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041 - 챕터 1050
1206 챕터
제1041화
돌아가는 길에도 수현은 윤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아직 윤아의 걸음은 살짝 붕 뜬 상태였다.분명 조금 전까지 분위기가 끈적했고 윤아에게 그런 이상한 말을 하던 수현이었는데 말이다.하여 윤아는 정말 뭔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수현은 그저 그녀의 이마에 뽀뽀만 하고는 그녀를 데리고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윤아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비록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허전했다.윤아는 가슴 쪽을 문지르며 그런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왜 그래?”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슴 쪽이 아파?”이에 정신을 차린 윤아가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으로 수현의 걱정에 찬 눈빛을 피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니.”분명 뭔가 피하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윤아가 말하지 않으니 수현도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보기에 별문제 없어 보이고 정신도 멀쩡해 보이니 수현은 더 묻지 않았다.집에 들어왔을 땐 마침 8시 좌우였다.차문섭은 돌아온 두 사람을 보고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산책 잘하고 왔어? 어때? 시골은 처음이라 아직 낯설지?”“아니요, 시골이라 공기도 좋고 좋았어요.”차문섭이 껄껄 웃었다.“다행이네. 잘 때 모기장은 절대 열어두면 안 돼. 그러다 모기 들어온다.”“네, 알겠습니다.”“아참, 너희 할머니가 그러는데 오늘은 너무 늦어서 남은 식자재는 내일 요리할 거란다. 너무 늦게 먹으면 소화에도 안 좋고 잠도 잘 안 오잖니.”윤아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정리하고 자. 내일 아침에 시장에 나갈 건데 같이 나가서 구경하면 좋을 것 같은데.”윤아와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방에 돌아온 윤아가 이렇게 말했다.“미리 들어오자고 한 거 정말 잘한 일인 거 같아.”“그러게.”수현은 윤아가 기뻐하자 자기도 모르게 윤아의 뽀얀 얼굴을 꼬집었다. 하지만 손에서 전해지는 촉감에 약간 마음이 아팠다. 전에 윤아의 얼굴을 꼬집어보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말캉한 촉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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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하지만 커다란 키에 다리까지 긴 수현이 있으니 혼자 누워도 거의 침대 하나를 점할 판인데 아이들이 누울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그러니 아이들을 데려와 같이 잔다는 꿈은 깨진 거나 마찬가지였다.“됐어. 일단은 생각하지 말아야지.”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일단 상처부터 확인하자. 약 어디 넣어놨어?”윤아는 이렇게 말하더니 수현의 트렁크를 뒤지려 했다.“내가 할게.”수현은 트렁크를 내리더니 안에서 약과 붕대를 꺼냈다.이를 본 윤아가 얼른 그것들을 받아오더니 침대로 걸어가며 말했다.“여기서 바꿀 거지?”수현은 옆에 놓인 소파를 힐끔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침대로 가서 앉았다.입고 있던 코트는 이미 벗었고 지금은 회색의 니트에 안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고 있었다.“일단 니트 먼저 벗을래? 할 수 있겠어?”“응.”수현은 대수롭지 않게 니트를 벗어던졌다. 깔끔한 동작이 마치 다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회색 니트를 벗어던지자 보이는 하얀 셔츠에 피가 새어 나오지만 않았으면 윤아는 수현이 다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윤아는 새어 나온 피를 보며 오는 내내 아무렇지 않은 듯한 수현의 모습이 사실은 그가 억지로 버티고 있어서 그런 것임을 깨달았다.피를 봐서 그런지 윤아가 수현을 바라봤을 땐 얼굴이 어딘가 창백해 보였다.윤아는 꼼꼼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생각났다면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빨리 치료하고 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윤아의 행동도 다소 과격해졌다. 허리를 숙이자마자 수현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열심히 단추를 푸는 윤아는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단추를 풀 때 수현이 어떤 표정인지도 확인하지 못했다.재빨리 단추를 풀어낸 윤아는 얼른 수현의 셔츠를 벗겼다.셔츠를 벗겨낸 후에 보이는 붕대에 윤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윤아가 단추를 풀 때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에 살짝 타올랐던 수현의 욕망이 걱정에 찬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윤아를 보자마자 말끔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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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윤아는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말 좀 그만하면 안 돼?”