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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담배를 피우는 그녀의 모습은 지독히 유혹적이었다.

키가 작아서 카리스마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만의 치명적인 매력이 강조되었다.

그가 아는 유영은 단아하고 품위 있고 사려심 깊은… 술과 담배와는 거리가 먼 여자였다.

그런데 집게손가락으로 담배를 들고 눈을 가늘게 뜬 그 모습은 마치 오랜 고독을 삼키며 살아온 쓸쓸한 여인처럼 비춰졌다.

“당신은 좋아서 피우잖아.”

“이유영!”

“그 여자 누구야?”

유영이 웃으며 물었다. 딱히 그 여자가 신경 쓰여서 물어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태도에 강이한은 가슴이 아팠다.

“딱 보니까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던데 당신이랑 어울리네. 진 여사님 안목은 항상 탁월하지.”

“그만해!”

남자가 으르렁거리듯 경고했다.

준수했던 얼굴이 분노로 험하게 일그러졌다.

반면 유영은 덤덤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그 여자한테 망막을 내놓는 대가로 세강의 안주인 자리를 준다고 하면 그 여자는 어떻게 나올까?”

남자가 마른침을 삼키더니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당신은 줄곧 그런 식으로 나를 대했잖아. 난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마음대로 짓밟아도 좋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

비난이 아닌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말투였다.

강이한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난 번에 싸운 뒤로 그는 다시는 그녀의 앞에서 망막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그녀가 먼저 그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

강이한이 변명하듯 말했다.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거고 내가 다시 돌려놓겠다고 했잖아.”

하!

광명을 한지음에게 빌려주라고?

일시적인 거라고?

이 남자는 참 쉽게도 잔인한 말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유영은 채 타지도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잠시 남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없이 뒤돌아서 밖으로 향했다.

“어딜 가겠다는 거야?”

뒤돌아선 유영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일시적인 거라고. 참 웃기는 말이야. 안 그래?”

“그럼 그 여자한테 가서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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