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31 - 챕터 1340
1402 챕터
제1331화 뻔뻔한 도준
도준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시윤은 등골이 오싹해 피하는 것조차 잊었다.그동안 참아 온 도준은 코끝을 시윤의 몸에 대고 향기를 맡더니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시윤은 다급히 도준을 밀어냈다.“안 돼요. 저 아직 결정 내리지 않았어요.”입가에 있던 고기가 도망치자 도준은 아쉽다는 듯 혀끝으로 뺨을 꾹 밀며 욕망을 애써 억눌렀다.“그래, 결정할 때까지 기다릴게.”도준의 의외의 대답에 시윤은 놀랍기만 했다. 시윤의 인상 속에 도준은 항상 횡포하고 막무가내라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다.시윤은 의아한 듯 도준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그가 무슨 여지를 남겨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자 도준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계속 나 그렇게 보면 유혹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그제야 고개를 숙인 시윤은 도윤을 안아오려고 팔을 내밀었다. 그제야 도윤이 벌써 잠들었다는 걸 발견하였다.잠이 든 도윤은 아기 천사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했다.그걸 본 시윤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짓더니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이리 줘요, 살살.”도준은 고분고분 도윤을 넘기자 시윤은 조심히 받아 안았다. 지난 1년 동안 도윤을 기르다 보니 이제는 아이 안는 자세가 제법 익숙해졌다. 등을 토닥여주고 아이가 깊은 잠에 빠지자 시윤은 도윤을 침대에 내려놓고 옆에 있는 담요로 주위를 둘러 작은 ‘둥지’를 만들어 주었다.그러고 나서 도윤에게 이불을 덮어주자 곧바로 뒤에서 도준이 시윤을 안았다.조금 높은 남자의 체온이 등 뒤에서 느껴지더니 익숙하고도 힘 있는 팔이 시윤의 허리를 감쌌다.익숙한 온기에 시윤은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 말까지 더듬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도준은 귀까지 빨개진 시윤을 보며 등 뒤에서 피식 웃더니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아들 보고 있어.”하지만 그걸 믿을 시윤이 아니었다.“아들 보는데 나는 왜 안고 그래요?”도준은 허리를 숙여 시윤에게 꼭 붙더니 입술로 시윤의 귀를 스치며 말했다.“도윤이 깰까 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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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결정을 내릴 시기
한참 동안 대꾸가 없자 진태섭은 종업원이 실수로 길을 잘못 안내했다고 생각했다. 이에 돌아서려는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하지만 두 사람 앞에 나타난 건 귀염둥이 증손주가 아니라 그늘진 얼굴을 한 손주였다.진태섭은 흠칫 놀라 대뜸 물었다.“도준이? 네가 어떻게 여기...”그때 정은숙이 마침 손주 목덜미에 난 손톱자국을 보더니 진태섭을 잡아끌었다.“됐어, 그만해. 도준이도 시윤이랑 할 얘기가 있나 보지. 우리도 얼른 자리 비켜주자고.”진태섭은 여전히 증손주 얼굴이 보고 싶었는지 연신 뒤를 돌아봤다.“우리 어쩌다가 증손주를 보는데...”“도준이 우리 손주며느리랑 다시 합치면 증손주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거잖아.”“그렇네. 당신 말이 맞아!”“...”도준이 방에 다시 들어왔을 때, 시윤은 이미 옷을 정리한 상태였다. 물론 얼굴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그 모습에 도준은 아쉬운 듯 다가가 시윤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무슨 옷을 그렇게 빨리 입어?”방금 도준에게 홀려 진태섭 정은숙 부부가 아니었다면 흐지부지한 상태로 도준과 관계를 가질 뻔했다는 생각에 시윤은 화가 나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시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준은 두 손을 들며 말했다.“내가 잘못했다.이윽고 시윤이 화를 내기 전에 그녀의 얼굴을 만지더니 허리를 숙여 시윤을 응시했다.“내가 너무 급했어. 기분 나빴다면 자기도 나 마음대로 만져.”“누가 만지겠대요?”시윤은 도준의 손을 뿌리쳤다.도준은 싱긋 웃을 뿐 더 이상 밀어붙이지 않고 시윤의 손을 꼭 잡고는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난 이만 가볼게. 결정 내리면 찾아와.”그 말에 시윤은 눈을 내리깔았다.“그래요.”전에 시윤은 줄곧 당시의 진실을 알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도윤의 곁을 떠날 수 없는 데다 본인의 상태도 좋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었다.그런데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 그 이혼 합의서에 사인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고....돌잔치가 끝난 지 사흘째 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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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스스로 함정에 빠지다
