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311 - Chapter 1320
1418 Chapters
제1311화 제 마음대로 결정하지도 못해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에서 양현숙이 계획대로 순산을 선택하려 할 때, 시윤이 갑자기 막아섰다.“제왕절개로 해주세요.”“의사 선생님이 아이 크기가 적당하다고 했잖아. 너도 자연분만으로 결정했고. 그런데 왜 갑자기 바꿔? 자연분만이 아이한테도 좋고 회복도 빨라.”양현숙이 놀란 듯 설득했지만, 시윤은 여전히 제 고집을 부렸다.도준을 힐끗 본 양현숙은 시윤이 도준과 싸운 것 때문에 고집을 부린다는 걸 눈치채고는 낮은 소리로 설득했다.“윤아, 부부는 원래 다 그래. 부부 싸움은 물 베기라잖아. 게다가 너 외모에 신겨도 많이 쓰잖아. 제왕절개로 애 낳으면 흉터 남아. 너...”“그래도 제왕절개로 할래요. 제 배인데 제 마음대로 결정하지도 못해요?”고집을 부리는 시윤을 꺾지 못한 양현숙은 옆에 있는 도준을 힐끗 살폈다. 하지만 도준은 시윤을 한창 보더니 시윤의 의견을 따르라는 짤막한 답만 내놓았다....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도준은 시윤의 손을 꼭 잡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선 애 낳고 나서 얘기해.”시윤은 도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감고는 묵묵히 수술실로 실려갔다.이곳의 의료진은 모두 도준이 모셔온 사람들이라 단연 업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출산 직전 수많은 검사를 통해 위험을 가장 낮추는 방안도 짜놓은 상태다.하지만 그럼에도 시윤이 수술실로 들어가자 도준은 시윤을 임신시킨 제 선택을 후회했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이 따르는 수술대에 올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준은 짜증이 밀려왔다. 심지어 제 공제를 벗어난 일에 불안했는지 수술실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시간이 1분 1초 흘러 어느덧 40분이란 시간이 지났다. 양현숙도 걱정이 앞서 안절부절못하며 자꾸만 시계를 확인하며 복도를 서성거렸다.“왜 아직도 안 나오지?”그때 간호사가 다가와 위로했다.“수술 시간은 약 1시간이니 이제 곧 나올 겁니다.”양현숙은 나이가 있는 데다 고정관념까지 있어 시윤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 듯 자꾸만 한숨을 쉬었다.“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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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가족의 축복
시윤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병실로 옮겨진 뒤였다. 눈을 뜨자마자 병실 안에 있는 사람을 본 시윤은 흠칫 놀랐다.그때 시영이 먼저 웃으며 다가왔다.“윤이 씨, 정신 들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다들 와줬네요?”시윤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아이는요?”“여기 있어.”양현숙은 자고 있는 아이를 안고 다가왔다. 조심성이 담긴 동작에 벌써 외할머니의 자애로움이 묻어 있었다.“예쁘지?”하지만 쭈글쭈글한 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시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제가 낳은 자식이라 그런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손을 만진 순간 왠지 모를 기쁨이 솟아났다.이건 시윤이 10달 동안 품고 있던 아이다.시윤은 제 품에 아이를 안으려 했지만 양현숙은 상처를 건드릴까 봐 제 품에 안고 옆에서 보여줬다.시윤이 깨어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준비한 선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시영은 미리 준비한 금으로 된 돌 반지를 아기 침대 위에 올려 놓았고, 지훈도 두둑한 현금다발을 그 옆에 내려놓았다.그때 수인이 땡그랑거리면서 커다란 봉투를 내놓았다.“사양 말고 받아요.”커다란 봉투 안에 담긴 그릇을 본 양현숙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이 친구는 혹시 뭐 폐품 수거하는 친구야?”그 말에 시윤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웃을 뻔했으나 이내 배를 끌어안으며 대답했다.“비슷해요.”하지만 그때, 옆에 있던 지훈이 양현숙이 꺼낸 물건을 보더니 눈을 둥그렇게 떴다.“이거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골동품이잖아?”“이게 골동품이에요?”그 말에 양현숙은 놀란 듯 되물었다.“네, 그 안에 있는 거 가치로 환산하면 11자릿수는 될걸요.”양현숙은 후줄근하게 입은 수인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표정을 본 수인은 싱긋 웃으며 손을 저었다.“사양 말고 받으세요. 저 윤이 씨랑 오래된 친구예요.”수인의 경박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영은 얼른 그를 옆으로 밀어 버리며 끼어들었다.“됐어, 놀라시잖아.”시끌벅적한 와중에 시윤은 주위를 빙 둘러봤다. 하지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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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부모
