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 사람처럼 너그럽지 않아...”조금 전 몸싸움 때문에 송시아의 치마가 길게 찢어졌다. 그렇게 그녀의 몸은 또다시 남자의 시야에 고스란히 들어왔다...그는 간결한 움직임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테이블 위에 엎드리게 했다.그가 거칠고도 폭력적으로 그녀의 몸속을 관통했다......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끊임없이 쏟아진 비가 서울시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냈다.청연사.기성은은 언젠가 전연우가 이런 곳에 오게 될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는 독실한 신자처럼 이 황금 불상 아래 무릎을 꿇고 있었다...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장소월을 위한 것이었다!기성은이 보기에 그는 세상의 경제 명맥을 장악하는 큰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지,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에 이토록 비참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장소월도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그 당시 강영수는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기성은은 그가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기적적으로 다시 깨어났다.그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장소월는 그를 위해 매일 같이 이곳에 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대표님은 알고 있었지만 결코 막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철저한 무신론자였기 때문이었다.그는 종래로 그와 같은 것들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전연우는 이것 말고는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기성은이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이런 건 소용없습니다.”“한 번 해보지 뭐. 만에 하나라도 소용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아?”장소월의 수술은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졌다. 서철용은 그녀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수술대에서 내려오면 완치되더라도 영구적인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녀는 지금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로 수술실에 누워있다...전연우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한 순간부터, 길을 잃은 것 같았다...전연우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장소월이 죽은 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항상 이성적이고 현명했던 전연
기성은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 길을 선택한 이상 이젠 돌이킬 기회가 없다.당시 장소월을 제거하고자 독한 일을 행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뼈에 사무치게 후회하고 있다...하늘이 어두워지자 화려하고 정갈한 전당 안에서 타오르던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문 밖의 우중충한 날씨를 보니 곧 폭풍이 몰아칠 것만 같았다.전연우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었다.기성은이 마지막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병원 측에서 아가씨의 수술이 거의 끝나간다고 전해왔습니다. 저희 이제 돌아가 봐야 합니다.”전연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깊은 눈동자 아래에는 이전의 불안감보단 차분함이 내려앉아 있었다.“지금 몇 시야?”“저녁 8시입니다. 저희가 병원에 도착하면 아가씨의 수술이 거의 끝나있을 겁니다.”절 담장 뒤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한 명은 주지 스님이었고, 다른 한 명은 7, 8살 남짓한 어린 동자 스님이었다.“사부님... 저분 우리 절에 기부하신 분 아닌가요?”“그렇게 돈이 많은데 왜 아직도 고민이 있는 걸까요?”“이 세상 모든 사람 누구에게나 삼천 가지 번뇌가 있는 법이란다.”“알겠습니다, 스승님.”하산길은 울퉁불퉁 웅덩이가 가득 파여 있어 걷기 쉽지 않았다.차는 거세게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빠르게 고속도로를 달렸다.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전연우의 몸에선 절에서 피운 향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가 병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기진맥진한 얼굴로 벽에 기대어 안을 살펴보고 있던 서철용이 그를 막아 세웠다. “수술은 잘 됐어. 이제 깨어날 수 있느냐에 달렸어.”“잘 됐으면... 됐어.”“이거 무슨 냄새야?” 서철용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청연사에 가서 향이라도 피운 거야?”전연우가 그런 일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과거 그에 대한 서철용의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리는 순간이었다....서철용은 그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삼켜버리고는 화제를 돌렸다. “수술 끝났으
그 말을 들은 배은란은 깜짝 놀랐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배은란은 말없이 서 있었다. 이렇게 나약한 상태의 그를 본 적이 없는 배은란의 눈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배은란은 마음속 무언가와 싸우는 듯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결국... 그녀는 매정하게 그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배은란이 병실을 나서려 몸을 돌린 순간, 돌연 서철용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이 그의 품 안으로 포개졌다.몸에 가해진 무게를 느낀 서철용은 순식간에 눈을 떴다. 그의 품에 안겨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여자와 마주한 그의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반짝였다. “형수님, 내가 잠든 사이에 뭐 하려고 한 거야?”“헛소리하지 마.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이거 놔.” 배은란은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한 손이 더 추가되어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고 품에 단단히 가두었다.