수인은 꼬았던 다리를 이내 가지런히 모았다.“엥? 그때 겪은 일이라니요? 그때가 어느 때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아니면 우리 국민이 일어난 그해?”시윤은 농담하는 수인을 빤히 바라봤다.“수인 씨도 제가 어느 때를 말하는지 알잖아요.”시치미를 떼던 수인은 그제야 다시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의자에 기대 차를 마셨다.“나한테 묻기보다는 한민혁한테 묻는 게 나을 텐데요.”시윤은 창 밖을 내다봤다. ‘지난번에 수인 씨한테 도준 씨에 대해 물을 때도 이맘때였는데.’속으로 생각하던 시윤은 다시 입을 열었다.“수인 씨와 도준 씨는 모두 연기했잖아요. 저와 민혁 씨는 그 관중이고.”수인은 피식 웃었다.“음, 총명하네요. 그래요. 이왕 들켰으니 더 이상 아닌 척하지 않을게요. 저 확실히 도준을 도와 연기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쉽게만 보면 안 돼요.”수인은 낡은 코담배병을 위로 뿌리며 말했다.“제가 그때 말한 거 다 사실이에요. 그때 미리 경고했었죠. 만약 정말 마음 돌릴 생각이 있다면 사실대로 말해주겠다고. 그 말에 윤이 씨도 넘어왔고. 만약 그때 윤이 씨가 더 단호했다면 윤이 씨한테 도준이 치료받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해원으로 데려다줬겠죠.”그날 수인이 했던 경고가 그저 본인에게 고민할 선택권을 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의미가 담겨 있을 거라고 시윤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때 수인이 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상대가 그 연기에 빠져야 하잖아요.”‘그러니까 내가 함정에 스스로 빠졌다는 거네?’시윤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그럼 도준 씨가 정말 아팠던 거 맞아요?”수인은 턱을 받치며 시윤을 바라봤다.“이것 봐요, 질문도 어쩜 민감한 것만 골라 해요? 좀 더 부드러우면 좀 좋아요? 뭐, 윤이 씨가 이렇게 거친 걸 좋아한다면 저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수인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도준이 아픈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에요. 그저 그 병이 오히려 본인한테 더 유리하단 뿐이었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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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폭발 사고의 진실
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수인을 빤히 바라봤다.그러자 수인은 제 눈을 가렸다.“이러지 마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저 미인한테 약하단 말이에요.”“하, 그래요, 알았어요. 제가 졌어요.”수인은 그제야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을 꺼냈다.“사실 시윤 씨가 경성에 공연하러 왔을 때부터 함정에 빠진 거예요.”시윤은 어리둥절했다.“네?”“윤이 씨가 강의하러 갔던 학교가 왜 마침 한수진네 학교였겠어요? 그것도 사실 도준 그 여우놈이 계획한 거예요. 자기가 계속 몰아붙이면 윤이 씨가 멀리 도망갈 걸 아니까, 일부러 이미 변심한 듯 경계를 풀게 만들고 천천히 함정으로 유혹한 거라고요. 그날 윤이 씨가 도준의 치료 과정을 보게 된 것도, 모두 도준이 계획 중 일부분이었어요.”진작 짐작하긴 했어도 직접 들으니 시윤은 등골이 오싹했다.“이게 모두 나석훈 쌤이 계획한 거예요?”“음, 그건 아니에요. 나석훈 쌤은 적어도 도덕은 있거든요. 이런 계획을 꾸민 건 당연히 도준이죠. 나 쌤은 윤이 씨에 대해 한마디만 했을 뿐이에요.”수인은 곧이어 석훈의 말투를 따라 했다.“심리 상담사로써 저는 제 일을 걸고 그렇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한마디만 해주자면, 시윤 씨는 아직 민 사장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시윤 씨의 마음을 돌리려면 계속 밀어붙이기보다는 스스로 접근하도록 유인하세요.”양심은 있지만 그렇게 많지 않은 건 분명했다.시윤은 그 말에 오히려 살짝 안도했다. 사실 시윤은 가장 안 좋은 상황까지 생각했었다. 도준이 처음부터 진심은 조금도 없이 낯선 사람의 계획대로만 움직였을 거라는 생각. 하지만 나석훈은 그저 밀어붙이지 말라고 제안했다는 말에 시윤은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수인은 그런 시윤의 반응을 관찰하더니 물었다.“화 안 나요?”“별로요.”그 말에 수인은 놀란 듯 대꾸했다.“와, 대박. 윤이 씨 인내심 진짜 많네요.”시윤은 덤덤하게 웃었다.“그러니까 그 폭발 사고도 도준 씨가 계획한 거라는 거죠?”가장 중요한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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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하나뿐인 선택
