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석은 연신에게 간단하게 사건 경위를 설명한 후 취조실로 향했다.얼마 전 성가네 만찬에서 만났을 때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항렬로 따지면 지안이 오지석을 이모부라고 불러야 한다는 건 알았다.지안은 지금 장욱을 직접 마주할 때가 아니란 걸 알았다.“한 달 전 팔찌를 강우석한테 돌려줬어요. 장소는 푸룽제에 있는 카페였고 CCTV 구할 수 있을 거예요.”“오래전 일인데 강우석 말이 사실이라면 왜 이제 와서야 신고했을까요?”“분명 속셈이 있을 거예요. 위치뎬 주인이라고 하는 그 여자도 문제가 있어요. 전 오늘 처음 봤다고요! 거기서부터 수사해 보시면 알 거예요.”지안은 못 미더운 부분들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녀 앞에 앉은 이 남자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다.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는 연신의 이모부로 친척이긴 하지만 강우석과 아는 사이일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지안아, 방금 말해준 부분들 내가 참고해서 조사하마. 진정하고 있어.”오지석은 주머니에서 계속 울리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지안에게 인사했다.“그럼 가보마.”오지석이 밖에 나와서 전화를 받자 싸늘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경찰서에 도착했어요.”“조금만 기다리렴. 곧 나가마.”오후 시각, 경찰서는 사건의 전반적인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에 있다.강우석이 오전에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아직 입건 전이었다. 오지석은 이 사건을 아예 맡아 처리하기로 했다.오지석은 칠판에 붙은 주얼리샵 여자 주인의 사진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했다.“가게 안 CCTV가 고장 났다고 했다고... 그럼 가게 근처 CCTV를 확보하면 되겠네.”곧바로 오지석은 팀원을 보내 CCTV를 확보했다.두문분출하고 CCTV를 확인하던 경찰관이 영상 하나를 보내왔다.영상 속 시간을 보니 사흘 전이었다.심연아는 팔찌를 가지고 그 여자 주인이 있는 주얼리샵으로 갔다. 5분 후에 가게를 나섰고 이어 1시간 후 주얼리샵 주인은 가게 문을 닫고 수상쩍은 모습으로 고급스러
지안은 깊은숨을 내쉬더니 중얼거렸다. “안 만났다니 다행이네”여전히 외숙모라는 자리가 어색한 상황인데다 연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준비가 안 됐다.“뭐라고 했어?”“아무 말도 안 했어요” 지안은 기운을 좀 회복하고 나니 마음이 불편했다. “미안해요. 오늘 저 때문에 시간 버렸네요.”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으로 운전대만 움직일 뿐이었다. 잠시 후 분위기를 잡으며 물었다. “오늘 이 일에 뒷배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인복이 없네”실직자가 어렵게 일을 구했는데 출근한지 한 달 만에 불미스러운 일에 엮였다.회사는 지안을 내치지 않겠지만 앞으로 온갖 구설에 마주해야 한다.지안은 받아쳤다.“인복이 없는 게 아니라 운이 없는 거예요.”이렇게나 불공평한 집안에서 태어나 심전웅 같이 편애가 심한 아버지를 만난 것 자체가 비극의 시작이었다.연신은 엑셀을 더 밟았다.“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집 가서 쉬어. 내일 평소대로 출근하고. 부용에서 일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게 되면 깔끔하게 그만둬.”연신은 항상 부용이 별로였다. 특히 TF팀 소속 관리직들 말이다. 실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동료들을 배반하기도 하고 성과 앞에선 인간이길 포기하고 자진해서 미치광이가 된다.한수군이 바로 그 TF팀 소속이다.“아니에요. 부용이 해고하지만 않으면 계속 다닐 거예요. 이 일 계속하고 싶어요.”지안은 고개를 내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지안은 연신이 준 카드로도 놀고먹을 수 있었지만 카드의 주인이 아니기에 앞날을 보장할 순 없었다.게다가 연신은 지금 지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그에게 기댈 순 없었다. 더 괜찮은 거취를 찾으면 모를까.적어도 지금은 그럴 수 없다.지안은 동네북도 아닌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아무것도 못 했다. 얼마 후 약혼식을 올릴 심연아와 강우석를 위해 지안은 큰 선물을 준비했다.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는 소식은 부용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어제 그렇게 쑥덕 거리고 강 건너 불구경하던 동료들이 하나
