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36화 성장

그 말에 수인은 멍하니 시윤을 바라봤다.

시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도준 씨가 저한테 잘해주는 건 맞아요. 저를 사랑해 주기도 하고. 귀찮은 것도 마다하고 기분도 풀어주고 달래주기도 하고. 그런데 그거 알아요? 도준 씨가 저 달랠 때는 매번 제가 고통스러워할 일을 저지르고 난 뒤예요. 그러고는 자세를 낮추고 제 기분을 맞춰주는 것처럼 굴어요. 이번 일도 그렇고, 공은채 일도 마찬가지고, 비행기 사고 때도, 그 뒤 모든 일이 그랬어요...”

“수인 씨, 저는 그저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갖고 싶은 것뿐이에요. 도준 씨가 벌인 일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알겠어요?”

“...”

수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멀리 떠나가는 가냘픈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쉴 뿐.

이윽고 수인은 뒤돌아 베란다 문을 열더니 밖을 보며 말했다.

“너도 들었지?”

찬 바람 속, 늘 거만하기만 하던 남자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그늘져 있었다.

밖에 너무 오래 서 있은 탓에, 안으로 들어윤 도준의 주위에 한기가 맴돌아 수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이윽고 문을 닫고 얼른 도준에게 따뜻한 차를 따라주었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난 할 말 다 했어. 그런데 윤이 씨 많이 변한 것 같더라. 전에는 헤어지겠다고 말해도 여전히 너한테 미련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

도준은 뜬금없이 피식 웃었다.

“그러게. 많이 성장했어.”

그 미소를 본 수인은 소름 돋는 듯 몸을 떨었다.

“너 웃음이 나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던 도준은 그 말에 눈을 들며 수인을 바라봤다.

“네가 그렇게 울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그 순간 ‘쿵’하는 수리와 함께 수인이 평소 가장 아끼던 코담배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아아! 우리 아가!”

완전히 무너진 수인과 달리 도준은 여전히 느긋하게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

“내 마누라랑 원나잇하고 스릴감 느끼고 싶다며? 지금 어때? 스릴 넘치지? 짜릿하지?”

수인은 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