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71 - 챕터 1280
1426 챕터
제1271화 조그만 것이 진짜 방해되네
힘으로 도준을 이길 리 없는 시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이 흐트러진 채로 도준의 아래에 깔리게 되었다.그러다 문득 도준이 정말 저를 덮치기라도 할까 봐 그의 어깨를 밀어 버렸다.“안 돼요. 저 임신 중이예요.”시윤의 쇄골에 코를 박은 도준은 뜨거운 숨결을 시윤의 가슴에 내 불더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조그만 것이 진짜 방해되네.”“아니, 것이라뇨?”가시 돋친 태도로 버럭하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그럼 뭔데?”“음...”시윤은 잠시 생각했다.“아니지.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니 이름 못 짓잖아요. 이름은 평생 따라다니는 거라 사주에 맞게 잘 지어야 하는데.”벌써 아이에 대한 모성애가 가득한 시윤의 온화한 눈을 보자 가득이나 참기 어려웠던 도준의 욕망은 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결국 허리를 숙여 다시 시윤을 아래에 가뒀다.“아, 무거워요. 일어나요.”“여보, 아이만 너무 챙기지 말고 나도 좀 챙겨.”챙기긴 뭘 챙기라는 건지 물어보려던 찰나, 갑자기 뭔가 느껴진 시윤은 순간 얼굴이 화르르 타올라 고개를 돌렸다.“도준 씨도 아직 다 안 나았잖아요. 안정을 취해야 하니 그러지 마요.”심지어 말하는 사이 제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도준의 숨결에 참으려고 애써 봤지만 결국 등줄기에 힘이 빠져버렸다.“자기가 방법 좀 생각해 봐.”“제, 제가 뭔 방법이 있다고...”시윤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이에 도준은 낮게 웃으며 시윤의 손을 잡더니 이윽고 입가에 입을 맞췄다.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에도 시윤은 부끄러웠는지 모른 척 화제를 돌렸다.“됐어요. 이만 자요.”“선택 안 하면 둘 다 시도해 볼까?”“건강한 생활 몰라요?”“알지. 그러니까 지금 이러는 거잖아. 성욕도 참으면 몸에 안 좋아.”“아니!”“...”깔끔하게 정리된 시트는 시윤이 몸부림치면 칠수록 점점 구겨지더니 그 구겨진 사이사이 드리운 그림자는 야밤의 어둠속에 뒤섞였다.물론 임신했다는 걸 의식한 탓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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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속지 말았으면 해서요
등 뒤 관객석에서 승우는 공연을 보는 시윤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지난 이틀간 병원에서 마주칠 때마다 시윤은 항상 그를 못 본 척 무시해 왔다.시윤이 저를 보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승우 역시 매번 어머니의 병실에 시윤이 있을 때마다 묵묵히 자리를 피하곤 했다.그런데 지금, 어둠 속에 있는 미세한 불빛을 빌어 승우는 고작 시윤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다.물론 거리가 멀어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시윤이 더 이상 저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지 않으니.시간이 1분 1초 흘러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자 승우는 그제야 공연이 어느새 끝났다는 걸 알아채고 기계적으로 박수쳤다.배우들이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와 커튼콜을 할 때, 윤영미가 마이크를 쥐고 관중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무대 아래의 한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윤영미의 손끝이 가리킨 방향에서 시윤이 일어섰다. 시윤은 오늘 아주 심플한 옷차림이었는데 수수하게 화장한 예쁜 얼굴에서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시윤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심지어 그녀를 지젤로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오랫동안 공연한 경험 덕에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도 시윤은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여주었다.“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여러분의 박수를 받게 되어 조금 멋쩍네요.”그러다 잠깐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죄송합니다. 제 몸 상태 때문에 마지막 공연을 함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아쉬웠지만 방금 무대 아래에서 공연을 보다 보니, 마지막 공연을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관객의 입장으로 보게 되어 오히려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 극단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존경하는 영미 쌤, 우리 극단 식구들, 스탭분들...”시윤은 관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마지막으로 우리 남편 너무 감사해요. 