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40화 이제 강요하지 않을게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점심의 태양과 달리, 황혼 녘의 해는 오히려 곧 있으면 저물어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는 듯 아련했다.

커다란 손으로 여자의 가는 손을 감싼 남자의 그림자는 그대로 이혼 합의서에 드리웠다.

시윤이 입을 열기 전에 도준은 손에 힘을 주며 시윤을 제 쪽으로 끌었다.

“자기야, 나 보기 싫으면 내가 앞으로 찾아가지 않을 테니 이혼 안 하면 안 돼?”

늘 거만하기만 하던 남자의 얼굴을 보며 시윤은 약간 막막했다.

‘지금 이 말을 하는 게 도준 씨가 맞나? 도준 씨가 나한테 이런 태도로 말한다고?’

한참이 지나서야 시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준 씨, 이러지 마요. 도준 씨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맞아. 나 이런 사람 아니야. 그런데 이제 정말 자기한테는 어쩔 수 없나 봐.”

협박도 안 통하고, 계략도 안 통하고,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실패를 시윤을 만난 뒤 한꺼번에 겪어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웃긴 건, 아무리 실패하고 좌절해도 여전히 시윤이 갖고 싶다는 거다.

얼마간 흐른 뒤, 도준은 끝내 손을 풀었다.

“됐어. 이제 강요하지 않을게.”

이윽고 손을 들며 계속 사인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갑자기 멀어진 따뜻함에 시윤의 손은 순간 차가워져 펜 뚜껑을 여는 동작마저 굼떠졌다. 심지어 사인할 때마저 여러 번 멈칫했지만 끝내 제 이름을 적었다.

시윤은 사인한 합의서를 도준 앞에 내밀었다.

당연히 도준이 뭐라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인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바로 이혼서류를 받으러 갔다.

가는 내내 시윤은 창 밖으로 지나가는 바깥 충경을 바라보며 혼인 신고서를 발급받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 길가에서 시윤은 도준에게서 받은 꽃을 들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렸었다.

그러다 고은지한테서 공은채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모든 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 결혼은 처음부터 불순했다.

그때 도준이 핸들을 꺾으며 차를 세웠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처음에 혼인신고서를 발급받던 곳이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