말할 때 목소리를 조절하지 않은 탓에 ‘너무 시끄러워’라는 단어가 들린 순간 모든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그때 정은숙이 목휴식하는데 방해하면 안 되지. 우린 이만 가고 내일 다시 올게.”소리를 낮추며 말했다.“하긴, 우리 손주며느리 시영도 얼른 정은숙을 부축하며 분위기를 풀었다.“그래요. 도준 오빠가 호텔 미리 예약하고 음식도 주문했거든요. 이따가 저랑 지훈이 호텔로 모실게요. 증손자 보셨는데, 그냥 가실 순 없잖아요.”시영의 임기응변 덕에 모든 사람들은 기쁨을 안고 병실을 나섰다. 그제야 맨 뒤에 있던 시영이 다른 사람들 몰래 호텔과 음식을 예약하고 웃으며 그 뒤를 따라나섰다....방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지자 양현숙은 아이를 안쪽 병실로 안고 들어갔다. 사실 병실에서 대신 아이를 돌볼까도 생각했지만 시윤과 도준의 표정을 살피더니 결국 문을 닫고 조용히 병실을 나서며 속으로 두 사람이 아이 때문이라도 지난 일을 털어 버리길 바랐다.아이나 다를까, 둘만의 공간을 남겨줬는데도 둘의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아이가 배고팠는지 깨어나 울기 시작했다. 시윤은 모유가 없었지만 곧바로 전에 양현숙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기 전에 먼저 젖을 빠는 동작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모유가 생겨나도록 촉진할 수 있고, 아이도 젖을 빠는 걸 배울 수 있다던 말.하지만 병실에 저와 도준뿐이라 갑자기 어색해진 시윤은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불러줘요.”도준은 쉴 새 없이 울어대는 아이를 품어 안으며 대답했다.“어머님은 연세도 많은데 하루 종일 고생하셔서 휴식해야해.”그러더니 시윤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옷자락으로 시선을 돌렸다.“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단추 풀어.”그 시각, 해질녘의 노을이 도준의 어깨에 드리워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도준은 평소 날카롭던 모습이 아이 때문에 사라져 신기할 따름이었다.그런 도준을 한창 보다가 숨넘어갈 듯 우는 아이를 보더니 시윤은 끝내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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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백일 잔치
시윤은 임신했을 때 아이가 태어나면 해방될 거라고 여겼는데, 아이가 태어나자 부모로서의 숙제가 이제야 시작됐다는 걸 깨달았다.그도 그럴 게, 의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울기 시작해 헐레벌떡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으니까.처음에는 도준과 대화를 나눠볼까 생각했던 시윤도 자꾸만 터지는 돌발 상황에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참다 보니 마치 한데 붙은 것처럼 좀처럼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저녁이 되자 도준은 시윤과 함께 병실에서 잠을 청했다.하지만 두세 시간마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도 도준이 대신했다.저는 편히 자게 두고 조용히 아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는 도준을 보자 시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우는 건지 시윤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분명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큼 행복한데, 이 행복 뒤에 얼마나 많은 함정과 족쇄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시윤뿐이다.심지어 행복을 누려야 할지 아니면 아파해야 할지도 몰라 그 족쇄가 저를 점점 묶도록 내버려두었다....그렇게 사흘이 지나자 시윤도 점점 회복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혼자 걷기까지 했다. 게다가 누워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적당히 마사지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도준은 가끔 아이를 어른들께 맡기고는 문을 닫고 시윤을 마사지해 주곤 했다.임신 말기에 다리가 좀 부은 시윤은 도준의 마사지 덕에 다리는 한결 편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갑갑해졌다.그때 마침 물건 가지러 들어온 소혜가 그 모습을 보고는 병실 문과 도준을 번갈아 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어, 오빠 도준 오빠 맞아? 귀신 들린 건 아니지?”“아니야. 그런데 네가 귀신이 되고 싶다면 도와줄 수는 있어.”‘맞네!’소혜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젖병을 찾아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그 시각, 진태섭은 밖에서 민도윤을 품에 안은 채 활짝 웃으며 어린애 목소리를 흉내 냈다.“우리 손주, 할아비 좀 봐봐.”그걸 본 소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젖병을 내려놓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러다 문을 나선 순간 잘생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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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산후 우울증
