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신의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1151 - 챕터 1160
1164 챕터
제1151화
“가주님, 전 예전에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조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술집 아가씨에다가 불륜… 밥 먹듯이 이런 추잡한 짓거리를 저지르고 다니는 여자입니다. 가주님을 찾아온 것도 불륜을 저지르다 임신한 거 들켜서 본처한테 쫓겨온 겁니다.”이 말을 들은 가주 나명관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그런 사람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거짓말하지 마! 그녀는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날 배신할 리 없어!”그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집사의 멱살을 잡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제가 왜 이런 것으로 가주님을 속이겠습니까? 저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요?”하지만 집사는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이 멱살이 잡힌 상황에서도 꿋꿋이 말했다. “가주님께서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증거까지 준비했지만, 가주님께서 그 여자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뿐입니다.”그 말을 하면서 집사는 품에서 증거로 보이는 서류 봉투를 꺼냈다. 거기엔 나명관과 그의 작은 아들이 아무런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서가 들어있었다.“이건 제가 직접 두 분의 DNA를 검사 의뢰해 받은 겁니다. 확인해보십시오.”나명관은 그제야 잡고 있던 집사의 멱살을 놔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밀어진 서류 봉투를 열었다. 검사지엔 다양한 수치와 글자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문구, 혈연관계 아니라는 글뿐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나명관이 넋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가주님!”집사는 곧바로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올랐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큰 도련님, 원하시는 대로 진실도 밝혀졌고, 전도 이제 본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만하면 가주님한테도 충분히 벌이 되었을 테니, 부디 놓아주길 부탁드립니다.”나정한이 집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그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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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작은 소동이 있은 후, 사람들은 모두 침울한 분위기가 되어 식사를 멈추었다. 모두들 어색하게 술을 홀짝이던 중,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어찌되었든 일이 해결됐으면 좋은 거지, 뭐 저렇게 과민 반응할 것 까지야….”하지만 그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집사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기 때문이다.“말 조심하십시오!”남자는 집사가 끼어들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머쓱하니 코를 매만졌다. 하지만 속으로 앨리스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고 있었다.“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연회장을 나서자, 뒤따라오는 인기척에 앨리스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거긴 방계 족장 중 가장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지팡이를 쥔 채 뒤따라오고 있었다.“이번 일에 대해 의문 되는 부분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또 전주님이 손쓴 거죠?”그 말에 앨리스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숙였다. 다시 한번 자신의 무능력함이 실감이 되었다.“그럴 줄 알았습니다. 나흐 가문을 그 정도로 몰아가려면 그 분 말고는 불가능 일이죠.”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요. 염 선생님은 결코 당신이 아니었다면 도와주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이 가문을 대표하며 이끌어가는 족장이자 가주입니다. 그만큼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맥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노인이 위로와 격려의 의미를 담아 앨리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제야 앨리스는 조금 풀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감사합니다, 어르신.”그의 말 대로 이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염구준도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앨리스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럼 언제 한번 전주님을 초대하십시오. 이번 일에 대한 감사 인사는 전해야지 않겠습니까?”노인이 문득 떠오른 듯 앨리스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하지마 와 주실 거란 보장은 못하겠습니다.”앨리스는 염구준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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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그가 웃으며 손가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됐거든? 내가 그 사람이랑 만날 일이 뭐 있겠어.”손가을이 입을 삐죽이며 응석을 부렸다. 하지만 속으로 내심 나정한이 궁금하긴 했다.“내가 굳이 왜 이번 일에 나섰을 것 같아? 하도 심심하다고 툴툴대서 내가 당신 일하러 가게 만들려고 그런 거잖아. 나정한한테 당신 사업 도와달라고 다 말해 놨어.”염구준은 나정한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계획했던 것이었다.“나 때문에?”손가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그럼 누굴 위해서 그랬겠어? 난 회사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회사 세울 때 어려움이 있으면 물어볼 데가 있으라고 도와준 거야.”염구준이 무심한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녀의 반응이 기뻤다.“내가 무슨 회사를 세워. 그거 그냥 말한 거였어.”