시윤은 수인의 말에 멍해졌다.“그러니까 제가 고마워할 길 바라서 일부러 폭발을 계획한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너무 어처구니없는 추측에 수인은 웃음을 터뜨렸다.“아이고, 윤이 씨, 도준 성격 몰라서 그래요? 다른 건 몰라도, 누가 윤이 씨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걔는 그 사람 바로 죽일 거예요. 연료를 미리 바꿔치기한 것도 원혜정의 속을 하도 알 수 없어 계획대로 하지 않을까 봐 손 써둔 거고요. 만약 원혜정이 윤이 씨를 그쪽으로 데려가지 않고 죽이고 시체를 유기라도 하면 어떡해요.”‘그러니까 도준 씨가 일부러 원혜정한테 협조해 주겠다고 딜을 하고 본인을 함정으로 밀어 넣을 기회까지 줬다는 거네?’그때 수인이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도준이 윤이 씨 속인 건 그 일로 의식을 잃고 난 뒤예요. 그 자식이 사실 금방 깨어났거든요. 그런데 윤이 씨 마음 돌리려고 의사랑 짜고 연기한 거고요. 뭐, 그 덕에 윤이 씨를 손에 넣긴 했지만.”도준이 의식을 잃은 줄 알고 애간장이 무너졌던 때와 도준이 깨어났다고 생각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떠올리니 시윤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그러니까 도준 씨가 날 속인 건 사실이네? 오빠 추측이 맞았어. 그런데 난 도준 씨한테 눈이 멀어 오빠한테 그런 심한 말까지 하고.’그때를 떠올리자 시윤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하지만 시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리 없는 수인은 다리를 꼬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도준 그 자식의 원래 계획은 두석달 정도 누워 있으며 윤이 씨한테 겁도 주고 애 지울 수 없게 시간 끌려는 거였는데,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생각을 바꿨더라고요.”시윤은 눈을 내리깔았다.“제가 아빠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거든요. 그래서 더 이상 연기할 필요성을 못 느꼈나 보죠.”“아,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윤이 씨가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간 거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볼 때, 윤이 씨는 평생 그 자식한테서 못 벗어나요.”한참 동안 말하던 수인은 들리지 않는 대답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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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성장
그 말에 수인은 멍하니 시윤을 바라봤다.시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도준 씨가 저한테 잘해주는 건 맞아요. 저를 사랑해 주기도 하고. 귀찮은 것도 마다하고 기분도 풀어주고 달래주기도 하고. 그런데 그거 알아요? 도준 씨가 저 달랠 때는 매번 제가 고통스러워할 일을 저지르고 난 뒤예요. 그러고는 자세를 낮추고 제 기분을 맞춰주는 것처럼 굴어요. 이번 일도 그렇고, 공은채 일도 마찬가지고, 비행기 사고 때도, 그 뒤 모든 일이 그랬어요...”“수인 씨, 저는 그저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갖고 싶은 것뿐이에요. 도준 씨가 벌인 일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알겠어요?”“...”수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멀리 떠나가는 가냘픈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쉴 뿐.이윽고 수인은 뒤돌아 베란다 문을 열더니 밖을 보며 말했다.“너도 들었지?”찬 바람 속, 늘 거만하기만 하던 남자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그늘져 있었다.밖에 너무 오래 서 있은 탓에, 안으로 들어윤 도준의 주위에 한기가 맴돌아 수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이윽고 문을 닫고 얼른 도준에게 따뜻한 차를 따라주었다.“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난 할 말 다 했어. 그런데 윤이 씨 많이 변한 것 같더라. 전에는 헤어지겠다고 말해도 여전히 너한테 미련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도준은 뜬금없이 피식 웃었다.“그러게. 많이 성장했어.”그 미소를 본 수인은 소름 돋는 듯 몸을 떨었다.“너 웃음이 나와?”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던 도준은 그 말에 눈을 들며 수인을 바라봤다.“네가 그렇게 울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그 순간 ‘쿵’하는 수리와 함께 수인이 평소 가장 아끼던 코담배병이 바닥에 떨어졌다.“아아아! 우리 아가!”완전히 무너진 수인과 달리 도준은 여전히 느긋하게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내 마누라랑 원나잇하고 스릴감 느끼고 싶다며? 지금 어때? 스릴 넘치지? 짜릿하지?”수인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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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갑작스러운 다정함
