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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그들은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렇게 부드럽게 달래주는 것도 결국은 한지음에게 시망막을 기증하게 하기 위한 연기일 뿐이었다.

저울은 이미 한지음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렇게 비난했던 여자를 부드러운 말로 달랠 만큼 중요했던 거겠지.

물론 그런 거라면 유영은 사양이었다.

식탁은 유영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풍성하게 차려졌다.

“왜 안 먹어?”

강이한이 물었다.

그의 눈에서 선명한 짜증이 보였다.

“독을 풀었을지 어떻게 알고 먹어?”

유영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들이받았다.

지난 생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와 함께 저녁을 먹고 다신 눈을 떴을 때 수술실에 누워 있었다.

그러니 어찌 편한 마음으로 그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강이한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그는 자신이 인내심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영의 매몰찬 행위가 점점 더 그를 극한으로 몰아갔다.

유영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이런다고 생각해?”

저쪽에서 온갖 술수를 부려가며 공격해 오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란 말인가!

남자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뭐라고 하려던 순간, 문밖에서 진영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네가 다음 달에나 돌아올 줄 알았어.”

“할머니 생신이신데 당연히 와야죠.”

“아이고 착해라.”

평소의 진영숙답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예전에도 한번 경험해 본 적 있었는데 다른 여자의 목소리는 그녀가 못 들어본 목소리였다.

하지만 강이한은 상대를 아는 눈치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유영의 눈치를 살피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에서 그 여자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제가 여기 오는 건 좀 경우에 어긋나지 않아요?”

유영은 진영숙이 어떤 인물을 데려왔는지 그 인물의 인성을 알 것 같기도 했다.

다 왔으면서 경우에 어긋난다니! 정말 전형적인 여우들이 쓰는 멘트 아닌가?

그녀는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진영숙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걔 요즘 나가서 살아.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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