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41 - 챕터 1350
1402 챕터
제1341화 저 만나는 사람 있어요
시윤은 도준의 무관심한 태도를 보자 혼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성격 차이요.”그 대답에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불쾌한 듯 혀를 튕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직원이 자료를 확인하며 다시 물었다.“두 분 아이도 있는 듯한데, 아이가 아직 어리니 관계를 회복할 생각은 없나요?”“없어요.”“어떻게 회복하는데요?”도준과 시윤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심지어 도준은 마치 직원의 말에 관심이 생긴 듯 흥분해서 물었다.“혹시 바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지금껏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터라 직원은 어떤 부부가 서로 맞지 않아 이혼하고, 어떤 부부가 일시적인 충동으로 이혼하는지 대충 짐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도준과 시윤을 후자라고 생각했다.곧이어 안경을 밀어 오리며 말을 시작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만약 원칙적인 문제가 크지 않으면 다시 함께 지내고 이해하면 되거든요. 어찌 됐든 한번 끝내기에 쉽지만 다시 시작하려면 어려우니까요.”“그래요...”도준은 말꼬리를 길게 끌며 농담조로 말했다.“여보, 이 말도 일리가 있는데. 우리 시도해 보는 거 어때?”도준의 뻔한 수작과 직원의 기대에 찬 눈빛에 시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찬물을 끼얹었다.“필요 없어요. 사실 저 만나는 사람 있어요.”“...”그 말을 들은 직원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아무 말도 없이 이혼 수속을 진행하기 시작했다.오히려 옆에 있던 도준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만나는 사람?”시윤은 안 들리는 듯 도준의 말을 무시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서류 두 개가 각각 도준과 시윤의 손에 건네졌다.한참 뒤, 시윤은 멍한 표정으로 가정법원 앞에 서서 이혼서류를 바라봤다.그제야 이혼이 정말이라는 실감이 났다.하지만 시윤이 지난 2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회상하고 있을 때, 도준이 갑자기 시윤 손에 있는 이혼서류를 빼앗아 갔다.이에 시윤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도준은 두
더 보기
제1342화 회원제 서비스
보름 뒤.주위 사람들은 시윤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모두 접하게 되었다. 윤영미마저 몇 번이나 연습하러 나오라고 시윤을 설득했으나 양현숙과 도윤을 집에 남겨둘 수 없었던 시윤은 매번 거절했다. 그도 그럴 게, 양현숙은 몸이 원래 안 좋은 데다 너무 피로가 쌓이면 건강이 악화할 수 있었기에 시윤은 베이비 시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한눈에 괜찮은 것 같은 사람을 차지 못했다. 특히 이곳저곳 여러 사이트를 확인하다 보니 베이비 시터가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짐만 될까 봐 걱정이었다.그렇게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집에 갑자기 손님이 찾아왔다.진소혜가 캐리어를 들고 찾아온 것이다.“형수! 베이비 시터 찾는다면서요? 저는 어때요?”“소혜 씨요?”시윤은 놀란 듯 되물었다.“아이 돌볼 줄 알아요?”“음, 아는 건 아니지만 배울 수 있어요. 제가 인터넷 바이러스도 척척 처리할 수 있는데, 기저귀 하나 못 갈겠어요?”시윤이 의심의 눈초리로 소혜를 바라보자 소혜는 아예 바닥에 앉아 시윤의 다리를 끌어안았다.“흑흑, 형수, 저 좀 불쌍히 여겨줘요. 저 정말 돈이 필요해요.”그때, 도윤을 안고 있던 양현숙이 안쪽에서 걸어 나오더니 슬피 우는 소혜를 보자 다급히 말했다.“소혜 왔구나. 혹시 무슨 일 있어? 얼른 와, 우선 물부터 마셔.”하지만 소혜는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사돈 어르신, 제발 부탁인데, 저 받아주시면 안 돼요?”“암, 그래야지. 얼른 일어나.”양현숙이 동의하자 소혜는 그제야 얼굴을 문지르며 소파에 앉았다.“사실 저 민지훈 씨 이용권 구매했잖아요. 그런데 돈이 부족해요.”“...”소혜의 말에 양현숙과 시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얼마 뒤, 양현숙은 도윤을 재우러 떠나고 자리에는 소혜와 시윤만 남게 되었다.“형수, 걱정하지 마요. 제가 우리 조카 제대로 케어할 테니까.”그 말을 들으니 시윤은 왠지 머리가 아파 났다.“우선 잠깐만요. 방금 지훈 도련님의 이용권을 구매했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지
더 보기