제 남편은 항상 제가 가장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요. 그래서 남편 옆에만 있으면 모든 걸 혼자 마주할 필요가 없어요. 남편한테 기대고 믿고...”시윤의 애틋한 고백에 원혜정이 퍼뜨렸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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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 건배.”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극단 식구들은 민혁이 예약한 5성급 호텔에 모였다.모든 사람의 얼굴에 홀가분함과 기쁨이 섞여 있었고, 술을 자주 마시지 않던 윤영미조차 취기가 올라올 정도로 마셨다.유독 임신한 시윤은 그저 옆에서 해바라기씨만 깔 뿐이었다. 앞에 술병을 쌓아 놓고 있는 극단 식구들과 달리 시윤의 앞에는 해바라기씨 껍질만 놓여 있었다.그때 술을 마시고 배짱이 커진 수아와 소은이 술병을 들고 다가와 시윤과 도준에게 다가왔다.“선배, 선배가 돌고 돌아 끝내 전 형부한테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소은의 거침없는 말에 시윤은 흠칫 놀라 얼른 말을 잘랐다.“어, 저기 정확히 말하면 이혼한 적은 없으니 전 형부는 아니지.”하지만 술에 취한 소은은 제게 다가온 위험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혀를 놀렸다.“선배가 해외에서 그랬잖아요. 저랑 같이 전 세계 미남을 만나보겠다고. 이젠 저 혼자 남았네요... 딸꾹...”순간 서늘해진 주변 온도에 시윤은 감히 옆을 보지 못했다.다행히 아직 이성이 남아 있는 수아가 소은을 끌고 가더니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너 죽고 싶어? 바람피우겠다고 한 건 몰래 말해야 한다고!”수아의 쩌렁쩌렁한 ‘귓속말’에 시윤의 얼굴은 일순 어두워졌다.‘이성이 많이 남아 있는 건 아니었구나...’그때 옆에서 기분을 알 수 없는 도준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전 세계 미남? 욕심도 많네?”“하하. 저거 다 헛소리예요. 게다가...”시윤은 멋쩍게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이더니 도준이 허리를 숙이자 얼른 그의 목을 끌어안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도준 씨 한사람이면 몇 인분을 하는데, 제가 어떻게 또 다른 사람 만나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윤은 도준의 팽팽해진 근육을 느꼈다. 이윽고 도준은 시윤을 꽉 끌어안으며 이를 갈았다.“지금 일부러 그러지?”‘일부러 그런 거면 어쩔 건데? 지금 손대지도 못할 거면서.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생기겠어?’시윤은 입을 가린 채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겁도 없이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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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아이 때문에 내 곁에 남은 거야?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을 때, 시윤은 복도에서 임우진과 마주쳤다.우진도 적지 않게 마셨는지 하얗던 피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런 그를 보자 시윤은 약간 멋쩍게 말을 건넸다.“우진아 지난번에 도준 씨가 너 발로 찬 거 혹시 세게 다치지 않았어? 후유증은 없어?”우진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외상이라 바로 나았어요. 이젠 아프지도 않고요.”“그럼 다행이네.”그 말을 끝으로 시윤이 다시 술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우진이 할 말이 있는 듯 그녀를 붙잡았다.“왜 그래?”잠깐 머뭇거리던 우진이 끝내 입을 열었다.“선배, 왜 또 그 사람이랑 합친 거예요? 그 사람 변덕스럽고 폭력적인 데다 일편단심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떠나지 않아요?”“그거 다 오해야. 도준 씨 나 배신한 적 없어. 그리고 변덕스럽지도 않고.”싱긋 웃으며 대답하던 시윤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멈칫했다.‘그러고 보니 전에 민혁 씨가 분명 도준 씨 정신이 이상하다고 했는데? 왜 지금 이렇게 정상이지? 설마 이것도 잠복기가 있나?’시윤이 생각하는 사이, 우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도준이 한수진과 함께 시윤을 무시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우진은 시윤이 너무 안타까웠다. 게다가 그렇게 위험한 사람한테 시윤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됐다.“선배, 혹시 임신한 것 때문에 곁에 남아 있는 거예요? 선배만 괜찮다면 전...”“괜찮다면 뭐?”말이 끊기자 우진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도준이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 문에 비스듬히 기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시윤은 도준이 폭력이라도 사용할까 봐 얼른 끼어들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애가 무사한지 물어본 것뿐이에요.”하지만 우진은 시윤의 거짓말을 맞춰주기는커녕 가슴을 곧게 세우며 도준을 응시했다.“선배만 괜찮다면 제가 선배랑 그 아이 돌봐주겠다고 말하려고 했어요.”‘끝장이네.’시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심지어 도준의 표정을 살필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하지만 우진의 호언장담에 도준은 오히려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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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날 속인 거잖아
