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1021 - Chapter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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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다고?수현이 갑자기 던진 질문에 윤아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생각에 잠겼다.찾고 싶긴 했다. 잃어버린 물건이니 누구든 찾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여러 일을 겪고 나니 기억을 찾든 찾지 않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찾지 못한다 해도 그녀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여전히 신경 쓰고 있다. 수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심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깨어나자마자 바로 그녀를 구하러 왔다.기억은 그녀에게도 중요했지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을 열었다.“기억을 찾는 건 그냥 하늘에 맡기자. 억지로 찾으려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잖아.”이를 들은 수현이 멈칫했다. 아마 윤아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냥 찾고 싶다 아니다로만 대답할 줄 알았다.한참 고민하던 수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우리 심공주는 여전히 심공주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지. 절대 부담 갖지 마.”수현의 말에 윤아가 웃음을 터트렸다.“내가 부담을 왜 가져? 힘들게.”이미 그곳에서 벗어났고 사랑하는 사람도 곁에 있고 곧 귀여운 두 녀석도 만나러 가는데 부담 가질만한 게 없었다.그리고 기억이라는 건 윤아가 찾고 싶다고 해서 바로 찾아지는 게 아니니 조급해해도 소용이 없다.그냥 현 상태에 만족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돌아오겠지.수현은 윤아의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게 맞아.”두 사람은 이내 정원 앞에 도착했다.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수현은 기억을 더듬어 벨을 누르려 했지만 윤아가 이를 말렸다.“잠, 잠깐만.”수현이 윤아를 바라봤다.“왜?”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현은 자기 팔을 잡고 있는 윤아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수현이 멈칫하더니 물었다.“무서워?”“...”윤아는 입을 앙다물고 있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무, 무서운 게 아니라, 조금 떨려서 그래요.”만약 누군가 윤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윤아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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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더 긴장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점점 더 긴장하게 된다.수현이 물었다.“진짜? 그럼 벨 누른다?”“응, 그래... 눌러.”이렇게 말하면서도 윤아는 조금씩 물러났다. 그러다 수현의 뒤로 완전히 숨어버렸다.이런 윤아의 행동에 수현의 웃음이 짙어졌다.“준비됐다면서 왜 아직도 내 뒤에 숨어 있어?”수현의 말투에서 장난기를 느낀 윤아가 짜증을 냈다.“내가 이러는 게 너는 웃기지?”수현의 웃음은 점점 짙어졌지만 인정은 하지 않았다.“아니야.”“나 다 들었는데.”“뭘 들었다는 거야?”“나 놀리는 거.”“그래? 내가 아까 웃었어?”“마음속으로.”“마음속으로 웃는 것까지 들려?”“...”“진수현!”“응, 왜 불러 자기야?”뻔히 알면서 묻는 모습에 윤아는 수현의 허리를 힘껏 꼬집었다. 윤아는 수현을 혼내주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꼬집고 나니 수현의 몸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이를 발견하지 못한 윤아는 꼬집고 나서 바로 손을 뺐다.수현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그 자리에 서서 입을 앙다문 채 혼자 감내했다.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는다는 게 이런 느낌인 것 같았다.그리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수현은 윤아의 작은 행동으로도 쉽게 설레고 후끈 달아올랐다.다행히 지금 겨울이라 수현은 입고 있는 옷이 꽤 두꺼웠다.수현은 마른기침으로 난처함을 가리고는 뭔가 말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엄마!”그냥 들어도 기쁨에 차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수현은 단번에 하윤과 서훈의 목소리임을 알아챘다.하지만 수현은 일단 먼저 윤아의 반응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윤아는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마치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수현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두 아이는 마치 로켓처럼 윤아에게로 달려오더니 윤아의 다리에 매달렸다.“엄마!”