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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 건배.”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극단 식구들은 민혁이 예약한 5성급 호텔에 모였다.

모든 사람의 얼굴에 홀가분함과 기쁨이 섞여 있었고, 술을 자주 마시지 않던 윤영미조차 취기가 올라올 정도로 마셨다.

유독 임신한 시윤은 그저 옆에서 해바라기씨만 깔 뿐이었다. 앞에 술병을 쌓아 놓고 있는 극단 식구들과 달리 시윤의 앞에는 해바라기씨 껍질만 놓여 있었다.

그때 술을 마시고 배짱이 커진 수아와 소은이 술병을 들고 다가와 시윤과 도준에게 다가왔다.

“선배, 선배가 돌고 돌아 끝내 전 형부한테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소은의 거침없는 말에 시윤은 흠칫 놀라 얼른 말을 잘랐다.

“어, 저기 정확히 말하면 이혼한 적은 없으니 전 형부는 아니지.”

하지만 술에 취한 소은은 제게 다가온 위험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혀를 놀렸다.

“선배가 해외에서 그랬잖아요. 저랑 같이 전 세계 미남을 만나보겠다고. 이젠 저 혼자 남았네요... 딸꾹...”

순간 서늘해진 주변 온도에 시윤은 감히 옆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 아직 이성이 남아 있는 수아가 소은을 끌고 가더니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너 죽고 싶어? 바람피우겠다고 한 건 몰래 말해야 한다고!”

수아의 쩌렁쩌렁한 ‘귓속말’에 시윤의 얼굴은 일순 어두워졌다.

‘이성이 많이 남아 있는 건 아니었구나...’

그때 옆에서 기분을 알 수 없는 도준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 세계 미남? 욕심도 많네?”

“하하. 저거 다 헛소리예요. 게다가...”

시윤은 멋쩍게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이더니 도준이 허리를 숙이자 얼른 그의 목을 끌어안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도준 씨 한사람이면 몇 인분을 하는데, 제가 어떻게 또 다른 사람 만나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윤은 도준의 팽팽해진 근육을 느꼈다. 이윽고 도준은 시윤을 꽉 끌어안으며 이를 갈았다.

“지금 일부러 그러지?”

‘일부러 그런 거면 어쩔 건데? 지금 손대지도 못할 거면서.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생기겠어?’

시윤은 입을 가린 채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겁도 없이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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