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1270 챕터
제21화 빚쟁이가 이렇게 멋있다니
임은미는 다정의 가장 친한 친구로,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한, 둘도 없는 절친이다.요 몇 년 동안 임은미는 다정을 많이 도왔다. 그녀는 두 아이의 의모이다.강말숙은 은미의 이름을 듣자마자 안심하고 더 이상 딴말하지 않았다.임은미는 다정의 집 열쇠를 갖고 있다. 다정이 급한 사정이 있을 때마다 종종 아이들을 돌봐 주었다.다정은 병원으로 가 밤새 강말숙의 옆을 지켰다. 잠을 푹 자서 그런지 강말숙의 컨디션도 점차 회복되었다.오히려 다정은 강말숙이 간밤에 뭔 일이라도 있을까 봐, 걱정되어 수시로 살피느라 한숨도 못 잤다.이튿날 아침, 회진하던 의사가 와서 강말숙에게 검사 결과를 말해 주었다.다행히 큰 문제없이 여러 가지 지표가 정상이어서 퇴원해도 괜찮다고 의사가 얘기했다.건강 상의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둘 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정은 간단히 물건을 정리하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외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갔다.주택단지의 입구에 막 이르렀는데 한쪽에서 한 무리의 노인들과 이웃들이 함께 모여서 수다를 떨며 무언가를 수군거리고 있었다. 다정도 얼핏 몇 마디 들었는데, 무슨 고급 외제차니, 좋은 사람 같지 않다느니, 빚 독촉하러 왔다느니 등 얘기가 오갔다. 다정은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다정은 외할머니를 부축하여 자신의 아파트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2층까지 올라갔는데 이때 누군가가 허둥지둥 달려와 그녀들의 앞을 막아섰다.고개 들어보니 소박한 꽃무늬 상의에 초록색 바지,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뒤로 대충 묶은 4, 50대의 아줌마였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마음씨 따뜻한 이웃집 장 씨 아주머니였다. 장 씨 아주머니는 매우 초조해 보였다.“다정아, 큰일 났어. 너희 집에 일 났어. 십여 분 전에 검정 양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너희 집에 들이닥쳤는데, 딱 보니 깡패 놈들이 빚 독촉하러 온 거 같더라! 너 사채 빌렸니? 애기들이랑 은
더 보기
제22화 재미있는 귀요미들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여준재,금테 안경테를 쓰고 한쪽에 서 있는 사람은 그의 비서 구남준이었다.그들은 방을 둘러보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깔끔하게 꾸며졌다.작은 방에는 아늑한 느낌이 가득했다.임은미의 말을 듣고, 그제야 시선이 임은미 뒤에 있는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임은미는 그들의 시선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했다.그녀는 두 아이를 껴안고 뒤로 물러났다.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긴장한 나머지 TV에서 보도된 아동 유괴에 관한 사건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어떡하지? 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손 대면 어떻게 대처해야지?’지금의 상황에선 그녀도 취약계층이었다.둘째 하윤은 작은 몸을 완전히 임은미의 뒤에 웅크리고 겁에 질려 감히 그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겁이 없는 하준은 오히려 앞에 있는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눈동자에는 경계심을 느끼고 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준재는 턱을 괴고, 이 두 아이를 지켜보았다. 왠지 재미있었다.지난번 교통사고 때도 다정 곁에 있던 두 아이를 봤었다. 아마도 그 아이들일 것으로 짐작했다.겨우 4, 5세 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은 이목구비가 또렷했다.붉은 입술에 가지런한 이, 부드러운 머리카락까지 너무 귀여웠다. 둘은 비슷한 스타일의 패밀리룩을 입고 있었는데, 거실의 아늑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여자아이는 똘망똘망하니 귀엽게 생겼다. 촉촉하고 맑은 큰 눈망울은 호수를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임은미 뒤에 웅크리고 있어 잘 보이지는 않았다.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남자아이는 미간에 귀여운 느낌 대신 총기와 똘똘함이 더했다.준재가 두 꼬맹이를 훑어보고 있을 때 하준도 뚫어지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잘생긴 아저씨다.’하준은 이 남자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적대심 같은 게 없었다. 반대로 이 아저씨에 대해 이상하게도 친근감이 느껴졌다.준재는 소파에서 일어나 그들 앞에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하준을 쳐다보며 물었다.“고다정 씨는 너