이민선은 멍하니 서있었고 귓가에는 안 예쁘다는 말이 계속 맴돌았으며 주변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상한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화가 잔뜩 난 그녀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심지안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심지안이 슬쩍 피해버렸으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이민선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면접 볼 때, 일부러 저를 업무팀에 추천한 거죠?”부용 그룹에서 근무한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되자 심지안은 업무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고 업무팀의 직원은 실적이 높은 직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외모가 예쁜 미인들이었기에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 여직원들의 역할을 알 수 있었다.이민선은 심지안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버린 것이다.“됐어요, 그만하세요. 다들 장난친 거잖아요.”이때 한수군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곁에 있던 직원에게 이민선을 끌어내라고 눈치를 줬고 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혈압이 확 올라갔으며 이내 활짝 웃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했다.“그럼요, 저도 다 장난이었어요. 설마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 아니죠?”가만히 듣고 있던 한수군의 표정이 확 굳어졌으며 순진한 척하고 있던 심지안은 속으로 너무 통쾌해서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이민선은 아마 심지안에게 손찌검을 했을 텐데 장난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며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쉽게 얘기하는 한수군에게 너무 짜증이 났던 것이다.오후쯤 되자 이민선이 사직서를 냈다는 소문이 들렸고 대표 사무실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것 마냥 폭풍 눈물을 흘렸으며 그 결과, 보상으로 한 달 치 월급까지 받았다고 한다.심지안은 못 들은 척하며 해야 할 업무에 집중했다. 이번에 그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회사 모든 직원들의 괴롭힘 상대가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여섯 시 퇴근 후, 심지안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인사팀 직원 몇 명이 그녀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이민선 씨를 내쫓은 게 저 여자래요.”“얼굴이 예쁘긴 한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외모를 함부로 평
심지안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고 그런 그녀의 생각을 눈치챈 상사가 한발 물러서며 타이르듯이 말했다.“급하게 대답할 필요 없어요. 잘 생각해 보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제가 우 대표님을 몇 번 만나봤는데 아내를 엄청 무서워하는 분이에요. 자원을 교환하는 것 외에는 심지안 씨가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보광 중신에서도 저희 회사의 이런 행위를 동의하는 건가요?”부용 그룹과 보광 중신은 경쟁 관계였으며 부용 그룹이 보광 중신보다 한참 뒤떨어진 회사였기에 심지안은 부용 그룹이 자원을 교환할 게 있긴 한 건지 의심됐다.“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심지안 씨를 보내는 거죠.”“알겠습니다. 저도 고민할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퇴근 후, 버스에서 내린 심지안은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녀의 곁에 멈춘 차 한 대를 발견하지 못했다.“심지안 씨!”성연신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그녀를 불렀고 심지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가 성연신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퇴근했어요?”“네, 타요.”“그래요.”집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차가 집을 지나치자 심지안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우리 어디 가요?”“어디 가고 싶어요?”“네? 연신 씨가 저를 데리고 나왔으면서 저한테 어디 가고 싶다고 묻는 거예요?”심지안이 자신을 가리키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자 성연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할아버지가 지안 씨 매일 야근하는 게 힘들어 보인다고 저한테 지안 씨 쇼핑 좀 시키래요.”성연신의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할아버지가 끊임없이 얘기했기에 하루빨리 심지안을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칼을 들고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흠칫하던 심지안은 이내 자신이 며칠 동안 SNS에 야근에 대해 언급했던 게 생각이 났고 할아버지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던 것이다.“역시… 날 생각해 주는 건 할아버지밖에 없네요.”심지안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고 생각해 보면 이렇게 성연신과 데이트를 하는 것도 처음이
