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38화 자기 아직 내 마누라야

도준은 시윤을 바라봤다.

“자기가 최수인과 대화하던 때, 나도 있었어.”

“알아요.”

시윤은 도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도준 씨가 평소 피우던 담배 냄새를 맡았어요.”

도준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도준이 시윤을 손바닥 다루듯 다를 수 있는 건, 순전히 도준이 예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윤이 도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도준을 사랑해서다.

시윤은 옳고 그름을 간파하지 못하지만, 항상 진심으로 도준을 대했다. 심지어 삶 속에 온통 도준뿐일 정도로.

가운데 놓인 식탁 때문에 두 사람은 그저 시선만 교환했다.

그러다 시윤이 먼저 눈을 피했다.

“다 들었다면 제 답을 알았겠죠.”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늘 총명하기만 하던 도준이 그것조차 모를 리 없다.

수인 앞에서 말했다시피 시윤은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다.

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더니 안에서 이혼 합의서를 꺼내 들었다.

“이 합의서 내용은 저한테 과분해요. 다른 거로 바꿔줘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기 속에 다시금 침묵이 내려졌다. 그러다 한참 뒤, 도준이 그 침묵을 깼다.

“알았어.”

도준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했다.

“변호사더러 합의서 내용 바꾸라고 해. 재산을 반으로 나누라고.”

“필요 없어요.”

그때 시윤이 끼어들었다.

“재산은 모두 도준 씨 거잖아요. 전 도윤만 있으면 돼요.”

도준이 싱긋 웃었다.

“나도 법대로 하는 거야. 반반씩 나누는 거 많은 것도 아니야. 자기는 아들도 길러야 하잖아. 앞으로 속 많이 썩일 것 같던데, 정신적인 피해 보상이라고 생각해.”

도준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시윤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아무튼 시윤이 받는다 해도 나중에 고스란히 도윤에게 물려줄 테니까.

합의서를 기다리는 동안, 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과 수저를 정리했다.

하지만 움직이기 바쁘게 손목이 잡혔고, 눈을 들어 보니 도준이 옆에서 시윤을 위에서부터 훑어 내리고 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눈빛에 시윤은 정신마저 빨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