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291 - Chapter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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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1화 시간을 가져
주방은 잠시 조용해졌다.그러다 한참 뒤 양현숙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도준을 바라봤다.“혹시 한 가지 부탁해도 되나?”“말씀하세요.”“만약, 내 말은 만약에 두 사람한테 또 우여곡절이 생긴다면 윤이한테 시간 좀 주게. 두 사람 모두 시간을 가져. 가끔 사람을 사랑하는 건 그 어떤 수단도 필요 없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다시 곁으로 돌아올 거네.”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기다리라고요?”“그렇네. 기다리게.”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압력솥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는 바람에 양현숙은 이내 자리를 떴다.도준은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는 주방에 서서 양현숙이 내다보던 창밖을 바라봤다. 그 방향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가지뿐인 나무에 꽃이 만개하고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 예쁘기 그지없었다.도준이 한창 넋을 놓고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허리를 끌어안아 돌아보니 시윤이 어느새 몰라 들어와 있었다.그러다 도준이 뭐라 하려 하자 시윤은 얼른 도준의 입에 사탕 한 알을 넣어 주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시영이한테서 훔쳐 온 거예요. 달죠?”“응, 달아.”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시윤은 그런 도준의 옷깃을 잡아당겨 기습 뽀뽀를 하더니 제 전리품인 사탕도 살짝 맛봤다.그때 마침 문 앞까지 쫓아온 시영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악! 나 못 볼 거 봤어!”“반에서 젤 잘생긴 남학생 사진 보며 침 흘리던 게 누구더라?”“뭐야? 언니 내 앨범 훔쳐봤어?”“내가 언제 훔쳐봤다고 그래?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어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가 없었거든.”시윤은 말하면서 손에 든 사진을 흔들어댔고, 그 순간 시영이 손을 허우적대며 펄쩍 뛰었다.“아, 돌려줘!”“싫은데.”시영과 함께 있어 그런지 시윤도 유치해져 도준을 사이 두고 빙빙 돌면서 저를 쫓아오는 시영을 요리조리 피했다.그때 마침 음식을 들고나온 양현숙이 두 딸을 보더니 깜짝 놀라 얼른 제지했다.“주방 복잡해서 조심해. 네 언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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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시윤의 방
임신한 지 한 달이 지난 데다 봄이 되자 시윤은 시도 때도 없이 졸았고, 매일 눈을 뜰 때면 오후가 훌쩍 넘곤 했다.오늘도 잠에서 깬 시윤은 기지개를 켜려고 고개를 들다가 저를 안고 있는 도준을 발견했다.요즘 들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저녁 늦게 잠자던 도준은 오늘 보기 드물게 시윤과 함께 낮잠을 잤다.시윤은 도준을 배려하느라 깨어났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얌전하게 도준의 품에 안겨 있었다.햇빛을 적당하게 막아준 커튼에서 눈을 뗀 시윤은 벽에 붙은 빛바랜 포스터, 유백색 옷장, 그리고 어릴 때 숙제를 하던 책상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시윤의 방은 아직도 어릴 적에 사용하던 그대로 소녀소녀한 핑크빛 감성이 묻어 있었다. 흰색과 연분홍색이 어우러져 있는 데다 카펫까지 폭신폭신했다.그 때문인지 침대에 멀대 같은 남자가 누워있자 위화감이 들었다 학창 시절 잠 못 드는 밤마다 침대에 누워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훌륭한 발레리노가 될 수 있을지 상상하곤 했었는데.게다가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날지도 가끔 상상했다.키 크고 잘생긴 남자? 유머러스하고 매력적인 남자? 아니면 평범하고 착해 함께 고난을 이겨내고 평범한 행복을 좇을 수 있는 남자?학창 시절에는 가장 큰 적이 숙제와 쌤이라서 몇 년 뒤에 제 삶에 이렇게 큰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그런데 그동안 본적 없는 어두운 나날을 보냈고, 평생 상상한 적도 없는 남자를 만났다.시윤은 고개를 들어 어둠 속에서 날렵한 턱선과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남자를 바라봤다. 깊은 아이홀에 그림자가 드리워 처음 봤을 때처럼 매혹적이었다.처음 몸을 섞었을 때 그토록 무섭던 남자가 지금 제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곳에 누어 있고, 배 속에 그 남자의 아이까지 품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시윤은 말없이 제 배를 어루만졌다. 아이가 생겼다는 것이 기대되는 한편 조금 미묘한 느낌도 들었다. 마치 이제야 인생의 종점에 다다른 것처럼.아버지의 일을 겪은 뒤로 시윤은 줄곧 떠돌아다녔다. 아무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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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껌딱지
