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983 챕터
제51화
은 로열 엔터가 투자하고 천재 감독 강덕준이 기획을 맡은 대작으로 작은 배역도 오디션 경쟁률이 엄청났다.오늘 오후는 바로 여자 조연 배역을 뽑는 자리.잔뜩 꾸민 여배우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다.“오늘 로열 엔터 대표님도 오신다면서?”“정말?”“에이, 공식적인 자리에 절대 참석하지 않는 분이시잖아.”“그만큼 로열이 이 작품을 신경 쓴다는 말이지. 제작비만 300억이잖아.”미다스의 손 신아람이 을 추천한 뒤로 로열 엔터가 80억이라는 거금을 투척해 저작권을 인수했다는 소문이 퍼진 뒤로 돈 냄새를 맡은 투자자들이 어떻게든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었다.설령 작품 흥행에 실패한다 해도 로열과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영광이었으니까.하지만 로열은 어중이떠중이 투자자들을 전부 거절했고 주연급은 전부 연기력이 탄탄한 대배우들을 섭외한 데다 가장 핫한 배우 육경서까지 조연으로 참여하며 대중들의 관심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그 오디션장에는 성신영도 자리했다.“신영 언니, 육 대표님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려나?”한때 유강엔터 소속이었던 여배우 오예라가 물었다.“정신차려. 안 봐도 대머리에 배 나온 아저씨겠지 뭐.”성신영이 찬물을 끼얹었다.‘그 흔한 인터뷰까지 거절하면서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걸 보면 외모에 큰 하자가 있는 게 분명해.’하지만 오예라는 개의치 않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뭐 어때요? 모든 단점을 다 커버할 수 있는 재력이 있잖아요.”오예라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성신영이 주위를 둘러보았다.오디션장이 아니라 시상식이나 영화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이 잔뜩 모인 자리였지만 성신영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재벌 그룹 딸인데다 청순한 외모로 데뷔와 동시에 인기스타 반열에 오른 그녀였으니까.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알게 모르게 대시를 하는 제작자나 연예인들도 수두룩했고 그들의 은밀한 제안이 당혹스러우면서도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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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두 여자가 강유리 험담으로 똘똘 뭉치고 있던 그때, 감독을 비롯한 오늘 오디션 심사위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강덕준 감독이 등장하자 술렁이던 오디션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무릇 창작이란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한 것이라 어느 정도 유명한 감독들은 다들 재능이 뛰어나다 할 수 있었지만 강덕준은 달랐다.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오직 감독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사람이 바로 강덕준이었다.데뷔 첫 작품부터 바로 관객수 1500만 돌파, 대한민국 첫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등 화려한 이력들이 그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이번 작품에 가지는 사람들의 관심 중 팔할은 강덕준에게서 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믿고 보는 강덕준이라는 말이 업계에서는 진리처럼 퍼질 정도였으니까.그런데 그런 강덕준이 앉은 자리는 놀랍게도 센터가 아니었다.그렇다면...“정말 육 대표님이 오시려는 건가 봐.”텅 빈 자리를 보며 여배우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하지만 기대감도 잠시.오디션이 시작되고 강덕준 감독의 독설 심사평에 여배우 두 명이 눈물바람으로 현장을 뛰쳐나가면서 현장의 분위기는 더더욱 무거워졌다.하지만 오디션이 진행되면 될 수록 강덕준 감독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가고...“다음 분 나오세요.”결국 이제 평가를 하는 것조차 귀찮아진 듯 그가 입을 열었다.다음 순서인 오예라가 침착한 얼굴로 무대에 오르더니 심사위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란희 역 오디션에 참가하는 배우 오예라라고 합니다.”이에 강덕준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오늘 이 오디션장은 조연 “하나”역을 뽑는 자리, 하지만 “하나” 역 탈락자 중에서 “란희” 배역을 뽑는다는 정보를 먼저 입수한 오예라는 먼저 선수를 쳤다.그리고 다수의 오디션을 경험한 덕분에 침착한 태도와 란희 역에 꼭 맞는 코디.강덕준의 얼굴에 드디어 조금의 흥미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좋습니다. 그럼 이 대사 한번 해보실까요?”“알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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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엥? 날 위해 준비한 자리라고?’얼떨떨한 표정의 강유리와 우희나가 앞으로 나가고...가까이 다가오는 강유리를 바라보던 강덕준의 얼굴에 묘한 장난기가 실렸다.