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61 - Chapter 70
993 Chapters
제61화
한 우아한 분위기의 프랑스 레스토랑.강유리는 조심스럽게 메뉴를 고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설마 너 또 월급을 미리 받아서 결산한 거야? 그러면 안 돼! 빚 다 갚기 전까지는 미리 안 줘!”그녀는 그에게 가방을 넘기지 않았다. 지갑을 손에 꼭 쥔 채 낮은 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육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피식 웃었다.“너 이렇게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어? 나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단 말이지.”“물론이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강유리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쳤다.미소 짓는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불현듯 용건이 떠올랐는지 헛기침만 해댔다.“나 사실 밥 잘 사는 편이야! 요즘 지갑이 좀 얇아져서 아끼는 것일 뿐.”그에게 갑이 깍쟁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나중에는 더 신나서 그녀를 거절할 테니까.강유리는 계속 설명했다.“하지만 걱정 마. 자금이란 건 흐름에 따라 다시 메꿔지는 거야. 널 먹여살리기에는 문제없다고!”육시준은 그녀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모습을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이때 정장 차림을 한 사람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의아한 듯 한참을 더 보다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육 회장님? 여기서 다 뵙네요. 식사하러 오셨나 봐요.”그 사람은 다름 아닌 로열 대표 장경호였다.올해 육시준이 로열에 몸을 담은 시간이 꽤나 길었기에 그를 마주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는 멀리서부터 육시준을 발견했는데 인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육시준 곁에 있던 강유리를 보더니 물었다.“이분은 누구신지?”육시준은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제 아내입니다.”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고 있는 강유리에게 장경호를 대충 소개해 주었다.“아, 이쪽은 내 회사 동료.”장경호는 흥분한 채 연신 감탄했고 그의 눈에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헐. 육 회장님이 유부남이라니! 거기에 사모님이 이렇게 미인이시고!’“사모님이시군요! 어쩐지 육 회장님께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았어요. 너무 미인이십니다! 저희 회사에
Read more
제62화
그녀의 남자라면 응당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명함을 가지려 했다.육시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로열 대표... 장경호? 대박, 저분이 장경호라고?”강유리는 외국에 있을 때 이 이름을 익히 들었었다. 사진을 본 적이 없어서 못 알아봤는데 실제로 만나게 될 줄이야!육시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응. 들어본 적 있어?”“이 바닥에서 저분을 모르면 간첩이지! 로열이 이 바닥 주름을 꽉 잡고 있는 데는 장경호 씨의 스타 발굴 능력이 한몫했을 거야!”“...”육시준은 침묵했지만 그에 대한 인정이기도 했다.강유리는 돌이켜보더니 육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왜 너를 떠받드는 거야?”육시준은 포크를 집어 들었다.“아, 요즘 대본에 꽂혀서인지 자꾸 날 찾아서 영감을 찾더라고. 나랑 배역도 맞춰보면서 말이야.”강유리는 장경호가 대본에 흥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을 집필한 작가와 미팅한 로열의 직원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매달렸었다. 그녀가 불쾌한 티를 낸 다음에야 장대표가 대본에 꽂혔다고 설명했다.“배역을 맞춰보았다고?”강유리는 명함을 가방에 넣고는 물었다.“그럼 넌 어떤 배역인데?”육시준은 대충 둘러댔다.“그의 상사... 그니까 카리스마 넘치고 강압적인 회장.”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그가 백화점 매장의 옷과 가방을 전부 강유리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아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긴 했다.‘아, 배역에 너무 심취해서 나랑 있을 때도 연기하는 거구나.’육시준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너 양고기 먹을 거야?”강유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안 먹어!”그는 손을 뻗어 그녀 앞에 놓인 양고기 요리를 접시째 가져갔다. 그의 행동 하나에도 우아함이 담겼다.강유리는 의아했다.‘먼저 한입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이건 완전 미친놈 아니야!’그녀는 체념했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내 남자는 내가 사랑으로 품어
Read more
제63화
강유리는 자신의 속내를 들키자 더 시간을 끌지 않고 오히려 더 귀엽게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사실 별일 아닌데... 너의 사랑스러운 여보가 업무상에서 도움이 좀 필요하단 말이지.”육시준은 피식 웃었다.“도움이 필요하면 여보고 아니면 갑처럼 행동하겠다 이거지?”강유리는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듣고 보면 정말 강유리가 잘못한 것 같기도 하다.“너무 오래 걸어서 다리가 쑤셔.”“내가 집에 가서 만져줄게. 나 되게 잘해. 오늘 밤 꼭 만족시켜 준다고!”그녀의 목청은 생각보다 컸고 서빙하던 직원은 그 말을 듣고 떨어트릴뻔했다.하지만 교육을 받은 직원이니 표정관리에 능했고 침착하게 서빙했다.육시준은 그녀가 그를 달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시간 안의 쇼핑으로 그녀의 이러한 태도를 맞바꿨으니 나름 만족스러웠다.“이 레스토랑의 요리는 내 입맛에 안 맞는 것 같아.”“나가자. 내가 살게!”육시준은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듯 침묵했다.강유리는 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집에 가서 야식이나 먹을까? 내 사랑으로 만든 야식!”육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좋아하면서 말이다.“그래. 사모님의 요리 실력을 한번 봐야겠어. 일어나자.”밤 10시.JL빌라의 주방은 처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한 시간 동안 주방에서 요리하던 강유리는 물에 살짝 데친 야채를 접시에 담았다. 그녀는 접시를 들고나오더니 육시준에게 말을 건넸다.“야식은 기름진 걸 먹으면 안 돼. 이렇게 물에 살짝 데쳐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조금 전 육시준이 주방을 지날 때 보았던 것들이 생각났다. 검게 탄 무언가가 여러 접시나 있었다. 지금 그녀가 들고나온 건 그나마 먹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넌 외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3년이나 지낼 수 있었던 거야?”강유리는 그의 앞에 접시를 놓았다.“난 입이 고급 지지 않아서. 익은 건 다 먹는