시윤은 막무가내인 도준의 모습에 화가 나 이를 갈았다.“변태.”결국 도준은 시윤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고 품 속에 꼭 끌어안았다.“우리 얘기 좀 해. 어릴 때 사용하던 방에 왔다고 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굴며 나 못 만지게 하고 욕한 게 누군데? 어디서 그런 못된 버릇 배웠어?”“내가 언제 학생 때로 돌아간 척했다고 그래요? 는 그냥...”사실 도준의 말이 맞다. 이 방에만 돌아오면 시윤은 도준의 아내가 아닌 이씨 집안 딸, 시영의 언니가 된 기분이니까. 분명 스무 살도 넘은 성인인데, 이 방에만 오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에 빠진 학생이 된 것처럼 부끄러웠다.시윤은 도준의 어깨를 밀어 버리고 자리에 앉아 콧방귀를 뀌었다.“누구나 도준 씨 같은 줄 알아요? 그러다 이상한 소리라도 새어 나가 엄마랑 시영이가 들으면 하면 어떡하려고요? 도준 씨는 체면 같은 거 상관 안 해도 전 신경 쓴다고요.”도준은 나른하게 침대 헤드에 기대 시윤의 머리카락을 손에 잡고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나 내일 계약 건으로 경성에 올라가야 해. 이틀 동안 여기서 나 기다려.”도준이 간다는 소식에 시윤의 표정은 이내 어두워졌다.“저도 같이 갈래요.”“지금 비행기 타면 위험해, 몇 달 뒤에 데려갈게.”시윤은 기분이 우울했지만 배 속의 아이를 위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뒤로 한 달 동안 도준은 대부분 시간 모두 해원에서 시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끔 경성에 갈 때면 시윤을 양현숙의 집에 보냈다.그렇게 아이가 3달째 되자 시윤은 샤워할 때마다 볼록 나온 제 배를 볼 수 있게 되었다.심지어 입맛이 돌던 시기도 끝나 이것저것 가리는 게 많아져 투정이 심해졌다.오늘도 양현숙이 정성스럽게 몇 가지 음식을 준비했는데 시윤은 그저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휘젓다 다시 내려놓자, 양현숙은 화가 난 듯 시윤의 머리를 쿡쿡 찔렀다.“전생에 내가 너한테 큰 빚을 진 게 틀림없어.”“입맛 없단 말이에요.”시윤은 억울한 듯 투덜댔다.하지만 양현숙은 시윤의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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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서프라이즈
승우는 퇴원 한지 보름 정도 되자 떠나기 전 해연이 있는 병원에 들러 그녀의 동료에게 편지를 부탁했다.그 안에는 2억이나 저축되어 있는 카드 한 장과 ‘이용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카드가 들어 있었다.해연의 진심을 배신한 걸 비겁하게도 이런 방법으로 보상할 수밖에 없었다.그동안 승우는 시윤에게 연락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집 근처에 가보곤 했다.그 덕에 때로는 장보고 돌아온 어머니를 볼 때도 있고, 어머니에게 끌려 억지로 산책하는 시윤을 볼 때도 있었다.아직 배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윤은 벌써부터 걸을 때 배부터 감싸는 습관이 생긴 듯했다. 게다가 가끔 부드러운 눈빛을 드러내기도 했다.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미래를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동안 마음을 정리한 승우는 더 이상 전처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시윤이 어렵사리 그 가는 팔로 가족 모두를 구렁텅이에서 빼내 이제야 삶다운 삶을 살까 하는데, 그 평화를 깨뜨릴 자격이 그에게는 없었다.때문에 승우는 조용히 출국행 티켓을 끊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 떠나는 걸 선택했다....다음 날 오전 10시. 공항.시윤은 몰래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도준을 마중하러 공항에 도착했다.브리핑이 끝나면 전용기는 모두 전문가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터라 도준은 미리 여객기에 올라탔다.도준이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도착하는 비행기라고 대충 짐작한 시윤은 도준을 빨리 ‘잡아오기’ 위해 미리 와 있었다.픽업 게이트로 오가는 사람들을 보던 시윤은 도준을 만날 생각에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게이트 쪽만 살피느라 시윤은 제 뒤를 내내 쫓아온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는 못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승우다. 그는 택시에 내려 시윤을 본 순간 시윤이 저를 배웅하러 온 거라고 생각해 잠깐 기뻐했었다. 하지만 곧장 픽업 게이트로 향하는 시윤을 보고 나서야 그녀가 도준을 마중하러 왔다는 걸 알아챘다.앞으로 언제 또 시윤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승우는 곧바로 비행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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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공항 소동