더 보기
제23화 벗을 필요 없다
다정의 안색이 변했다. 이 어이없는 상황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임은미는 다정의 안색이 변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방금 전의 일을 설명했다“다정아, 방금 내가 아이들과 놀고 있었는데, 글쎄 이 사람들이 들이닥쳤어…….”그러고는 다정의 귓가에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만약 이 사람들이 막 나온다면 우리 경찰에 신고하자.”하준과 하윤도 다정의 손가락을 잡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녀에게 용기를 주려는 것 같았다.웃기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의 행동에 감동을 받은 그녀는, 일단 아이들을 다독였다.“엄마는 괜찮아, 겁내지 마.”“은미야, 괜찮아, 함부로 하지 않을 거야.”다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여준재에게 향했다. 말투에는 노여움이 섞여 있었다.“오려면 사전에 얘기해야죠. 당신들 모습 좀 봐요. 우리 가족들이 놀랐잖아요.”구남준은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고다정 씨, 가족을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고의는 아니었어요. 오늘 정말 상황이 급박해서 예고도 없이 방문했습니다.”임은미는 사태의 전개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뭐야?”그녀는 다정의 옆구리를 손으로 쿡쿡 찔렀다.“괜찮아, 나를 찾아온 거야. 악의는 없어. 할머니는 아래층 장 씨 아주머니 집에 계셔. 너, 하준이랑 하윤이 데리고 먼저 거기 가 있어. 내가 좀 있다 가서 설명해 줄게.”다정이 은미에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들이 이렇게 급하게 온 것은 아마도 이 남자의 몸에 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때 하준이 다정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엄마, 안 갈래요. 여기 같이 있을래요.”아들이 엄마 걱정하는 것을 알고, 다정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녀석은 민폐를 끼칠 녀석이 아니니 묵인했다.하윤도 상황을 보고 가지 않으려 했다.“나도 엄마와 함께 있을 거예요.”임은미는 걱정되어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다정은 두 아이를 끌고 준재에게 다가갔다.“이렇게 기별도 없
더 보기
제24화 점점 호감이 간다
하준과 하윤은 다정 뒤에 서서 서로 쳐다보았다.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가 왜 갑자기 이 아저씨를 치료하지?’이해가 안 되지만, 방해할 엄두도 못 내고, 얌전히 바라보기만 했다.“야옹.”앳된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렸다. 젖먹이 고양이 두 마리가 문밖에 갇혔다.하준과 하윤의 눈이 마주쳤다. 분명 그들의 새끼 고양이가 그들을 찾아온 것이었다.두 꼬맹이가 살금살금 뛰어가서 문을 열고 각각 한 마리씩 안고 돌아와 엄마를 바라보았다.다정은 능숙한 동작으로 이미 침 소독을 마쳤다.“시작합시다.”다정은 능숙하게 준재의 등에 침을 놓았다.속도가 빨라 통증을 느낄 틈도 없었는데 이미 끝냈다. 등이 약간 시큰거렸다.하준과 하윤은 준재의 눈을 쳐다보았다.시선은 예리하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감을 느꼈다.“멋쟁이 아저씨, 정말 우리 집에 돈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군요.”하윤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이 아저씨가 그렇게 무섭지 않은 것 같았다.준재는 그제야 제대로 하윤을 관찰할 수 있었다.그녀에게선 똑 부러지고 사랑스러운 아우라가 가득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솜사탕처럼 웃는 모습이 작은 천사 같았다.하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자신이 치유되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힐 것만 같았다.준재는 귀여운 하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럼 빚진 돈은 네 엄마가 치료해준 거로 퉁 치자.”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그렇지…… 아저씨는 나쁜 사람 같지 않았어.”‘방금까지도 내가 무서워서 다른 사람 뒤에 꽁꽁 숨어 있었으면서…….’여준재는 그런 하윤이가 너무 귀여웠다. 하준은 여동생을 덥석 잡아당기며 경계하듯 말했다.“낯선 사람과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우리는 저 아저씨를 아직 잘 모르잖아. 엄마가, 사람은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한 거 잊었어? 저 아저씨가 잘생겼다고 해서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서는 안 돼.”하윤은 귀엽게 눈을 깜빡이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오빠에게 고개
