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0화

날이 밝고 작업을 끝낸 순간, 모두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보다 후련한 기색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그대로 뻗어버렸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요?”

조민정이 확신 없는 말투로 물었다.

물론 이 거래가 실패한다고 다른 일을 못 받아올 건 아니지만 며칠을 밤새워 내놓은 설계도안이 퇴짜를 맞으면 꽤 뼈아픈 실패가 될 것이다.

유영은 확신에 찬 어조로 고개를 끄덕였다.

“통과할 거예요.”

“그래요.”

조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트북을 닫고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며칠 밤을 새우다 보니 이제 카페인에 대한 면역이 생겨버려서 커피를 마셔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였다.

유영은 그 길로 강성건설을 찾아갔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그녀의 부은 뺨을 보고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사실 비를 맞아서 그런지 온몸에서 열감이 느껴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여직원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직 좀 이른 시간인데 나가서 뭐라도 드시고 오시지 그러세요.”

유영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통과를 해야 밥이 목안으로 넘어갈 것 같았다.

여직원이 그녀에게 감기약 하나를 건넸다.

“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약부터 드세요..”

“감사해요.”

유영은 이름도 모르는 직원의 친절에 저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다시 유심히 살폈다.

생판 모르는 남도 이렇게나 친절을 베푸는데 그녀와 강이한은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그 순간, 남자와 이혼해야겠다는 생각은 더 확실해졌다. 어젯밤만 떠올리면 머리에 피가 솟구쳤다.

전에도 이럴 거라 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한지음의 장님 행세가 연기였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순간 받은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박연준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유영은 로비 소파에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안내데스크 직원이 그를 발견하고 공손히 인사했다.

“대표님, 나오셨어요?”

“어떻게 된 거지?”

남자가 싸늘한 눈빛으로 유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박연준은 철두철미하고 강박증이 심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