심연아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심지안이 입고 있는 하늘색 원피스가 마음에 들었으며 안 그래도 약혼식 날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이 원피스는 중요한 날에 입기 딱 적합했다. “이 여자가 입고 있는 원피스를 입어 보고 싶어요.”그녀는 심지안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직원에게 말했고 직원은 얼른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리미티드 상품이라 총 두 벌 밖에 없는데 오늘 이 두 벌을 전부 팔 수 있다면 직원은 꽤 높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이 원피스를 가지러 가자 심연아가 심지안을 보며 비꼬듯이 말했다.“이 원피스 가격이 1억이 넘어. 동생아, 얼른 벗어. 그러다가 때라도 묻으면 넌 배상할 돈도 없잖아.”조금 전에 가격을 확인한 심연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요즘 주머니에 돈이 좀 있었기에 이 원피스를 구매하는 데는 문제없었다.이때, 곁에 있던 연설아가 세일하는 옷들을 가리키며 배를 끌어 잡고 웃었다.“정 이 브랜드 옷을 사고 싶으면 저기 세일하는 것들 중에서 골라봐. 저기 있는 옷들이 너에게 딱이야!”심연아가 나선 덕분에 연설아가 삼촌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보광 중신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정신 나갔네.”심지안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에게 팔찌 도둑 누명을 씌운 것도 아직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먼저 시비를 걸 줄은 몰랐다.“널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 이 원피스를 살 돈은 충분해. 심지어 난 두 벌 다 살 거야.”심지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도발하듯이 말을 하자 심연아와 연설아는 서로를 쳐다보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세상에, 동생아, 그런 장난은 하지 마. 여기가 소꿉놀이하는 곳도 아니고.”“설마 쟤가 2억을 2만 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대체 얼마나 뻔뻔하면 저런 큰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치는 거야?”심지안은 비아냥거리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원피스를 들고 돌아온
”푸흡!”심지안은 더 이상 참지 못한 채 웃음을 터트렸고 의미심장한 얼굴로 심연아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하얗게 질렸다가 이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고 이내 거울 앞에 다가가 만족스러운 듯이 한 바퀴 쓱 돌더니 일부러 직원에게 물었다.“이 원피스 저에게 어울려요?”칭찬에 일가견이 있는 직원은 워낙 예쁜 심지안을 더욱 달콤한 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칭찬을 그녀에게 아낌없이 보내주었다.“그래요, 카드로 계산할게요.”“그럼 한 벌 드릴까요 아니면 두 벌 다 드릴까요?”직원이 조심스럽게 묻자 심지안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제가 입고 있는 걸로 주시면 돼요. 저건, 이제 마음에 안 드네요.”“이 고객님께서 한 벌만 구매하신다는데 나머지 한 벌은 고객님께 드릴까요?’직원이 고개를 돌려 심연아에게 물었고 심연아는 이를 악물며 심지안이 고르다 남은 옷을 사고 싶지는 않았기에 직원을 힐끔 째려본 뒤 피팅 룸에 가서 본인의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연아야, 너 어디 가? 이 원피스 안 사?”연설아가 자리에 멍하니 서서 큰소리로 물었고 심지안은 직원이 건네는 쇼핑백을 손에 쥐고 덤덤하게 말했다.“보아하니 살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 네가 한 번 입어 볼래?”심연아보다 몸매가 더 안 좋은 연설아는 입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욕을 중얼거리며 심연아를 쫓아갔고 가게를 나서자마자 화장실에서 나온 성연신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성연신은 자신의 셔츠에 묻은 파운데이션 자국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눈치가 없는 연설아는 눈앞에 있는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를 보며 침을 질질 흘렸다.“죄송합니다.”연설아가 몸을 배배 꼬면서 말했지만 심지안을 찾는데 급했던 성연신은 연설아한테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힐끔 쳐다보고는 떠나려 했다.“저기, 제가 그쪽 옷을 더럽힌 거 같은데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제가 배상해 드리겠습니다.”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연설아가 사과하는 척하며 계속 질척거렸다.“괜찮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 돈 많아요