Read more
제64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다.그가 고개를 돌리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스칠 정도였으니 말이다.강유리는 그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는지 자연스럽게 팔을 그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그 위에 작은 머리를 기대었다.또다시 맞닿은 시선에 두 사람 모두 당황한 것 같았다.‘와.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네.피부가 어쩜 나보다도 매끄럽지? 뭐야, 계란 피부야? 모공도 안 보이고...조각상이야 뭐야...’윤기가 도는 도톰한 입술을 본 그녀는 불현듯 아침에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리게 했던 모닝키스 말이다.그녀는 한 손을 식탁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허리를 숙였다. 그한테 꼭 붙어서 끼라도 부리듯 눈만 깜빡였다.“우린 부부잖아. 너를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지.”가쁜 호흡이 서로 엉켰다.육시준은 뒤로 물러났다. 지금 이 분위기대로라면 위험했기 때문이다.“카드 긁을 때랑은 너무 다른데?”그의 낮은 톤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경고하는 듯싶었지만 강유리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피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가까이 붙으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네가 더 이상 쇼핑 안 하겠다고 한 거면서 왜 아직도 화가 난 건데?”육시준은 동문서답하는 그녀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다만 가까워진 거리만큼이나 선명해진 그녀의 숨결이 그의 인내심을 툭툭 건드렸다.그는 강유리의 허리를 감아안아서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아!”강유리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기세등등하던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큰 눈망울만 깜빡이는 귀여운 소녀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뭐! 뭐 어쩔 건데?”육시준은 얼굴을 더 가까이 갖다 댔다.“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그녀는 눈만 깜빡였다.“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야식으로는 배가 안 불러.”“그럼 내가...”“좋아.”강유리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졌다.모닝 키스는 어딘가 어정쩡하고 가벼웠
Read more
제65화
육시준은 강유리를 혼자 남겨둔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접시에 남겨진 요리를 보면서 멍을 때렸다.‘결혼식을 올리려면 한참 멀었는데…’그녀는 육시준을 공식 석상에서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유강엔터의 운명이 다른 이에게 좌지우지되는 판에 공개했다가 육시준을 해하려 들면 어떡해?반지는 먼저 맞춰도 되긴 하지.’복잡한 생각을 거두어 낸 그녀는 접시에 놓인 요리를 쳐다보았다.“그 정도로 맛이 없다고?”그녀는 한 조각 집어먹어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화장실로 뛰쳐가 겨워내고 말았다. 그러고는 입을 여러 번 헹궜고 육시준을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쟤 진짜 대단해! 이런 걸 어떻게 먹을 수가... 너무 자연스럽게 먹기에 괜찮은 줄 알았지...’육시준은 서재에서 서류를 검토했고 강유리는 샤워하고 나서 쉬고 있었다. 그녀는 늦은 밤까지 주얼리와 반지를 검색해 보았다.유강엔터 사무실.강덕준은 인상을 찌푸린 채 책상에 놓여있는 연예인 차트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대충 훑어보고는 물었다.“이 여자를 여자 조연으로 추천한다고요? 그것도 두 주인공 다음으로 배역이 큰 조연을요?”그의 맞은켠에 앉은 사람은 능글스럽게 대답했다.“제가 장담하는 데 성신영 씨 만큼 큰 잠재력을 가진 여배우는 없습니다. 저를 봐서라도 배역을 주는 것이...”“프로듀서님은 아직 저희 팀 스타일을 모르시나 봐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강덕준은 서류를 내려놓았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온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강덕준 씨도 아시다시피 유강엔터는 투자자이기도 하지만 결국 유강그룹 소속인 걸 아시죠? 제 뜻은 곧 성 회장님 뜻입니다. 저는 통보하러 온 것이지 타협하려는 게 아닙니다.”강덕준은 강유리만큼이나 기고만장한 투자자를 또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헛웃음만 나왔다.“네. 잘 들었습니다.”프로듀서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물을 들이키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젊은이 패기는 인정합니다만.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그럼 이
Read more
제66화