울먹거리는 윤아의 말투에 수현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윤아의 눈시울은 어느새 빨개져 있었다.순간 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왜 그래? 혹시 내가 말 잘못 했어?”“화내지 마.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할게. 응?”하지만 이 말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윤아의 눈물은 마치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수현은 윤아의 눈물에 허둥지둥 대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윤아야...”그러다 결국 윤아를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았다.하지만 윤아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봤다.“너 지금 몸에 상처가 두 개나 있어. 하나는 예전에 난 상처, 다른 하나는 새로 난 상처. 새로 난 상처가 이렇게 심한데 넌 어떻게 아프단 소리 하나 없어. 그리고 지금은...”지금도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는 수현이었다. 마치 다친 사람이 윤아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이 말에 수현은 왜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지 알게 되었다. 혹시나 자기가 말을 잘못해서 윤아가 상처라도 받은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를 걱정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윤아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친 건 분명 수현인데 눈물은 왜 자기가 흘리고 있지?윤아가 울면 수현은 당황할 테고 그렇게 그녀를 위로하다 보면 상처를 처리할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바로 눈물을 닦아내더니 수현을 침대에 눌러 앉히고는 상처에 바를 약을 가져왔다.윤아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생각하던 수현은 조금 전까지 눈물을 펑펑 흘리던 윤아가 갑자기 그의 어깨를 눌러 침대에 앉히고는 약을 가지러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그를 등지고 있는 윤아는 아직도 눈물을 훔쳤다. 그래도 얼른 눈물을 말끔히 닦아내고 필요한 약들을 챙겨 다시 수현에게로 돌아왔다.그땐 이미 눈물을 말끔하게 닦아낸 뒤였다. 표정도 다시 차분해졌고 아까 울면서 보여줬던 무력감과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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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이렇게 생각한 수현이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너 왜 그래?”윤아는 수현을 상대할 겨를이 없어 그저 고개만 저으며 수현의 상처를 계속 치료해줬다.손이 빠른 윤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로 상처를 감싸주었다.치료하면서 수현은 윤아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저 윤아가 손을 들라고 하면 들고 내리라면 내리고 붕대의 한쪽을 잡으라고 하면 고분고분 다 들어줬다. 회사를 관리할 땐 피도 눈물도 없던 그가 지금은 길든 사자처럼 머리는 고귀하게 들고 있어도 눈빛은 부드럽게 윤아의 행동을 살피고 있었다.윤아가 상처 치료를 끝내고 다 됐다고 말하고는 몸을 돌려 물건을 정리했다.수현은 윤아가 허리를 숙이고 정리하는 모습에 입술을 앙다물더니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일단 그렇게 놓아둬. 너도 가서 샤워해야지.”윤아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수현은 어쩔 수 없이 자세를 숙이고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윤아야!”수현의 말과 행동에 힘이 들어갔다. 뿌리치다가 실패한 윤아는 그저 기나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알았어. 일단 이거 놔. 지금 가서 씻을게.”“조금 전까지 괜찮았잖아. 지금은 왜 이래?”아까 상처를 치료해 줄 때까지만 해도 수현을 걱정하던 윤아가 지금은 오히려 수현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했다.“아무것도 아니야.”윤아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자. 난 이만 샤워하러.”윤아는 이렇게 말하더니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향했다.문을 닫으려는데 수현이 따라왔다.윤아는 멈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문을 닫으며 수현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데 수현의 손이 욕실 문을 막았다.“너…”이런 광경에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나 샤워할 거야. 무슨 할 말 있어?”“너 이상해. 그건 얘기해줘야지.”“아니야.”윤아가 일단 부정했다.“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조금 전까지 울던 애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상처 치료해 주고, 그 감정들은 다 어디 갔어?”