알싸한 맛에 고추기름까지 둥둥 떠있는 게 보기만 해도 속이 쓰린 느낌이었다.“마라 샤브샤브잖아요.”심지안이 왠지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중국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지만 중국 채널을 보지 않는 성연신은 이 음식을 알 리가 없었기에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끝까지 한 입도 먹지 않았다. 반면, 배부르게 먹은 심지안은 새로 산 원피스와 샤브샤브 사진을 SNS에 올렸고 성수광이 바로 좋아요 와 댓글을 남겼다.[지안아, 연신이 그놈이랑 같이 간 거야?][네, 할아버지. 오늘 연신 씨랑 데이트했어요. 너무 기분이 좋아요.]심지안이 당면을 호로록 흡입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댓글에 답장을 하고 나서 성연신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연신 씨 대신 임무 완성했어요.”“그래요.”고개를 끄덕인 성연신은 심지안이 식사를 끝낸 듯하자 계산을 하러 갔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원이 산책시키러 나섰다.단독 주택은 꽤 널찍했기에 성연신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원이가 충분히 뛰어놀 수 있게 목줄을 풀어주었고 한창 놀고 있을 때, 리트리버 한 마리가 갑자기 원이를 향해 뛰어왔다.깜짝 놀란 심지안은 혹시라도 원이가 물릴까 봐 얼른 원이를 품속에 안았고 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강아지끼리 싸움이 나도 가죽이 두꺼워서 많이 다치진 않겠지만 그녀가 물리기라도 하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성연신은 심지안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이랑 서로 아는 강아지예요.”“그래요? 서로 알아요?”심지안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자 성연신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릴 때 맨날 같이 뛰어놀았어요. 이 강아지 주인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말이 끝나자마자 목줄을 들고 있는 한 남자가 걸어오다가 성연신을 보자마자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성 대표님 귀국했네요?”“귀국한지 얼마 안 됐어요.”“이분은 누구예요?”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시선을 돌려 심지안을 보며 물었다.“제 와이프예요.”성연신의 대답에 화들짝 놀란 심지안은 이내 환하게 웃더니 기분
수업을 마쳤는데도 떠나지 않는 진현수를 보며 심지안이 물었다.“누구 기다려요?”“친척 기다리고 있어요. 오후에 논술 회의도 참석해야 하거든요.”“그래요, 그럼 전 먼저 갈게요.”하얀색 캐주얼 세트를 입은 진현수는 안경을 낀 채, 다정한 눈빛으로 떠나려는 심지안을 불렀다.“지안 씨.”“네?”“혹시 어떤 꽃 좋아해요?”“전 꽃 안 좋아해요.”상냥한 얼굴로 웃고 있던 진현수는 잠시 흠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심지안은 진현수의 물음에 어리둥절했지만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돌아서서 떠나던 길에 우연히 강우석과 마주쳤고 그녀는 이런 곳에서 그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며 강우석은 새것으로 보이는 차 키를 들고 주변을 훑어보다가 물었다.“네가 찾은 그 늙은 남자가 이 동네에 살아?”이곳은 금관성의 고급 단독 주택 구역이었다.“말 가려서 해.”심지안은 강우석과 말을 섞기도 싫었다. 헤어진 시간이 오래될수록 강우석의 더러운 본색이 점점 적나라하게 드러났기에 그녀는 자신이 예전에 왜 저 남자를 좋아했을까 너무 후회됐다.“그런 일을 저질렀으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싫어? 그럼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지.”“너랑 무슨 상관이야. 심연아랑 똑같이 굴지 마. 미친개도 아니고 사람을 그렇게 막 물면 안 돼.”심지안의 말에 강우석은 며칠 전에 심지안을 도둑으로 몰았던 일이 생각나자 말투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연아도 급해서 그랬던 거지 일부러 너에게 시비를 걸었던 건 아니잖아. 그 얘기는 그만해. 사람이 넓은 마음으로 용서할 줄도 알아야지.”그날 밤, 심연아는 미안한 마음에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밤새 울었고 더군다나 심지안에게도 아무 문제 없었으면 된 거 아닌가?“제발 내 눈앞에서 좀 꺼져!”화가 잔뜩 난 심지안이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지안아, 너 옛날에 이런 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 근데 왜 이렇게 변했어? 혹시 내가 너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줘서 이렇게 된 거면 내가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