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841 - 챕터 850
1007 챕터
제841화
"이 자식이! 누가 너한테 윗사람한테 버릇없게 말해도 된다는 자격을 준거냐!"고정남은 호통을 쳤다. 낮게 깐 목소리에는 협박도 느껴졌다. "다시 또 허튼소리를 하면 말 잘 듣는 결혼 상대로 바꿔버릴 것이다."성신영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눈에 서려 있던 불만은 공포로 변했다.그녀는 이 혼인으로 고정남을 오랫동안 이용하고 있었다. 이제는 결혼이 확정됐다고 생각해서 막무가내로 행동한 것인데 고정남의 말 한마디가 그녀를 원래 위치로 되돌려 보냈다. 본질적으로 그녀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고성그룹은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 그녀를 선택했다. 육 씨 집안 또한 이 혼인을 위해서 그녀의 신분을 인정한 것이다.결국 그녀는 도구일 뿐이다.두 그룹의 관계를 맺어 주는 도구...강유리는 차에 기대어 이 둘이 서로 물어뜯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이들을 비웃었다. 성신영은 이럴 때나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차린다.자업자득인 셈이다.하지만 고정남의 뒤늦은 애틋함도 보기에 거슬린다.눈길을 돌리고 차에 타려는데고정남이 재빨리 따라왔다. "잠깐만 기다리거라!"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차 문을 눌렀다. 손끝이 흥분으로 인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차 안을 힐끗 보고는 급히 열지 않고 먼저 본론으로 들어갔다."고성그룹과 LK그룹의 협력은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이 아이는 처음부터 LK그룹 사람이라고 인정했는데 지금에 와서 쫓아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강유리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그녀의 이해가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그는 해명하고 있다. "나도 알고 있다. 일전에 내가 릴리에게 했던 말들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하지만 방금 나한테 소식도 전해주고, 아버지 노릇을 할 기회를 다시 줬다는 건 아직 그 아이 마음속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거 아닐가.""???"강유리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 늙은 너구리가 갑자기 정신이 나갔나?고정남은 눈을 한번 감았다가 다시 떴다
더 보기
제842화
공기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강유리와 문기준은 호구를 보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방금 우리 이모가 여기 계신 줄 알고 연기하신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당신 가식적인 모습이 평소에 이기심으로 가득 찬 모습보다 더 보기가 역겹습니다.""..."당황한 고정남을 무시하고 강유리는 곧장 차에 올라탔다.차가 천천히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강유리는 릴리에게 전화를 걸었다.릴리는 한참 뒤에야 전화를 받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어때요? 고정남이 진짜로 갔나요?""네가 오라고 한 거야?"릴리가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셨잖아요.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죠!"강유리가 외출하기 전에 받은 전화의 내용을 그녀도 들었다.LK그룹의 호텔에서 홀대받았다면 누구의 작품일지는 뻔하다.요즘 서울 전체가 고성그룹과 LK그룹의 정략결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성그룹 쇼핑몰의 대형 스크린에는 두 사람의 결혼식 뮤직비디오와 카운트다운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반면 강유리의 결혼식은 분명히 LK그룹 사장의 결혼식이고 심지어 LK그룹의 호텔에서 올리는데도 아무도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말을 꺼내면 성신영의 새언니 결혼식이라고 할 뿐이다.릴리는 고정남의 그 가식적인 애틋함이 어머니 앞에서는 어떻게 연기할지 보고 싶었을 뿐이다..."뻔뻔한 말을 어쩌면 그리도 술술 내뱉는지."강유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무슨 말을 했는데요?"강유리는 고정남의 말투를 따라 하며 말했다. "고성그룹과 LK그룹의 협력은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이 아이는 처음부터 LK그룹 사람이라고 인정했는데 지금에 와서 쫓아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나도 알고 있다. 일전에 내가 릴리에게 했던 말들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하지만 방금 나한테 소식도 전해주고, 아버지 노릇을 할 기회를 다시 줬다는 건 아직 그 아이 마음속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거 아닐까.""..."릴리는 이 말을 듣고 기가 찼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죠
더 보기
제843화
강유리가 그녀를 말렸다. "저 혼자 올라갈게요, 그 사람도 이제 곧 끝날 거예요."퇴근 시간이 다가왔다.LK그룹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강유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옆에서 나지막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직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분이 사모님이세요?""보기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대단하시네요.""육사장님이 그렇게 봐주시는데 당연히 콧대가 높으시겠죠! 그런데 너무 오만하시니 보기에는 그닥 안 좋네요!""???"강유리는 의문이 가득 찬 채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는 것을 봤다. 다시 버튼을 눌렀을 때는 이미 늦었다.사장실 층에 도착하여 나오자, 주변에서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들에 그녀는 더욱 의문이 가득했다.여기서 내 이미지가 이렇게 나쁜가?저번에 왔을 때는 다들 친절했는데?생각하던 참에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려고 하는데,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까짓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지!"육시준의 목소리였다.물건이 책상 위에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강유리는 멈칫했다.