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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강이한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패한 것이다. 결과가 나온 순간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바닥에 던졌다.

두 달이나 열심히 준비했고 모든 디자인 인력을 동원했다. 심지어 해외에서 엘리트 디자이너를 고용하기까지 했는데 결과는 참패였다.

박연준에게 패한 게 아니라 전혀 승패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아내 유영에게 패배했다.

박연준이 제출한 설계 도면은 유영의 작업실에서 제출한 원본이었다.

“대표님!”

조형욱이 다급히 그를 불렀다.

유영은 기분 좋게 박연준과 악수하고 있었다.

강이한이 씩씩거리며 회장을 떠나던 순간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남은 작업은 문 비서와 상의해서 진행하면 됩니다.”

박연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건 그녀가 따낸 첫 번째 큰 거래였고 보란 듯이 성공하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같이 식사할래요?”

“좋죠.”

유영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대 고객이 되실 분인데 밥 정도는 당연히 같이 먹을 수 있었다.

강이한의 강요로 전업주부로 전락했던 여자가 그를 딛고 일어선 첫걸음이기도 했다.

강이한은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어떻게 하면 이 괘씸한 여자를 응징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박연준과 함께 나와 그의 차에 타는 모습을 본 순간,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져 버렸다.

뒤를 따르던 조형욱은 멀어지는 박연준의 차를 보며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쫓아가.”

강이한이 차갑게 명령했다.

준수하던 얼굴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한편, 박연준의 차에 탄 유영은 공손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좋아하는 레스토랑 있어요? 저는 외식을 많이 하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네요.”

전에 강이한과 사이가 좋았을 때도 외식할 때면 전부 그의 취향에 맞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씁쓸한 기억이었다.

전에는 시댁의 갑질에 그와 밖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좋았고 어디를 가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외식해서 뭘 먹었는지 맛은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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