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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산후 우울증

지난 100일 동안 시윤은 산후조리원에서 재활을 하면서 도준과는 미적지근한 관계를 이어왔다.

한 사람은 안방 다른 한 사람은 객실에서 지내며 싸우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까이하지도 않아 겉으로는 모든 게 평화로운 듯했다.

이 시각 도준은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인 탓에 훤히 드러난 시윤의 목덜미를 바라볼 뿐, 조금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도윤이 젖을 먹는 모습을 보며 목울대를 꿀렁이며 어두운 눈으로 계속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뒤, 도윤이 배부른 듯 울음을 멈추자 도준은 시윤의 원피스 지퍼를 올려주면서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더니 목덜미에 뜨거운 키스를 남겼다.

그 사이 시윤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이제 나가야 해요.”

시윤은 겉보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속은 생기라고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 시윤을 흔들 수 있는 건 아이 외에 아무것도 없다.

도준은 시윤을 놓아주는 대신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오늘 도윤이 백일 잔치인데 나 계속 무시할 거야?”

시윤은 도윤을 품에 안은 채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요?”

아무 흔들림도 없는 시윤을 보자 도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없이 시윤을 제 쪽으로 돌려 단추를 채워주었다.

“나 오늘 산후조리원에서 물건 가져올 테니까 앞으로 집에서 지내.”

“네.”

이윽고 끄덕이는 시윤의 얼굴을 문질렀다.

“나가자.”

...

백일 잔치는 매우 시끌벅적했다. 시윤은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도준과 나란히 서서 손님들의 축복을 받았다.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있었지만 시윤의 귀에는 그 축복들마저 ‘웅웅’하는 소음으로 들렸다.

사람들이 앞에서 입을 뻐끔거리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애써 미소를 지으며 뭐라 말한 것 같았으나 그 내용조차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고, 마치 유리병 속에 갇혀 제 몸이 해야 할 임무를 하고 있는 걸 지켜보는 듯했다.

그 사이, 사람들 속에 있던 나석훈은 계속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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