두 녀석은 마치 까치처럼 윤아 옆에서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수현은 윤아가 아까보다 더 굳어있음을 발견했다.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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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오랜만에 윤아를 보는 두 녀석은 할머니와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와 같이 있으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마음에 맞는 친구도 찾았지만 그들에게는 엄마가 제일 중요했다.윤아를 많이 보고 싶어 하던 녀석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품속에 뛰어들어 비비적거리며 떨어지기 싫어했다.뒤따라오던 이선희와 이명인도 윤아와 수현이 갑자기 여기에 나타날 줄은 몰랐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아야, 수현아, 너희들이 어쩐 일이야, 말도 없이?”소리를 들은 윤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중 한 분은 머리가 이미 희끗희끗했지만 몸매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개량 한복에 하얀 카디건을 걸친 모습이 영락없는 돈 있는 할머니였다.옆에 서 있는 분은 훨씬 젊었다. 나이가 중년이었고 옷차림이 트렌디했다. 같이 선 두 사람은 스타일이 매우 달랐지만 생김새는 비슷했다.오기 전 윤아가 기억을 잃은 탓에 수현은 간단하게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과 같이 있으니 그들이 누군지 대략 알 수 이을 것 같았다.“어머님, 할머님.”몸은 굳어 있었지만 윤아는 그들의 신분에 맞게 인사를 건넸다.할머님이라고 불린 이명인은 아이고 하는 탄식과 함께 얼른 윤아를 맞으러 나왔다.“몇 년 전에 한번 보고 지금 다시 보는데 벌써 엄마가 되었네. 이렇게 떡두꺼비 같은 귀여운 아이들도 낳고. 어여 일어나.”이명인은 윤아를 부축해 일어났다. 아직 몸이 허한 윤아는 일어나면서 휘청거렸고 옆에 섰던 수현이 잽싸게 윤아의 허리를 감싸며 넘어지지 않게 잡아줬다.옆에 있던 이선희가 이 모습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말랐어?”윤아의 팔목을 잡은 이명인은 그제야 윤아의 팔목에 거의 살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자신을 관심하는 할머님의 선의를 느낀 윤아는 마음이 따듯해졌다.“할머님, 요즘 다이어트한다고 설쳤더니 이렇게 살이 빠졌네요.”“다이어트?”이명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는 이렇게 말라서 무슨 다이어트야?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다이어트할 생각은 말렴. 이따가 삼계탕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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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을 보니 깨달았다.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말이다.이선희의 질문에 수현이 잠깐 침묵하더니 결국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이 일은 이미 다 해결됐어요. 경과는 묻지 마세요.”이선희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묻지 말라는 게 무슨 말이야. 다 해결됐다면 더 걱정할 것도 없겠네. 무슨 문제가 남아 있는지 말해 봐.”“아는 게 많을수록 근심도 많아져요.”수현이 말했다.“지금은 괜찮아졌다며?”이선희가 물었다.하지만 수현은 입을 앙다문 채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이에 이선희는 뭔가 생각 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네 아빠는?”“처리할 일이 남아 있어서 같이 오지는 않았어요.”아버지가 이수철에게 연락하는 바람에 지금 사태가 커지고 있다.이를 들은 이선희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물었다.“네 아빠는 괜찮은 거니?”“엄마는 아빠와 그렇게 오래 지냈으면서 아빠가 어떤 성격인지 몰라요?”“하긴, 그럼 네 아빠가 계속 처리하게 놔두면 되는 거지? 근데 너는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아? 다쳤어?”수현은 대꾸하지 않고 묵인했다.“그럼 윤아는? 윤아는 어떻게 된 거야? 왜 저렇게 야위었어?”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저렇게 살이 빠졌는지, 참 못된 짓이라고 이선희는 생각했다.수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윤아는 아침에 밥을 먹을 때 한 번에 조금씩 많이 씹어서 넘기긴 했지만 먹는 양이 적었다.그때 수현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이선희에게 말했다.“이따 할머니가 삼계탕 끓인다고 할 때 엄마가 간섭할 수 있으면 일단 끓이지 말라고 하세요.”“음...”이선희는 왜 그러는지 너무 물어보고 싶지만 아들의 굳건한 옆모습을 보며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선희는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들 무사히 여기 있으니 무슨 일이 있었다 해도 다 지나간 일이다. 나머지는 진태범이 해결하면 된다. 아들이 얘기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노인네들이 걱정하는 게 싫어서일 것이다.