지난 100일 동안 시윤은 산후조리원에서 재활을 하면서 도준과는 미적지근한 관계를 이어왔다.한 사람은 안방 다른 한 사람은 객실에서 지내며 싸우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까이하지도 않아 겉으로는 모든 게 평화로운 듯했다.이 시각 도준은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인 탓에 훤히 드러난 시윤의 목덜미를 바라볼 뿐, 조금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도윤이 젖을 먹는 모습을 보며 목울대를 꿀렁이며 어두운 눈으로 계속 응시할 뿐이었다.그렇게 한참 뒤, 도윤이 배부른 듯 울음을 멈추자 도준은 시윤의 원피스 지퍼를 올려주면서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더니 목덜미에 뜨거운 키스를 남겼다.그 사이 시윤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이제 나가야 해요.”시윤은 겉보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속은 생기라고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 시윤을 흔들 수 있는 건 아이 외에 아무것도 없다.도준은 시윤을 놓아주는 대신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오늘 도윤이 백일 잔치인데 나 계속 무시할 거야?”시윤은 도윤을 품에 안은 채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요?”아무 흔들림도 없는 시윤을 보자 도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없이 시윤을 제 쪽으로 돌려 단추를 채워주었다.“나 오늘 산후조리원에서 물건 가져올 테니까 앞으로 집에서 지내.”“네.”이윽고 끄덕이는 시윤의 얼굴을 문질렀다.“나가자.”...백일 잔치는 매우 시끌벅적했다. 시윤은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도준과 나란히 서서 손님들의 축복을 받았다.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있었지만 시윤의 귀에는 그 축복들마저 ‘웅웅’하는 소음으로 들렸다.사람들이 앞에서 입을 뻐끔거리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애써 미소를 지으며 뭐라 말한 것 같았으나 그 내용조차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고, 마치 유리병 속에 갇혀 제 몸이 해야 할 임무를 하고 있는 걸 지켜보는 듯했다.그 사이, 사람들 속에 있던 나석훈은 계속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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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영혼 없는 인형
호텔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윤은 잠이 든 도윤을 안고 조용히 창 밖을 내다보았고 도준은 그런 시윤을 관찰하며 미간을 찌푸렸다.골든 빌라는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지만, 이모님이 항상 청소를 한 덕에 들어서자마자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하지만 시윤은 테이블 위에 놓인 꽃을 못 본 척 도윤을 안고 아기방으로 향하더니 아이가 자는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그렇게 보다 보니 반 시간이 훌쩍 흘렀다.그때 도준이 방으로 들어와 시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피곤할 텐데, 밖에서 휴식해.”“네.”도준의 품에 안겨 거실로 나간 시윤은 소파에 앉아 육아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도준은 그런 시윤의 손을 꼭 잡았다.“여보.”“왜요?”시윤이 고개를 돌려 도준을 바라봤다.시윤의 검푸른 다크서클을 보자 도준은 한참 동안 말을 머뭇거렸다.“집은 산후조리원이랑 다르니 내가 시영이더러 산후 도우미 알아보라고 할게. 자기가 골라봐.”그 말을 들은 시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거부감을 드러냈다.“필요 없어요. 저 혼자서도 도윤이 돌볼 수 있어요.”석훈의 말이 떠올라 도준은 시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어머님이라도 불러 여기서 지내게 해.”“필요 없어요, 혼자서 할 수 있다고요.”마치 강조라도 하듯 시윤은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또 반복했다.양현숙도 거절하는 걸 보면 상태가 많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결국 도준은 산후 도우미 대신 이모님을 모셔 청소와 요리를 돕게 하고 도윤의 일은 모두 시윤에게 맡겼다.게다가 편의를 위해 아기 침대도 안방에 들여 도윤을 안에서 자게 했다.그 덕에 아이를 낳은 뒤 처음으로 두 사람은 한 침대에서 밤을 보냈다.어둠 속에서 반듯하게 누운 시윤을 보자 도준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지만 손을 대지 않고 그저 시윤을 꼭 끌어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었다.시윤도 아무 말 없이 도준의 어깨에 기대, 방 안에는 고요함이 지속됐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도윤의 울음소리가 두 사람의 침묵을 깨뜨렸다.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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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맹목적인 순종