도준은 여자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대충 대답했다.“아내가 싫어해요.”여자는 그 대답을 당연히 믿지 않았다. 여자는 지금껏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다고 자신하기에 이런 남자가 젊은 나이에 여자에게 얽매이는 걸 선택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이에 여자는 도준의 앞을 가로막더니 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매력을 발산했다.“에니, 연락처 교환하는 게 뭐 큰일도 아니고. 매너 있는 남자는 여자 체면 살려주던데.”도준은 여자를 흘깃거리더니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쪽 체면이 나랑 무슨 상관이죠?”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는 처음으로 이런 취급을 받은 건지 얼굴이 어두워졌다.“뭔 사람이 이렇게 똥 매너야?”여자가 목소리를 줄이지 않은 탓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소곤대기 시작했다.그걸 본 시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도준의 팔짱을 꼈다.“이보세요. 우리 남편이 이미 결혼했다는 데 계속 들러붙은 게 누군데, 지금 어디서 적반하장이에요? 매너 없는 게 누군데요?”도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제 앞을 막아서서 화를 내는 시윤을 빤히 바라봤다.‘이젠 점점 내 말 안 듣네. 연락도 없이 나오다니.’하지만 제 걸 지키려고 애쓰는 시윤의 모습에 잠시 봐주기로 결심했다.상대의 아내가 나타나면 일이 바로 해결될 줄 알았으니, 여자는 제 체면이 깎이자 오히려 도준을 모함했다.“이봐요! 그쪽 남편이 비행기에서 저한테 먼저 관심을 보여 솔로인 줄 알고 말 섞은 거거든요. 남편 관리나 제대로 할 것이지 같은 여자 난처하게 해서 얻는 게 뭐 있어요? 억지 좀 부리지 마요!”여자가 도준을 모함하자 시윤은 분노가 폭발하여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지금 어디서 사실을 왜곡해요?”화를 참지 못해 점점 목소리가 격앙되고 있을 때, 도준이 등 뒤에서 시윤을 꼭 안으며 여자를 향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내가 그쪽한테 관심을 보였다고? 아까 보니 도착하자마자 스폰서한테 전화해 애교부리던데, 내가 언제 관심을 보였다고 그러지?”그 말에 여자는 순간 난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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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6화 승우의 부탁
만약 한 달 전이었다면 승우는 고민 없이 시윤에게 사실을 털어놓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시윤이 도준을 얼마나 감싸는지, 다른 사람이 도준을 비방하는 걸 얼마나 참지 못하는지 똑똑히 봤는데, 자기가 감싸던 사람을 본인조차 알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면 시윤이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결국 한참을 생각한 승우는 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태준 씨, 혹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오후.시윤이 도준과 함께 집에 도착하자 양현숙은 이미 음식을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달 동안 경성 음식을 꾸준히 연습한 덕에 요리 솜씨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난 양현숙은 손수 막국수까지 준비했다.찬물에 헹군 국수를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던 양현숙은 도준과 함께 들어온 시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 어떻게 민 서방이랑 같이 들어와? 산책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네? 제가 그랬어요?”시윤은 눈알을 굴리며 양현숙의 눈을 피했다.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양현숙은 화가 나 젓가락을 내팽개쳤다.“너 이제 하다 하다 엄마까지 속여? 공항이 얼마나 복잡한데 아무 말도 없이 그런 곳까지 왜 혼자 갔어? 엄마가 안중에 있기는 해?”시윤은 도준의 등 뒤에 숨어 고개를 쏙 내밀고 변명했다.“공항에 가는 것도 산책이잖아요.”양현숙은 못 당해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난 이제 너 상관 못 하겠어. 민 서방, 앞으로 자네가 윤이 챙겨.”양현숙이 정말 화를 내자 시윤은 얼른 다가가 양현숙의 팔짱을 꼈다.“죄송해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양현숙은 콧방귀를 뀌고 홱 돌아서더니 시윤을 무시한 채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투명 인간 취급에 멍하니 서 있는 시윤을 보자 도준은 얼른 손에 쥐고 있던 상자를 건네주며 주방을 향해 고개를 까닥거렸다.상자를 슬쩍 열어본 시윤은 이내 눈을 반짝이며 양현숙에게 달려갔다.“엄마, 이것 봐요. 이거 엄마가 지난번에 티브이에서 본 옥으로 된 찻잔이잖아요. 엄마 컵 수집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이걸 봐서라도 화 풀어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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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선물의 대가