그런 노력을 안다면 더 꼬치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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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이명인이 가서 이것저것 가져오는 틈을 타 하윤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뭐 하러 갔었어요? 왜 이번에는 이렇게 오래 있다가 온 거예요? 오빠랑 윤이 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는데.”윤아는 하윤의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물었다.“하윤아?”하윤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윤아는 하윤의 옆에 앉아 있는 남자애를 바라봤다.서훈은 윤아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엄마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이렇게 말했다.“엄마, 훈이도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윤이의 이름을 안 윤아는 마침 다른 아이를 평소에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내려고 하던 참이었다.바로 묻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아이들이 나이가 어려 모르는 게 많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내면도 민감했다.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엄마가 되어서 아이의 이름을 바로 물으면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아이들은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생각은 못 해도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어떻게 자기 새끼의 이름을 까먹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서훈이 이 정도로 철이 들었을 줄은 몰랐다.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서훈의 볼에 뽀뽀했다.“훈이 참 착하지.”옆에 있던 하윤이는 오빠는 뽀뽀해 주면서 자기는 안아만 주자 대뜸 뾰로통한 표정으로 윤아를 덮쳤다.“엄마 왜 오빠만 뽀뽀해 줘, 나도 뽀뽀해 줘.”윤아는 웃으며 하윤이를 안고 보들보들한 볼에 뽀뽀했다.뽀뽀하고 나니 하윤이의 성격이 겉보기랑 똑같다는 걸 알아챘다.외모도 귀엽게 생겼는데 성격도 애교가 많았다.아들도 생긴 것과 비슷했다.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었고 내색을 잘 안 했다.서훈도 엄마가 조금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서훈이 아무리 총명하다 해도 아이였기에 윤아가 애써 숨기고 있으니 도대체 어디가 변했는지 발견하지 못했다.단 하나, 엄마가 많이 야위었다는 건 알아챘다.서훈은 그런 윤아가 너무 마음 아파 먼저 윤아의 손을 잡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엄마, 앞으로 밥 잘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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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사진은 수현의 기다란 뒷모습을 메인 구도로 잡고 있어 수현의 눈빛과 옆모습도 담겨 있었다. 그 눈빛이 향한 곳엔 윤아가 아이들을 안고 있었다.“어때? 내가 너희 네 식구 분위기 있게 잘 찍지 않았어?”수현은 이선희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사진 보내주세요.”사진을 받은 수현은 그 사진을 바로 잠금화면으로 설정하고는 수십번이나 반복해서 열어봤다.그 모습을 본 이선희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진씨 집안의 제일 뚜렷한 유전자가 바로 순정남이었고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면서 예외는 없었다. 와이프를 무척이나 잘해주는 건 물론이고 일편단심이었다. 한번 점 찍어둔 사람이면 평생 그 한 사람뿐이었다.아들이 자기 와이프한테는 잘해주면서 엄마인 자신은 나 몰라라 한다고 질투하는 엄마들이 많지만 결국 남편이 부실해서 그렇다. 남편이 잘해준다면 왜 아들에게서 위안을 찾겠느냔 말이다.이선희를 놓고 봐도 그렇다. 수현이 윤아에게 얼마나 잘해주든 전혀 눈꼴신 적이 없었고 아들을 잘못 키웠네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없었다.진태범이 충분히 잘해주니까 이선희도 젊은이들의 입장에 서서 고민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이다.“자, 와서들 앉아.”이명인이 주방에서 물건을 한 아름 갖고 나오자 수현이 얼른 긴 다리로 성큼성큼 그쪽으로 걸어가 도왔다.윤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도우려고 했지만 수현이 움직이자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테이블엔 이내 여러 가지 주전부리들로 가득 찼다. 시장에서 사 온 것도 있었고 직접 재배한 과일도 있었다. 그리고 이명인이 틈틈이 직접 만든 떡과 디저트들도 보였다.“자, 얼른 먹어. 많이 먹어. 너 너무 말랐어.”이명인은 여러 가지 먹거리들로 윤아를 맞이해줬다.윤아가 웃으며 이를 받아왔다. 육류나 비린내가 나는 음식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정말 참지 못하고 바로 구역질했을 수도 있다.윤아는 달짝지근한 떡을 한입 베어 물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명인이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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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수현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윤아의 손에 들린 떡을 뺏어 먹은 것도 모자라 이런 말까지 하자 윤아뿐만 아니라 이명인과 이선희도 낯 간지러워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졌다.