“제멋대로 나한테 안겨놓고 이제 와 어딜 도망가려고? 응?” 서철용이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뻗었다.“윽.”“왜 그래?” 서철용은 이마를 찌푸리는 배은란을 보고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배은란은 그에게 무언가를 들킬까 봐 두려운 마음에 재빨리 옷을 여미고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네가 가져다 달라고 한 음식, 탁자 위에 올려놨어. 별일 없으면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서철용은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벽에 밀쳤다. “나한테 보여주고 가.”“나한테 손대지 마! 이거 놔!”서철용은 한 손으로 그녀를 사무실 문에 고정시켜 놓았다. “금방이면 돼.”“...제발 이러지 마.”“형이 너한테 손댔어?” 서철용은 배은란의 허리에 남아 있는 뜨거운 물에 덴 상처와 멍 자국을 보았다.배은란은 힘껏 그를 밀어냈다.“그만해!”“나랑 자려고 했던 목적은 이미 달성한 거 아니야? 내 일에 참견하지 마. 너랑은 상관없어.” 서철용은 어두운 얼굴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처 치료해야 해.”그가 두려움과
배은란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서철용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녀는 마음속의 불만을 억누르고는 약을 다 바르자마자 옷을 입고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나한테는 잘해줘.” 배은란은 눈을 내리뜨리고 말했다. “...우리 일은 비밀로 해줘.”그녀는 하면 안 되는 일을 한 자신이 수치스러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윗사람으로서 말하는데, 너도 이제 나에 대한 마음을 접고 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네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었지...”“우리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말을 마친 배은란은 재빨리 휴게실에서 뛰쳐나와 소파에 놓인 가방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배은란은 오늘 직접 차를 운전해 이곳에 왔다. 입고 있던 옷에서는 여전히 연고 냄새가 강하게 나고 있었다.그녀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들러 화상 부위를 피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모두 씻어냈다.그와 관계를 갖게 된 뒤로부터 배은란은 늘 여분의 비슷한 종류의 옷을 차에 넣어두었다.서민용의 눈은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후각은 예민해져 있어 언제든 흔적을 알아챌 수 있었다.배은란이 호텔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니 거의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평소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배은란이 현관으로 들어왔을 때, 도우미가 국 한 그릇과 약을 들고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서둘러 도우미에게 걸어갔다.“아직도 약을 안 먹어요?”“하루 종일 식사도 안 하셨어요. 사모님께서 설득해 보세요. 계속 이러시면 버티지 못할 거예요.”“알았어요. 약은 저한테 주세요. 나중에 먹을 수 있게 죽을 끓여주시고요.”“알겠습니다, 사모님.”배은란은 약을 들고 2층 안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문 앞에서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른 뒤에야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민용 씨, 몸이 또 불편한 거야? 왜 하루 종일 밥을 안 먹었어? 도우미한테 죽 끓여 달라고 했어. 조금 있
“난... 난 민용 씨를 사랑해. 내 마음은 전혀 더럽지 않아.” 서민용의 눈동자에 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더러운 건 더러운 거야! 체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 “배은란, 난 네가 역겨워.” 배은란은 울먹이며 말했다.“민용 씨... 나 정말 하나도 안 더러워...” “다신 안 그럴게, 마지막으로 기회 한 번만 주면 안 돼?” “민용 씨...” 서민용은 옆에 있던 서류 봉투에서 무언가 꺼내 그녀 앞에 던져놓았다. “이제 와서 변명할 거 없어. 난 너한테 손댄 적도 없는데, 배 속에 아기는 누구 애야?”본래 화상 자국이 가득했던 서민용의 얼굴은 치료 후 예전의 준수한 모습으로 회복했다. 대학 시절, 서민용은 금융과 최고 킹카로 유명했었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눈부시게 잘생겼다. 배은란은 눈앞에 던져진 선명하게 두 줄이 그어져 있는 임신 테스트기를 보자마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그녀는 심장이 고통으로 마비되어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혼 합의서는 네 방에 놓아뒀어... 내일까지 사인 안 하면 그놈과 네가 했던 그 더러운 일을 만천하에 공표할 거야... 그럼 나 서민용의 아내가 얼마나 더럽고 걸레 같은 여자인지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겠지.”배은란이 울부짖었다. “...민용 씨,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하지만 내가 한 모든 일은 다 당신을 위해서야!” “난 그저 민용 씨가 살길 바랐고, 예전의 민용 씨로 돌아가길 바랐어. 그게 잘못이야?”“제발... 날 미워하지 마, 응?” “난 몸이 더럽혀진 것뿐이지, 마음은 깨끗해... 날 믿어줘! 난 정말 안 더럽단 말이야...”서민용은 잠시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나가!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말고!” 배은란은 울면서 그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안 나갈 거야. 난 민용 씨를 떠날 수 없어...”하지만 서민용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단