기억 속의 육시준은 늘 우아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그의 감정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특히 결혼한 후에는 그녀한테 더욱 다정해져서 그가 화내는 모습을 거의 잊을 정도다...그럼, 무슨 일 때문에 저렇게 화가 난거지?원래는 업무상 일이니 저녁에 그가 집에 돌아오면 물어보려 했지만, 엘리베이터의 직원들 반응도 그렇고, 주변의 이상한 시선도 그렇고, 왠지 자기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반쯤 열린 문을 보며 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똑똑똑. 사무실이 숨 막힐 듯 조용해졌다. 임강준은 책상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사장의 화를 견디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뜩이나 고통받던 심장이 더욱 조여왔다.곧 퇴근 시간인데 어느 눈치 없는 사람이 죽으러 온 거지?그는 지금 제 코가 석 자라 지금 들어오는 사람을 도와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사장님이 화를 내실 때
더 보기
제844화
강유리는 자연스레 그가 묵인했다고 이해했다.강유리는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갔다."지나가던 김에 당신이랑 같이 퇴근하려고 왔어요! 그리고 방금 당신 이름을 내걸고 누굴 좀 괴롭혔거든요. 그 일도 당신한테 말해야겠다 싶어서요!"이 사건을 말하자 임강준이 고개를 더 숙이는 것을 그녀는 언뜻 보았다.역시,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 일로 당신 상황이 곤란해졌나요?"LK그룹의 상황을 그녀는 알고 있다.어르신은 원래도 제어욕이 강하신 분이었다. 육시준이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면 여러 가지 일로 트집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게다가 어르신이 눈여겨보고 있던 육경원과 고성그룹의 정략결혼 역시 그가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에게 이렇게 휘둘렸으니 육시준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강유리도 짐작은 했지만, 그들이 이렇게 빨리 손 쓸 줄은 몰랐다...그녀가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상황 파악을 하고 있을 때 귓가에임강준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다."사장님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사모님의 골칫거리입니다! 인터넷에 뜬 소식 아직 못 보셨나요?""???"강유리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임강준은 말을 꺼내자마자 입을 잘못 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책상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느끼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그의 탁월한 일 처리 능력이 오늘 일에 있어서는 왠지 엉망진창이다.이번 사건은 그의 일대 수모다."무슨 소식?"강유리는 뭔가 빠뜨린 게 있다는 걸 알아채고 휴대폰을 꺼냈다."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희가 최대한 빨리 입 다물게 할 거예요."육시준이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임강준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제가 빨리 처리하겠습니다."육시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알면서도 빨리 안 꺼져!""..."임강준은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사무실에서 나간 후 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더 보기
제845화
성신영의 결혼식 때문에 이번 사건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제일 처음에 댓글은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렸다.강유리가 복수를 아주 통쾌하게 했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성신영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성신영이 일전에 만든 좋은 여동생 이미지가 사람들 머릿속에 깊게 박혔다. 이걸 믿은 사람들은 지금 강유리가 양심 없고,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론은 누군가가 조작하고 있는지 이 두 부류 사람의 비중이 비슷했었다.하지만 성신영은 초기에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지라 현실에서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이때 홍보팀이 꼼수를 썼다. 강유리의 남편이 육시준이라는 사실을 강조했고, 강유리가 백을 믿고 갑질을 한다고 여론을 조작했다.그리고 나서야 네티즌들이 강유리에게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이제 그만 봐요."손에 쥐어있던 휴대폰이 육시준에게 뺏겼다. 육시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임 비서가 실수로 틈을 보여서 일어난 일이에요. 이제 곧 여론을 다 수습할 거예요...""왜 수습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강유리가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육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이 진실을 모른 채 당신을 모욕하고 있잖아요."강유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내가 당신이랑 안 어울린다니? 자기들은 어울리는 줄 아나?""화는 안 나요?"육시준이 의아한 듯 그녀를 쳐다봤다. 강유리가 고개를 저었다."화낼 필요 없어요. 작정하고 트집을 잡는데 어느 누가 당하지 않겠어요. 임 비서한테도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요.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훔쳐온걸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고 남의 가정을 공격한 거니까요."마지막 한마디를 말하며 그녀는 냉소를 지었다.성신영이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그녀도 더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결혼식이 끝날 때까지도 성신영이 고성그룹과 LK그룹에서 자리가 있으면 그녀가 갑질을 덜 부린 것이다. 육시준은 입을 꾹 다물고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그는 이런 일들에 익숙하
더 보기
제846화