제1343화 마누라 마음 되돌리는 건 직접 할 거야
모두 성인이기에 시윤은 단번에 도준이 저를 데리고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에 어색해진 시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화제를 전환했다.“코드 프로그래밍할 줄 안다면서 일 찾으려면 그쪽 일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나요?”소혜는 테이블 위에 있는 감자칩을 입에 넣고 ‘바삭바삭’ 씹으며 대답했다.“현재 나와 있는 알바 모두 싹쓸이해서 완성했어요. 더 이상 돈 벌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그럼... 왜 소혜 씨 오빠 찾아가지 않아요?”그 말에 소혜는 화가 난 듯 투덜거렸다.“말도 마요. 돈 빌려달라고 했더니 기다리래서 기다렸는데 기부금을 모은다면서 링크 하나를 만들어 그걸 홀랑 가족 채팅방에 올려버렸지 뭐예요. 가족 채팅방에 우리 엄마 아빠도 있는데. 제목은 아예 [소혜의 성매매 기부금을 모집합니다]라고 말이에요!”“...”소혜는 그때 생각에 또 이를 갈았다.“형수, 우리 오빠랑 정말 잘 이혼했어요.”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시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그럼 여기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에요?”“5년 정도 있어도 돼요?”“네?”소혜의 말을 들어보니 집안 재산을 탕진한 데다,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 원래는 집에서 부모님 밥을 얻어먹을 계획이었는데, 매일 남자한테 돈을 쓴다는 걸 알고 화나서 쫓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오갈 데도 없는 거고.말을 하던 소혜는 눈을 깜빡이며 시윤을 바라봤다.“형수, 저 한 달 월급 세일해줄게요. 80%만 주면 되니 집에서 먹고 잘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요?”사실 시윤이 인터넷에서 찾은 베이비 시터를 못마땅해한 이유는 아이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게 걱정되어서다. 물론 소혜가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식구이니 마음이 놓일 거고, 어머니도 집에 있으니 소혜를 가르쳐줄 수 있을 터였다.결국 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매달 240만씩 줄게요. 언제 갈지는 나중에 예기하고.”소혜는 그 말에 얼른 시윤의 다리를 껴안았다.“안 가요. 저 절대 안 가
더 보기
제1344화 총명한 도윤
3월이 되자 바람은 더 이상 피부를 에는 듯 매섭지 않았고, 기온도 차츰 풀어졌다. 게다가 해원은 봄이 일찍 찾아오기에 벌써 봄 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보름 정도 지나자 소혜는 벌써 도윤을 돌보는 데 익숙해졌고, 도윤도 새로 온’베이비시터’를 받아들인 듯했다. 게다가 시윤도 이제는 다시 극단을 나가기 시작했다.도윤이 아직 어려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기에 도준이 해원에 도윤 보러 오기로 했다. 만나는 날이 다가오자 시윤은 전날 도윤의 기저귀와 젖병, 분유와 이유식을 챙겼다. 그러다 도윤이 도준과 있으면서 적응하지 못할까 봐 장난감도 몇 개 준비했다.준비를 마치니 11시가 가까워졌다.시윤은 그제야 욕실에 들어가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샤워할 때면 시윤은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발레극을 보곤 하는데 오늘에는 왠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이 밀려왔다.‘도준 씨가 내일이면 오네.’이건 두 사람이 이혼한 뒤, 처음으로 만나는 거다. 시윤은 도준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내일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지한 시윤은 저를 때리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이혼도 했는데 뭘 입는지는 왜 신경 쓰는 건데?’그렇게 밤새도록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다음날 깨었을 때 시윤의 눈 밑에는 검푸른 다크서클이 생겨났다.시윤이 2층에서 내려와 보니 소혜가 카드로 도윤과 장난치고 있었다.“이것 봐. 이건 사과, 이건 배, 이건 귤...”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 중의 카드 한 장을 골라냈다.그제야 소혜는 자기가 골라낸 게귤이 아니라 오렌지라는 걸 알아차리고 엇색하게 웃었다.“하하하, 이걸 다 아네?”도윤이 말은 아직 할 줄 모르지만 소혜는 왠지 도윤이 저를 경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뭐야. 조그만 게 하나도 안 착하잖아.’“소혜 씨.”때마침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
