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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큰 선물을 준비했어

지안은 깊은숨을 내쉬더니 중얼거렸다.

“안 만났다니 다행이네”

여전히 외숙모라는 자리가 어색한 상황인데다 연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준비가 안 됐다.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지안은 기운을 좀 회복하고 나니 마음이 불편했다.

“미안해요. 오늘 저 때문에 시간 버렸네요.”

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으로 운전대만 움직일 뿐이었다. 잠시 후 분위기를 잡으며 물었다.

“오늘 이 일에 뒷배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인복이 없네”

실직자가 어렵게 일을 구했는데 출근한지 한 달 만에 불미스러운 일에 엮였다.

회사는 지안을 내치지 않겠지만 앞으로 온갖 구설에 마주해야 한다.

지안은 받아쳤다.

“인복이 없는 게 아니라 운이 없는 거예요.”

이렇게나 불공평한 집안에서 태어나 심전웅 같이 편애가 심한 아버지를 만난 것 자체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연신은 엑셀을 더 밟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집 가서 쉬어. 내일 평소대로 출근하고. 부용에서 일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게 되면 깔끔하게 그만둬.”

연신은 항상 부용이 별로였다. 특히 TF팀 소속 관리직들 말이다. 실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동료들을 배반하기도 하고 성과 앞에선 인간이길 포기하고 자진해서 미치광이가 된다.

한수군이 바로 그 TF팀 소속이다.

“아니에요. 부용이 해고하지만 않으면 계속 다닐 거예요. 이 일 계속하고 싶어요.”

지안은 고개를 내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지안은 연신이 준 카드로도 놀고먹을 수 있었지만 카드의 주인이 아니기에 앞날을 보장할 순 없었다.

게다가 연신은 지금 지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그에게 기댈 순 없었다. 더 괜찮은 거취를 찾으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지안은 동네북도 아닌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아무것도 못 했다. 얼마 후 약혼식을 올릴 심연아와 강우석를 위해 지안은 큰 선물을 준비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는 소식은 부용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

어제 그렇게 쑥덕 거리고 강 건너 불구경하던 동료들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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