만약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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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봤다. 혹시나 그녀에게 말하지 않아서 화난 건 아닐지 하는 생각 말이다.또 혹시나 말을 잘못해서 그녀의 심기가 불편해진 건 아닌지도 말이다.하지만 윤아가 자책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시금 붉어지는 윤아의 눈가와 억지로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에 수현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수현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얼른 그녀를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왜 자책하고 그래.”윤아는 수현의 품에 기댄 채 가볍게 눈을 깜빡거렸다.“이제 얘기도 했으니 혼자 있게 좀 내버려둘래?”수현이 잠깐 망설였다.놓아주기 싫은 건 맞지만 윤아는 지금 절박하게 혼자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수현이 계속 남아있겠다고 한다면 윤아가 불편해할 수도 있다.샤워하면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얘기해도 좋을 것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윤아를 풀어줬다.“그래, 일단 샤워해. 침대에서 기다릴게.”“…”진지한 분위기에 윤아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수현이 갑자기 침대에서 기다린다고 말했다.별 뜻 없이 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윤아의 생각은 자꾸만 다른 데로 샜다.윤아는 수현을 밀쳐내더니 얼른 나가라고 했다.수현은 당연히 윤아가 다른 뜻으로 이해한 줄 몰랐으니 자기가 한 말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고분고분 윤아의 말에 따라 욕실에서 나왔다.수현이 가고 나서야 윤아는 욕실 문을 닫을 수 있었다. 윤아는 문에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드디어 혼자 있을 수 있게 되었다.기억을 잃고 수현의 곁으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게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윤아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현의 곁에 있는 게 좋았지만 같이 지내려면 다른 스킬이 필요한 것 같았다.스킬이 아예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요즘 이런저런 일이 너무 많아서 윤아의 마음이 착잡해져서 그런 걸 수도 있다.…윤아가 샤워하고 나왔을 땐 이미 반 시간쯤 뒤였다.그 반 시간 동안 수현은 쭉 침대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처음엔 얌전하게 앉아서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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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샤워를 한다 해도 그렇지 이렇게 얇게 입을 필요는 없잖아.”윤아는 수현이 건네준 긴 외투를 입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차단되는 걸 느꼈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런지 눈동자가 반짝거렸고 뽀얀 얼굴도 홍조가 올라와 있는게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마치 복숭아 같았다.“옷장에 가을 잠옷만 보이던데. 잘 때 편할 것 같아서 입었어.”수현은 외투를 걸친 윤아를 침대로 데려오며 이렇게 말했다.“내일 할머님이랑 시장 가면 두꺼운 잠옷 좀 사자.”잠옷을 산다고?사실 여기로 내려올 때 짐을 별로 챙기지 않았다. 무거운 것도 있고 수현이 내려와서 사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수현이 정작 이렇게 말하자 윤아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우리 여기서 오래 지낼 거 같아?”이를 들은 수현이 살짝 멈칫하더니 물었다.“너에 달렸어. 여기 좋으면 오래 있는 거고 싫으면 다시 올라가는 거고.”윤아는 잠깐 고민했다. 여기가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고민해 보니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는 것 같았다.딱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면 아마 아이들 곁이라고 말할 것이다.이번에 여기로 내려온 것도 아이들 때문에 오려고 한 것이었다. 아이들을 보고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을 열었다.“좋고 싫고는 없어.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지.”이에 수현이 반응했다.사실 윤아도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내려온 거지 아이들이 없다면 굳이 내려오고 싶을까?깊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지만 수현은 이상하게 자꾸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윤아는 어쩌면 아이들만 신경 쓴다고 말이다.아이들만 곁에 있으면 수현을 포함한 다른 건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걸까?수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근데 할머님이 애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도 아까 어머님께 방학이 되면 애들 이쪽으로 내려보내겠다고 했거든. 