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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그녀의 무덤덤한 반응은 남자의 분노만 더 자극했다.

강이한의 준수한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유영, 당신 이렇게 방탕한 여자였어? 해외에서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 남자를 후리고 다니는 거야? 박연준은 대체 이런 여자를 뭐가 좋다고 따라다니는지 몰라!”

“그건 잘 모르겠고 내가 좋나 보지.”

유영은 이제 그에게 해명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그런 태도가 강이한에게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사실 유영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병실에서 눈을 뜨고 옆에 강이한이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 전생에 끌려가듯 수술대에 오르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고 두 사람은 누구도 지지 않으려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참 할 말 없게 만드는구나, 당신은! 이러면서 이혼할 때 재산분할까지 해달라고?”

“잘못을 해도 당신이 먼저 했는데 위자료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잖아?”

유영이 당연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결국 분을 못 이긴 강이한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유영은 침대에 머리를 기댄 채, 씁쓸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수액이 끝난 뒤, 유영은 조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민정은 시간이 좀 남았다면서 같이 밥을 먹고 강성건설로 가서 박연준과 만나기로 했다.

오후에는 박연준과 함께 최종 입찰 심사 현장으로 가기로 했다.

차에 오른 유영은 바깥을 바라보며 조민정에게 물었다.

“밥은 어디서 먹어요?”

어쩐지 점점 더 시내와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조민정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순정동 별장으로 갈 거예요. 바로 거주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뒀거든요.”

“순정동이요?”

유영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정동은 청하에서도 유명한 부자 동네였다. 5백만 평의 넓은 부지에 별장 단지 세 곳이 전부였고 거기 사는 입주민은 신분이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인물들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순정동으로 간다고?

조민정이 말했다.

“회장님 지시예요. 소은지 씨네 집에 계속 있으면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서로 안 좋은 영향만 받으니까 순정동에 거처를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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