“이 분은...?”“아, 저희 영화 투자사 중 하나인 유강엔터 강유리 대표님이십니다.”다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 직장인들인지라 로열 엔터 관계자가 이렇게나 공손하게 나오는 데는 필시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역시 벌떡 일어서며 다급하게 인사를 건넸다.강유리는 그들과 한명, 한명 악수를 나누며 센터자리로 향했다.“대표님, 이쪽은 강덕준 감독님이십니다.”“처음 뵙겠습니다, 감독님. 말씀 많이 들었어요.”처음 뵙겠다는 강유리의 말에 강덕준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던 무렵, 충격에 빠진 건 아직 무대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오예라도 마찬가지였다.‘뭐? 강유리 대표도 투자자라고?’그녀의 의아한 시선이 성신영에게로 향했지만 성신영 역시 오예라 못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또... 또 이런 식이야...’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을 즐기는 강유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에서 천불이 일었다.‘강유리, 도대체 육 대표님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약간의 해프닝 끝에 오디션이 계속되었다.한편, 강덕준이 잔뜩 굳은 얼굴로 강유리의 귓가에 속삭였다.“죽을래? 공항에 마중 안 나온 것도 짜증 나는데. 뭐 처음 뵙겠습니다?”“내가 얼마나 바쁜 줄 알아? 그래서 비서 보냈잖아.”“하, 조금 있다가 봐.”강유리를 흘겨본 강덕준이 말을 이어갔다.“시작하세요.”강덕준의 목소리에 우희나는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혔다.쥐 죽은 듯 조용해진 오디션장 때문에 자신의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다.그녀는 그나마 편한 사이인 강유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인사를 시작했다.“안, 안녕하세요. 유강엔터 신인 배우, 우희나라고 합니다.”“강 대표님은 투자자신데. 투자사 소속 연예인이 오디션에 참가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아니꼬운 눈으로 그녀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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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아니요. 뭐 어차피 그냥 상대역 연기 해주는 건데 괜찮지 않을까요?”오예라의 질문에 성신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 바보야.”“엥?”“지금 심사위원들 표정을 봐. 어차피 란희 역은 저 배우로 이미 결정난 거나 마찬가지야. 상대역은 어디까지나 저 연기 밑받침 노릇이나 해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기회를 잡고 싶다면 스스로 움직여야 할 거 아니야.”가만히 있으면 눈앞에 닥친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걸 오예라라고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두 사람의 연기력이 비등비등해도 투자사인 유강엔터 소속 연예인인 우희나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마당에 연기력까지 밀리고 있으니 이번 오디션은 완벽한 패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한편, 거의 자포자기 상태인 오예라의 모습에 성신영은 속이 타들어갔다.“신인 연기자들은 상대편에서 강하게 밀고 나가면 기가 죽어서 대사를 까먹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 큰 실수가 있으면 아무리 투자사 소속 연예인이라도 떨어트릴 수밖에 없을걸?”성신영의 조언에 오예라의 눈이 다시 반짝이더니 그녀를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언니, 걱정하지 마요. 그건 자신있으니까.”다시 자신감을 얻은 오예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신영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다.‘강유리, 네가 뭔데 사람들 관심을 다 받고 난리야. 돈 몇 푼 투자하고 신인 연기자 한 명 끼워팔 생각이었나 본데... 꿈 깨. 네가 잘 되는 꼴은 죽어도 못 봐.”한편, 심사위원석에서 무언가 쑥덕대는 오예라, 성신영 두 사람과 여전히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사를 확인하고 있는 우희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강유리의 표정 역시 살짝 어두워졌다.잠깐 고민하던 그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우희나 배우에 대한 심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소속사 대표로서 배우한테 조언 몇 마디 해주는 건 괜찮겠죠?”이에 강덕준을 비롯한 다른 심사위원들이 흔쾌히 승낙했다.“그럼요.”강유리의 손짓에 우희나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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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그렇게 우희나는 강덕준의 짖꿎은 두 번째 테스트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란희 역은 우희나가 연기하는 걸로 거의 분위기가 기울게 되었다.모든 오디션이 끝나고 강덕준이 자리를 뜨려는 강유리의 앞을 막아섰다.