요.”지안은 못 미더운 부분들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녀 앞에 앉은 이 남자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다.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는 연신의 이모부로 친척이긴 하지만 강우석과 아는 사이일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지안아, 방금 말해준 부분들 내가 참고해서 조사하마. 진정하고 있어.”오지석은 주머니에서 계속 울리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지안에게 인사했다.“그럼 가보마.”오지석이 밖에 나와서 전화를 받자 싸늘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경찰서에 도착했어요.”“조금만 기다리렴. 곧 나가마.”오후 시각, 경찰서는 사건의 전반적인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에 있다.강우석이 오전에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아직 입건 전이었다. 오지석은 이 사건을 아예 맡아 처리하기로 했다.오지석은 칠판에 붙은 주얼리샵 여자 주인의 사진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했다.“가게 안 CCTV가 고장 났다고 했다고... 그럼 가게 근처 CCTV를 확보하면 되겠네.”곧바로 오지석은 팀원을 보내 CCTV를 확보했다.두문분출하고 CCTV를 확인하던 경찰관이 영상 하나를 보내왔다.영상 속 시간을 보니 사흘 전이었다.심연아는 팔찌를 가지고 그 여자 주인이 있는 주얼리샵으로 갔다. 5분 후에 가게를 나섰고 이어 1시간 후 주얼리샵 주인은 가게 문을 닫고 수상쩍은 모습으로 고급스러
지안은 깊은숨을 내쉬더니 중얼거렸다. “안 만났다니 다행이네”여전히 외숙모라는 자리가 어색한 상황인데다 연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준비가 안 됐다.“뭐라고 했어?”“아무 말도 안 했어요” 지안은 기운을 좀 회복하고 나니 마음이 불편했다. “미안해요. 오늘 저 때문에 시간 버렸네요.”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으로 운전대만 움직일 뿐이었다. 잠시 후 분위기를 잡으며 물었다. “오늘 이 일에 뒷배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인복이 없네”실직자가 어렵게 일을 구했는데 출근한지 한 달 만에 불미스러운 일에 엮였다.회사는 지안을 내치지 않겠지만 앞으로 온갖 구설에 마주해야 한다.지안은 받아쳤다.“인복이 없는 게 아니라 운이 없는 거예요.”이렇게나 불공평한 집안에서 태어나 심전웅 같이 편애가 심한 아버지를 만난 것 자체가 비극의 시작이었다.연신은 엑셀을 더 밟았다.“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집 가서 쉬어. 내일 평소대로 출근하고. 부용에서 일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게 되면 깔끔하게 그만둬.”연신은 항상 부용이 별로였다. 특히 TF팀 소속 관리직들 말이다. 실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동료들을 배반하기도 하고 성과 앞에선 인간이길 포기하고 자진해서 미치광이가 된다.한수군이 바로 그 TF팀 소속이다.“아니에요. 부용이 해고하지만 않으면 계속 다닐 거예요. 이 일 계속하고 싶어요.”지안은 고개를 내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지안은 연신이 준 카드로도 놀고먹을 수 있었지만 카드의 주인이 아니기에 앞날을 보장할 순 없었다.게다가 연신은 지금 지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그에게 기댈 순 없었다. 더 괜찮은 거취를 찾으면 모를까.적어도 지금은 그럴 수 없다.지안은 동네북도 아닌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아무것도 못 했다. 얼마 후 약혼식을 올릴 심연아와 강우석를 위해 지안은 큰 선물을 준비했다.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는 소식은 부용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어제 그렇게 쑥덕 거리고 강 건너 불구경하던 동료들이 하나
이민선은 멍하니 서있었고 귓가에는 안 예쁘다는 말이 계속 맴돌았으며 주변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상한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화가 잔뜩 난 그녀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심지안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심지안이 슬쩍 피해버렸으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이민선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면접 볼 때, 일부러 저를 업무팀에 추천한 거죠?”부용 그룹에서 근무한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되자 심지안은 업무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고 업무팀의 직원은 실적이 높은 직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외모가 예쁜 미인들이었기에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 여직원들의 역할을 알 수 있었다.이민선은 심지안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버린 것이다.“됐어요, 그만하세요. 다들 장난친 거잖아요.”이때 한수군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곁에 있던 직원에게 이민선을 끌어내라고 눈치를 줬고 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혈압이 확 올라갔으며 이내 활짝 웃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했다.“그럼요, 저도 다 장난이었어요. 설마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 아니죠?”가만히 듣고 있던 한수군의 표정이 확 굳어졌으며 순진한 척하고 있던 심지안은 속으로 너무 통쾌해서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이민선은 아마 심지안에게 손찌검을 했을 텐데 장난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며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쉽게 얘기하는 한수군에게 너무 짜증이 났던 것이다.오후쯤 되자 이민선이 사직서를 냈다는 소문이 들렸고 대표 사무실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것 마냥 폭풍 눈물을 흘렸으며 그 결과, 보상으로 한 달 치 월급까지 받았다고 한다.심지안은 못 들은 척하며 해야 할 업무에 집중했다. 이번에 그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회사 모든 직원들의 괴롭힘 상대가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여섯 시 퇴근 후, 심지안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인사팀 직원 몇 명이 그녀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이민선 씨를 내쫓은 게 저 여자래요.”“얼굴이 예쁘긴 한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외모를 함부로 평