시윤의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기에 조심하면 가능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초보라 시윤은 여전히 걱정이 앞서 도준의 제안이 놀라 뒷걸음쳤다.“안 돼요. 그러다 절제력을 잃고 애 다치게 하면 어떡해요.”거리가 멀어졌지만 도준의 눈빛은 공격성을 띄고 있어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도준은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 올리며 점점 뒷걸음치는 시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 뒤에 있던 테이블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시윤은 얼른 경고했다.“함부로 굴지 마요. 여기 아래층이에요.”도준은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시윤의 턱을 들어 올리며 허리를 숙이더니, 시윤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자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 멈춰 선 채로 속삭였다.“지금 보니 엉큼한 생각하는 건 내가 아니라 자기인 것 같은데?”눈을 뜬 순간 도준의 장난기 섞인 눈과 마주치자 시윤은 화가 나 사람을 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윽고 도준을 밀어내고는 혼자 제 방으로 돌아갔다.‘사람이 진짜 너무하네. 어쩜 선물도 잊었으면서 놀리기만 하고.’시윤은 배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너 나중에 나오면 아빠 절대 따라 배우지 마. 아빠는 반면교사야.”한창 ‘태교’에 열중하고 있을 때 목에 차가운 뭔가가 떨어져 확인하니 목걸이였다.시윤은 고개를 숙여 정교한 목걸이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체인에도 작은 다이아가 달려 있어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보석의 크기는 작은 체인 구멍에 딱 들어맞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반짝반짝 눈 부신 빛을 발산하고 잇었다.놀란 시윤은 이내 고개를 돌려 도준을 바라봤다.“도준 씨가 산 거예요?”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당연한 거 아니야? 자기 목걸이 사면서 그 컵은 겸사겸사 산 거야. 누구 때문에.”시윤은 목걸이가 마음에 꼭 들었는지 기쁨을 숨기지 못했지만 애써 도도한 표정을 유지했다.“샀으면서 놀리긴. 진짜 못됐어.”응석을 부리는 듯한 귀여운 모습에 도준의 눈은 점점 어두워졌다. 도준은 아무 말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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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8화 나중에 갚아
시윤은 얼굴부터 귀밑까지 화끈 달아오른 채 고개를 돌려 욕망 가득한 눈으로 저를 보는 도준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그런데 도준 씨가 조절 실패로 애가 다치면 어떡해요?”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더니 시윤의 얼굴을 쥐고 제 쪽으로 돌렸다.“그럼 자기가 결정해. 강약 조절 자기가 하면 되잖아.”‘그럼...’시윤은 생각할수록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더니 나른한 손으로 도준을 밀어 버렸다.“나빴어.”도준은 시윤의 허리를 감싸며 저를 밀던 시윤의 손마저 함께 안아버렸다.“나 안 그리웠어? 일주일이나 떨어져 있었는데 싫어?”모두 성인 남녀인 데다, 그동안 진하게 몸을 섞었던 밤마저 떠올라 시윤을 완전히 욕망 속을 끌어내렸다.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한 시윤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그럼 제 말 들어야 해요. 너무 몰아붙이면 안 돼요... 아!”외마디 비명과 함께 시윤은 남자에게 번쩍 들려 어깨를 꼭 짚은 채 애써 중심을 잡았다.그때 아래에 있던 도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자기 말대로 하라는 거네.”도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자 그의 눈에 드리운 욕망이 훤히 보여 시윤은 실수로 늑대 굴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침대에 도착한 시윤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커튼, 커튼 안 쳤어요”도준은 웃으며 시윤의 어깨를 내리눌렀다.“급할 거 뭐 있어. 우선 자기 제대로 보게 가만 있어 봐.”아까 욕실에서 친 손장난 때문에 시윤의 옷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고, 평평하기만 하던 아랫배에 곡선이 보였다.도준이 제 아랫배를 빤히 쳐다보자 시윤은 왠지 부끄러웠다.“이젠 알리죠?”도준은 눈을 들어 시윤을 바라봤다.“응.”그 눈빛에 시윤은 가슴이 두근거려 한참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남자의 입술이 시윤의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에 떨어졌다.분명 민감한 부위가 아니지만 도준의 동작에 시윤의 심장도 따라 흔들렸다.“하지 마요...”도준은 저를 밀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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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9화 배가 움직여요
