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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속지 말았으면 해서요

등 뒤 관객석에서 승우는 공연을 보는 시윤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지난 이틀간 병원에서 마주칠 때마다 시윤은 항상 그를 못 본 척 무시해 왔다.

시윤이 저를 보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승우 역시 매번 어머니의 병실에 시윤이 있을 때마다 묵묵히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 어둠 속에 있는 미세한 불빛을 빌어 승우는 고작 시윤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거리가 멀어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시윤이 더 이상 저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지 않으니.

시간이 1분 1초 흘러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자 승우는 그제야 공연이 어느새 끝났다는 걸 알아채고 기계적으로 박수쳤다.

배우들이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와 커튼콜을 할 때, 윤영미가 마이크를 쥐고 관중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무대 아래의 한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윤영미의 손끝이 가리킨 방향에서 시윤이 일어섰다. 시윤은 오늘 아주 심플한 옷차림이었는데 수수하게 화장한 예쁜 얼굴에서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시윤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심지어 그녀를 지젤로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오랫동안 공연한 경험 덕에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도 시윤은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여러분의 박수를 받게 되어 조금 멋쩍네요.”

그러다 잠깐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죄송합니다. 제 몸 상태 때문에 마지막 공연을 함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아쉬웠지만 방금 무대 아래에서 공연을 보다 보니, 마지막 공연을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관객의 입장으로 보게 되어 오히려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 극단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존경하는 영미 쌤, 우리 극단 식구들, 스탭분들...”

시윤은 관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우리 남편 너무 감사해요. 제 남편은 항상 제가 가장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요. 그래서 남편 옆에만 있으면 모든 걸 혼자 마주할 필요가 없어요. 남편한테 기대고 믿고...”

시윤의 애틋한 고백에 원혜정이 퍼뜨렸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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