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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갑작스러운 다정함

조용한 분위기 속,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식사하다가 거의 다 먹었을 때쯤 시윤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도준에게 국 한 그릇을 담아 주었다.

“밖이 추우니 국 드세요.”

이윽고 갓 담은 따끈따끈한 국 한 그릇을 도준 앞에 내려놓았다.

그릇을 내려놓은 시윤이 손을 뒤로 빼려고 할 때, 도준이 갑자기 시윤의 손가락을 잡으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자기야, 이렇게 다정하게 굴면, 이게 마지막 만찬이라고 오해해.”

도준은 입으로 웃고 있었지만 눈은 시윤에게서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인이 말했듯 시윤은 확실히 성장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모든 게 눈에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고, 아이까지 낳고 나니 영리하고 맑기만 하던 눈에 성숙미가 넘쳐 흘렀고, 매혹적이기까지 해 사람을 더 끌어당겼다.

시윤은 도준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농담하듯 말했다.

“이건 오찬이지 만찬이 아니에요.”

이윽고 힘을 주어 도준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방 안에는 또다시 적막이 흘렀다.

시윤은 눈을 내리깔고 그릇 안의 밥을 바라봤다. 사실 이렇게 여유롭게 대답하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그저 예전의 시윤이 그런 걸 싫어했고,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

날 때부터 성격이 화끈했던 지라 늘 빙빙 둘러 말하는 게 귀찮게만 느껴졌다.

만약 집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아파 평생 이렇게 변할 일은 없었을 거다.

사실 모든 게 제자리를 되찾고 아이까지 가졌을 때, 시윤은 다시 원래의 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시윤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었다.

그러면서 시윤은 점차 사람들이 왜 본심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 알게 되었었다.

정말 무서우니까.

숟가락으로 국을 휘젓다가 입에 넣어보니 의외로 맛이 좋았다.

도준은 국을 목구멍으로 넘기고는 시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맛있네.”

시윤은 싱긋 웃었다.

“그러면 많이 드세요.”

시윤은 도준에게 반찬을 짚어주고는 도준이 먹는 사이 말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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