한편으로는 사랑에 빠진 수현이 어른들도 있는데 이 정도로 닭살 돋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내 이선희는 이상함을 눈치챘다.수현이 비록 교묘하게 덮으려고 하긴 했지만 결국은 윤아의 손에 들린 떡을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윤아도 조금씩 베어 무는 걸 봐서는 아마 더는 먹기가 힘들어 그랬을 것이다.이를 알아챈 이선희는 마른기침하더니 이명인에게 이렇게 말했다.“엄마, 젊은이들이 죽고 못 사는 거 그만 보고 우리는 밖에 나가서 앉아 있어요.”이명인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손주와 손주며느리의 사이가 돈독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고는 이에 응했다. 나가면서 하윤과 서훈이를 챙겨 나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하윤이는 나가기 싫어했지만 이명인이 안아 올리자 할머니가 힘든 게 싫어서인지 그제야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그들이 나가자 방엔 거의 밀착 상태로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사람과 테이블을 가득 채운 과일과 주전부리들만 남았다.분위기가 조용해지자 후끈 달아올랐던 윤아의 얼굴도 점점 내려갔다.윤아는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수현이 잡은 손을 빼내려 했다.하지만 수현은 윤아의 손을 꽉 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윤아는 그런 수현을 힐끔 쳐다봤다. 수현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수현은 윤아가 자신을 바라보자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쑥스러워?”어렵게 내려갔던 홍조가 수현의 말에 다시 윤아의 얼굴에 찾아들었다.“너 예전에도 어른들 앞에서 이랬었나?”기억을 잃어서 그런지 윤아는 전에 수현과 어떤 모드로 지냈는지 몰랐다.하지만 아까 수현이 보인 행동은 이미 윤아의 인식을 벗어난 행동이었다.윤아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있으면 친밀한 스킨십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 아까 둘이 방에 있을 때도 하마터면 키스할 뻔했고 윤아도 딱히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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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부끄러워하지 마. 우리 이것보다 더 한 짓도 했었어.”“...”윤아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정말?”“근데 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현은 윤아를 자기 다리 위로 끌어당기더니 윤아의 손으로 윤아의 턱을 잡았다. 순간 수현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덮쳤다. 그렇게 수현은 윤아의 입술에 키스했다.“읍.”윤아는 수현이 그저 장난에만 그칠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다.머릿속에서 뭔가 터지는 듯한 느낌에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오랫동안 참아왔던 욕구가 이 키스로 한순간 풀리는 것 같았다.오는 길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곁에 없는 모든 순간이었다.수현은 이런 생각에 윤아를 점점 더 꽉 끌어안았다. 마치 그녀를 자신에게 녹아들게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사실은 그저 윤아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는데 그녀와 살갗이 닿는 순간 뭔가에 쑥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놓아주기가 싫었고 그만하기 아쉬웠다. 그저 이렇게 계속 그녀를 공략하고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윤아는 수현이 여기서 이럴 줄 몰랐다. 키스가 점점 깊어지면서 윤아도 점점 떨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수현의 옷깃을 잡던 윤아는 끝내 수현을 밀쳐냈다.안간힘을 써서야 수현을 밀어낸 윤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이, 이러지 마. 그러다 누가 보면 어떡해.”두 사람의 집도 아니고 방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렇게 밀쳐진 수현은 넋을 잃은 채 멍해서 윤아를 바라봤다. 눈동자는 아직도 욕구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수현도 윤아처럼 가빠진 숨을 골랐다. 아니 윤아보다 더 숨 가빠하고 있었다.“들어올 사람 없어. 녀석들 데리고 나간 것도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그러는 거야.”설명을 듣고 난 윤아는 귀부터 목까지 다 빨개졌다.“그, 그래도 안 돼.”녀석들을 데리고 나가긴 했지만 두 사람이 여기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눈치챌 것이다.