심지안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고 그런 그녀의 생각을 눈치챈 상사가 한발 물러서며 타이르듯이 말했다.“급하게 대답할 필요 없어요. 잘 생각해 보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제가 우 대표님을 몇 번 만나봤는데 아내를 엄청 무서워하는 분이에요. 자원을 교환하는 것 외에는 심지안 씨가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보광 중신에서도 저희 회사의 이런 행위를 동의하는 건가요?”부용 그룹과 보광 중신은 경쟁 관계였으며 부용 그룹이 보광 중신보다 한참 뒤떨어진 회사였기에 심지안은 부용 그룹이 자원을 교환할 게 있긴 한 건지 의심됐다.“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심지안 씨를 보내는 거죠.”“알겠습니다. 저도 고민할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퇴근 후, 버스에서 내린 심지안은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녀의 곁에 멈춘 차 한 대를 발견하지 못했다.“심지안 씨!”성연신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그녀를 불렀고 심지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가 성연신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퇴근했어요?”“네, 타요.”“그래요.”집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차가 집을 지나치자 심지안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우리 어디 가요?”“어디 가고 싶어요?”“네? 연신 씨가 저를 데리고 나왔으면서 저한테 어디 가고 싶다고 묻는 거예요?”심지안이 자신을 가리키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자 성연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할아버지가 지안 씨 매일 야근하는 게 힘들어 보인다고 저한테 지안 씨 쇼핑 좀 시키래요.”성연신의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할아버지가 끊임없이 얘기했기에 하루빨리 심지안을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칼을 들고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흠칫하던 심지안은 이내 자신이 며칠 동안 SNS에 야근에 대해 언급했던 게 생각이 났고 할아버지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던 것이다.“역시… 날 생각해 주는 건 할아버지밖에 없네요.”심지안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고 생각해 보면 이렇게 성연신과 데이트를 하는 것도 처음이
심연아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심지안이 입고 있는 하늘색 원피스가 마음에 들었으며 안 그래도 약혼식 날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이 원피스는 중요한 날에 입기 딱 적합했다. “이 여자가 입고 있는 원피스를 입어 보고 싶어요.”그녀는 심지안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직원에게 말했고 직원은 얼른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리미티드 상품이라 총 두 벌 밖에 없는데 오늘 이 두 벌을 전부 팔 수 있다면 직원은 꽤 높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이 원피스를 가지러 가자 심연아가 심지안을 보며 비꼬듯이 말했다.“이 원피스 가격이 1억이 넘어. 동생아, 얼른 벗어. 그러다가 때라도 묻으면 넌 배상할 돈도 없잖아.”조금 전에 가격을 확인한 심연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요즘 주머니에 돈이 좀 있었기에 이 원피스를 구매하는 데는 문제없었다.이때, 곁에 있던 연설아가 세일하는 옷들을 가리키며 배를 끌어 잡고 웃었다.“정 이 브랜드 옷을 사고 싶으면 저기 세일하는 것들 중에서 골라봐. 저기 있는 옷들이 너에게 딱이야!”심연아가 나선 덕분에 연설아가 삼촌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보광 중신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정신 나갔네.”심지안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에게 팔찌 도둑 누명을 씌운 것도 아직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먼저 시비를 걸 줄은 몰랐다.“널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 이 원피스를 살 돈은 충분해. 심지어 난 두 벌 다 살 거야.”심지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도발하듯이 말을 하자 심연아와 연설아는 서로를 쳐다보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세상에, 동생아, 그런 장난은 하지 마. 여기가 소꿉놀이하는 곳도 아니고.”“설마 쟤가 2억을 2만 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대체 얼마나 뻔뻔하면 저런 큰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치는 거야?”심지안은 비아냥거리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원피스를 들고 돌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