근데 애들이 있는 만큼 우리가 있을 수도 없잖아.”마침 답답해하고 있던 수현이 윤아의 말에 다시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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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윤아가 아무 말도 없자 수현이 물었다.“너 진짜 내가 필요 없어? 나 지금 짐 싸서 내일 갈까?”수현이 이렇게 말하자 윤아는 빨간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윤아를 보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던 손을 풀어주며 물건을 정리하려 했다.사실 윤아는 수현이 자기를 놀리려고 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몸을 돌려 물건을 정리하려는 것도 일부러 쇼를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지금 수현이 이렇게 쇼를 하는 건 윤아가 뭔가를 말해주길 기다리는 것이었다.분명히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윤아였지만 좋은 구경을 놓치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이 몸을 돌릴 때 자기도 모르게 수현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매우 작은 힘이었고 수현에겐 아예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수현이 멈추고 싶지 않다면 이런 정도의 방해는 완전히 무시해도 된다.하지만 이런 작은 힘에도 수현은 걸음을 멈췄다.“너…”윤아는 수현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뭐 물건을 정리한다 해도 꼭 지금일 필요는 없잖아?”수현은 그런 윤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그럼 그게 언제면 좋을까? 네가 시간을 한번 정해줄래?”저돌적이고 예리한 눈빛에 윤아는 마른기침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일단 이 얘기는 하지 말자. 너도 그래. 아직 몸에 상처도 있는데 떠난다 해도 상처가 다 낫기를 기다려야지.”이에 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렇다는 건 내 상처가 쭉 낫지 않으면 계속 여기서 조리해도 된다는 거야?”윤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윤아는 수현의 말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노려봤다.“너 이 말 무슨 뜻이야? 설마 여기 더 남아 있으려고 일부러…”수현이 입꼬리를 올렸다.“너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수현의 대답은 인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그저 윤아에게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를 묻고 있다.그러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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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수현도 아직은 두 아이를 연세가 든 두 노인에게 맡기는 게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안전하지 않은 걸 떠나 두 노인네도 나이가 있었기에 선우가 또 무슨 수작을 부려 이곳으로 내려오는 날엔 두 노인네가 놀라서 병이라도 얻을까 걱정이었다.수현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이었다.여기서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두어 날만 더 있다가 올라갈 예정이었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이들이 방학할 때는 아닌 것 같았다.“그래, 그럼 그때 같이 올라가자.”이렇게 말한 두 사람은 더는 말할 것도 없었다.윤아도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침대에 기댄 채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수현은 윤아의 그런 모습에 이렇게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자자.”이렇게 말하며 이불을 걷어 윤아를 눕게 하더니 다시 이불을 덮어줬다.아직은 이불 안이 차가울 때였다.잠에 들 때 윤아는 수현이 걸쳐준 외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이불에 들어가니 너무 추워 소름이 끼쳤고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아 추워.”이를 본 수현도 따라서 누웠다.“내 몸은 따듯한데 나 안고 잘래?”수현은 이렇게 말하며 옆으로 누워 그녀를 끌어안으려 했다. 윤아는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수현이 다가오자 얼른 이렇게 말했다.“움직이지 마.”수현의 움직임이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대로 멈췄다.“왜?”그는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윤아에게 물었다.“너 몸에 상처 났잖아. 반듯이 누워 있어야지.”윤아는 반듯이 누운 수현의 옆모습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너 옆으로 누우면 상처 눌리잖아.”그제야 수현은 다쳤다는 게 떠올랐다.“그래, 알겠어.”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손을 내밀었다.“그럼 네가 이쪽으로 올래?”“내가 가서 뭐하게?”“춥다며?”