“이제 그놈 찾아가. 아무도 널 막는 사람 없어.”그때, 서민용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한 통 전송되었다. “그놈도 여기 왔다니까 오늘 밤에 같이 가면 되겠네. 내일부터 이 별장은 네 것이야.”“왜 안 가? 내가 쫓아낼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배은란은 온몸이 마비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 더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하고 텅 비어 있었고, 흰자위는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결국 경호원이 배은란을 끌고 나가 던져버렸다.대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상향등을 끄지 않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고 끌려 나오는 여자를 본 서철용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부축했다.굳게 닫힌 문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배은란은 앞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나 좀 들여보내 줘, 민용 씨...”“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민용 씨, 나 버리지 마...”서철용이 안쓰러운 눈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목놓아 울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자를 일으켜 세우려 다가갔지만 차마 그 몸에 손대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위층에서 휠체어를 탄 남자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도우미가 죽 한 그릇을 들고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은 방으로 들어와 말했다.“도련님, 사모님께서 만들어 드리라고 하신 죽입니다.”“거기에 놓으세요.”“도련님, 제가 이 말을 해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요.”“...”그의 침묵은 도우미의 말에 대한 긍정의 의미였다.도우미가 망설이다가 말했다.“도련님, 사실 그동안 사모님께선 많이 힘드셨어요. 노부인께서 계속 사모님을 괴롭히셨거든요.”“도련님께서 안 계실 때 노부인이 퍼부은 수많은 욕설들을 사모님께선 묵묵히 견뎌내셨어요..”“그리고 사모님의 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아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도 사모님께선 도련님이 걱정하실까 봐 말하지 않으셨어요.”“병원비도 모두 사모님이 부담하시고...”서민용은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먹
도우미가 옷방에서 나와 서민용에게 반지 상자를 건네며 물었다. “도련님, 이거 가져가실래요?”서민용은 창밖 껴안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제야 도우미가 들고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이 반지는 두 사람이 결혼식 때 함께 골랐던 반지였다.저번 배은란과 크게 다퉈 그가 이 반지를 던져버렸을 때, 배은란은 울면서 밤새 마당을 찾아 헤맸었다. 하지만 사실 반지는 여전히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서민용이 반지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지금의 그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만 할 뿐이다.그녀에겐 아직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있다. 쓸데없이 그에게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서민용은 파란 손수건을 입술에 대고 몇 번 기침했다. 내려다보니 손수건에는 선홍색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도우미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피를 토하신 게 오늘 벌써 세 번째입니다...”“혹시...”서민용은 손을 흔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진단서는 다 가짜예요. 배은란으로 하여금 내겐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도우미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본가로 돌아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면 가족 모두에게 내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아무도 내 이름을 묘비에 새기지 못하게 하고요. 내 무덤 앞엔 그 사람이 좋아하는 난초만 심어주면 돼요.”“만약 그 사람이 본가에 가 내 소식을 물으면...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갔다고 말해주세요.”“컥, 컥, 컥...”도우미가 다급히 말했다. “도련님, 이제 말씀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괜찮으실 겁니다...”서민용은 더는 말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의 몸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화재가 났을 때 유독가스가 몸속으로 들어가 모든 장기를 망가뜨렸다. 당시 그는 병원 측에 부탁해 그녀가 단순한 화상으로 여길 수 있도록 진단서를 조작했었다.그녀의 성격상 그가 죽을 거라는 걸 알았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알
배은란은 쓰러지자마자 배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하반신에 뜨거운 무언가가 전해졌다. 서철용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배은란, 괜찮아?”배은란은 역겨운 듯 그를 밀어내며 흐려진 안색으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나... 나 민용 씨한테 갈 거야.”순간 서철용의 품속이 텅 비어버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차를 다시 쫓아가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흐르는 피도 무시한 채 한없이 불안하게 비틀거리면서 말이다.“이혼하고 싶지 않아,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민용 씨, 날 두고 가지 마.”“민용 끼 없이...난 어떻게 살아?”“나더러 어쩌라고...”서철용이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했던 모든 일들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서철용은 앞으로 걸어가 이성을 잃고 흥분하고 있는 여자를 기절시켰다. 몸에 흥건히 묻은 핏자국을 보며 여자를 안아 조수석에 앉히고는 병원으로 향했다.그녀 몸에서 풍기는 농후한 피 냄새가 아니었다면, 어두운 밤이었기에 그녀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이 정도의 출혈은 생리 때문이 아니다...그보단...서철용은 핸들을 꽉 움켜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악셀을 밟았다.가장 빠른 속도로 엘리트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서철용은 미리 사람들에게 연락해 모든 것을 준비시켰다. 서철용은 그녀를 수술 침대에 눕혀놓고 수술실로 밀고 들어갔다...30 분 후 마스크를 쓴 여의사가 걸어 나왔다."서 선생님, 이분은 임신 2개월째인 임산부입니다. 방금 약물을 주사해 아이의 안전은 지켰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또 자극을 받으면 배 속의 아이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서철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표정으로 옆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이마에 흥건한 땀을 훔쳤다. “알았어요. 간병인을 찾아 잘 보살피게 할게요.”“네. 서 선생님.”수술이 끝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서철용의 머릿속은 온통 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