손가을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속으론 내심 감동하고 있었다. 그 덕에 염구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도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나정한한테서 잘 보고 배워. 나중엔 당신이 날 먹여 살려야지.”염구준은 장난스레 손가을의 코를 튕기며 말했다. 남에겐 가차없던 남자가 집에서 아내한텐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이라니, 다른 사람이 봤으면 경악했을 것이다.“알겠어.”그냥 던진 말이었지만, 염구준이 그것을 마음에 두고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손가을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한편, 나흐 가문.나정한은 그 뒤로 거의 온종일 소파에서 생각에 잠긴 채 보냈다. 마음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대표님, 이제 어두워졌습니다. 제가 모셔다드릴까요?”밖에서 기다리던 비서가 날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문을 두드리며 들어갔다.“너 먼저 가. 난 혼자 갈게.”나정한이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대표님, 힘드신 거 알아요. 하지만 몸은 챙기셔야죠.”조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지금 나정한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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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오랜만에 보는 매서운 눈빛에 집사는 순간 나명관이 돌아온 줄 착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는 다시 흐리멍덩한 미친 사람으로 돌아갔다.“가주님, 저도 제가 지은 죄가 있다는 걸 압니다. 앞으로 계속 모실 테니, 함께 살아갑시다.”집사가 한숨을 내쉬며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 나명관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한때 모든 이들의 위에서 당당히 군림하던 나흐 가문의 가주의 최후가 이럴 줄이야, 사람이란 모른다고, 정말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전주님, 저 앨리스예요. 가문의 어르신들이 전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함께 식사 어떠실지 여쭈려 전화드렸어요.”앨리스가 최대한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 염구준은 그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체면을 꺾고 싶지 않았기에 차마 대놓고 거절하지 못했다.“별거 아니었어요. 굳이 저 때문에 자리 안 만드셔도 됩니다.”염구준이 최대한 예의를 차려 돌려 말했다. 그는 정말로 가고 그런 형식적인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전주님, 저도 전주님께서 이런 자리 꺼려하시는 거 알고 있어요. 정말 감사 인사만 드리려고 마련한 자리예요. 저희 가문에서 대표로 저와 가장 나이 많으신 족장 어르신 한 분만 참석할 거예요.”앨리스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지 염구준은 결국 생각 끝에 동의했다.“알겠어요. 그럼 갈게요.”앨리스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린 것은 그였다. 만약 끝까지 이번 식사자리를 거절한다면 가문에서 그녀의 입지가 난감해질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앨리스 씨, 조언 하나만 할게요.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라요. 폐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은 알겠지만, 다음번에도 남들이 당신을 무시하고 공격하는데도 가만이 있다면, 저 정말 실망할 것 같아요.”염구준은 방어적이기만 한 앨리스의 태도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직접 나선 것이었다. “앞으로 같은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았다면, 강해져야 해요.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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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청용은 내키지 않았지만, 티 내지 않고 최대한 덤덤히 염구준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넌 잘 할 거야. 사람은 때때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 너만큼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은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앨리스 씨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이 아닌, 그녀가 훌륭한 가문의 수장으로서 성장하는 거야.”염구준의 말을 들은 청용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그의 의도가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에게 거절한 명분은 없었다.“내일 저녁 식사 자리에 같이 가자. 대신 돌아올 때는 나 혼자 돌아오고, 넌 거기에 남아.”“알겠습니다.”청용의 대답을 들은 염구준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저녁, 염구준은 청용과 함께 앨리스 집 앞에 도착했다.“이따가 들어가면 최대한 말 아껴.”혹시라도 말 실수할까 걱정되었던 염구준이 청용에게 신신당부했다.그 말에 청용이 눈썹을 찡그리며 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도대체 자신은 염구준 눈에 어떤 존재로 비쳐지는 것일까? 그녀는 그의 걱정이 이해되지 않았다.안으로 들어가보니, 약속대로 정말 앨리스과 나이 많은 족장 한 명만이 자리해 있었다.“전주님, 오셨네요. 어서 앉으세요.”염구준이 오자, 앨리스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메인 자리로 안내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전 오늘 손님으로 온 것뿐이니, 족장님이 거기에 앉으세요.”염구준이 손을 흔들며 오히려 앨리스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 다음 자신은 대충 아무 자리에나 앉았다.그가 이렇게 나오자, 앨리스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착석했다. 하지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노인은 다시 한번 염구준의 태도에 만족스러운 눈빛을 띄었다.“전주님, 오늘 이 자리에 당신을 초대한 것은 이번에 엘 가문을 도와주신 것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함입니다.”그 말과 함께 노인은 술을 염구준 컵에 따랐다. 그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들었다.“별일 아니었어요. 