임강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다 조용히 물러갔다. 대표가 결정한 일은 누구도 바꾸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렇게 하니 정말 시원했다! 그의 책임을 물을 일도 없고, 여기서 그가 더 이상 말을 많이 하면 눈치가 없는 것이다. 사무실 문이 다시 닫히고.강유리는 예쁜 눈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빠른 걸음으로 육시준의 옆으로 다가가 테이블을 짚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시준 씨, 이렇게 큰돈을 쓰는 게 내 편을 들어주기 위해서야?”육시준의 큰 손이 강유리의 허리를 감아 안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큰돈? 부인이 너무 쉽게 만족하는 거 아니야?”강유리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껴안고 미소를 지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육시준은 강유리의 머리를 매만지며 그녀를 보는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근데 이렇게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뭐라 할 것 같아. 나를 여우라서 사람을 홀려서 막 권력을 쓰고 그런다고, 시준 씨도 같이 욕하면 어떡해?”강유리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어쩔 수 없지.”육시준의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욕을 먹었으니 실속 있는 일을 해야지. 욕만 먹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시준 씨의 그 굽히지 않는 배짱, 좋게 보고 있어!”강유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육시준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부인께서 10km 넘게 돌아와서 마침 가는 길에 나를 데리러 왔는데, 나도 매우 좋게 보고 있어.”“...”‘알면 좀 모른척하지. 재미없게.’‘그래. 호텔에서 여기까지 가는 길은 아니지만, 그게 뭐?’“시준 씨는 안 반가운가 보네. 그러면 이만 가볼게.”강유리는 말을 마치고 일어서서 떠나려 했다.육시준의 큰 손이 다시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당연히 반갑지. 다만 다음에는 나를 데리러 온 게 주요 목적이면 내가 더 기쁠 것 같아. 내 명의를 빌렸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알려주는 것보단.”육시준의 말은 그녀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에게는 그의 이름을 빌린 것보다, 강유리가 그를 데리러 오는 게 더 의미 있었다.
더 보기
제847화
고성그룹 별장성신영은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편집해서 인스타에 올렸다. 그리고 육시준의 여자 팬들의 질투심을 이용하여 화살을 강유리에게 돌렸다.인터넷에서의 반응은 들끓었고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강유리에 대한 악성 댓글과 불만이었다.자기 뜻대로 돌아가서 득의양양하던 성신영은 LK그룹에서 발표한 걸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러 번 읽어보았다.‘육시준이 강유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하지만 아래에 불공평하다는 댓글들을 보고 성신영은 약간 마음이 놓였다. 그것도 잠시뿐, 그녀는 이내 전화를 받고 자신의 SNS 계정이 모두 정지되었고 더 이상 어떤 글도 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성신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전화 너머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LK그룹의 홍보팀에서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육 실장님도 아셨어요. 이따 성신영님과 최종 방법을 협의할 것입니다.”성신영을 도와 배후에서 여론을 조종한 사람은 육경원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람이었다.일이 커지자 그는 책임을 질 수 없어 성신영의 이름을 댔다.전화를 끊고 성신영은 망연자실하여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끝났어.’이런 큰 망신을 당했으니 육경원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오늘 오후, 그 여자 때문에 고정남의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고정남도 그녀를 위해 나서주지 않을 것이었다.성신영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음장 같은 손을 만지며 마치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는 흉악범처럼 안절부절못하였다...다행이 고정남은 그 여자도 신경 쓰지만 육씨 가문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였다.그녀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30분 후.서재에 모여 앉은 세 사람의 분위기는 유난히 무거웠다.육경원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성신영을 힐끗 쳐다보았다.“고씨 가문의 따님은 역시 배포가 남다르네요. LK그룹 호텔에 가서도 모든 걸 쥐고 흔들 수 있는 줄 아시는 걸 보니.”그는
더 보기
제848화
육경원은 참고 있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고 성신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기가 돌았다. 성신영은 더욱 고개를 떨궜다. 그녀는 고정남 앞에서 날뛰고, 강유리 앞에서도 도발을 서슴지 않았지만, 유독 이 남자만 두려워하였다. 그가 화난 것을 느낀 성신영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아까까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고정남은, 성신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무리 그래도, 성신영은 고 씨 집안 사람인데, 이 녀석은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눈치를 줘?’“신영이가 이번 일은 충동적이었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육 실장이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만약 오늘 여기 앉아 있는 사람이 육시준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무기력할까?” “...”육경원과 성신영은 이 말을 듣고 한순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두 사람의 표정은 각기 달랐다.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육경원은 얼굴이 굳어진 채 고정남을 쏘아보았다. 