더 보기
제25화 천재소년의 괴물 아이큐
구남준은 예민하게 다정의 반응을 보고는 좀 의아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도련님이 신분을 안 즉시, 서둘러 아부했을 텐데 말이다.그러나 고다정은 놀라기만 하고, 곧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는 좀 궁금했다. ‘설마 도련님 신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걸까?’궁금한 것은 궁금한 거고, 그도 남한테 신분을 자랑하고 싶지는 않았다.재계에서 오랜 기간 발 담그고 있다 보니,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사이 다정은 이미 시침을 마쳤다.다정은 침 하나하나의 강도가 모두 적합한지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러고는 한숨을 돌리며 일어났다.“다 놓았어요, 등에 있는 침은 건드리지 마세요, 30분 후에 와서 침 뽑을 게요.”다정은 대범하고 우아하게 웃으며 구남준에게 말했다.이어 두 아이에게 말했다.“하윤이는 엄마랑 약재 고르러 가자. 하준이는 시간 체크하다가 30분 지나면 엄마 불러줘.”두 아이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정은 하윤의 부드러운 작은 손을 잡고 안방을 나섰다.하준은 그녀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바로 거실로 갔다.들어올 때는 손에 스톱워치와 장난감 하나를 들고 있었다.하준은 스톱워치를 침대 머리맡에 놓고, 옆에 놓인 의자에 혼자 앉았다.손에 10단계 큐브를 들고 조용히 혼자 놀기 시작했다.고사리 같은 손으로 큐브의 색깔을 순식간에 흐트러뜨렸다.가만히 침대에 엎드린 준재도 좀 심심했던 터라, 시선이 곧 하준이에게도 쏠렸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았다.아이의 속도는 터무니없이 빨랐다. 아무렇게나 돌리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규칙적이었다. 매번 돌릴 때마다 다 계획적이었다.이를 지켜보던 구남준도 어안이 벙벙해졌다.‘완전히 흐트러뜨린 10 단계 큐브라, 어른도 쉽게 맞추기 힘든 난이도인데…….’‘이 녀석, 3분 만에 다 맞췄다.’‘이게 무슨 괴물 아이큐야!’하준은 별일 아닌 듯 입을 삐죽거리며 큐브를 한쪽에 놓았다. 그가 보기에 큐브 맞추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놀랄 만
더 보기
제26화 사랑스러워
여준재는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말했다.“너희 엄마가 나를 치료해 주었고…… 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장난감을 선물한 것도 고마움의 표시야. 그러니까 받아도 돼.”하준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레고를 절대 받지 않겠다고 했다.여준재는 마음속으로 꼬맹이가 남의 걸 탐내지도 않고 예의도 바른 것이 참으로 기특하다고 생각했다.‘고다정 이 여자, 애들 교육을 참 잘했네. 젊은 여자가 대단해.’구남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참으로 잘 가르쳤구나. 착하네.”남준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는 처음 봤다.하지만 칭찬이라고 한 말에 하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아빠 없어요. 엄마와 외증조할머니만 있어요.”목소리가 씁쓸함을 띠고 있는 게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여준재와 구남준은 순간 자신들이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다.그나저나 집에 들어오고부터 애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앞에 다정과 두 번 만났을 때도 그녀는 늘 혼자였다.추측해 보면 아마도 이혼했을 것이다.“꼬마야, 미안해. 아저씨가 몰랐어…….”구남준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남준은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비록 한부모 가정이지만, 애들이 참으로 예의 바르게 잘 컸다.오히려 하준이 씩씩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이미 익숙한걸요. 비록 저는 아빠가 없지만, 멋진 사내대장부가 되어 우리 가족들을 지킬 거예요.”그의 말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눈빛에 확고함이 담겨 있었다.‘난 이 집안에서 유일한 남자야. 앞으로도 내가 외증조할머니, 엄마, 여동생을 지켜야 해.’여준재와 구남준은 말없이 하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꼬마 아이가 이렇게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니.’하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혼자 잘 놀고 있었다. 비록 방안은 적막감이 감돌았지만.한편 다정과 하윤은 약방에 도착했다.이른바 ‘약방’이라 함은 바로 그들이 거주하는 주택단지 아래층에 있는 작은 창고를 말하는 거였다. 거기에 다정이 재배한 다양
