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화

전에도 한지음을 의심하긴 했지만 진실을 마주한 순간 온몸이 오싹하고 떨려왔다.

추측과 직접 진실을 마주한 느낌은 달랐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강이한은 그녀가 미동도 없자 싸늘하게 식은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유영!”

이를 갈며 깊은 분노를 드러낸 목소리에 유영이 말했다.

“강이한, 당신은 눈이 멀었구나.”

그랬다.

지난 생에도 남자가 눈이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같은 상황을 겪고 있으니 더 진절머리가 났다.

반면 강이한은 그녀가 반응이 없자 한지음을 안은 채, 밖으로 달려갔다.

“잠깐만.”

유영이 나가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품에 안긴 채, 그의 옷섶을 꽉 움켜쥔 한지음의 모습에 유영은 치가 떨렸다.

강이한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유영은 웃고 있었다. 비웃음이 가득 담긴 눈빛에 그 역시 흠칫하며 착잡한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사모님 오셨어요? 대표님, 빨리 사모님한테 가봐요. 저는 괜찮아요.”

한지음은 그의 옷섶을 꽉 그러쥔 채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유영은 구역질이 치밀었다.

“약 좀 가지고 올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강이한의 시선은 유영을 향해 있었다.

한지음이 고집스럽게 말했다.

“저 정말 괜찮아요.”

고개를 돌린 그녀의 입가에 비릿하게 지어진 그 미소를 유영은 똑똑히 보았다. 그것은 승자의 미소였다.

유영은 손을 뻗어 두 눈을 가리고 있는 붕대를 벗겨내려 했지만 강이한은 뒤돌아서 그 손길을 떨쳐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남자가 분노한 고함을 질렀다.

회귀한 뒤로 모든 걸 냉철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유영마저 한지음의 이런 기행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거대한 충격에 그녀는 이성을 잃었고 강이한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저 여자 연기하는 거야! 두 눈이 멀쩡하다고!”

분노와 절규가 섞인 목소리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 모든 게 전부 다 가짜라는 생각만 꽉 들어차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랬으면서 지난 생에는 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