성신영은 고정남의 그 한마디에 이내 생각에 빠졌다. ‘만약 육시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그 남자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언제나 강유리에게 지극정성이었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 성신영은 씁쓸한 마음이 다잡으며 육경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자 고정남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협력의 목적은 발언권을 높이고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갖기 위함이지. 안 그래?”육경원은 말이 없었지만 고정남의 말에 동의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엘르 호텔이 하얏트보다 유명하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합한 호텔인 건 맞아. 그리고 육 씨 가문과 고 씨 가문의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알아주는 사람들인데, 굳이 호텔에 의지해서 체면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그런 고급 호텔에서 하객이 별로 못 들어오면 더 웃음거리가 될 거야.”“...”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고정남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그는 상대방을 쉽게
더 보기
제849화
그의 눈빛은 마치 상품을 보는 듯했다.JL빌라.어둠이 내리고 별장은 초여름의 고요함에 휩싸였다.강미영은 베란다의 안락의자에 누워 태블릿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강미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 기사들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 아니야? 성신영의 영향이 이렇게 크다고?”“그 여자의 영향은 크지 않은데, 돈을 아끼지 않아서 그래요. 언니를 끌어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썼다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임자를 만난 거죠. 형부가 정면으로 나서리라고 생각 못 했던 거죠. 호호호…”릴리도 강유리처럼 여론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이번 싸움에서 손해를 본 건 아닌지만 신경 쓰고 있었다. ‘우리가 세력을 믿고 자기를 괴롭힌다고? 그럼 괴롭힘이란 뭔지 보여주지.’릴리는 성신영의 말을 생각하며 통쾌해했다. 하지만 강미영은 약간 걱정되어 말했다.“지금 인터넷에 온통 네 언니와 형부의 얘기야.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입을 다 막을 수도 없고.”릴리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막지 않은 걸 어떻게 알지?’강미영은 생각에 잠겼다. 육시준은 대중들의 입을 막았지만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그는 아마 결혼식이 끝난 후에 따지려고 했을 것이다. 강유리의 이번 일로 성신영의 결혼식에 대한 얘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모두 강유리와 육시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방향이 가장 통제 가능했다. 사람들은 강유리의 출신을 비하하며 그녀가 육시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출세하더니 배은망덕하다고 떠들어댔다. 잠시 생각 후, 강미영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상대방은 바쁜지 신호음이 한참 가서야 무거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당신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도대체 어떤 혼수를 준비했어요?”강미영이 물었다. 바론 공작은 잠시 침묵하다 한숨을 쉬었다.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어. 걔가 워낙에 또 너무 주목받는 걸 싫
더 보기
제850화
육시준은 핸드폰을 접고 허리를 굽혀 뒷좌석으로 들어갔다.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떠들썩하게 서울에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혹시라도 망설일까 봐 귀띔하려고 연락했던 것이다. 결혼식 임박해서 호텔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그냥 핑계였다. 그의 말투를 보아하니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육시준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육시준은 차라리 자신이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그가 강유리에게 과분하다는 말은 듣기 싫었다. “누구한테 메시지 하길래 그렇게 즐거워 보여?”안에서 누군가 머리를 쏙 내밀었다. 남자는 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다시 안으로 살짝 밀어 넣었다. “결혼식 하객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어. 어머님이 잘 준비할 수 있게.”강유리는 뒷좌석에 기댄 채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맞다. 엄마한테 얘기했어? 사부님과 어르신도 계신다고!”“응. 말씀드렸어. 어르신들과 도가네 무술관 동문분들도 모실 거야.”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생각에 잠겼다. 육시준은 그녀가 한참 말이 없자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 그래?”“혹시,어른신 초대하는 게 잘하는 걸까?”“...”육시준은 잠시 말을 잃고 강유리를 바라보았다.“그러면 초대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강유리는 심지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좀 그런 것 같아.”육시준은 한숨을 쉬면서 큰 손으로 강유리의 얼굴을 꼬집었다.“알면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나중에 어르신들이 추궁하면 나는 편을 들어줄 수 없어.”그의 여유로운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배였다. 강유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육시준의 손을 떼고 뺨을 비볐다.“손대지 마. 화장이 다 지워지겠네.”육시준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위로 가로등 불빛이 드리워져 솜털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얼굴을 꼬집는 바람에 하얀 뺨에 홍조가 비쳐 더욱 생기가 느껴졌다. “화장했어?”육시준은 진지하게 물었다. 집에 그와 있을 때는 하루 종일 민낯이
더 보기
이전
1
...
8384858687
...
10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