수현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내 몸이 따듯하다니까.”윤아는 원래 다가가고 싶지 않았지만 따듯하다는 말에 그래도 슬금슬금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아니나 다를까 수현의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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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방안은 너무 조용한 나머지 서로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만 들렸다.윤아가 누운 위치는 상대적으로 낮았고 수현의 가슴 쪽과 맞닿아 있었다. 또 그의 팔에 기대 있는지라 수현의 심장 소리가 유난히 잘 들렸다.두근두근 마치 흉곽을 때리는 듯이 힘 있게 뛰었다.잠깐 그 소리를 감상하던 윤아의 눈까풀은 점점 무거워졌다.그렇게 윤아는 수현의 품에 기대 잠에 들었다.윤아의 숨이 점점 골라지고 차분해지자 수현은 그녀가 진짜 잠에 들었음을 알아챘다.수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아 최대한 자신과 가까워지게 했다. 더는 가까워질 수 없을 때까지 감싸 안고 나서야 수현의 불안함과 공허함이 조금 달래지는 것 같았다.비록 그녀를 성공적으로 구해내 다시 그의 옆으로 데려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잠도 잘 자지 못했다. 그녀가 자고 있을 때도 수현은 거의 자지 못하고 옆을 지켰다.눈을 다시 떴을 때 그녀를 구해낸 게 꿈일까 봐,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전부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하여 그녀를 구해내고 지금까지 수현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그래도 지금은 부드럽고 말캉한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 그녀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 그리고 숨을 날숨을 쉴 때 나오는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현실감이 조금 느껴졌다.하지만 여전히 무서웠다. 아직 현실감이 부족했다.만약 이 모든 게 진짜라면 어떻게 이렇게 순조로울 수 있단 말인가?만약 이 모든 게 가짜라면 계속 이 꿈에 빠져 허우적대야 할까, 아니면 빨리 깨어나야 할까?순간 그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몰랐다.수현은 그렇게 조용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윤아가 품속에서 옹알거리며 살짝 움직였다.깨어있던 수현은 윤아의 잠꼬대에 얼른 고개를 숙여 무슨 일인지 확인했다.하지만 윤아는 그저 수현의 품속에서 몇 번 꿈틀대며 수현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그의 품속으로 더 비집고 들더니 다시 잠에 들었다.수현도 그제야 윤아가 잠꼬대했을 뿐이지 깬 건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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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잠결에 윤아는 자신의 이마에 누군가 키스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윤아는 분명 너무 졸렸지만 이런 촉감이 느껴지자 눈을 번쩍 떴다.눈을 떠보니 수현의 조각 같은 턱과 옅은 입술이 보였다.마침 윤아의 이마에 뽀뽀하고 약간 물러서던 때라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윤아는 수현이 자신의 이마에 뽀뽀했다는 걸 발견했다.“너...”“깼어?”수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내가 잠에서 깨운 건가? 미안해. 참으려다 실패했어. 졸리면 더 자.”윤아는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어제저녁에 일찍 잤잖아.”어젯밤 윤아와 수현은 10시 전에 잠에 들었다. 날이 밝은 정도를 보니 아마 6시가 다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 수면 시간은 거의 8시간이 된다.이따가 할머님과 같이 시장에 나가야 한다. 한 번도 시장에 나가본 적이 없기에 어떤지 잘 몰랐던 윤아는 약간 궁금하기도 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수현에게 말했다.“시장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일어나면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수현이 대답하려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윤아야, 수현아, 깼니?”이선희의 목소리였다.윤아가 바로 대답했다.“네, 깼어요.”“다행이네. 너희 할머니랑 같이 시장에 갈래? 갈 거면 좀 빨리 일어나야 해.”“네, 갈 거예요.”윤아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그래. 그럼 내가 가서 말씀드려 놓을게. 너희들도 준비해.”바깥에 인기척이 사라지자 윤아는 얼른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이에 수현도 같이 몸을 일으켰다. 잽싸게 옷을 입고 욕실로 향하는 윤아는 마치 시장을 나가는 것에 매우 흥미가 높아 보였다.수현은 약간 난감해 하면서도 얼른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따라서 욕실로 들어갔다.들어가 보니 윤아가 이미 양치를 다 하고 세수를 하고 있었다. 수현이 들어오자 윤아는 한쪽으로 비켜서며 수현에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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