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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총명한 도윤

3월이 되자 바람은 더 이상 피부를 에는 듯 매섭지 않았고, 기온도 차츰 풀어졌다. 게다가 해원은 봄이 일찍 찾아오기에 벌써 봄 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보름 정도 지나자 소혜는 벌써 도윤을 돌보는 데 익숙해졌고, 도윤도 새로 온’베이비시터’를 받아들인 듯했다. 게다가 시윤도 이제는 다시 극단을 나가기 시작했다.

도윤이 아직 어려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기에 도준이 해원에 도윤 보러 오기로 했다.

만나는 날이 다가오자 시윤은 전날 도윤의 기저귀와 젖병, 분유와 이유식을 챙겼다. 그러다 도윤이 도준과 있으면서 적응하지 못할까 봐 장난감도 몇 개 준비했다.

준비를 마치니 11시가 가까워졌다.

시윤은 그제야 욕실에 들어가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샤워할 때면 시윤은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발레극을 보곤 하는데 오늘에는 왠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이 밀려왔다.

‘도준 씨가 내일이면 오네.’

이건 두 사람이 이혼한 뒤, 처음으로 만나는 거다. 시윤은 도준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내일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지한 시윤은 저를 때리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

‘이혼도 했는데 뭘 입는지는 왜 신경 쓰는 건데?’

그렇게 밤새도록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다음날 깨었을 때 시윤의 눈 밑에는 검푸른 다크서클이 생겨났다.

시윤이 2층에서 내려와 보니 소혜가 카드로 도윤과 장난치고 있었다.

“이것 봐. 이건 사과, 이건 배, 이건 귤...”

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 중의 카드 한 장을 골라냈다.

그제야 소혜는 자기가 골라낸 게귤이 아니라 오렌지라는 걸 알아차리고 엇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이걸 다 아네?”

도윤이 말은 아직 할 줄 모르지만 소혜는 왠지 도윤이 저를 경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조그만 게 하나도 안 착하잖아.’

“소혜 씨.”

때마침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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