그 뒤로 한 달 동안 시윤은 매일 집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도준이 가끔 산책하러 나가자고 할 때마다 도윤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했다.게다가 점점 말수가 줄어 도윤 앞에 있을 때만 몇 마디 하는 게 최선이었다.가끔 침대에 달린 장난감을 가리키며 ‘이건 꽃이고 이건 별이야’라며 가르치듯 말하는가 하면 가끔 이야기를 읽어주었다.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도준은 결국 이대로 두면 시윤이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 양현숙을 집에 불렀다.양현숙은 시윤을 보자마자 깜짝 놀란 듯 걱정스레 말했다.“왜 이렇게 야위었어?”임신 중에 쪘던 살이 모두 빠진 데다 눈 밑에 난 검푸른 다크서클을 보자 양현숙은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시윤은 오히려 덤덤하게 웃으며 농담하듯 말했다.“얼마나 좋아요. 다이어트했다 치면 되죠.”“그게 무슨 헛소리야? 도윤이 아직 젖도 안 뗐는데 너 이러다가 죽어.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가져왔으니까 점심 많이 먹어.”말을 마친 양현숙은 곧바로 주방으로 가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음식을 시윤은 몇 젓가락만 맛보고는 이내 내려놓았다.“배불렀어요.”양현숙은 거의 그대로인 밥을 보며 놀란 듯 물었다.“너 평소에도 이렇게 적게 먹어? 이러면 안 돼. 이러다 너 쓰러져. 자, 너 좋아하는 국부터 마셔.”시윤은 거절하지 않고 그릇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그걸 본 양현숙은 안심한 듯 음식을 하나둘 짚어주었고, 시윤은 여전히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먹었다.심지어 평소 먹던 양을 훨씬 초과했지만 임무 수행이라도 하듯 말이다.도준은 싸늘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인제 그만 먹어.”그동안 시윤의 이상함을 본 적 없는 양현숙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더니 맞장구쳤다.“그래, 이제 많이 먹은 것 같으니 그만 먹어.”시윤은 그제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메스꺼움을 느낀 듯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지켜보던 도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빠른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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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무너진 시윤
도준이 어떻게 설득하든지 시윤은 마친 듯 버둥대며 계속 낮은 소리로 중얼댔다.“아이, 우리 도윤이 울어요. 데려와야 해요...”그러다 미친 듯 밖으로 달려 나가는 시윤을 보자 도준은 할 수 없이 힘으로 그녀를 눌러 소파에 앉히더니 낮게 소리쳤다.“이시윤!”그 순간 시윤은 어리둥절해서 동작을 멈췄다. 도준이 이렇게 저를 부르는 건 거의 들은 적이 없었기에 시윤은 눈알을 데구루루 굴리더니 이제야 도준을 발견한 듯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이내 도준의 팔을 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우리 아이 데려와 줄래요? 우리 도윤이 매일 나랑 같이 있었는데, 젖도 먹여야 해서 내 곁을 떠나면 안 되는데.”“어머님이 젖병도 챙겨 가셨어. 게다가 우유도 있으니까 괜찮아. 자기 지금 아파, 약 먹고 치료해야 해서 젖먹이면 안 돼.”“제가 아프다고요?”시윤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저 불편한 곳 없어요. 저 괜찮아요. 우리 도윤이가 아픈 거예요, 내 곁을 떠나면 안 되는데.”도준은 시윤의 공허한 눈을 빤히 보다가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 우뚝 솟았던 도준은 쪼그려 앉아 시윤보다 낮아진 자세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여보, 우리 얘기 좀 해.”시윤은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도준의 말을 반복했다.“얘기 좀 하자고요?”도준은 시윤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으며 표정 하나하나 눈에 넣었다.“그날 공아름이 자기 납치했을 때 뭐라고 했어?”그 순간 마구 흩어졌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시윤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며 그녀가 열심히 쌓은 보호막을 깨뜨렸다.곧이어 시윤은 제 귀를 막으며 마구 고개를 저었다.“아무 말도 안 했어요.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그 반응에서 대충 모든 걸 짐작한 도준은 시윤의 손을 잡아 내렸다.“그날 폭발 사고를 의심하는 거야? 그럼 말해줄 수 있어. 궁금한 거 다 말해줄게. 그날...”“말하지 마요!”시윤은 마치 충격이라도 받은 듯 제 귀를 막은 채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다.“듣기 싫어요. 나가요! 나가!”이런 모습은 단순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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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심각해진 증세