임신한 뒤로 시윤은 별 증상이 없지만 식욕은 왠지 전보다 심해졌다.이따금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사 오면 항상 몇 입 먹지 않고 숟가락을 내려놓곤 했다. 때문에 일인 분으로 맞춰 끓여 놓은 국물은 자기 전에 먹기에 딱 좋았다.그렇게 한창 먹다 마지막 한 숟가락이 남았을 때 도준이 생각난 하윤은 멋쩍게 말했다.“미안해요. 먹을래요?”도준은 시윤의 뒤에서 의자 등받이에 손을 대고 아래로 내려다봤다.“한 숟가락 남기고 이제야 물어보는 거야?”“원래 영양가 있는 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거예요. 자요.”시윤은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먹던 숟가락으로 국을 떠 내밀었다.그런데도 싫지 않은지 도준은 고개를 숙여 받아먹었다.“어때요?”“내 입엔 달아.”“칫. 그럴 거면 짠맛으로 하라고 하지.”도준은 손으로 시윤의 머리를 살짝 눌렀다.“자기가 단 거 좋아하잖아.”도준이 일부러 저를 위해 국을 준비했다는 말에 시윤은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그렇게 국물을 모두 마신 시윤은 바로 욕실로 향했다. 전에 쓰던 화장품을 사용하기에는 조금 꺼려져 시윤은 핸드폰으로 한참 동안 검색하다가 결국 비교적 순한 크림을 들어 얼굴에 펴 발랐다.그러고 나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실로 돌아와 보니, 도준은 침대에 기댄 채 전화를 하고 있었다.시윤이 또 귀를 쫑긋 세우고 몰래 엿들으려 하자 도준은 아예 스피커폰으로 설정을 바꿨다.“오빠?”“괜찮아. 계속 얘기해.”민시영의 목소리를 듣자 시윤은 만족스러운 듯 도준의 어깨에 얌전히 기댔다.일 얘기뿐인 대화에 듣고 있던 시윤이 점점 졸기 시작하던 찰나,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진호중 공장장님 쪽에서 광물 보냈어. YM 그룹도 부품 생산에 돌입했고. 샘플을 보니 우리가 새로 개발하는 핸드폰 기종에 아주 적합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아.”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시윤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얼른 물었다.“진호중 공장장이요? 전에 합작 건 따내려고 했던 그분?”갑작스럽게 끼어든 시윤의 목소리에 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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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임신한 거 후회해
도준의 ‘보답’이 끝나자 시윤은 화가 난 듯 그를 향해 발길질했다.“아이한테 본보기는 못될망정.”저에게 날아오는 시윤의 발을 손쉽게 막은 도준은 엄지로 시윤의 발목을 살살 문지르며 야릇한 눈빛을 보냈다.“본보기는 자기 하나면 충분해. 난 반면교사가 될게.”굳은살이 박인 손으로 문질러대는 바람에 따끔거리자 시윤은 얼른 발을 뒤로 뺐다.“애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나도 애만 아니면 안 참았어.”“말 좀 조심해요. 어쩜 못 하는 말이 없어.”눈을 살짝 치켜뜨며 말하는 도준의 모습에 시윤의 얼굴은 순간 화르르 타올랐다.얼굴은 발그레하데 유독 눈만 반짝반짝 빛나는 시윤은 흰색 슬립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특이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깨 위로 풀어 헤친 머리 때문에 귀엽고 매혹적이었다.이제 임신한 지 두 주밖에 되지 않아 큰 변화가 없었지만, 도준은 왠지 느낌이 묘했다.시윤이 제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에.한창 화내고 있던 시윤은 갑자기 저를 안는 도준의 동작에 살짝 어리둥절했다.도준은 평소 성욕을 불러일으키려고 야릇하게 건드리던 동작과 달리 틈 하나 없이 시윤을 꼭 끌어안기만 했다. 귀 뒤로 떨어지는 뜨거운 숨결에 시윤은 간지러웠지만 선심 쓴다는 듯 도준을 끌어안았다.“왜요? 본인이 생각해도 절제력이 없었던 것 같죠?”도준은 낮게 웃었다.“내가 절제력이 있었으면 애가 어떻게 생겨?”“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시윤이 발끈하자 도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냥...”시윤은 도준의 품에서 얼굴을 들고 물었다.“그냥 뭐요?”“그냥 자기가 참 대단하다 싶어서. 어떻게 내 아이를 임신할 생각을 하지?”듣기 좋은 말을 기대하던 시윤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졌다.“누군 뭐 선택권이 있었나?”“왜? 임신한 거 후회해?”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시윤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후회해도 이미 늦었어.”시윤은 그 말에 콧방귀만 뀔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침실의 불이 꺼지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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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우리 애가 보고 싶대요