앨리스 씨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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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앨리스는 옆에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으로 절 엘 가문과 완전히 묶어버리려는 거군요. 참으로 대단합니다.”이 말과 함께 염구준이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마음으로 나온 자리인데, 이런 방식으로 절 엮으러 할 줄은 몰랐네요.”엘 가문의 지분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염구준은 자신의 호의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진정하세요. 이건 당신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염구준의 화난 모습에도 노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하게 말했다.“앞으로 제가 이 가문을 지킬 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가주님은 좋은 사람이지만, 아직 좋은 가주가 되기엔 부족해요. 마음이 너무 여려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노인이 웃으며 자신의 건강 검진 보고서를 테이블 위로 내밀었다. “이건 지난달 검사한 결과입니다. 의사가 저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확실하게 가주님을 지켜줄 분이 필요합니다.”보고서 위에 간암 말기라는 글자가 빨간 줄로 적혀 있었다.“어르신, 왜 이제야 말씀하시는 겁니까!”보고를 본 앨리스가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가문에서 그녀에게 조언을 해줄 사람은 이 노인밖에 없었다. 노인은 방계 족장의 대표였고, 모두가 따르는 가문의 어른이었다. 그가 없어지면, 다른 족장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슬퍼할 거 없어요. 언젠가 올 날이었고, 다행히 미리 알아 이렇게 준비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노인이 웃으며 앨리스를 달랬다. 그런 다음 다시 염구준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전주님, 가주님은 원래부터 당신 사람이었잖아요. 앞으로도 당신 사람일 테니, 나쁜 거래는 아닐 겁니다. 부디 끝까지 책임져 주세요.”노인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명의 마지막 끝까지 오직 엘 가문만 생각하는 노인의 모습에 염구준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전주님.”염구준이 동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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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도련님 곧 돌아올 거예요. 하지만 식사 안 하시면, 안 돌아오실 거랬어요.”집사가 밥을 나명관 앞에 가져다 놓으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했다.“알겠어. 지금 먹을게.”나명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희망찬 눈빛으로 밥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스쳐지나간 그의 눈빛엔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집사는 숟가락으로 음식을 뜨느라 보지 못했다. 밤이 깊어진 조용한 시간, 발코니에 검은 그림자가 깃들었다.“누구야!”그림자를 눈치챈 나명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낮의 흐리멍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역시 미친 척한 게 맞나보군. 그럼 어디 제대로 얘기 나눠볼까?”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사방에 그의 소리로 가득 차, 어느 방향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누구냐! 나랑 얘기하고 싶은 거면 모습을 드러내라!”나명관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 존재의 행방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너를 이 상황에서 구해낼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나흐 가주가 경계하는 모습을 본 그림자가 웃던 것을 멈추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필요한 자원은 다 대줄 테니, 염구준을 상대해줘. 자세한 얘기는 내 주인이 알려 줄 거다.”그 말에 나명관은 깊은 생각에 빠졌는지 돌아다니던 것을 멈추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한때 그 영민했던 나흐 가문 가주는 어디에 갔는가? 설마 이대로 여기서 죽을 때까지 썩을 생각인가?”“아니,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그림자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자, 나명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그렇다면 내 조건을 받아들여라.”어둠 속에 있던 존재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는 이미 승리를 예상한 것 같았다.“알겠다. 받아들이지.”잠시 고민한 뒤, 나명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충분히 모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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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그 사람이 미쳤을 리 없지.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 했지만, 역시나 연기였네. 계속 그대로 있었으면 내버려두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군.”그처럼 굳건한 의지를 갖은 사람이 겨우 이런 일로 미쳐버렸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말이 안 됐다. 집사도 나정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모든 것이 파악되자, 집사는 도리어 마음이 평온해졌다. 나명관은 결국 자신의 의지로 이곳을 도망친 것이니, 다치진 않았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그냥 거기에 있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나정한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의 손엔 어느새 부러진 펜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통화가 마무리되고 집사는 쓴 웃음을 지었다. 분명 나명관은 그를 엄청 증오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대표님, 여기 서류에 서명이 필요합니다.”노크소리와 함께 비서가 서류를 든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나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다 미간을 찌푸렸다. 손에 들고 있던 펜은 부러져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펜 하나 줘봐.”