조용한 분위기 속,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그렇게 한참 동안 식사하다가 거의 다 먹었을 때쯤 시윤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도준에게 국 한 그릇을 담아 주었다.“밖이 추우니 국 드세요.”이윽고 갓 담은 따끈따끈한 국 한 그릇을 도준 앞에 내려놓았다. 그릇을 내려놓은 시윤이 손을 뒤로 빼려고 할 때, 도준이 갑자기 시윤의 손가락을 잡으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자기야, 이렇게 다정하게 굴면, 이게 마지막 만찬이라고 오해해.”도준은 입으로 웃고 있었지만 눈은 시윤에게서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수인이 말했듯 시윤은 확실히 성장했다.더 이상 예전처럼 모든 게 눈에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고, 아이까지 낳고 나니 영리하고 맑기만 하던 눈에 성숙미가 넘쳐 흘렀고, 매혹적이기까지 해 사람을 더 끌어당겼다.시윤은 도준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농담하듯 말했다.“이건 오찬이지 만찬이 아니에요.”이윽고 힘을 주어 도준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방 안에는 또다시 적막이 흘렀다.시윤은 눈을 내리깔고 그릇 안의 밥을 바라봤다. 사실 이렇게 여유롭게 대답하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그저 예전의 시윤이 그런 걸 싫어했고,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날 때부터 성격이 화끈했던 지라 늘 빙빙 둘러 말하는 게 귀찮게만 느껴졌다.만약 집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아파 평생 이렇게 변할 일은 없었을 거다.사실 모든 게 제자리를 되찾고 아이까지 가졌을 때, 시윤은 다시 원래의 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그저 시윤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었다.그러면서 시윤은 점차 사람들이 왜 본심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 알게 되었었다.정말 무서우니까.숟가락으로 국을 휘젓다가 입에 넣어보니 의외로 맛이 좋았다.도준은 국을 목구멍으로 넘기고는 시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맛있네.”시윤은 싱긋 웃었다.“그러면 많이 드세요.”시윤은 도준에게 반찬을 짚어주고는 도준이 먹는 사이 말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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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자기 아직 내 마누라야
도준은 시윤을 바라봤다.“자기가 최수인과 대화하던 때, 나도 있었어.”“알아요.”시윤은 도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도준 씨가 평소 피우던 담배 냄새를 맡았어요.”도준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도준이 시윤을 손바닥 다루듯 다를 수 있는 건, 순전히 도준이 예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윤이 도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도준을 사랑해서다.시윤은 옳고 그름을 간파하지 못하지만, 항상 진심으로 도준을 대했다. 심지어 삶 속에 온통 도준뿐일 정도로.가운데 놓인 식탁 때문에 두 사람은 그저 시선만 교환했다.그러다 시윤이 먼저 눈을 피했다.“다 들었다면 제 답을 알았겠죠.”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늘 총명하기만 하던 도준이 그것조차 모를 리 없다.수인 앞에서 말했다시피 시윤은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다.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더니 안에서 이혼 합의서를 꺼내 들었다.“이 합의서 내용은 저한테 과분해요. 다른 거로 바꿔줘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기 속에 다시금 침묵이 내려졌다. 그러다 한참 뒤, 도준이 그 침묵을 깼다.“알았어.”도준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했다.“변호사더러 합의서 내용 바꾸라고 해. 재산을 반으로 나누라고.”“필요 없어요.”그때 시윤이 끼어들었다.“재산은 모두 도준 씨 거잖아요. 전 도윤만 있으면 돼요.”도준이 싱긋 웃었다.“나도 법대로 하는 거야. 반반씩 나누는 거 많은 것도 아니야. 자기는 아들도 길러야 하잖아. 앞으로 속 많이 썩일 것 같던데, 정신적인 피해 보상이라고 생각해.”도준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시윤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아무튼 시윤이 받는다 해도 나중에 고스란히 도윤에게 물려줄 테니까.합의서를 기다리는 동안, 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과 수저를 정리했다.하지만 움직이기 바쁘게 손목이 잡혔고, 눈을 들어 보니 도준이 옆에서 시윤을 위에서부터 훑어 내리고 있었다.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눈빛에 시윤은 정신마저 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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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이혼 안 하면 안 돼?