“아까... 그 배우한테 뭐라고 한 거야?”“아, 연지한 배우 알지? 희나 씨가 데뷔 전부터 팬이었거든? 오예라가 연지한과 사귀는 사이었고, 먼저 바람까지 피웠다고. 그 충격에 우울증 치료를 받느라 요즘 활동도 못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줬어.”“뭐?”한편, 오디션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할 때에도 우희나는 방금 전의 분노에 여전히 푹 빠져있는 모습이었다.한참을 혼 나간 사람처럼 터덜터덜 걸어가던 우희나는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건지 다급하게 사과를 시작했다.“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대본에도 없는 따귀를...”하지만 강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우희나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런데... 아까 대표님 말씀 사실인가요? 오예라가 정말 우리 지한 님을...”“거짓말이에요.”순간, 우희나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희나 씨는 성격이 소심하고 너무 심하게 긴장하는 게 탈이에요. 이 단점을 커버할만큼 놀라운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내가 왜 희나 씨를 선택했는지 알아요?”우희나가 막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희나 씨의 백지 같은 모습이 마음이 들어서였어요.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뭐, 첫 붓터치는 제대로 된 것 같네요.”우희나에게 계약서를 건넨 강유리가 말을 이어갔다.“란희 배역은 우희나 씨가 연기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조연이지만 다음엔 서브 여주, 그 다음엔 메인 여주, 그리고 언젠가 우희나 씨가 원톱 배역으로 작품을 맡는 그날까지 난 서포트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에요.”강유리의 기대감이 담겨서인지 우희나는 단 몇 장의 종이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결연한 강유리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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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차기태가 차 안에 앉아서 뒤돌아보는 아가씨를 보며 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신인을 데리고 오는 것도 모자라서 이런 애를 데려와? 하나도 똑똑해 보이지 않는데?”강유리는 그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말했다.“그럼 넌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서 저번 영화에선 왜 실수했는데?”차기태가 2년 전에 아주 훌륭한 대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제자들을 너무 믿었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이었다. 그가 느긋하게 투자자를 고르고 있을 때 헐값으로 대본을 모방하고 또 그의 명성을 빌어 투자받아서 먼저 촬영을 시작했다. 그가 촬영을 시작하려 할 때 영화는 이미 상영되었고 대박이 터졌다. 배우들은 대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가 함정에 빠졌다는 것도 몰랐다.“그 말은 꺼내지도 마! 왜 남의 아픈 데를 콕콕 찌르고 난리야? 이 일로 날 협박한 게 한두 번이냐고!”이것은 차기태의 흑역사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은 얼굴로 소리쳤다.“너희 연예인한테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까지 말할 일이야? 이렇게까지 악독할 필요가 있냐고! 내가 쟤를 차별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강유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해. 괴롭혀도 돼. 경험 쌓고 좋지.”차기태가 강유리를 흘겨보면서 소리쳤다.“독해 빠진 것 같으니라고! 밥이나 사!”“시간 없어. 저녁에 집에 가서 남편이랑 있어야 해.”남편이랑 있어야 한다는 말은 진짜가 아니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고민했으나 아침에 왜 육시준이 자기를 밀치고 화장실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자기 위치를 모르는 거 아니야? 왜 거절해? 거절해도 내가 거절해야지……’차기태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아이고! 정말 지독한 사랑이네? 하긴, 조심은 해야겠다. 성신영한테 또 뺏기지 말고. 그때 가서 빌빌 울지나 마!”그 말을 듣고 강유리는 허리를 굽히고 팔꿈치를 차창에 기댔고, 차기태가 무의식적으로 비키더니 말했다.“뭐 하는 짓이야?”강유리는 그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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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s검은색 벤틀리가 도로에서 질주하고 있었다.차 안에서 강유리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그녀가 오전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소안영한테 털어놨더니 그때야 답장이 온 것이었다.[그렇게 멋지고 자상하던 남편이 널 밀쳤다고? 그럼, 네 문제가 아닐까? 짚이는 거 없어?]