석훈은 아기방에서 시윤과 대화했다. 심지어 도윤이 평소 어떤 장난감을 제일 좋아하는지와 같은 도윤에 관한 질문들만 했다.시윤도 엄마로서 아이의 얘기가 나오자 이내 자랑하는 듯 줄줄 일상을 공유했다.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심리상담사로써 석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윤과 대화할 매체를 찾았다.그렇게 대화를 나눈 지 반 시간이 지나자 시윤은 아기방 리클라이너에 기대 잠들었다.아기방 감시 카메라로 모든 과정을 지켜본 도준은 시윤이 잠든 걸 확인하자 그제야 다가왔다.“어때요?”“괜찮아요. 잠깐 최면을 건 것뿐이에요. 약 1시간 정도 잘 테니 밖에서 얘기해요.”시윤이 한참 동안 깨어나지 않을 거라는 석훈의 확답을 들었음에도 방금 전 돌발 상황을 겪은 도준은 멀리 떠나지 않고, 아기방이 보이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었다.“현재 사모님은 현실도피 증상이 보입니다. 본인이 속았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자꾸 도망치려 하고 있어요. 하지만 수많은 요소에 갇혀 모든 걸 억지로 하고 있어요.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이 되어야 하니까. 그날 먹지도 못할 음식을 꾸역꾸역 받아먹은 것도 마찬가지예요.”도준의 그윽한 눈에 그늘이 졌다.“그러니까 지금 어머님도 배척한다는 거예요?”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요. 뜬금없이 자연분만을 제왕절개로 바꾸려고 한 것도 정신적으로 반항하는 거예요. 원래라면 자연분만으로 애를 낳고 이혼을 제안하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책임감, 주위 친척 친구들 때문에 말을 못 꺼내고 억지로 역할극을 하고 있는 갈고 보시면 돼요.”기억을 되짚어보니 시윤은 아이를 낳고 깨어났을 때 도준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도윤의 울음에 대화가 중단되고, 수많은 검사가 이어지고, 아이를 돌보고, 또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면서 점차 조용해졌다.‘그래서 그런 거였네.’도준은 시윤이 아이를 낳으면 모든 걸 내려놓고 현실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그녀는 오히려 저를 가둬버렸다.그 순간 시윤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도윤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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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치료
시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는 온통 흰색이었다.이불도, 벽도 온통 하얗기만 했다.눈앞의 상황에 놀란 시윤은 이내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여기 어디야? 내 가족은? 내 아이는? 나 나갈래. 내보내 줘!”“...”유리 벽을 사이 두고 겁에 질린 시윤의 표정을 본 도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석훈이 그를 막아섰다.“이건 필요한 치료 과정입니다. 사모님은 사회적 관계와 정신적인 억압 때문에 병세가 생긴 거라 반드시 새로운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시 의식을 되찾고 원래 사태로 돌아올 거예요. 그리고 제 말 고깝게 듣지 마세요. 민 사장님이 들어가면 사모님 상태만 더 악화할 겁니다.”도준은 문고리를 꽉 잡았던 손을 스르르 풀더니 무기력하게 두리번대는 여자를 바라보며 감정을 삼켰다.“얼마나 걸려요?”“한 달 내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한 달이라는 말을 듣자 도준의 표정은 이내 어두워졌다.“한 달이나 저기 있어야 한다고요?”“보름 정도는 여기서 지내야 합니다. 나머지 보름은 상황에 따라 거의 회복한다면 가족을 만날 수 있어요. 병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으면 집에 돌아가도 되고요.”석훈은 본인의 의술에 자신감을 보였다.“사실 다른 의사라면 적어도 석 달은 걸립니다. 이건 충분이 빠른 겁니다.”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안에 쪼그리고 있는 여자를 빤히 응시했다. 심지어 감정을 억제하느라 목에는 핏줄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한 달만 고생하게 하고 병을 치료할 것인지, 아니면 바보가 되더라도 제 옆에 묶어둘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헐레벌떡 달려온 양현숙은 안에 있는 시윤을 본 순간 몸을 비틀거렸다.“왜 윤이 가둬요?”석훈은 이내 위로했다.“양 여사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도 일종의 치료 수단입니다.”곧이어 석훈은 시윤의 병세를 간단히 설명했다. 연유를 들은 양현숙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이게 다 내 탓이야. 내가 일찍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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