“뭐가 안 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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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수현의 큰 손이 윤아의 허리를 놓아주고 나서도 윤아는 한참을 멍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정말 말한 대로 한다고? 이렇게 끝난다고?귓불에 아직 수현이 촉촉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아 간질거렸고 마음도 덩달아 찌릿찌릿해 자기도 모르게 귓불을 살짝 만졌다.하지만 윤아는 손을 올리다 말고 다시 내렸다.안 돼, 만지면 안 돼.만지면 고약한 수현이 또 놀릴 게 뻔했다.윤아는 귓불을 만지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왠지 실망한 표정이다?”수현이 또 예고 없이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하다 말아서 실망한 건가?”“아니거든!”윤아가 쏘아붙였다.이렇게 부정한 윤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혼자 여기 앉아 있어.”윤아는 이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때 수현이 윤아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됐어. 화내지 마. 아까는 그냥 장난 좀 친 거야.”“이거 놔.”윤아는 자기 손을 빼려고 했다.수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알았어. 난 그냥 네가 그 떡을 처치하기가 곤란해 보이길래.”수현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윤아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뭐라고?”“먹기 힘들어했잖아. 그래서 내가 대신 먹어준 건데.”수현의 말에 윤아가 당황했다. 혹시 수현이 뭔가 알아챈 건가? 윤아가 자기도 모르게 반박했다.“먹기 힘들어하긴 뭐가?”“응?”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힘들지 않다는 애가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먹었던 거야?”“나 원래 꼭꼭 씹어먹는 거 좋아하거든.”윤아가 반박했다.“그래, 그럼 내가 다른 건 먹기 싫은데 딱 네 손에 든 거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치자.”수현도 윤아와 입씨름하기는 싫었다. 윤아가 숨기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수현도 계속 캐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수현이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윤아도 입을 꾹 닫았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윤아가 고개를 들어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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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그래... 알았어.”윤아의 착각인지 몰라도 수현이 자신을 돕고 있는 건 맞지만 자꾸만 이상하게 희롱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방에서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난처한 기분은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찾으러 나갔다.거실에서 나오니 밖엔 커다란 정원이 펼쳐졌다.정원엔 큰 나무도 심겨 있었고 과수원과 텃밭도 보였다. 주방은 과수원 옆에 지어져 있었다. 두 어르신이 여기서 노년 생활을 즐기기엔 딱 맞는 것 같았다.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옆에 있는 텃밭에서 신선한 야채들을 따다가 해 먹으면 되니 유기농과 친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었다.윤아가 나갔을 땐 마침 이명인이 두 녀석을 데리고 텃밭에서 야채를 따고 있었다.하윤은 자그마한 엉덩이를 내밀고 허리를 숙인 채 야채 하나를 뽑고 있었고 서훈은 옆에서 이를 도왔다. 두 녀석은 그렇게 분주히 돌아치고 있었다.이 광경을 본 윤아는 마치 구름 위를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엄마!”두 녀석은 윤아를 보자마자 얼른 그녀를 그쪽으로 불렀고 윤아도 그쪽으로 걸어가 쪼그리고 앉았다.“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저도 도울게요.”이명인이 윤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그 가느다란 팔다리로 뭘 하겠다고 그러니. 얼른 안에 들어가서 쉬면서 뭐 좀 먹고 있어. 여기는 나랑 선희만 있으면 돼. 조금 있다 너희 할아버지 돌아오면 할아버지가 밥하고 우리는 기다리면 된다.”이렇게 말하더니 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명인은 그녀를 텃밭 밖으로 밀어냈다. 윤아가 텃밭에서 나오는데 그쪽으로 걸어오는 이선희를 만났다.이선희가 웃으며 말했다.“안에 들어가서 쉬어. 여기는 우리가 있으면 돼.”윤아는 난처해서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이선희가 이렇게 말했다.“사실 엄마는 아이들이랑 있을 시간을 더 만들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노인네가 녀석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거든. 녀석들이 여기 오래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 시간만 나면 녀석들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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