더 보기
제27화 소유할 수 없는 사람
구남준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부르는 게 값이구만.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을…….’‘약 두 봉지에, 500만 원이라니? 너무 비싸잖아!’“500만 원짜리 한약이 어디 있어요? 게다가, 교통사고 합의금에서 까기로 했잖아요, 왜 우리더러 돈을 지불하라고 해요?”구남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가 너무한다고 생각했다.‘혹시 도련님이 돈 많은 걸 알고 돈을 뜯어내려는 잔꾀를 부리는 게 아니야?’ 구남준은 의심이 갔다.다정은 당찬 눈빛으로 그를 올려보았다.“보통 약재는 별로 비싸지 않아요. 하지만 이 안에 한 가지 약이 더 들어가 있어요. 진귀한 약재예요. 내 손에도 총 세 뿌리밖에 없어요. 천만금을 줘도 구하기 힘든 약재라고요. 이 약이야말로 당신 도련님의 병세를 해결하는 주재료라고요.”그녀가 재배한 이 약은 원래부터 값싼 약이 아니었다.신수노인와 거래할 때도 이 가격이었다.‘장사를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누군가를 속인 적 없이 양심적으로 임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돈 많은 재벌들에게 의심받다니?’지난번의 합의 결과를 생각해 본 다정은 덧붙여 말했다.“교통사고 합의금은 치료비로 상쇄하고, 약값은 따로 계산합니다. 처음부터 약속된 건데요.”그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약값의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그들도 찬성했었다.화가 난 구남준이 이는 분명 바가지를 씌우는 거라고 말을 뱉으려는 순간에 준재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줘!”자기 집 도련님이 주라고 말씀하셨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이체해 주면서도 말투는 비아냥거렸다.“이렇게나 돈을 잘 버시는데 어떻게 돈이 부족할 수 있죠? 제가 봤을 때는 곧 재벌이 될 거 같은데요…….”탐욕스럽다는 비아냥을 듣고도, 다정은 개의치 않고 입을 삐죽거렸다.“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거…… 희귀 약재예요, 얼마나 재배하기 어려운데요? 나한테 그 약재가 많았더라면 치료비로 접촉 사고 합의금 1,000만 원을 충당하지는 않았겠죠.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정성 들여
더 보기
제28화 부친 미상
구남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준재는 병을 앓은 지 오래되었다.그의 고통을 덜어줄 명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안타깝게도 매번 기대를 잔뜩 안고 찾아 나섰다가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그런데 지금 이런 사람이 나타나다니? 그것도 이렇게 젊은 여자라…… 정말 믿기지 않았다.그 교통사고도 어찌 보면 우연이 아니었다.이때 여준재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이번에 해외에 나가면 레고 세트를 몇 개 사서 쌍둥이들에게 선물해 줘.”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도련님은 왜 갑자기, 그 꼬마들한테 이렇게 신경 쓰시는 거지?’그는 떠보듯 물었다.“도련님, 그 쌍둥이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준재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그의 잔잔한 눈동자에서 그 어떤 기분도 읽을 수 없었다.“왠지 모르게…… 그 녀석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져.”그도 자신이 왜 꼬맹이의 말을 마음속에 두고 있는지 의아했다.레고가 없어서 실망한 그 꼬마의 눈빛이 그의 마음속에 새겨져 줄곧 떨쳐낼 수가 없었다.‘나와 그들, 분명 어떤 인연이 있을 것이야.’구남준은 별생각 없이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그 두 아이가 너무 귀엽고, 똑똑해서 그럴 거예요.”그는 조금도 의아하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두 꼬맹이는 너무 사랑스러웠으니까.“나는 그 아이들이 한부모 가정일 거란 상상도 못 했어.”이 정도까지 말하자 구남준은 순간 자신이 일찍이 고다정의 뒷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 너무 바쁜 나머지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태블릿을 꺼내 그녀의 자료를 보던 구남준은 깜짝 놀랐다.“도련님, 다정 씨가 바로 5년 전, 그 떠들썩한 고 씨 집안의 큰 아씨입니다!”‘얘가?’여준재는 눈살을 찌푸리고 뒤돌아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지?”‘고 씨 집안 아씨라?’ 들은 것 같지만 별로 기억나지 않았다.구남준은 설명을 덧붙였다.“고다정 씨는 원래 진 씨네 도련님 진시목과 커플이었는데, 결혼하기 전날 밤 술자리에서
더 보기
제29화 끝낼 때가 됐다