더 보기
제1345화 부자의 잔꾀
시윤은 피식 웃었다.“도윤아, 오늘은 아빠랑 놀러 갈 거야. 아빠한테 안겨야지.”시윤은 말하면서 도윤의 손을 떼어내고는 도준에게 아이를 넘겨주었다.그사이 도준의 시선은 오롯이 시윤에게만 향할 뿐 도윤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도준을 바라보던 도윤은 아빠가 저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걸 발견하고 눈을 흘겼다....시윤은 오늘 오전 연습만 있어 일찍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기 바쁘게 도준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왜요?”“도윤이가 계속 울음을 안 멈추는데, 시간 나면 좀 올래?”도준이 얘기할 때,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도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이에 시윤은 걱정돼서 다급히 말했다.“배고파서 그런 거 아니에요? 분유 먹였어요?”“먹였어, 그런데도 계속 울어.”“아마 환경이 바뀌어 적응이 안 되나 봐요. 저도 연습이 끝났으니 바로 갈게요. 어디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사냥감을 잡은 듯한 포식자의 미소를 지었다.“골든 빌라야.”시윤은 얼른 외투를 걸치며 대답했다.“알았어요. 바로 갈 테니까 그사이 먼저 달래고 있어요. 너무 울면 목쉴 수 있으니까.”전화를 끊은 도준은 울부짖던 도윤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도윤도 관중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이내 울음을 멈추고 하품했다.심지어 도준은 재밌다는 듯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손에 있는 젖병을 건네자 도윤은 울지도 않고 스스로 젖병을 쥐고 분유를 먹기 시작했다.그걸 본 도준은 만족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애 하나는 잘 낳네. 내 장점만 쏙 빼닮았어.’그로부터 약 반 시간 뒤, 초인종이 울렸다.도준이 도윤을 힐끗 보자 도윤은 뜻을 이해했는지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심지어 방금 전 통화할 때보다 더 세게 울어댔다.그제야 도윤은 문을 열었고, 시윤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도윤이는요?”도준은 소파 쪽을 가리켰다.“저기.”그러자 시윤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도윤을 품에 안았다.“아유, 우리 도윤이, 뚝
더 보기
제1346화 도준의 구애 수단
그 시각, 주방.시윤은 앞치마를 두르고 긴 머리를 뒤에 묶어 올린 채 채소를 썰고 있었다.앞치마의 끈은 시윤의 가는 허리를 더 굴곡져 보이게 했고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여성미를 더 부각했다.그때 마침 채소를 썬 시윤이 담을 그릇을 찾는 듯 두리번대다가 발꿈치를 들고 캐비닛에 올려둔 그릇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릇이 너무 안쪽에 있어 애를 먹던 찰나, 혼 하나가 쑥 나와 시윤이 집으려던 그릇을 꺼내주었다.도준은 가녀린 여자를 제 품 안에 가두고는 힘 있는 팔로 조리대를 짚었다.몸에 힘을 싣느라 바짝 당겨진 팔뚝으로 핏줄이 울퉁불퉁 튀어 올라 순간 시윤을 사로잡았다.시윤은 귀까지 빨개지더니 고개를 돌려 도준을 바라봤다.“왜 나왔어요?”“도윤이 자.”그 시각 도윤은 방 안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심심해하고 있었다.하지만 시윤은 그 말에 껌뻑 속았다.“그래요?등에 닿은 남자의 몸이 너무 선명해 시윤의 시선은 점차 흐트러지기 시작했다.“가서 쉬고 있어요. 저 금방 끝낼게요.”“도와줄게.”도준은 끝내 시윤의 뒤에서 물러나 시윤이 채소를 써는 사이 옆에서 고기를 다졌다. 도준의 칼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 무서운 게 흠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완성되었고,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한 음식들이 하나둘 올라왔다.도윤에게 이유식을 먹이려고 방에 갔던 시윤은 아이가 여전히 자는 걸 발견하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와 의자에 앉았다.“도윤이가 여기서 이렇게 잘 잘 줄은 몰랐네요.”도준은 부끄러움도 없는지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렇게 한참 동안 식사를 하던 그때, 도준이 갑자기 물었다.“극단 돌아갔던데, 적응돼?”“연습을 오랫동안 쉬어서 그런지 아직 몸에 익지 않은데, 윤 쌤이랑 선배들이 도와준 덕에 그나마 괜찮아요.”시윤은 말을 마치고 도준을 바라봤다.“그러는 도준 씨는요? 회사 일은 순조로워요?”“괜찮아. 자기가 보고 싶어 문제지만.”시윤은 잠깐 멍해 있다가 어색하게 눈을 피했다.“장
더 보기
제1347화 벌써 새 애인이 생겼나?