학교 주위를 빙 둘러본 끝에 두 사람은 겨우 호떡집을 발견했다.그 순간 시윤은 눈을 반짝거리며 가게 쪽으로 달려갔다.“사장님, 호떡 하나요.”사장님은 이젠 시윤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시윤은 아직도 기억이 또렷했다. 그때 사장님은 훨씬 젊었지만 이제는 어느덧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갓 구운 호떡을 받아 들자마자 한입 떼어 물더니 행복한 듯 눈웃음을 치는 시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었다.“그렇게 맛있어?”시윤은 두 입 더 떼어 물고 양 볼 빵빵한 상태로 우물거렸다.“도준 씨는 몰라요. 이게 바로 추억의 맛이라고요.”호떡을 먹은 뒤 또 두 가지 간식을 더 먹자 시윤은 배가 부른 듯 트림했다.이런 상황은 거의 매일 반복되는데, 오늘 시윤은 특히 부끄러웠다.그도 그럴 게, 아직 아침 8시도 안 되었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먹고 싶은 게 있다며 도준을 깨웠으니.차에 다시 돌아온 시윤은 도준의 눈치를 살폈다.“혹시 귀찮은 건 아니죠?”대부분 임산부는 별다른 증상 없이 일도 하고 운동도 한다는데, 자꾸만 이것저것 먹고 싶은 저 자신이 시윤도 답답했다.그때 도준이 싱긋 웃었다.“밤에 다 갚아주잖아. 오는 게 있는데 이런 걸 해주는 건 당연하지.”‘그렇네!’‘이 양심 없는 사람 때문에 매일 얼마나 시달리는데.’도준이 아니었다면 시윤은 아마 끝까지 하지 않고도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성욕을 풀 수 있다는 걸 평생 몰랐을 거다.그걸 생각하자 시윤은 순간 마음이 편해진 듯 요구했다.“점심에 만둣국 먹고 싶어요.”“그래.”“오전에 엄마 보러 병원 가요.”“응.”도준이 제 요구는 모두 들어주자 시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후에 아기 옷 보러 가요.”“응.”“그럼 오늘 밤 저 좀 쉬게 해줘요.”“안돼.”‘다 들어주는 거 아니었어?’...평범하고 달콤한 나날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시윤은 자꾸만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 외에 아무 문제 없이 건강했고 양현숙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수술 날짜를 잡을 때가 되었다.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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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정신을 잃은 게 아니었다면 어떡할 건데?
양현숙이 검사받으러 간 탓에 병실에는 승우만 앉아 있었다.승우를 본 순간 시윤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뒤에서 그녀를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 엄마 곧 돌아와. 몸도 불편한데 와서 앉아. 내가 나갈게.”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승우의 모습에 시윤은 마음이 아팠다.그도 그럴 게, 상대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오빠니까. 더욱이 그 오빠가 수술이 끝나는 대로 해외로 떠난다는 말까지 어머니한테서 듣고 난 터라 마음이 더 불편했다.그 생각에 시윤은 한참 침묵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그냥 앉아.”시윤의 말이 의외였는지 승우는 놀란 듯 허둥대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어, 그래. 고마워.”오빠가 이토록 조심스러운 모습에 시윤은 마음이 아파 끝내 질문했다.“왜? 왜 그랬어?”이건 편지가 떨어진 그날 이후 두 사람이 처음으로 차분하게 얘기하는 거다.승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사실 나도 생각이 짧았어. 그냥 그때는 그 편지를 어머니한테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숨기는 데 급급했지 아버지를 해칠 줄은 몰랐어. 나중에 솔직히 털어놓고 편지를 보여줄까 생각도 했지만 매번 망설여졌어. 네가 나 싫어하는 눈빛을 보기 무서웠거든. 날 외면하는 것도 무서웠고...”한창 얘기하던 승우의 목소리는 점점 가랄졌다.“그런데 지금 그 악몽이 현실이 됐네. 벌받은 거지 뭐.”언제나 당당하고 활기차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인 오빠가 이렇게 된 걸 보고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시윤의 기억 속에 승우는 늘 다정했다. 심지어 다리가 부러져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도 오히려 저를 위로하던 오빠였는데.지금 승우의 눈에는 핏발이 서있고, 턱에는 거뭇거뭇한 수염이 나 있어 다리를 못 쓰게 되었을 때보다 더 피폐한 모습이었다.시윤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사실 그날 우리가 아빠랑 차에 탔어도 무사히 도망치진 못했을 거야. 공은채가 아빠를 이용하기 위해 죽음으로 협박했거든. 절대 아빠 쉽게 놓아줄 리 없어.”승우도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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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모두 잃은 승우