업계 탑인 육경서도 고작 남자 조연인데…성신영이 여자 조연의 자리를 따낸 건 엄청 대단한 일이었다.이게 다 인맥 덕분이다…임천강은 다정하게 성신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공주님한테 조연이나 하게 하다니. 우리 공주님 억울해도 조금만 참아. 이번 작품 끝나면 바로 스타인 엔터로 와. 내가 있는 힘껏 팍팍 밀어줄게.”성신영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한 얼굴을 유지했다. “남우주연상 받은 배우랑 함께 작품 하는 거, 내가 항상 바라던 일이야. 나 하나도 억울하지 않아.”“누나, 빨리 형부네 회사랑 계약해! 누나가 나중에 여우주연상이라도 받게 되면, 그렇게 되면 내가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체면이 서겠어!” 성한일은 자신의 욕망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왕소영은 그런 성한일을 나무랐다. 화기애애하고 화목한 가족이었다.“얼른 출발해. 비록 서브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 해. 촬영장에 가서 잘난 척 거만한 척하지 말고. 강 감독님이 능력은 있는데 성격은 안 좋거든.” 성홍주가 그들에게 말했다.성신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 강 감독이랑 친해.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그녀의 말에 성홍주는 의아함을 표했다. “어? 진짜?”성신영이 막 대답하려는 그때,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행여나 통화에 방해가 될까, 온가족은 숨을 죽였다.성신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매니저의 전화였다. 그녀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진짜 안 데리러 와도 돼. 천강 오빠가 호텔까지 데려다주기로 했어.”“그게 아니라, 신영아…”“너 저녁에 안 가봐도 될 것 같아.” 매니저는 조금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매니저의 말에 온 거실이 물이라도 뿌린 듯 조용해졌다.매니저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의 귀에 똑똑히 들어갔고 순간 사람들의 얼굴빛이 달라졌다.성신영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시간이 바뀐 거야?”매니저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어이가 없었다. “아니, 우리가 놀아난 거야. 네가 이 역할에 안 어울리는 거 같다고 방금 연락이 왔어.”그
Read more
제67화
저녁 7시, 실크썬.강유리는 모든 배우들과 일일이 만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문의 억만장자는 보이지가 않았다.육경서는 대본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선두로 말꼬리를 열었고 덕분에 분위기는 점점 더 화기애애해졌다.강유리는 그들이 하는 말을 한참 동안 조용히 듣고 있었다. 다들 원작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는지 적극적으로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이곳에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는지 그녀는 자리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었다. 작업실과 함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상의할 겸해서 말이다.그들은 요즘 열심히 커플 반지를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골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가 직접 디자인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펜을 들었다…전화는 걸렸고, 전화기 너머로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리 언니, 디자인 받았어요. 엄청나던데요! 근데 이게 가공에 대한 요구가 좀 높아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제일 빨라서 언제 받을 수 있어요?”결혼한지가 언제인데, 그녀는 아직도 반지를 준비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녀가 너무 소홀했다.그래서 강유리는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었다.“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걸릴걸요? 다이아가 없어서 해외에서 보내야 하거든요.”그 말에 강유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알았어요. 꼼꼼하게 해달라고 부탁 좀 해줘요. 옆에서 주시하고 있어 주세요.”한편 직원은 그만 참지 못하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고객이길래 언니가 이렇게 직접 움직이는 거예요?”그 말에 강유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요.”“뭐라고요?”“그거 제 결혼반지예요.”“…”강유리는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날렵한 그림자 하나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곳이 옥상이라는 사실을 깜빡하는 바람에 그만 팔꿈치를 난간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녀는 성홍주에게 뺨을 맞기까지 했다.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훈계였다. “이 배신자! 너처럼 이렇게 동생한테 각박한 사람
Read more
제68화
“당장 신영이 다시 촬영팀으로 불러. 가족끼리 얼굴 붉히게 만들지 말고!” 성홍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불가능해요. 여자 조연은 이미 정해졌어요.” 강유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성홍주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승권을 손에 쥔 듯 침착한 강유리의 모습에 그의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뭔가 예감이 왔다. 강유리가 이번 귀국에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강유리는 유강그룹을 손에 넣을 생각이다.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피땀을 쏟으며 경영한 유강그룹을 어떻게 손쉽게 그녀에게 넘겨주겠는가…성홍주의 눈빛은 험악했다. “강유리, 잊지 마. 병원에 있는 그 영감탱이한테는 아직 내 싸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협박이었다.강유리는 그의 말에 거절한 후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의 몸에 머물렀다.성홍주는 드디어 그녀의 다른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 나갔다. “육씨 집안에 들어가게 됐다고 기고만장해서는 네가 누구 딸인지도 잊었나 본데! 