시윤은 마구 도리질했다.“무슨 소리예요? 저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도준은 손을 들어 시윤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몇 가닥 잡더니 야릇한 눈빛으로 시윤을 바라봤다.“그런데 나는 생각했는데.”이윽고 도준은 점점 붉어지는 시윤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자기가 내 밑에서 어떻게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는지, 거울에 비친 자기 허리가 어땠는지, 그리고...”“그만!”시윤은 화가 나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서 놀고 있던 도윤마저 시윤을 바라봤다.그제야 시윤은 도윤이 놀랐을까 봐 얼른 달랬다.“너한테 말하는 거 아니야.”도윤이 다시 장난감을 놀기 시작하자 시윤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렸다.“어쩜 아들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요?”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내가 뭐?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고. 나 정말 생각했어. 우리 그때 뜨거웠잖아.”“변태!”도준은 피식 웃었다.“뭐야? 내 아이도 낳아 줬으면서 아직도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아?”시윤은 더 이상 도준의 말에 대꾸하기 싫어 도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하루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밤이 되었다.도준은 직접 운전해 두 사람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그러자 소혜가 바로 달려 나와 먼저 도윤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시윤 역시 그 뒤를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도준이 갑자기 막아섰다.“할 얘기 있어.”“왜요?”시윤은 하루 종일 도준에게 당하고 나니 말투가 좋지 않았다.그러자 도준이 목소리를 낮추며 달랬다.“내가 참지 못했어. 나 무시하지 마, 응?”시윤은 도준이 자세를 낮추고 달래는 투로 말하는 걸 항상 참지 못하는지라 어색하게 몸을 틀었다.“우리 이혼했어요. 이혼한 사이에 무시하는 건 정상 아니에요?”“그래, 이혼했지.”도준은 시윤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우리 이제 남남이니 내가 누구 만나든 상관없지?”순간 어리둥절해진 시윤은 고개를 들어 더 남자다워진 도준을 바라봤다.‘왜 이런 걸 묻는 거지?’‘설마 벌써 새 애인이 생겼
더 보기
제1348화 연적의 만남
다음날.시윤은 여느 때처럼 연습하러 극단에 도착했다. 이번 달 방송 출연이 있기에 윤영미는 발레극 중 한 부분을 선택해 제자들을 연습시켰다.그렇게 긴장 가득한 연습이 끝나자 시윤은 수아를 포함한 후배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그들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임우진이었다. 우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윤에게 인사를 건넸다.“선배, 저 오늘 생일이라 모두를 집에 초대하고 싶은데.”그 말에 수아가 끼어들어 대신 동의했다.“진작 알려주지. 그럼 선물도 준비했을 텐데.”하지만 우진의 시선은 오롯이 시윤한테만 맴돌았다.“선물은 필요 없어요. 선배가... 와주는 것만으로도 기뻐요.”우진이 이렇게까지 말하기도 했고, 후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어 시윤은 이내 소혜에게 문자를 보내고 후배들과 함께 출발했다....우진의 집은 13평 정도 되는 작은 아파트인데 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게다가 미리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해물 구이와 바베큐, 그리고 맥주를 시간 맞춰 주문했다.시윤은 본인 주량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맥주를 조금씩만 마셨다.하지만 하필 술 게임을 할 때 여러 번 벌칙에 걸려 술을 마시다 보니 점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시윤은 본인이 취할까 봐 우진에게 먼저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우진이 벌떡 일어나 함께 뒤따라 나왔다.“우리 동네 길이 복잡해요. 게다가 저녁이라 제가 아래까지 데려다줄게요.”시윤은 머리가 어지러워 바로 동의했다....저녁이라 밤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시윤은 술을 마신 탓에 아무 말이 없었고, 우진은 너무 긴장한 탓에 말하지 못해 두 사람 사이에 침묵만 흘렀다.그렇게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우진은 겨우 손을 비비며 말을 꺼냈다.“선배, 이혼했다면서요?”‘수아가 말해줬나 보네.’시윤은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응.”그 대답에 우진의 눈은 이내 반짝이더니 자리에 곧게 서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선배, 혹시 저를 한번 고려