강유리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또 전화기를 들었다.[왜 내가 반성해야 해?][네 남편 완전 다정다감하잖아. 네 말이라면 다 순종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흐름이 깨져서 짜증 난 거 아니야?]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었다.육시준이 운전하면서 입을 열었다.“여기 있다길래 퇴근하는 길에 데리러 왔어. 저녁에 뭐 먹고 싶어?”강유리는 그의 말에 대답은커녕 눈을 돌려 그를 몇 초 가만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요즘 나한테 뭐 불만 있어?”육시준은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눈빛이야? 불만 있으면 말해. 답답하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말고.”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대답했다.“반성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잘 때 내 팔을 베고 자고, 아침저녁으로 직접 간 커피를 마시고, 샤워할 때 좋아하는 드라마가 나올 때까지 씼는 거? 그런 작은 문제 빼고는 괜찮아.”강유리는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돈까지 많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육시준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강유리의 귀에는 한없이 거칠고 사납게 들렸다.‘그럴 줄 알았어. 역시 불만이 있었어. 이런 작은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졌네?’그녀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나 원래 이래. 고치지 못한다고.”육시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치란 말 한 적 없어.”강유리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말과 속이 다르단 말이 여자한테만 쓰는 말이 아니구나?”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내다봤고, 군림 별장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이 길로 곧게 가다 보면 고급 백화점 매장이 있는데 LK그룹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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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강유리? 진짜 돌아온 거야? 망할 놈의 회사 안 지키고 한가하게 쇼핑이나 하는 거야? 쯧쯧, 옷 살 돈은 있고?”조보아는 조금 놀란 듯했고, 거만하게 강유리를 훑어봤다.분명히 같은 드레스지만 강유리가 입으니, 마치 주문 제작한 것처럼 잘 어울렸다. 옅은 메이크업과 스타일리시한 귀걸이까지, 여왕이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그녀와 본인의 착장을 번갈아 보더니 비교당하는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 났다.강유리도 조보아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조보아는 동그랗고 작은 얼굴에 정교하게 화장했고, 손목과 목에는 장신구가 가득 걸려 있었다. 아이템 하나하나 모두 품위가 있었지만 한데 모으면 조금 이상했다.“옷 스타일이 좀 바뀌었나 봐? 나랑 같은 옷을 고르다니…… 그런데, 아이템 고르는 감각은 수준 미달인데?”강유리는 잠시 그녀의 착장을 다시 훑어보더니 이어 말했다.“내가 외국에 있으니까 따라 할 사람이 없었나 봐?”강유리는 교만하기로 유명했기에 주위의 미움을 샀지만, 그녀의 패션 감각은 누구나 추앙했다. 아무렇게나 걸쳐 입어도 금방 트렌드가 되기 일쑤였고, 조보아도 그녀의 패션을 따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조보아가 생각하기에 이 가게의 옷이 좀 우아하고 강유리가 요즘 이런 느낌으로 꾸밀 것 같은 예감에 들어온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똑같은 옷을 고르게 될 줄이야! 같은 옷을 고른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누가 더 잘 안 어울리면 지는 게임이었다.조보아는 찔렸는지 대뜸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누가 널 따라 한대? 난 스타일 좀 바꾸면 안 돼? 유강엔터 연예인들 다 도망갔다며? 다 망하게 생겼는데 옷 살 돈은 있나 봐? 아, 맞다. 너희 아빠가 성신영한테 별장 사줬다며? 공평하게 너한테도 치마 정도는 사줄 수 있겠다.”“……”그녀의 말은 강유리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했지만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성홍주는 강유리보다 성신영을 훨씬 더 편애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성신영은 운전해 주는 기사가 따로 있었고, 강유리는 직접 운전했었다. 파티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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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강유리가 옷을 건네받고 탈의실로 들어갔고, 조보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멋진 남자가 강유리의 남편이라니? ‘강유리 팔자도 좋아? 