고경영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일었다.그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네 돌아가신 엄마의 목걸이가 나한테 있어. 내가 알기로는 그건 네 엄마 혼수였는데…….”다정은 의심스러웠다. 아버지가 자꾸 오라고 하는 것에는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고경영이 갑자기 자신에게 집에 오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 텐데…….‘목걸이? 본인이 지어내서 날 속이려는 거 아냐?’“그걸 내가 어떻게 믿죠?”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꽉 쥐고 물었다.“정 못 믿겠으면 네 외할머니한테 가서 물어보거라. 외할머니가 알려주실 거야. 청첩장은 이미 보내뒀다.”고경영은 음침한 표정을 짓고, 눈에는 승리의 빛이 반짝였다.다정은 전화를 끊고, 강말숙의 침실로 달려갔다.강말숙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바느질하고 있었다.“외할머니,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다정은 문을 밀고 들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강말숙은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뭔데 그러니? 물어봐.”심각한 다정의 표정을 보니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고경영이 말하기를, 엄마가 시집올 때 혼수로 장만한 목걸이 하나가 있다면서 저더러 가지러 오래요…… 혹시 정말 그런 목걸이가 있나요?”강말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목걸이가 하나 있긴 했지. 내가 젊었을 때 너의 외할아버지께서 내게 사준 선물이야. 그걸 너희 엄마가 시집갈 때 줬단다.”이 말을 하던 강말숙의 얼굴에는 그리움이 일었다.“언제 가지러 오라던?”다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다음 주 수요일, 고다빈과 진시목의 결혼식 당일에요…….”강말숙의 눈에 경계의 눈빛이 비쳤다.“아마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거다. 너희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째인데 이제야 이 얘기를 꺼내다니…… 지금에 와서 그걸 미끼로 너를 결혼식에 부르려는 속셈인 거 같은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가지 않는 게 좋겠어. 그 집안 인간들이 너를 어찌할까 봐 두렵구나.”예식장에서 모욕당할 게 뻔했다.다정은 고개를 저었다
더 보기
제30회 그녀의 손에서 빼앗은 행복
“짐 싸. 서류 결재 끝나면 공항으로 가자.”지시를 듣고 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한 번 보았다. 시간이 아직 일렀다.“도련님, 귀국 후 빠른 시간 내에 고다정 씨를 찾아가 침을 맞도록 하죠.”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좋을듯했다.그들은 공항으로 달려가 귀국길에 올랐다.비행기에서 내리자, 관자놀이가 지근지근 아파졌다. 여준재는 손을 뻗어 관자놀이를 힘껏 문질렀다.십여 시간의 비행으로 매우 피곤했다.공항을 나서자, 여 씨네 운전기사가 이미 대기 중이었다.운전기사는 준재를 보고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도련님, 회장님께서 오늘 저녁 8시에 GS그룹 진시목의 결혼식에 다녀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구남준은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손목시계를 한 번 보았다.“8시? 지금 벌써 6시인데…… 그럼, 지금 바로 가라는 건가요? 대표님께서 일주일 내내 출장 마치고 지금 귀국하셨는데…… 휴식이 필요합니다.”준재의 몸이 버텨내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지금 상황에서 급선무는 고다정에게 연락하여 치료받는 것이었다.운전기사는 약간 난처한 기색을 하며, 준재의 뜻을 살폈다.준재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가지, 시간 지체하지 말고!”구남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는 결혼식장으로 향했다.이때 블루웰 호텔, 4층 연회장에 손님들이 운집했다.그중에는 상류층 사업가도 있고, 화려한 스타도 있었다.오늘 진 씨네 도련님과 고 씨네 아가씨가 여기서 결혼식을 진행할 예정이다.JS그룹과 GS그룹 이 두 그룹이 사돈을 맺는 것은 성대한 일이다.예식홀은 낭만적이고, 럭셔리하게 꾸며졌다.바닥은 화려한 한백옥 대리석을 사용했고, 사방에는 붉은 비단이 가득 걸려 있으며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눈부시도록 빛을 반짝이고 있다.홀, 거대한 스크린에는 구다빈과 진시목이 찍은 쇼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화려한 옷차림을 한 고경영과 심여진, 그리고 신랑인 진시목과 그의 부모인 진동진과 유이단이 입구에 서서 얼굴에 미소를 띠
더 보기
이전
123456
...
12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