더 보기
제1349화 따뜻하게 해줄게
제 가슴에 떨어진 시윤의 작은 머리를 본 도준은 우진과 대화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시윤을 들어 안고 떠나갔다.그 뒤에서 우진은 시윤이 두 손으로 도준의 목을 끌어안는 걸 바라보며 주먹을 그러쥐었다. 심지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소년처럼 눈이 이글거렸다.‘두 사람이 이젠 이혼도 했는데, 왜 쟁취하지 않아? 민도준한테 맞설 용기조차 없으니 선배가 너 안 좋아하지. 무조건 선배한테 내 결심을 보여줘야 해.’...한편, 차 안.“물...”도준이 시윤 대신 안전벨트를 매주기 바쁘게 시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목말라. 물.”도준은 곧바로 물 하나를 시윤의 입가에 댔다.“입 벌려.”시윤은 고분고분 입을 벌리고 물을 마시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왜 이렇게 차갑지? 너무 차가워.”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차가워야 정신 차릴 것 아니야.”도준은 이내 생수병 뚜껑을 받아버렸다. 어두운 불빛 아래 힘 있는 팔 덕에 남성미가 한층 더해졌다.도준은 생수병을 던져 버리고 손을 들어 시윤의 얼굴을 잡더니 엄지로 입술에 묻은 물을 닦아주었다.“그렇게 차가워?”‘냉동했던 물인데 안 차가울 리가 있나? 이것도 질문이라고 하나?’시윤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차가워요.”새빨갛게 달아오른 입술이 말 하면서 열린 순간, 남자의 뜨거운 혀가 안으로 파고들었다.“싫어... 읍...”도준은 마구 젓는 시윤의 팔을 꽉 잡아 등 뒤로 묶더니 몸을 바싹 붙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몸이 부딪히며 시윤은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어졌다.오랜만인지라 도준은 힘 조절도 하지 않아 술에 취했던 시윤마저 정신이 들었다. 시윤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피하려 했지만, 도준이 시윤 먼저 턱을 잡으며 말했다.“착하지? 움직이지 마. 차갑다며?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싫어요.”조금 정신이 돌아온 시윤은 몸을 버둥댔지만 손이 묶인 탓에 움직일수록 오히려 도준의 욕망을 더 건드렸다.아니나 다를까 도준의 숨결은 더 거칠
더 보기
제1350화 만족하게 해줄게
시윤은 도준의 음산한 말투에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도준이 아무나 찾아도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자 다시 화가 치밀어 겁도 없이 도준의 속을 긁었다.“그게 도준 씨랑 무슨 상관인데요? 우리 이혼했으니 아무나 만나도 된다면서요? 도준 씨도 다른 사람 만날 수 있는데, 저라고 왜 안 되는데요?”그 말에 위험한 분위기를 내뿜던 도준은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고딩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방금 전 무서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오히려 농담기 섞인 허스키한 목소리만 남았다.“아, 그러니까 내가 지난번에 그 말을 했다고 지금까지 삐져 있었어? 질투해서?”“누가 그렇대요? 얼마나 기뻤다고. 도준 씨가 다른 여자랑 사귀면 제가 도윤이한테 새아빠, 새엄마 부르는 방법까지 가르쳐 줄게요. 두 사람 축복해 줘야 하니까.”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더니 손으로 시윤의 얼굴을 쓸어내렸다.“자기가 이렇게 배려심이 넘치는 줄 몰랐네. 그래, 도윤이 새엄마 될 사람인데, 자기가 골라주는 건 어때? 명문가 여식? 아니면 연예인? 그것도 아니면 자기처럼 유연한 발레리노나 찾을까?”도준이 진지하게 상대를 고르기 시작하자 시윤은 화가 나 얼굴이 벌게졌다.“제 마누라도 아닌데,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도준은 시윤의 반응을 관찰하며 눈웃음을 쳤다.“자기도 내 마누라잖아. 그러니 자기 말 들어야지. 자기가 만나라는 사람 만날게. 어때?”‘뭐야? 지금 뭐 이직하기 전에 새 직원 찾아놓고 가라는 것도 아니고.’시윤은 점점 날카로운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도준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긴 손가락으로 시윤의 머리카락을 감았다.“자기가 내 취향 제일 잘 알잖아. 안 그래?”그 말에 시윤은 끝내 폭발한 듯 도준의 손을 뿌리쳤다.“나쁜 놈! 사람도 아니야!”시윤은 높은 소리로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감히 도준을 이렇게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시윤 뿐일 거다.이미 붉어진 시윤의 눈시울을 보며 도준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자기한테 욕먹은 나도 안 울었는데
더 보기
이전
1
...
133134135136137
...
14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