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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박시언 대신은 나 하나로 충분하니 다른 사람은 이곳에 있을 필요 없어요.”

줄곧 가만히 있던 김하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 대표님이 이대로 소은영 씨를 내쫓아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내가 책임지면 되는 일이에요.”

그러자 정준호가 대놓고 그녀를 비웃었다.

“그쪽이 뭔데 우리 대표님을 대신하지?”

김하린이 눈썹을 꿈틀거리자 강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구냐고?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나? 이봐, 당신 정말 모건 그룹 직원 맞아? 직원이면 자기 회사 대표 사모님이 누군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녀의 말에 정준호의 몸은 순간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게다가 목구멍을 누가 꽉 틀어쥔 것처럼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표정을 보니 소은영 씨한테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박시언 대표의 아내이자 김씨 가문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못 들었나 보지? 난 또 다 알면서도 사모님이고 뭐고 상관없이 소은영 씨 비위를 맞춰주려고 그딴 망발을 내뱉는 줄 알았지 뭐야?”

강한나는 절대 봐주는 것 따위 없었다.

정준호의 얼굴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지옥을 몇 번이나 갔다 온 표정이었다.

김하린은 그를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이런 자리에 남편과 함께 참석한 적이 얼마 없어 내 얼굴을 몰랐나 보네요. 하지만 나는 정준호 매니저를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유독 더 잘 알게 된 것 같네요.”

김하린의 뼈 있는 말에 정준호는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멍청하고 눈치가 없어서 사모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 저는 정말 그저 대표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저는 사모님이 오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이에요. 저는...”

“됐으니 그만 하세요.”

김하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남편한테는 정준호 매니저가 성심성의껏 지시를 이행했다고 꼭 전해줄게요.”

그 말에 정준호는 식은땀이 흐르며 손이 벌벌 떨렸다.

박시언의 곁에 줄곧 소은영이 붙어 있던 탓에 그는 어느샌가 박시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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