성씨 가문한테 버려져도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 남자를 만나다니……’조보아는 질투심으로 불타올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강유리가 방금 입어 봤던 옷에 시선을 돌렸다.오 분 후, 두 탈의실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육시준은 강유리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옆의 사람을 힐끗 보고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이 옷도 망했네……’조보아가 그 치마를 입은 것만 봤을 때는 그나마 봐줄 만했는데 모델 못지않은 강유리 옆에 있으니, 오징어가 따로 없었다. 조보아는 비교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마음속으로 강유리가 이런 스타일에 더 잘 어울릴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콧방귀를 뀌더니 버럭 화를 내며 옷을 갈아입었다.이어서, 조보아는 강유리가 어떤 옷을 입으면 따라서 입으며 자존심을 회복하려 했지만, 오히려 화만 더 날 뿐이었다.강유리는 이런 유치한 거울 게임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저 입어봤던 치마 중에서 두세 벌을 골라 들고 육시준이 있는 쪽을 보며 말했다.“난 이 옷들 괜찮은 거 같은데? 어때?”육시준은 눈살을 찌푸렸고 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조보아는 그의 눈빛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네 남편이 다 마음에 안 드나 봐? 안 살 건가 봐?”‘잘난 척은 다 해놓고 지금은 돈 쓰기 싫은 건가? 흥, 멋있기만 하고 돈은 없는 거 아니야?’강유리는 이 브랜드 옷이 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두 벌만 고르더니 말했다.“사실 나도 별로인 것 같아. 이 두 개로 하자.”조보아는 강유리가 들고 있는 옷의 가격표를 보고 육시준이 돈 내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조롱했다.“아이고, 가격도 싸잖아? 큰소리 떵떵 치던 고상한 강유리가 가격표 보고 옷 사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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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강유리는 눈만 봐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국제 사치품 브랜드 순위에 오른 값비싼 옷들로 그녀의 드레스룸을 채워줬다. 물론 드레스룸이 크다는 말은 강유리가 한 말이 확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너무 절묘한 말이었다. 조보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몹시 후련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겨우 2분 동안 지속되었다. 계산할 때, 강유리는 그가 꺼낸 카드를 보고, 얼굴이 굳어지며 그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카드 잘 못 꺼낸 거 아니야?” 육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그는 오늘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한도가 없는 블랙카드 한 장만 가지고 나왔다. 그 카드를 긁으면 그의 신분이 폭로되기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강유리의 가방을 열고 예전에 별장을 살 때 긁었던 카드를 꺼냈다.“이 브랜드 옷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강유리는 낮은 소리로 말했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이 값비싼 옷들을 본인이 부담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육시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비싸?”몇백만 원대 가격에 대중적인 상품이어서 같은 옷을 입을 수도 있기에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유리는 그의 태연한 얼굴을 보더니 화가 나서 가슴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에 한숨을 쉬었다.조보아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고, 점원이 옆에서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하고 있으니 이제 와서 번복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화를 참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네 월급에서 깎으면 얼마인지 알게 될 거야!” 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착하게 카드를 내밀었다.조보아의 시각에서 보면 두 사람이 느긋하게 계산하다가 귓속말을 했고, 강유리의 기분이 안 좋아서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는 장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혹독한 훈련을 거친 점원이 조보아에게 다가오더니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들 포장해 드릴까요?”조보아는 옷을 집어 던지더니 소리쳤다.“방금 말 못 들었어? 옷이 후지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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