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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그녀는 이 남자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강이한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하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혼 얘기를 또 꺼낼 줄은 몰랐다.

유영은 그에게 도발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미 그에 대한 기대나 마음은 접은지 오래지만 남자의 선택이 궁금해졌다.

“사과할게. 당신이 이혼만 해준다면.”

이혼과 사과,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뜻이었다.

강이한은 한참이나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미친 사람처럼 실소를 터뜨렸다.

유영이 물었다.

“웃겨?”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어떤 짓도 할 수 있다는 거구나. 내가 그렇게 싫어?”

“당신과 한지음이 붙어먹은 순간부터 이런 날이 올 걸 예상했어야지. 대체 왜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는 거야?”

집착?

그녀에게는 이게 단순히 집착으로 보였던 걸까?

보내기 싫은 그의 마음을 그녀는 집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강이한은 숨을 가다듬고 유영을 노려보다가 차갑게 말했다.

“사과해.”

유영의 마음도 차갑게 식어갔다.

이미 그에게 실망한지 오래지만 이런 모습을 직접 마주하자 여전히 지옥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한참이 지난 뒤에야 유영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녀는 그대로 뒤돌아서 한지음의 병실을 향해 다가갔다.

강이한도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을 삼켰다.

전에는 그렇게 사과하래도 끝까지 안 한다며 버티다가 요구를 들어준다니까 저리도 쉽게 걸음을 내딛는 그녀가 야속했다.

병실 문이 열리고 유영이 들어갔다.

그녀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는 한지음을 보자 걸음을 멈추고 강이한이 있는 쪽을 살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로 향해 있었다.

유영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한지음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전혀 시력을 잃은 사람의 것 같지 않았다.

유영은 숨이 꽉 막혔다.

유영을 본 한지음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새벽 시간이라 긴장을 풀고 있었는데 유영이 연락도 없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녀의 두 눈에 증오가 용솟음치더니 유영이 보는 앞에서 붕대를 가져다가 두 눈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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