내가 강씨 집안의 몸을 걸치고 있는 한, 이 집안의 일은 다 내 손을 거쳐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성홍주는 자리를 떠났고, 옥상도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잠시 후, 그녀의 번호로 문자가 왔다. 성신영의 문자였다.‘언니, 대본 리딩은 빠질게. 대신 제작발표회에는 나 꼭 불러줘야 해.’휴대폰 너머로 성신영의 의기양양한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강유리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주위에는 살벌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그게… 다시 오라고 해도 돼. 여자 조연한테는 내가 가서 해명할게.” 등 뒤에서 강덕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렸다. 벽 쪽에는 머리 하나가 빼꼼 나와 있었다. 강덕준은 입술을 오므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덕준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네가 한참 동안 안 오길래 어디 갔나 해서! 그러
Read more
제69화
어두운 밤.검은색 벤틀리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임강준은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남자를 쳐다보았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그에게 물었다. “대표님, 롤스로이스 수리 다 끝났다는데, 차 바꿀 겁니까?”육시준은 재산이나 보여지는 것에 큰 요구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 까탈스러웠다. 모두 명품 차 모으는 것이 그의 취미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는 단지 승차감이 편한 차를 고르고 있었을 뿐이다.롤스로이스는 수많은 차들 중 유일하게 그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전에는 차 수리 문제도 있고, 또 아내한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시켜 급하게 차 한 대를 구입한 것이었다. 그게 바로 이 벤틀리다. 하지만 이 차를 이렇게 오래 타고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육시준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바꿔.”그의 대답이 임강준을 놀라게 했다. “사모님은 아직도 모르세요?”남자는 눈을 뜨더니 그의 얼굴을 흘겨보며 말했다. “너라면 믿겠어? 자기가 고용한 남편이 억만장자라는 사실을?”“그러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처음부터 속이지 말았어야 했다니까요. 이제는 해명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됐잖아요.”“…”지속되는 침묵에 임강준은 자기가 입을 잘못 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그는 머뭇거리며 자신의 잘못을 만회했다. “제 말은… 이렇게 속이다가 나중에 큰일 날 수도 있다는 말이죠.”뭐가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육시준은 가볍게 웃었다. “그럴 일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그는 여자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JL빌라는 칠흑같이 어두웠다.육시준이 도착했을 때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오늘 “마음의 문” 촬영팀이 대본 리딩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리가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 무척이나 진심인 것 같았다.그는 샤워를 끝낸 후 욕실에서 나왔다. 방안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강유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육경
Read more
제70화
육경서는 강유리를 따라 차에서 내리더니 바로 고자질을 하기 시작했다. “형, 그 감독 아무래도 문제 있는 것 같아. 오늘 형수님한테 술을 엄청 먹이더라니까! 게다가 형수님 주량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아주 손쉽게 취하게 만들더라니까!”강유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강덕준이 무슨 흑심이 있다고 그런 짓을 하겠어? 그냥 내가 때릴까 봐 무서워서 그런 거야.”“…”“여보, 나 안아주면 안 돼? 나 못 걷겠어.”“…”육시준은 여자를 안아 올리더니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여자를 소파에 내려놓더니 꿀물을 타려 몸을 일으켰다.강유리는 신고 있던 하이힐을 차버리고는 아무렇게나 소파에 기댔다. 그녀는 천장에서 반짝이는 크리스탈 샹들리에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눈이 부셨다. 눈이 아플 정도였다.성씨 집안사람들은 강도와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강유리의 모든 것을 뺏어간 걸로는 모자란 지 그녀를 통제하려 들기까지 했다.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한계를 모르는지 오히려 더 뻔뻔해졌다.“이거 마셔.”육시준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허리를 숙이던 순간, 그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얼굴은 왜 그래?”밖은 너무 어두웠다. 그래서 방금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제야 강유리의 얼굴이 조금 부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입가도 조금 찢어져 있었다.강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공허함이 조금 섞여 있었다. 그녀는 육시준을 지긋이 쳐다보았다.“강유리?” 그녀의 반응에 육시준은 눈썹을 찡그렸다.강유리는 몸을 일으키더니 그가 건네는 꿀물을 받아 들었다. “당신이 진짜 엄청난 억만장자였으면 참 좋을 텐데.”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육시준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는 몸을 쭈그리더니 강유리와 시선을 맞추었다. “만약 그렇다면 뭘 하고 싶은데?”순간 강유리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쥐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신영이랑 성홍주 죽여버릴 거야
Read more
PREV
1
...
56789
...
10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