시윤은 어리둥절했다.“뭐라고?”그제야 승우의 말을 이해한 시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를 갈았다.“오빠! 지금 변명거리 찾으려고 도준 씨까지 모함하는 거야? 나 이제 오빠랑 말 섞기도 싫어.”말을 마친 시윤은 고민도 없이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승우가 다급히 가로막았다.“윤아, 너 설마 민도준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어? 원씨 가문이 왜 하필 그때 무너졌을까? 하필 민도준이 널 붙잡으려 할 때. 그리고 원혜정이 민도준의 눈을 피해 경성에서 나와 널 순조롭게 납치하고 그런 일을 벌인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민도준이 깨어난 시기도 그래. 어떻게 하필 너와 어머니가 편지를 발견한 다음 깨어나는데? 깨어날 때가 돼서, 더 이상 의식이 없는 척할 필요 없어서 그랬던 거 아닐까?”이 말들을 너무 오랫동안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은 탓에 승우의 목소리는 격동되어 있었다.심지어 말을 마친 뒤 시윤의 어깨를 꽉 잡았다.“윤아, 민도준 같은 사람은 남을 모함하면 모함했지, 원혜정 같은 사람의 꾀에 당할 리 없잖아. 게다가 하필 너까지 임신하고, 이 모든 게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데 정말 의심한 적 없어?”승우가 아무리 말해도 시윤은 여전히 동요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말 다 했어?”승우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밀어버린 시윤은 뒷걸음치며 그와 거리를 유지하더니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지금 그런 추측들로 도준 씨가 처음부터 계획한 거라고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승우는 고개를 마구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아니. 추측이 아니야. 민도준이...”“그만!”시윤은 화가 나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난 적어도 오빠가 아빠의 죽음에 대해, 그 편지를 숨겼다는 사실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가질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 보니 내가 단단히 착각했네. 도준 씨가 날 위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내가 이 두 눈으로 직접 봤어. 그런데 오빠는? 오빠는 뭘 했는데?”“더 이상 오빠 얼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나가!”시윤이 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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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오빠 한 번만 용서해
그동안 몇 번이나 함께 식사를 한 것 때문에 가득이나 승우를 좋아하던 해연은 그에게 더욱 빠져버렸다.때문에 승우의 부탁에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무슨 일인데요? 도울 수 있는 거면 뭐든 도울게요.”그 말에 승우는 시름이 덜어지기는커녕 마음 한편에 커다란 돌멩이가 눌린 것 같았다.그동안 사실 해연에게 부탁할 기회는 수없이 많았지만 매번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었다.매번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만약 정말 제 생각대로라면 시윤이 어렵게 얻은 행복도 깨질 수 있고, 도준의 아이까지 가진 마당에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걸 알면 시윤이 견디지 못할 게 뻔하다.하지만 모든 걱정은 방금 저를 차갑게 바라보던 시윤의 눈빛 때문에 산산이 부더졌다.그는 평생 오빠 소리만 듣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시윤이 평생 진짜 범인을 감싸는 것도 보고 tv지 않았다.‘윤아, 오빠 한 번만 용서해.’...자료실.평생 이런 일은 처음 해보는 해연은 긴장해서 손을 벌벌 떨었다.도준 병실에 있던 기계의 일련번호를 찾은 해연은 이내 그걸 클릭해 비밀번호를 입력했다.하지만 예전에 사용하던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경고창만 떴다.그걸 본 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틀렸다고 나와요?”“우리 병원 기계는 모두 이 비번 사용하거든요. 틀렸다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어요.”“뭔데요?”“기계가 우리 병원 게 아니에요.”그 대답에 승우의 희망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민도준 같은 사람이 그렇게 쉽게 허점을 남길 리 없지.’새하얗게 질린 승우의 얼굴을 보자 해연도 마음이 괴로웠다.“너무 걱정하지 마요.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정 안 되면 비번 풀 수 있는 사람 찾아보면 되죠. 해커든 뭐든. 방법이 있을 거예요.”사실 해연은 그저 승우를 위로하려는 마음에 급하게 뱉은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승우는 마음이 흔들렸다.‘그래. 다른 사람 찾으면 돼.’하지만 여긴 병원이라 의사와 간호사가 오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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