또 3개월이 지나자 두 사람이 몸을 섰는 횟수는 전보다 줄어 들었지만 전처럼 조심할 필요는 없었다.도준은 여전히 기력이 왕성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게을러졌다.5개월 되던 때 기형 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의사로부터 많이 운동하라는 권유까지 받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 낳을 때 힘들다면서.시윤은 움직이기 싫었지만 의사가 권유까지 한 데다 아이를 생각하니 결국 운동을 시작했다.10월의 날씨는 딱 적당했다. 이제는 너른 옷을 입어도 배가 불룩해진 모양이 제법 선명해져 겉에 면 소재로 된 원피스와 니트를 입으니 보온도 되는 동시에 포근한 인상을 주었다.도준과 처음 만났을 때 갖고 있던 풋풋함 대신 이제는 동작 하나하나에 여성미가 넘쳐 마치 오래 된 술 같은 느낌을 주었다.도준은 시윤의 단추를 제대로 채우며 물었다.“힘들어?”두 사람이 집에서 내려와 걸은 지 이제 5분이 지났는데 시윤은 이미 지쳤다. 하지만 아이를 생각하자 꿋꿋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힘들어요. 허리 조금 욱신거리는 것만 빼면요.”“그럼 잠깐 쉬자.”공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햇빛을 오래 받은 벤치에 앉자 따뜻하고 편안했다.시윤은 도준의 어깨에 기대 멀리서 공놀이하는 남자애와 미끄럼틀을 타는 여자애들을 바라보더니 문득 중얼거렸다.“우리 애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네.”“알고 싶어?”도준이 고개를 돌렸다.“응? 혹시 알아요?”“알아.”시윤은 놀라운 듯 따져 물었다.“알면서 왜 말 안 했어요?”그러자 도준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자기가 서프라이즈를 원한다며?”“그건 우리한테 서프라이즈였으면 좋겠다는 거지. 전 모르고 도준 씨만 아는 걸 말한 게 아니라고요. 게다가 이건 내 배인데 도준 씨만 알고 저는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알고 싶다면 알려 주면 되잖아.”도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도준 씨는 몰라요.”도준과 말다툼하려던 그때, 시윤은 갑자기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도준도 잔뜩 놀라 기색을 하고 있는 시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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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아이의 성별
늦은 밤.시윤은 침대에서 몇 번이나 심호흡했다.“저 준비됐어요.”그러자 도준이 침대 헤드에 기댄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우리 애...”“잠깐만요!”시윤은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여 갑자기 도준의 말을 끊었다.“이러는 거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잖아요.”도준은 시윤의 말에 피식 웃었다.“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알려주는데 낭만이 뭐가 필요해?”“하... 도준 씨는 몰라요!”“그럼 내가 좀 아는 거로 얘기해 봐. 어떻게 할까? 폭죽이라도 터뜨릴까? 아니면 파티라도 주최해?”“그렇게 복잡한 거 말고, 그냥 기록만 하면 돼요.”시윤은 말하다가 아이디어가 생각났는지 핸드폰을 꺼내 도준을 찍기 시작했다.“됐어요. 말해 봐요.”“남자애야.”답을 들은 순간 시윤의 얼굴에 드리웠던 부드러움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지어 딸에게 공주 치마를 입히려던 꿈이 산산조각 났다.‘이러다가 아들이 도준 씨를 닮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지? 이거 큰일이네.’...아이가 나날이 자랄수록 시윤의 몸도 점점 무거워졌다. 원래 가늘던 다리도 부종이 생기기 시작했고 매일 밤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특히 7달이 되었을 때부터는 허리에 쿠션을 받히고 자야 했고, 자다가 일어나는 횟수도 많아졌다.잠귀가 밝은 도준은 시윤이 뒤척일 때마다 눈을 떠 불을 켜고 화장실까지 함께 가주곤 했다.곁에 함께 있으려고 경성과 해원을 쉴 새 없이 오가고, 매일 밤 저 때문에 잠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도준을 보자 시윤은 마음이 아팠다.그리고 오늘 시윤은 도준이 저를 위해 정리해 놓은 방을 보며 풀이 죽어 말했다.“아니면 우리 따로 잘까요? 저 때문에 자꾸 깨면 피곤하잖아요.”“나 혼자 자면 추 위 타.”그 말에 시윤은 피식 웃으며 입을 삐죽거렸다.“거짓말.”도준은 시윤을 품에 안은 채 시꺼메진 그녀의 눈 밑에 입을 맞췄다.“이 애만 낳고 낳지 마. 힘들잖아.”그러자 시윤도 눈을 스르르 같으며 중얼거렸다.“그러니까요. 너무 힘들어요. 이게 다 도준 씨 때문이에요.”“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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