익숙한 집에서 뜨거운 품에 안겨 있으니 시간은 마치 그대로 멈춘 것만 같았다.그대로 한참 동안 굳어 있던 시윤은 끝내 천천히 손을 들어 도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다음 순간, 도준이 시윤의 허리를 끊을 것처럼 꽉 끌어안는 바람에 시윤은 참지 못하고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윽고 목덜미가 꽉 잡히더니 도준의 입술이 시윤과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 멈춰 섰다. 시윤은 이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예상외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키스해도 돼?”그 말에 시윤은 허리가 찌릿찌릿해 몸을 살짝 떨었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곧이어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 왜 웃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도준의 입술이 시윤을 덮쳤다.도준은 점차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윤을 삼켜버릴 듯 강하게 밀어붙이며 그녀의 숨결을 앗아갔다.시윤의 정신이 점점 몽롱해질 때쯤,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조리대로 밀려 있었다. 곧이어 도준의 손이 옷 안을 파고들어 시윤의 허리를 잡았다.시윤이 숨을 헐떡이며 눈을 들자 도준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가까운 거리 때문에 피할 수 없게 된 시윤은 흥분에 젖은 도준의 눈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다... 다 끝났죠?”도준은 낮게 웃었다. 그 진동은 두 사람이 꼭 붙은 곳을 통해 시윤의 심장에까지 전해졌다. 그때, 도준이 시윤을 품에 꼭 안으며 대답했다.“응, 끝났어.”분위기는 딱딱하던 아까 전보다 많이 풀어지자 도준은 시윤의 긴 머리를 쓰다듬더니 점점 시윤의 등으로 손을 옮겼다.분명 따뜻하기만 한 분위기였지만,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띵동-그때 초인종이 고요함을 깨뜨리더니 민혁이 새로 작성된 이혼 합의서를 갖고 들어왔다.민혁은 도둑고양이처럼 허리를 한껏 숙이고 고개만 쏙 내밀었다.“그... 이혼 합의서 가져왔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혁은 옷을 정리하는 시윤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어, 정말 필요한 거 맞아?”도준은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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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이제 강요하지 않을게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점심의 태양과 달리, 황혼 녘의 해는 오히려 곧 있으면 저물어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는 듯 아련했다.커다란 손으로 여자의 가는 손을 감싼 남자의 그림자는 그대로 이혼 합의서에 드리웠다.시윤이 입을 열기 전에 도준은 손에 힘을 주며 시윤을 제 쪽으로 끌었다.“자기야, 나 보기 싫으면 내가 앞으로 찾아가지 않을 테니 이혼 안 하면 안 돼?”늘 거만하기만 하던 남자의 얼굴을 보며 시윤은 약간 막막했다.‘지금 이 말을 하는 게 도준 씨가 맞나? 도준 씨가 나한테 이런 태도로 말한다고?’한참이 지나서야 시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 씨, 이러지 마요. 도준 씨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맞아. 나 이런 사람 아니야. 그런데 이제 정말 자기한테는 어쩔 수 없나 봐.”협박도 안 통하고, 계략도 안 통하고,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실패를 시윤을 만난 뒤 한꺼번에 겪어보는 기분이었다.그런데 웃긴 건, 아무리 실패하고 좌절해도 여전히 시윤이 갖고 싶다는 거다.얼마간 흐른 뒤, 도준은 끝내 손을 풀었다.“됐어. 이제 강요하지 않을게.”이윽고 손을 들며 계속 사인하라는 눈빛을 보냈다.갑자기 멀어진 따뜻함에 시윤의 손은 순간 차가워져 펜 뚜껑을 여는 동작마저 굼떠졌다. 심지어 사인할 때마저 여러 번 멈칫했지만 끝내 제 이름을 적었다.시윤은 사인한 합의서를 도준 앞에 내밀었다.당연히 도준이 뭐라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인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곧바로 이혼서류를 받으러 갔다.가는 내내 시윤은 창 밖으로 지나가는 바깥 충경을 바라보며 혼인 신고서를 발급받던 날을 떠올렸다.그날 길가에서 시윤은 도준에게서 받은 꽃을 들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렸었다.그러다 고은지한테서 공은채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모든 게 뒤틀리기 시작했다.지금 돌이켜보니, 이 결혼은 처음부터 불순했다.그때 도준이 핸들을 꺾으며 차를 세웠다.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처음에 혼인신고서를 발급받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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