그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나정한의 상태를 눈치챈 비서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이 질문에 나정한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표정을 풀고 답했다.“어젯밤에 그 사람이 머물고 있는 별장에 누가 다녀갔는지 조사해줘.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도망칠 수 없었을 텐데, 없어졌어.”나정한이 서류에 사인을 하며 비서에게 명령했다. 비서는 단번에 그 사람이 누굴 뜻하는지 알아차렸다.“뭐라고요? 그 분이 도망쳤다고요? 도대체 어떻게?”나명관이 도망쳤다니, 비서는 크게 놀랐다.“왜 두려워? 설마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그 모습에 나정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전주님께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하지만 비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되물었다.“아니, 일단 조사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나정한이 고개를 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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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한 발짝 앞으로 내딛자 나명관은 가슴이 두려움으로 뛰기 시작했다. 부서진 잔해들, 가득 쌓인 먼지, 그리고 은은한 피 냄새.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쯤 열려 있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왔군.”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지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누구야?”속으로는 두려웠지만, 나명관은 애써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당히 소리쳤다. “나? 네 주인이 될 사람. 앞으로 계속 걷다가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라.”목소리에 가소롭다는 듯 낮은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나명관은 불안했지만 남자의 말 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나타난 인물, 나명관은 그의 정체를 깨닫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 어떻게….”이 남자는 그도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염구준을 조사할 때 나왔던, 그의 최대의 적, 흑풍 존주였다!“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치군. 그렇다면 내가 너를 찾은 이유도 알겠네?” 나명관의 표정을 본 흑풍 존주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었구나! 내게 염구준을 상대하게 원했던 사람!”나명관이 담담히 말하며 속으로 결심을 내렸다. “너 보고 혼자서 염구준을 상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대할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염구준이 무너지지 않으면, 넌 절대로 회사를 장악할 수 없을 테니.”흑풍 존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오만하게 나명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명관은 왠지 모를 불안이 서렸다. “하지만 난 지금 권력도 힘도 없는데, 왜 굳이 나를 선택했지?”나명관은 탐색하듯 물었다. 역시 다년간의 경험이 길러낸 노련함은 어디에 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을 찾아온 흑풍 존주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없기는, 나흐 가문 유럽 쪽에도 큰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분명 거기에 걸맞는 탄탄한 동맹 세력이 있지 않는가? 예를 들면… 혈용사, 크리스라던가?”흑풍 존주는 이 말과 함께 나명관의 안색을 힐끗 살폈다. 용병 왕 크리스는 과거에 나명관에게 목숨을 빚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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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그렇게 염구준을 겨냥한 음모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나흐 그룹 빌딩.정장에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한 채, 나흐 가문 가주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나정한, 나와라!”그 기세에 리셉션 직원들은 물론 경호원들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인물,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이때, 어디선가 빠르지만 균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명관의 큰 아들, 나정한이 암위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미친 척할 거면 끝까지 하지, 이제 와서 왜 이러십니까?”부자 사이라 나정한은 누구보다도 아버지 나명관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예상했었다. 나명관은 대꾸하지 않고 곧바로 정색하며 본론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내게 회사를 넘겨라.”그렇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듯이, 나명관이 말했다. “거절할게요.”나정한이 허웃음을 지으며 단호히 대답했다.“죽여라! 반항하는 자, 모두 죽여!”나명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살기가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강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암위, 모두 죽여라.”하지만 나정한도 얌전히 당해줄 마음이 없었다. 순식간에 두 세력의 싸움이 벌어졌고,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반 직원들은 두려움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구석에 몸을 숨겼다. 겨우 월급 받는 회사를 위해 목숨 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크리스가 데리고 온 용병들과 흑풍 조직이 합세하자 전투는 당연히 나명관 쪽이 우세했다. 나정한이 이끌고 있던 암위는 대다수 죽거나 다쳤다. 나정한도 밧줄에 묶인 채 나명관 앞으로 끌려 나왔다.“아들아, 난 진짜로 널 다치게 하고 싶은 마음 없었어. 이 모든 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 참으로 안타깝구나.”“퉤, 웃기지 마. 진작에 당신을 죽였어야 했는데.”나정한이 살기어린 표정으로 아버지 나명관을 보며 말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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